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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겨울에 피는 봄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2.9

구한말 경성.
기생 지소윤과 일본육군중좌 하세가와 류, 독립군대장 차권혁
셋을 둘러싼 돌풍같았던 사랑이야기

 
4. 얽혀버린 붉은 실 - 3
작성일 : 17-12-09 19:33     조회 : 355     추천 : 0     분량 : 4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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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혼자 남은 서재에서 서류를 들썩이던 류는 전화기를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나, 하세가와다.”

 

 수화기 너머 전화를 받은 사람은 대명권번의 혜란이었다.

 

 “지난주 경무국 형사와 관련된 일로 내가 소윤을 보호하고 있다.”

 

 자신이 뭔데 보호를 하네 마네 하는지 류 스스로 놀란 눈치였다.

 

 “소윤이 돌아오지 않아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내일이라도 당장 보내주시죠.”

 “그것은 소윤이 원한다면, 원치 않는다면 나는 돌려보낼 생각이 없다.”

 

 혜란이 뭐라 더 말을 했지만 류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말은 소윤이 원한다면 돌려보낼 수 있다고 했지만, 실상 그는 소윤을 보내고 싶지 않았다. 이유를 뭐라 설명해야할지는 모르겠지만, 소윤과 같이 있으면 편안했다. 그 평온함을 놓치기 싫었다.

 

 

 

 늦은 밤 퀸에는 여가수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한창 부르는 중이었다. 카운터에 나란히 앉은 성재와 진우는 묵묵히 술잔을 비울 뿐이었다.

 

 “잠입에는 성공했나 보네요.”

 “벌써 니한테도 들렸냐?

 

 진우는 비릿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오늘 아침부터 가관이 아니던데요. 노기훈을 불러서 개 패듯 패고…….”

 

 노기훈을 팼다는 소리에 성재의 눈이 왕방울처럼 커졌다.

 

 “누가 누굴 패?”

 “일본놈이 개 패듯 노기훈을 팼다고요. 무슨 마술을 부렸는지. 지소윤…….”

 

 성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정도 까지 갈 줄이야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듣고 있던 마담이 담배를 피우며 둘을 바라봤다.

 

 “후우……. 왜? 대장이 바라던 거잖아? 보고해야겠네.”

 “아, 마담! 말을 그렇게 해야 합니까?”

 “박성재. 말을 그렇게 안하면 어떻게 하지? 왜? 막상 일이 이렇게 되니까 더럽냐?”

 

 더럽냐는 말에 성재는 부아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 아가리에 털어 넣고 온 것은 자신이었다.

 

 “소윤이 쪽에서 연락을 아직까지 쉽게 보내기가 힘들 거야. 동훈이를 시켜서 연락책을 만들던가 해야지.”

 

 태연하게 할 말 다 하는 마담이 이해가 안 가는지 진우는 연거푸 술이나 들이켰다. 자신의 복수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일은 굴러가고 있었다.

 

 “뭐 총독부에서 들은 건 없고?”

 

 진우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쪽지를 꺼내 마담에게 내밀었다. 마담은 은밀하게 쪽지를 받아 펼쳐보았다.

 

 “아주, 조선에 있는 거면 씨를 말려버릴 작정인거지. 개새끼들.”

 “마담!”

 

 성재가 소리치자 마담은 담배를 거칠게 비벼 끄고 양주를 한잔 입에 털어 넣었다.

 

 “이 말도 안 되는 토지개혁은 뭐래? 광산이고 논밭이고 다 내주란 소리 아냐?”

 “뭘 새삼스럽게 그래요. 전쟁도 이젠 버거울 정도로 물자가 턱없이 딸린다는 소리인 거죠. 이러다 동네 아이들 숟가락마저 반출해갈 기세죠.”

 

 성재는 주먹으로 쾅 내리치며 욕을 뱉었다.

 

 “그게 요즘 총독부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광산, 농지에 대한 것들을 다 일본놈들 아가리에 털어 넣을 거라는 공문도 돌고 있고, 요즘 번역하고 있는 것들이 죄다 그런 내용입니다.”

 “마담, 하루 빨리 소윤이에게 연락책을 심어야겠습니다.”

 

 성재의 말에 마담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윤이 우유 좋아하겠지?”

 “우유요?”

 

 진우의 물음에 마담은 그저 씩 웃었다.

 

 

 

 

 주말 류가 쉬는 날이 되자 아침부터 시끌시끌했다.

 

 “내가 권번에 혜란이에게 말은 했지만, 너만 좋다면 여기 있어도 된다. 굳이 권번으로 돌아갈 생각인가?”

 

 소윤은 류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여기 있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제가 있는 게 무관님께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 괜찮으신가요?”

 “난 내가 아끼는 예인이 지저분한 추문에 휩쓸리는 게 싫다.”

 

 말은 지저분한 추문이라 했지만, 다른 소인배 사내놈들에게 이리 휘둘리는 것들이 싫었고, 거기다 겁탈까지 당할 뻔했다는데 그런 사지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았다. 고작 일개 조선여자에 불과한데 이런 생각을 자신이 하는지 이유를 잘 몰랐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네?”

 “너만 좋으면 있어도 돼. 내가 허락한다.”

 

 류는 모닝커피를 마시며 온화하게 웃었다.

 

 “약속한대로 백화점이나 가지. 준비하고 와.”

 

 소윤은 싱긋 웃으며 방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쇄골 밑 흉터가 선명하게 보였다. 시큰시큰. 흉터가 울었다. 소윤은 흉터자국을 매만지며 입술을 깨물었다.

 

 

 

 먼 만주 땅에서 오늘도 훈련 중인 훈련생을 지켜보던 권혁에게 사내하나가 다가왔다.

 

 “경성에서 온 소식입니다.”

 

 내민 쪽지를 낚아채 서둘러 훑어본 그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더 할 말은?”

 “무사히 각각 임무에 임하고 있다며 특별한 지시사항 있냐고 마담이 물었습니다.”

 

 특별한 지시사항. 소윤은 그냥 빠지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솟구쳤지만 삼켜야 했다. 무슨 염치가 있어 그녀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는가. 권혁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영선이는?”

 “임무 수행에 문제없습니다.”

 

 권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경성에서 그 일본인 변호사가 연설해서 시끄럽다고 들었는데 진짜 분위기는 어때?”

 “제가 올 때 만 해도 시끄러웠습니다. 연설 들은 사람들 죄다 조사하는 분위기였구요.”

 “그 일본인은 누군데 그런 짓을 해? 일본에서 가만히 두지 않을텐데.”

 

 사내는 어색하게 웃었다.

 

 “변호사라는 것밖에 정보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더 알아볼 수 있으면 알아봐. 마담께는 고맙다고 전하고.”

 “네, 대장.”

 

 

 

 

 예쁘게 준비한 소윤과 류는 백화점에 도착했다. 류는 내려 조수석 문을 열어주었다. 친절함의 극치인 에스코트를 받은 소윤은 당황스러워했다.

 

 “감사합니다.”

 “뭘. 조금이나마 답답한 게 줄면 좋겠는데…….”

 

 류는 익숙하게 백화점으로 소윤을 데리고 들어갔다. 1층부터 화려한 실내장식에 눈이 저절로 휘둥그레졌다. 류의 집 인테리어는 울고 갈 정도였다.

 

 소윤의 손을 슬쩍 잡은 류는 당황해서 놀라하는 소윤을 모른 채 하며 위로 올라갔다. 여성복 매장이 진열된 층에 올라오자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야코가 주는 옷만으로는 불편할 것 같아서. 골라봐.”

 “하, 하지만.”

 “부담 갖지 마. 예인에게 후원한다고 생각해주면 편하지 않을까?”

 

 소윤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보니 류는 기분이 좋아졌다. 환하게 웃는 자신에게 놀랬다. 소윤이 웃으면 자신도 좋았다. 한 번도 여성에게 이런 감정을 느껴본 적 없는 류라 머리가 지끈지끈 울렸다.

 

 “어울리는 옷 추천 좀 해줘요.”

 “네, 알겠습니다. 으음……. 이 원피스는 어떠신가요? 파란 꽃무늬가 아가씨랑 잘 어울리실 것 같습니다.”

 

 소윤이 류의 눈치를 보자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입고 나와 봐.”

 

 소윤은 점원이 챙겨준 옷가지를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소윤을 기다리며 류는 이것저것 옷을 고르고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소윤에게 어울릴 법한 옷을 고를 때 소윤이 하얀 바탕에 파란 꽃무늬 원피스를 입고 나왔다.

 

 류는 소윤의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늘 한복 아니면 아야코의 옷을 빌려 입은 모습만 봤을 때하곤 천지차이였다.

 

 “이, 이상해요?”

 “아니야. 예뻐.”

 

 두근두근. 류의 심장이 미친 속도로 뛰는 것 같았다.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으니 천사 같았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그렇게 밖에 생각이 안됐다. 작은 이 여자를 언제부터 자신이 이렇게 신경 썼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은 떨리고 있었다.

 

 “이건 입고 가도록 해.”

 “네?”

 “너무 잘 어울려. 사줄 게.”

 

 멋대로 류는 이것저것 고른 옷과 지금 소윤이 입고 있는 옷 까지 계산해버렸다.

 

 

 

 옷을 사주는 것에서 멈추지 않았다. 쥬얼리 샵으로 직진한 류는 길고 가는 소윤의 목에 어울릴 것 같은 목걸이를 살펴보고 있었다.

 

 소윤은 왜 자신에게 이렇게 까지 신경 쓰는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 나를 좋아하는 것인가? 아니면 조선여자라서 한번 데리고 놀다 싫증나면 버리려는 것인가?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터져 나왔다.

 

 붉은 루비 목걸이를 소윤에게 대볼 때 소윤의 표정이 일그러지는 것을 본 류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기분이 안좋은가?”

 “아, 아니에요. 그냥 좀…… 어지러워서.”

 

 마땅히 될 핑계가 없어 아무렇게 둘러댔는데 류의 표정은 험상궂어졌다. 소윤은 자신의 뻔한 거짓말이 들통난 게 아닌가 싶어 조마조마 했지만 류의 태도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런, 분명 무리를 해서 그런 걸 거야. 이거 얼른 계산해주게.”

 

 류는 루비 목걸이를 계산하기 위해 뭉칫돈을 점원에게 들이밀었다. 점원은 화들짝 놀라 재빠르게 목걸이를 포장하고 잔돈을 주려 하자 됐다하며 서둘러 돌아가려했다.

 

 “그래도 손님, 성함이라도…….”

 “……총독부 하세가와 중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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