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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무제
작가 : 시예랑
작품등록일 : 2017.11.19

가뜩이나 힘든 세상, 오지랖까지 넓어 사람들에게 이리저리 치이며 고생하는 수호. 서로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인 세상, 사람과 깊게 엮이는 것 자체가 질색인 재인. 완전 반대성향인 이 둘의 유쾌한 로맨스.

 
30화 - 병간호(2)
작성일 : 17-12-10 00:41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3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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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창이 몇 개야 이거.."

 

 

 노트북을 확인하자 마자 자신감은 서글플 정도로 줄어들었다. 다행히 영문으로 된 자료들은 아니었지만 (만약 영문이었다면 집에 급한 일이 생겼다며 돌아갔을지도 모른다.) 여러 개의 창에 낯선 단어들이 쓰여진 논문 급의 문서 창이 여러 개나 보였다. 게다가 알 수 없는 그래프까지.. 대충 읽어봐도 뭔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군. 하지만 이런 사실을 별로 티 내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시작하면 되나요?"

 

 "필요한 자료들은 창에 다 열어놓았습니다. 일단 새 문서를 열어주시고요.. 차례에서 보시면 18번 보이십니까?"

 

 "음.. 잠시만요.. HTM의 승수효과.. 이거 말하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쿨럭! 그 18번 내용을 복사해서 새 문서에 붙여주세요."

 

 

 아. 다행이다. ctrl+C랑 ctrl+V.. 친숙한 사용법이 나왔어. 혹시 어려운 걸 시킬까 봐 긴장했던 수호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닌 것에 안심했다. 그나저나 승수효과는 도대체 뭐지? 나비효과는 들어봤어도... 뜻이 궁금하지만 굳이 묻지는 않고 문서작업을 실행해나갔다. 그 이후로도 그래프 찾아 이미지 첨부하고 차례에서 필요한 자료들을 찾아다 붙여 넣었다. 마지막 불러주는 말까지 타자로 쳐서 문서를 완성하자 적어둔 메일로 발송까지 완료했다.

 

 

 "좋아! 완벽했어."

 

 "수고하셨습니다.. 덕분에 빨리 처리되었어요."

 

 "헤헤. 저 좀 비서 같지 않았나요? 아 맞다. 일 끝났으니까 상태 좀 볼게요."

 

 

 체온계가 따로 없어 이마에 손을 올리고 가늠하는 데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대로 이마가 펄펄 끓고 있었다.

 

 

 "어지러워할 때부터 알아봤지만 역시 높네요. 이 정도면 38도는 넘을 것 같은데.. 몸도 못 가누시면서 이런 몸으로 어떻게 병원에 갔다 오신 거예요?"

 

 "쿨럭! 병원 안 갔습니다만.."

 

 "아까 주사 맞았다면서요? 병원 간 거 아니었어요?"

 

 "아침에 주치의가 저희 집으로 왔습니다.. 제가 간 게 아니고.."

 

 

 우와.. 주치의래.. 돈 많은 사람들은 주치의가 따로 있나 보구나. 이런 낯선 빈부격차에 씁쓸해하며 수호는 이마에서 손을 내렸다. 주치의가 왔다 갔는데 자신까지 상태를 확인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또 쓸데없는 오지랖을 부린 거지..

 

 

 "그럼 처방해줄 건 다 해줬겠네요."

 

 "약만 먹으면 됩니다. 근데 아직 밥을 못 먹어서.."

 

 "아. 잘됐네요. 죽 가져왔으니까 그거 먹고 그럼 약을 드시면 되겠네요."

 

 

 거실에 두었던 죽을 다시 가져오는데 그릇은 이미 미지근해져 있는 상태였다. 아픈 사람한테 식은 죽을 먹이긴 뭐하고...

 

 

 "잠깐 저 부엌 좀 빌릴게요. 죽이 많이 식어서요."

 

 ".....네 그러세요."

 

 

 부엌 쪽에서 작게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묘한 안정감을 주는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재인은 이 집에 사람을 허용한 적이 없었다. 잠깐 만났던 연인들도 결코 집으로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고 친구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사람에게 치이는 것 자체가 싫던 재인이라 이곳은 그의 성역과도 같은 존재였다. 물론 그의 어머니인 희라가 막무가내로 출입한 적이 몇 번 있긴 하지만 그 외에는 아랫집 꼬마와 수호가 전부인 셈이었다.

 

 아픈 와중에 급하게 확인하고 보내줘야 할 자료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노트북을 켰는데 머리를 일으키자마자 뇌가 찌릿한 고통과 함께 시야도 흐릿해서 작업이 도통 진행되지 않았었다. 그때 수호가 방문해서 전복죽을 건네주는데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뜻했다. 어제 가족들에게 치인 게 스트레스였나.. 오히려 남일 뿐인 수호가 그런 가족들보다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파서 감수성이 풍부해져 그리 느낀걸 수도 있지만...

 

 그래서 재인은 자신도 의외라 생각할 행동을 취해버렸다. 수호에게 일을 부탁한 것이다. 일 적인 부분에서는 완벽함을 요구하는 재인이 아무리 아프다 해도 수호에게 일을 부탁한 것은 정말 의외였다. 솔직히 회사자료를 남에게 공개하기엔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수호라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재인이 게이라는 것을 알고도 누구 한 명에게도 소문을 퍼트리지 않은 여자. 그 당시 재인에게 악감정이 있을 때인데도 그랬다는 것은 정말 성품적인 면에서 인정할 만한 일이었다. 그리고 수호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도움을 필요로 하면 절대 거절하지도 않는다는 믿음도 있었고.. 그래서 부탁을 하게 된 것이다.

 

 

 -피식

 

 노트북을 보자마자 난감하다는 듯 버벅대던 수호의 표정이 떠올랐다. 딱 봐도 복잡한 화면 속에 어떻게 해야 하나 망설이면서도 차마 거절하지 못하던 모습이 제법 귀엽다고 느껴졌다.

 

 

 "불편하셔도 잠깐 일어나보시겠어요? 죽 드셔야 하니까.."

 

 "...네."

 

 

 일어나자마자 머리에 지끈거리는 통증이 왔다. 수호가 그걸 보고는 옆에 쿠션을 가져다 재인의 등 뒤를 편하게 받히도록 도왔다. 그나마 편해진 얼굴로 수저를 들고 죽을 먹는데 수호가 물 좀 갖다 드리겠다면서 잠시 나가더니 컵과 선반에 놓인 약을 들고 왔다. 그리고 화장실 좀 잠깐 쓰겠다 하더니 찬 물에 수건을 적혀 접어오는데 간호하는 것이 꽤 익숙한 모양새였다.

 

 

 "....병간호 같은 거 많이 해보셨나 봅니다."

 

 "아.. 대학생 때 간병인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제 직업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해봤는데 어쩌다 보니 간병인자격증도 따게 되고.. 그래서 익숙해 보였나 봐요. 하하."

 

 "죽도 맛있네요.."

 

 "맛있다니 다행이네요. 저는 그럼 조카 봐야 해서 이만 내려가보겠습니다. 찬 수건 옆에다 걸어 둘 테니까 누워서 이마에 놓으세요. 열 좀 내려갈 테니까. 축축한 거 싫으시면 옆에 둬도 가습에 좋으니까 뭐.."

 

 "오늘 진짜 신세 많이 지네요."

 

 

 수호는 이웃끼리 이정도 쯤은 별거 아니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방문을 닫고 나가려는 수호를 눈으로 응시하고 있던 재인이 또다시 의외의 발언으로 수호의 걸음을 멈추겠다.

 

 

 "저기요.."

 

 "네? 뭐 더 필요한 거 있어요?"

 

 "……혹시 나랑 친구할래요?"

 

 ".................네...?"

 

 

 그 말 한마디가 수호의 멘탈을 훅 치고 지나갔는지 멍 때리는 표정으로 잠시 말없이 서있었다. 사람이 아프면 외로움도 잘 타고 그러던데.. 그래서 이 남자가 갑자기 친구를 하자고 하는 건가? 생각해보니 김경복도 그렇고 윗집남자도 그렇고 수호 자신을 편하게 여겼던 것 같다. 그래서 자신은 게이들이 친구를 하고 싶은 성격의 소유자인가 고민했었지.. 결국 이렇게 친구를 하자고 손을 내미는구나...

 

 절대 친해질 일이 없을 것 같던 남자가 친구를 하자고 하니 당혹스러운 감정이 앞섰다. 하지만 먼저 오지랖을 부린 것은 자신이니 뭐라고 할 처지는 못되지.. 싫다고 해? 아니면 그냥 친구해버려? 어차피 이곳에서 오래 살 것도 아닌데.. 그러다 문득 파리에서 유학을 했던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게이친구를 사귀게 되었는데 다른 남자들과 달리 센스도 좋고 연애상담도 잘해줘서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고... 정말 그러려나? 생각해보면 첫 이미지 때보다 싸가지도 줄은 것 같고 뭐... 괜찮지 않을까?

 

 

 "그래요. 어차피 이쪽 동네에 아는 친구도 없었는데.. 잘 됐네요."

 

 

 긍정적인 수호의 반응에 재인은 희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 미소를 본 수호는 살짝 경직된 얼굴을 지으며 돌아섰다. 저 남자에게 다정한 웃음이라니... 역시 아파서 헛소리를 한 건가 보다. 아까 열이 높은 걸 보니 충분히 헛소리 할 수도 있지.. 내일 아침에 혹시 친구요청을 취소해달라는 말을 들어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작가의 말
 

 즐거운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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