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에 관한 여섯 가지 필름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11.6

입방정 저주의 유전자를 타고난 그녀에게 한 남자의 6색 사랑이 몰려온다…… 인생 최대의 소란이자 변수.이것은 저주일까, 행운일까?

 
제 21화. 열정의 기호들
작성일 : 17-12-11 09:50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491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변수 씨가 그런 걸 물었다고?”

 

 소란은 적잖이 놀랐다. 스치듯 꺼낸 얘기를 그가 기억하고 있었구나.

 

 “네가 무슨 말 했었어?”

 “얘기하려다 차마 못 했어.”

 

 유전되는 집안 내력이란 걸 듣도 보도 못했을 터. 변수로선 뜬금없겠지만 궁금할 수 있는 문제였다.

 

 “그냥 툭 터놓고 얘기해보면 어때?”

 “글쎄, 난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고 할까. 사귀는 입장에선 부담일 수도 있잖아.”

 “너희 둘 지켜보니까 저주 따윈 걱정 안 해도 되겠어.”

 “그럴까?”

 

 어젯밤 강의안을 준비하면서 소란은 푹푹 한숨만 쉬었다. 새 강의 주제는 ‘마니아형 사랑’. 연애에 대한 집착이 심해 가급적 피하고 싶은 유형이었다.

 

 “더는 걱정할 일 안 생기면 좋겠는데.”

 “뭐 걸리는 거라도 있어?”

 “키워드 바뀔 때가 됐거든.”

 

 이번 키워드를 감당할 수 있을지 스스로도 의문이었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그가 마니아형 사랑을 한다면? 소란은 온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참, 주말에 같이 식사하기로 했어.”

 “그랬어?”

 “훈남 오빠 귀국하는 날이라 다 같이 보면 좋겠다 싶어서.”

 “더블데이트야?”

 “더블데이트는 무슨…….”

 

 속마음을 들킨 듯 미련이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의도가 다분히 드러나는 제안이란 걸 그녀도 모를 리 없었다.

 

 “뭐, 겸사 겸사지.”

 

 그녀의 입에선 연신 미소가 흘렀다. 속내를 감추기 어려운 성격도 병이라면 병일까.

 

 “고모, 그 분 앞에선 좀 그러지 마.”

 “뭘?”

 “좋은 거 너무 티내지 말라고.”

  “어머머, 내가 뭘 어쨌다고? 난 속마음 다 보여주는 순진한 사람 아니야.”

 

 미련의 경우 병이라기보단 자신에 대한 무지의 극치라고 해야 할까. 소란은 그런 그녀를 고모로 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어이없는 순수함이 때로 마음을 치유해주는 효과도 있기에.

 

 ***

 

 『이번 시간부턴 마니아형 사랑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열광적 사랑이라 부르는 마니아형은 사랑에 있어서 독점욕과 질투심이 매우 강한 유형이죠.』

 

 그가 마니아형 사랑을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소란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매사에 정확하고 모범적인 그에게 덧입히기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았다.

 

 『마니아란 신적 영감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플라톤 철학의 주요 개념이죠. 이는 병리적 광기와는 다릅니다. 신의 선물로서 부여된 신적 광기에 가깝죠. 신이 마니아에 부여한 것으로는 예언술이나 점술, 무사 신과 관계된 문예나 기예, 에로스 등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개념으로 보자면, 마니아란 어느 한 가지 일에 열중하는 일 또는 그런 성향의 사람을 말합니다.』

 『그럼 에로스형 사랑과 비슷한 점도 있겠네요?』

 『네, 맞아요. 에로스형 사랑 역시 열정이 강하고 연애에 대한 몰입도가 강하죠. 바로 그런 면에서 마니아형과 흡사합니다.』

 

 에로스형 사랑을 퍼붓던 변수의 초창기 모습을 떠올렸다. 그 시간을 생각하면 마니아형 사랑이 적용 불가능한 것도 아닌 듯싶었다. 그래도 마니아형은 정말 아닌데…….

 

 『에로스형의 몰입도나 열정은 일시적인 데 반해, 마니아형은 그렇지 않다는 게 큰 차이점이죠.』

 『게임마니아나 영화마니아처럼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단 말씀이죠?』

 『그래요. 심지어는 관계에서 오는 고통이나 스트레스가 신체적인 증상으로까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소란의 등줄기가 축축해졌다. 마니아형 키워드로 바뀐다면 심히 괴로운 시간이 될 것이다. 그 시간들을 굳건히 견뎌낼 수 있을까. 소란은 스스로에게 확신이 가지 않았다.

 

 『마니아형에 속하는 사람은 자존감이 약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오타쿠나 덕후의 부정적인 측면과도 관련 있나요?』

 『그렇죠. 특정 분야엔 지나칠 만큼 관심과 애정을 갖지만, 다른 분야에 대해선 지식이 부족한데다 사교성이 결여된 행동을 보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마니아가 사회 부적응이나 반사회성, 나태 등을 상징한다고 보는 시각도 있죠. 약한 자존감을 대체하려는 심리적 양상이라는 분석도 많습니다.』

 

 약한 자존감은 정말이지 변수와 어울리지 않는 것이었다. 그와 만나 혼란스럽고 변화무쌍한 시간들을 보내긴 했지만, 그의 단단한 심지와 탄탄한 자존감만큼은 언제나 한결같았다.

 

 『교수님! 의처증이나 의부증을 마니아형 사랑의 부작용으로 봐도 되나요?』

 

 누군가의 질문이 소란의 몸에 다시 한 번 소름을 돋게 했다. 백 번을 양보해도 마니아형 키워드를 견뎌내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변수 씨! 제발 여기서 멈춰줘요!’

 

 ***

 

 “여긴 여전하네.”

 

 꼭대기 층 북카페 창가에 순수와 변수가 나란히 앉았다.

 

 “지난번 왔을 때도 여기가 제일 마음에 들었었는데.”

 “우리 회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가 여길 걸.”

 “참 너답다고 생각했어. 회사 안에 이런 델 다 만들고. 저 암실도 그렇고.”

 

 그녀가 변수의 아지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뜻하지 않게 겪은 굴곡 때문일까. 그녀의 얼굴은 야위다 못해 병약해 보이기까지 했다.

 

 “나 좀 놀랐어.”

 “왜?”

 “소란 씨 얘기 듣고 말이야.”

 “내가 언제까지고 첫사랑에만 목맬 줄 알았나 보지?”

 

 그녀가 가볍게 눈을 흘겼다.

 

 “100%는 아니지만 그런 생각 한 번쯤 안 해봤다곤 못 하겠네.”

 “정말? 누나도 참.”

 “누군가의 첫사랑이 돼본 사람은 한 번쯤 그런 생각 할걸.”

 

 두 사람의 눈길이 온화하게 마주쳤다. 그의 10대를 핑크빛과 잿빛으로 물들였다는 게 무색할 만큼 평안한 시선이 오갔다.

 

 “앞으로 어쩔 거야?”

 “내가 누구니? 송준수 동생 송순수잖아. 힘없이 무너져있는 모습을 더 이상 오빠한테 보여줄 순 없지.”

 

 그녀다웠다. 아니, 준수 동생 순수다운 모습이었다.

 

 “뭘 하더라도 여기서 해. 다른 데 가지 말고.”

 “왜? 어차피 네 눈엔 소란 씨밖에 안 보이잖아.”

 “그렇긴 하지만 형, 누나도 못 돌아볼 만큼 정신없진 않거든?”

 “그러셔? 진짜 고마워해야겠네.”

 

 그녀의 표정이 한결 밝아져 다행이었다. 넘어진 존재를 일으키는 건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이겠지만, 때로 곁에 있는 누군가 때문에 자신을 일으킬 때도 있는 법. 그녀에게 가족이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가족 중 자신이 있다는 것 또한 안심이었다.

 

 “언제 소란 씨랑 같이 보자. 궁금해 못 견디겠어.”

 

 ***

 

 “마니아형은 정말 아닌데.”

 “네가 보기에도 그렇지?”

 

 다정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부모님이 왜 이혼하셨는지 알아?”

 

 다정은 처음으로 오래 전 헤어지신 부모님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아빠가 엄마를 못 믿으셨거든.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항상 엄마를 의심하셨지. 어른 돼서 생각해 보니 그게 의처증이었던 거 같아.”

 “정말? 전혀 몰랐어.”

 

 소란의 어릴 적 기억 속에 있던 그는 더없이 다정다감한 분이었다. 가끔 다정의 집에 놀러 가면 늘 살갑게 반겨주거나 직접 만든 간식을 챙겨주곤 했었다. 이혼 소식을 들었을 때 소란은 쉬이 이해되지 않았었다. 자신이 모르는 어른들만의 세계가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두 분이 자주 싸우셨는데 그 모습이 항상 똑같았어. 아빠가 엄마한테 뭔가를 집요하게 추궁하다 끝나버리는 싸움이었지.”

 

 어쩌면 다정의 아빠는 마니아형 사랑을 했는지 모른다. 아내에 대한 사랑을 그런 식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비극적인 운명.

 

 “에로스형인지 마니아형인지, 난 그런 거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누군가한테 지나치게 집착하는 건 비극이야. 내가 직접적인 희생양이잖아.”

 

 다정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오랜 세월 함께 했으면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그녀만의 고통. 소란은 어쩐지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빠 만난 적은 없고?”

 “메일은 계속 주고받아. 자기 직업이 오지 탐험가라나 뭐라나. 전 세계 오지를 안방처럼 누비고 다닌다나 봐.”

 “우와, 완전히 자유로운 영혼이시네.”

 

 비뚤어진 마니아의 얼굴은 치유할 수 없는 병도, 극복할 수 없는 운명도 아니었다. 하물며 한순간 지나가는 사랑의 키워드에 불과하다면?

 

 소란이 양 입술을 그러모았다. 어쩌면 견뎌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친구의 오랜 고통이 그녀에게 용기를 주는 듯했다.

 

 “그래! 한번 와봐라!”

 

 그녀의 외침에 다정이 손에 쥔 토슈즈를 떨어뜨렸다.

 

 “대체 뭐라는 거야?”

 

 ***

 

 『지금 들으시는 곡은 마이클잭슨의 ‘Love never felt so good’이에요. 이 곡에 맞춰 자유롭게 리듬을 타 보도록 할게요.』

 『걸그룹 댄스는 언제 배우나요?』

 『격렬한 아이돌 군무도 배우나요?』

 

 수업이 두 달을 넘어가자 몸치 수준이던 이들의 댄스 열망은 다양화되기 시작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보람이 될 수도, 때로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자연스럽게 리듬 타는 연습을 해본 다음 적당한 곡을 정해 본격적으로 방송 댄스를 배워보겠습니다.』

 

 음악이 시작되자 여기저기서 리드미컬한 동작들이 쏟아졌다. 언제나처럼 맨 뒷줄에서 쭈뼛거리는 송 실장만 제외하고. 그런데 그의 옆에 낯익은 얼굴 하나가 서있었다. 설마……

 

 『선생님께서 먼저 시범 보여주시면 안 되나요?』

 

 그였다. 해맑게 생글거리는 얼굴로 그가 물었다.

 

 “변수 씨, 수업엔 어떻게…….”

 “진작부터 배워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시작하네요. 오늘부터 소란 씨한테 열심히 할 배울 겁니다.”

 

 그가 댄스 수업에 들어오리란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정확히는,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는 게 맞을 것이다. 자신의 춤추는 모습을 보이는 건 한 번으로 족했다.

 

 “변수 씨가 들어오면 좀 부끄러운데.”

 “전혀 부끄러운 표정 아니던데?”

 “그야 다른 분들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거죠. 춤은 따로 학원 가서 배우면 안 될까요? 다정이한테 개인 레슨 부탁해 볼까요? 아님 송 실장님한테 배우는 방법도 있어요.”

 “송 실장님 실력 보고도 그런 얘기가 나와요? 그 분은 평생 몸치를 벗어나기 힘들겠던데요.”

 

 그의 말대로 송 실장에게 배우라는 말은 억측에 가까웠다. 그는 발전이 가장 더딘, 아니 발전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열등생 중 열등생이니 말이다.

 

 “난 꼭 이 수업 듣고 싶은데.”

 “왜요?”

 

 그의 눈동자가 전에 없이 반짝였다.

 

 “직원들이 자꾸 소란 씨 예쁘다고 칭찬하길래…… 특히 남자들 말이죠. 질투 나서 참을 수가 있어야죠.”

 

 소란의 온몸이 찌릿해왔다. 이것은 마치 무언가의 서막 같았다. 설마……?

 

 

 《우리 관계에서 그런 시간적인 개념은 내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 나는 그저 존재 혹은 부재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언제나’와 ‘어느 날’ 사이에서 끊임없이 동요하면서 열정의 기호들을 모으고 있었다 – 아니 에르노 》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월, 수, 목, 금 연재 2017 / 11 / 6 512 0 -
22 제 22화. 견디고 기다리면 2017 / 12 / 13 327 0 4685   
21 제 21화. 열정의 기호들 2017 / 12 / 11 310 0 4918   
20 제 20화. 내 속에 고조곤히 온 그대 2017 / 12 / 8 288 0 4320   
19 제 19화. 생쥐는 혼자가 아니다 2017 / 12 / 7 293 0 4572   
18 제 18화. 행복한 주인이 되다 2017 / 12 / 6 319 0 4201   
17 제 17화. 저주하고 축복하기를 2017 / 12 / 4 311 0 4481   
16 제 16화. 내 마음의 지킬과 하이드 2017 / 12 / 1 314 0 4425   
15 제 15화. 바람이 불어오고 또 가리라 2017 / 11 / 30 302 0 4313   
14 제 14화. 불행과 행복의 쳇바퀴 2017 / 11 / 29 284 0 4922   
13 제 13화. 케이크, 그 이상의 달콤함 2017 / 11 / 27 287 0 4593   
12 제 12화. 오류는 시정 가능할까 2017 / 11 / 24 302 0 4451   
11 제 11화. 마음에 비가 내리네 2017 / 11 / 23 303 0 4928   
10 제 10화. 너무 사랑하고 있어 2017 / 11 / 22 312 0 4208   
9 제 9화. 거짓을 위한 변명 2017 / 11 / 20 303 0 4650   
8 제 8화. 보이지 않는 사랑 2017 / 11 / 17 274 0 4670   
7 제 7화. 뭐가 달라진 걸까 2017 / 11 / 16 301 0 4405   
6 제 6화. 풍덩 빠지다 2017 / 11 / 15 289 0 4280   
5 제 5화. 질문은 있으되 대답은 없는 2017 / 11 / 13 300 0 4632   
4 제 4화. 완벽한 완벽주의 2017 / 11 / 9 290 0 4917   
3 제 3화. 꿀렁대는 심장과 뇌 2017 / 11 / 8 280 0 4454   
2 제 2화. 우연일까 인연일까 2017 / 11 / 7 324 0 5064   
1 제 1화. 짧고도 강렬한 2017 / 11 / 6 495 0 473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나의 유령 작사
이류수
트리플 러브
이류수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