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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Andrea
작가 : 체리씽
작품등록일 : 2017.12.9

bal AceTy, 황제의 반려 가문에서 태어난 소녀가 이름없는 황제에게 이름을 지어주면서 생기는 판타지 로멘스.
아트랑, 이 대륙에서 유일한 제국. 여태까지 많은 아세티를 배출했던 발 아세티(bal acety) 가문에서 태어난, 안드레아는 뜻하지 않은 일로 인해 집을 나와 거리로 갈 수 밖에 없었다. 7개의 고대 귀족 가문이 천 년에 한 번 내려오는 신탁에 따라 아트랑의 영광을 위해 황성으로 모이게 되는데...

 
[서장] 클로이 06
작성일 : 17-12-10 21:26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5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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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독한 운명에 안드레아와 본인이 끼어들었다는 것 말이다.

 운명에 대한 믿음은 없었지만, 안드레아가 스무 살이 된 시점에 그랬다는 것은 단순히 우연만은 아닐 것이었다.

 슈미즈가 내린 운명에 그는 기꺼이 뛰어 들 수 있을 만큼의 용기를 가지고 있었다.

 

 안드레아 발 아세티(Andrea bal AceTy)를 처음 만난 것은 아세티가 태어난 후 일주일 뒤였다. 아세티가 태어나던 날 비췄던 해가 초대 국왕의 나무를 비췄다.

 나무에서는 오랜만에 받아보는 강렬한 햇빛과 운명을 감지했고, 그를 선택했다. 그는 영문도 모른 채 일주일 뒤에 자그마한 애기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애기가 바로 자신의 반려, 아세티였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반려를 기다리기 위해 높은 나무에 올라가 있는 상태였다.

 사실 아세티가 길을 잃은듯해서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이대로 놔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왠지 모를 인간미가 느껴진달까.

 

 앞만 보고 또 넘어지는 안드레아를 바라보다가 혀를 찼다.

 아니, 쟤는 왜 나무뿌리를 못 보지? 시력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하고는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결정을 빠르게 번복한다고 해서 이 나라에서 그를 뭐라고 할 사람은 없었다.

 60년의 전쟁을 끝낸 황제는 떳떳하게 나라를 활보할 수 있었다.

 

 그는 아세티에게 참으로 고마워하고 있었다.

 만일 자신에게 태어나지 않고 다음세대에 태어났으면, 굉장히 열 받았을 것 같았다.

 아세티가 없는 황제는 그냥 빈껍데기일 뿐이었다.

 그는 신이 제국을 260여 년간 시험했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과연 축복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신이 평가했다고 생각할 정도로, 지금은 나라가 꽤나 안정적인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충실한 부하들에게 감사했다.

 

 “안녕?”

 

 나무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클로이는 걸음을 멈추고 위를 쳐다봤다.

 누군가 툭 하고 나뭇가지가 부러짐과 동시에 클로이의 눈앞에 나타났다.

 

 “누구지?”

 

 무술도 한 번 배운 적이 없는 클로이는 앞에 나타난 이를 보면서 경계했다.

 얼추 저번에 딜런이 “클로이는 이름처럼 여자 같으니까 조심해야해.”라고 말하며 가르쳐준 대로 태는 났다.

 

 물론 앞에 있는 이는 기본도 없는 경계태세와 길을 잃은 사람을 도와주려는 건데 왜 과민반응을 보이는 클로이를 보면서 재밌어 하고 있었다.

 

 “나? 난 널 도와주러 나무에서 내려온 사자랄까?”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클로이는 안 그래도 짜증이 나는데 오늘은 도와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아서 신경질을 부렸다.

 

 왜 하필 오늘 기척을 느꼈고 아펠(Apel)에서 멀어진 건지, 대니얼은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했던 건지, 어디로 가야하는 건지. 국경의 도시들을 하나하나 나열했다.

 아펠(Apel), 허바(Herba), 나르(Narue), 바이튼(vitten)..

 

 “왜 이렇게 날을 세우고 있는 거지? 그냥 도와주려는 건데,”

 

 클로이는 그냥 다른 쪽으로 돌아 섰다.

 별로 도움을 받고 싶지도, 도움을 구하지도 않았고, 그에게 도움을 청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이렇게 무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적어도 3년간 평화로운 이 나라의 군인이 아니고서야.

 

 “길 잃었잖아?”

 

 한 발 떼려던 걸음이 막혔다.

 클로이의 가까이에 어느 순간 들어온 그에,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났다.

 

 화한 물의 향기가 숲에서 밀려오는 듯 했다. 향내에 취하고 싶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클로이는 난생처음 욕이 밀려나오는 것을 경험했다.

 

 “젠장,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이런.. 너무 딱딱한 소년이네.. 선의는 선의로 받아들여 보는 게 본인의 신상에 이롭지 않을까?”

 “아뇨. 됐습니다.”

 

 클로이는 발걸음을 옮겨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몇 시간을 계속 빙빙 돌기만한 클로이의 다리는 상태가 말이 아니었으나,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르(Narue)로 가야했다.

 

 바람의 도시, 나르에서는 클로이의 머리를 식힐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틀이 지났지만, 숙취 때문인지 몰라도 머리가 꽤나 복잡함을 느꼈다.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을 때, 클로이는 벌써 몇 시간이 지났는지 가늠했다.

 아직도 그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클로이는 그냥 이 사람이 말하는 대로 따라가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여기서 이러고 있다가 맹수라도 나온다면 그것이 더 큰일이었다.

 

 어떻게 탈출했는데, 한 순간에 다시 돌아가는 것은 싫었다.

 물의 신은 죽은 자들을 한 군데에 모아놓고 편히 쉬게 한다고 했다.

 할머니도, 집안사람들도 다 그곳에 있을 것이었다.

 

 클로이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한 고독이 자신을 다시 찾아옴을 느꼈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눈동자가 이렇게 파란 사람을 내가 아는데.”

 

 그냥 남자의 앞에 지쳐 앉아버린 클로이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앞에 있었던 남자는 클로이의 턱을 들어올렸다.

 

 진한 감색(navy blue)의 눈이 클로이의 눈동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클로이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남자는 그런 클로이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기 때 내 앞에서 울던 그 선명한 표정이 떠올랐는데, 왜 겁이 난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건지.

 

 “하긴 니가 그 사람일 리가 없지.”

 

 그는 눈을 감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행동 하나하나에 휘둘리는 자신의 모습을 들키기 싫었던 마음이었다.

 클로이의 턱을 놓아주고는 칼을 옆에 턱 하니 놔두고 쪼그려 앉았다.

 드러난 나무뿌리에 아무렇지 않은 듯 털썩 앉아서 지친 클로이를 빤히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세 달전에, 그러니까 아프릴리스의 달(Aprillis) 쯤 그 집 식구들은 다 죽었는데 말이지.”

 

 클로이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자가 어떻게 그 얘기를 아는 것인지, 슈웨이(shu?)에서 온 군인인 것 같았다.

 군인이라면 자신은 승산이 없었다.

 

 왠지 울고 싶었다.

 길을 잃은 것도, 자신을 아까 부르던 대니얼도 짜증이 났다.

 빨리 이 곳을 떠나고 싶은데 자신의 행운은 여기까지 안 것 같았다.

 하긴 신의 운명을 거스르고 나온 자에게 이 정도까지의 행운이란 굉장했다.

 

 “물론 진짜 아펠(Apel)에서 왔으면 상관없지만.”

 

 클로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앞에 있는 사람에게서 벗어날 수 없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르(Narue)로 가야했다. 그래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번의 자유는 새로운 자유를, 그리고 넘치는 희망을 안드레아에게 주었다.

 

 새 인생을 살 수 있는 클로이라는 이름을 본인이 본인에게 부여할 때의 기분은 어땠었던가, 클로이는 여기서 덫에 걸릴 수 없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쳐 놓은 덫이 클로이를 처음부터 옭아매고 있었다.

 

 앞에 앉은 이는 클로이의 눈에 띄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면서 슬쩍 눈을 가늘게 떴다.

 좀 재미있는 것 같기도 했다.

 겁을 먹어서 부르르 떠는 안드레아의 몰골이 어딘가 애처롭기도 했지만, 그렇게 큰 감정은 아니었다.

 

 안드레아를 놀리고 싶었다.

 나의 아세티가 내 영역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엄청난 짜증을 유발했다. 심지어 여성이 아니라, 남장을 하고 움직였다니, 전 군을 풀어 은밀하게 찾음에도 못찾았던 이유가 있었다.

 은근 똑똑한 것 같았다.

 물론 아세티가 받은 충격의 무게를 잘 알고 있었다.

 물의 힘이 깨어난다는 것은 피의 의식을 의미했다.

 

 “왠지 그렇지가 않다는 말이야. 내 말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일어난 그 사람을 클로이는 따라가고 있었다.

 그래도 길은 알겠지. 본인도 아무 말도 안했으면서 앞에 가는 사람이 아무 말도 안하고 가는 것에 대해 말도 안하고 적막하다고 느낀 클로이는 자기가 언제 이런 기분을 느껴본 적이 있었는지 생각했다.

 

 커다란 저택, 조요함만이 가득한 곳, 밥 먹는 소리조차 크게 느껴져 숨을 죽였고, 잠자는 곳마저 너무나 적막해 무서웠던 그 곳보다는 지금 이 적막이 나은 것인데도, 아펠(Apel)에서의 딜런, 제이크, 로라, 대니얼, 등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웃었던 추억이 가득해서 이런 적막에도 긴장을 하고 있는 자신이 클로이는 신기하기만 했다.

 용기를 내서 한 마디를 던졌다.

 

 “이름이 뭐에요?”

 

 앞서서 걸어가던 사람은 뒤돌아 클로이를 보더니 먼저 물어볼 줄 몰랐다면서 클로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클로이는 낯선 사람이 손을 올리는 것에 대해서 움츠렸지만, 곧 편하게 몸에 힘을 뺐다.

 이상했다.

 전에 만난 적이 있는 것 같이.

 

 “이름이 중요한가? 너는?”

 “중요하죠, 어떻게 불리느냐가 자신을 좌우하니까요.”

 

 클로이는 슬쩍 웃었다.

 어차피 아펠(Apel)의 시내 쪽에서 돈을 바꾸고 동쪽의 나르(Narue)로 갈 때는 클로이에서 다른 이름으로 새로 지어줄 생각이었다.

 지역을 달리 갈 때마다, 이름은 찬란하게 바뀔 것이라, 클로이는 기분 좋은 웃음을 띠웠다.

 

 “난 이름이 없으니, 니가 지어주는 것은 어때?”

 

 남자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뒤에 서 있는 클로이에게 말했다.

 클로이는 이름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거나, 이 군인의 아버지가 3년 전 끝난 60년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것일 수도 있다고 추측 했다.

 이 나라에서는 아버지가 자식의 이름을 지어준다.

 

 안드레아라는 이름은 할머니의 아들, 안드레아의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으로, 용감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비록 용감했던 것은 그 날 단 하루밖에 없었지만, 사실 그 한 번의 용기는 안드레아에게 굉장히 엄청난 일이었다.

 

 클로이는 이 남자를 보고 떠올랐던 느낌을 기억했다.

 산뜻하지만, 무거운 느낌.

 이런 타입은 이미지에서 이름을 떠올리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걸으면서 고민을 하고 있는 클로이를 남자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보폭을 늦췄다.

 

 아펠(Apel)의 시내로 가는 가장 빠른 길목(클로이가 애용하는)이 나왔을 때 쯤, 클로이는 환하게 웃으며 남자에게 고맙다는 듯 오른손을 내밀었다.

 

 “감사해요.”

 “뭐가?”

 “도와주신 거요.”

 

 남자는 클로이의 갑작스러운 웃음, 태도의 변화에 낯선 곳에 있다가 익숙한 곳에 돌아왔을 때의 자신의 강아지, 에피의 표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조금 귀여운 것 같기도 했다.

 호의를 처음부터 가졌기 때문일까.

 

 “아펠(Apel)로 돌아가는 건가?”

 “일단은요.”

 

 길목에 서서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얘기를 했다.

 클로이는 낯선 사람이지만, 배려도 해줄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라고 남자를 인식하고 있었다. 남자는 그 것이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어찌되었든 좋게 인식 되는 것이 남자에게도, 앞에 있는 안드레아에게도 좋았다.

 나중에 필히 만날 운명이니까.

 

 “나도 가는 중이야. 아펠(Apel)에.”

 “왜요?”

 “잃어버린 물건이 거기에 있지. 물론 물건 마음대로 이 곳으로 향했겠지만.”

 

 클로이는 잃어버린 물건을 꼭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아펠(Apel)의 읍내로 가지 않고, 자신이 살던 마을 쪽으로 가는 남자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다음에 봐요! 에우로스!”

 

 에우로스라, 좋은 이름이었다.

 적어도 몇 천 년 전에 무너진 다른 제국의 신의 이름을 찾아 잘 가란 인사를 할 정도면 그의 지식은 보통이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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