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
 1  2  3  4  5  >>
 
작가연재 > 로맨스
겨울에 피는 봄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2.9

구한말 경성.
기생 지소윤과 일본육군중좌 하세가와 류, 독립군대장 차권혁
셋을 둘러싼 돌풍같았던 사랑이야기

 
4. 얽혀버린 붉은 실 - 2
작성일 : 17-12-09 19:32     조회 : 363     추천 : 0     분량 : 447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

 

 

 “……술만 좀 마셨습니다.”

 “진짠가?”

 “연석에서 술 마시면 됐지. 뭘 합니까?”

 

 기훈도 화가나 더는 못참겠는지 소리를 내질렀다. 진우는 상황판단이 드디어 됐는지 비릿하게 웃었다.

 

 “어디 기생이었냐?”

 “어디지. 대…….”

 “대명권번.”

 

 진우가 말하자 기훈과 류, 신타로 마저 진우를 쳐다봤다.

 

 “마, 맞습니다. 대명권…….”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류는 자신을 막는 신타로를 떨쳐내고 노기훈의 팔목을 꺾어 책상에 얼굴을 붙였다.

 

 “언제부터 경무국 산하 형사들의 총독부 소속 기생들 강간, 폭행이 합법화 됐지?”

 

 강간, 폭행이란 단어에 기훈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뒤통수를 무자비하게 누르는 류의 손에 버둥대는 것조차 겨우였다.

 

 “그, 그것은…….”

 “하세가와 무관님. 본보기로 처벌하심이 경무국 기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됩니다! 권번의 소문은 경성에 쉽게 나돌기 때문에 경무국과 나아가 총독부의 위엄에 손상이 갈 거라 판단됩니다.”

 

 위엄 같은 거 이미 쓰레기라 별 신경도 안 썼지만 진우는 노기훈 새끼를 철저하게 매장시키고 싶은 마음에 한 몫 거들었다. 그리고 대명권번 기생은 소윤이로 독사과 작전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류는 기훈에서 손을 떼고 경무국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 이후 노기훈 석 달간 감봉과 경무국에서 제일 힘든 일로 몰아주게!”

 

 기훈이 뭐라 반박하려고 했지만, 신타로가 발로 노기훈을 찼다. 여기서 시끄럽게 노기훈이 반박하는 걸 내버려뒀다간, 자신이 연석 가는 게 들킬까봐 기훈의 입을 막은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파직하라고 하고 싶지만, 지난 다카기 변호사 감시에 일조한 것 같으니 넘어간다.”

 

 아니, 본심은 갈갈이 찢어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조선인 폭행정도로 천황폐하에 충성하는 밀정을 파직하는 건 분위기상 좋지 않았다. 그래서 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명령을 내렸다.

 

 “이유는 묻지 말고 하라면 해!”

 

 거칠게 전화를 끊고 류는 턱짓으로 노기훈을 내보내라고 신타로에게 명령했다. 신타로는 무슨 짐짝 내다 버리듯 기훈을 끌고 가 문 밖에 내려놓고 문을 닫았다.

 

 몇 번을 발길질 당했는지 숨이 여전히 잘 쉬어지질 않았다. 기훈은 싸늘하게 문을 노려보다 총독부에서 나갔다.

 

 

 류는 진정하려고 심호흡을 한번 크게 했다.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은 기분이었다. 류는 진우를 한번 쳐다봤다.

 

 진우는 그저 무덤덤하게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할 일을 할뿐이었다. 류 또한 자리에 앉았다. 서류를 훑어보았지만 도통 집중이 되지 않았다. 혼자 있을 소윤이 생각나 걱정되었다. 습관적으로 만년필을 돌렸다. 그 만년필이 친구 다카기가 준 것이라 류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후우…….”

 

 진우는 슬쩍 류를 바라봤다.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류의 모습이 처음이었다.

 

 

 

 기훈은 서로 돌아가 징계를 먹고, 늦은 저녁 욱하는 마음에 단골 이자카야를 찾았다. 마주앉은 정용이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야야, 새끼야. 적당히 마셔.”

 “놔!”

 

 머리에 열이 뻗쳐 제대로 돌아가질 않았다.

 

 “뭔 일이 터진 건지 이해도 안 돼. 씨발.”

 

 거칠게 술을 털어 넣었다.

 

 “지난주 연석에 있던 기생년 누구야?”

 “유단?”

 

 유단이란 말에 기훈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년 뭐야? 내가 무슨 겁탈을 했다고!”

 

 정용이 놀라 쳐다봤다. 기훈은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이미 징계는 받았고 반박할 입장도 못됐다. 그가 할 수 있는 건 권번으로 쳐들어가 개 패듯 패는 것 정도였다.

 

 “니가 겁탈을 했다고 했냐? 웃기는 년이네. 근데 그게 왜 니가 징계 받을 정돈데? 그것도 총독부까지 불려가서.”

 “그걸 모르겠단 거지! 아니, 그 기생년 보다 더 부아가 치미는 건 거기 있던 조선놈이 떠벌리던 게 열 받아서.”

 

 조선놈이란 말에 정용이 눈을 반짝였다.

 

 “언놈이데?”

 “일본 새끼한테 쳐 맞고 있어서 제대로 보지도 못했어. 젠장.”

 

 독한 사케만이 기훈의 열을 삭혀주고 있었다.

 

 

 

 어두운 밤 돌아온 류는 자신의 집인데도 문을 열기가 쉽지 않았다. 소윤이 기다리는 것이 생소하면서도 내심 두근거렸다.

 

 문을 열고 류가 들어서자 메이드와 소윤이 나왔다.

 

 “다녀오셨어요?”

 “없는 동안 심심하진 않았고?”

 

 불쑥 또 자신도 모르게 상냥한 말이 나오자 류 자신이 당황해 헛기침을 했다.

 

 “잠깐, 서재에 들어가서 책 좀 봤어요.”

 “뭐 읽었는데?”

 “시 조금.”

 

 류는 시라는 말에 온화하게 웃었다.

 

 “저녁은?”

 “아직 안 먹었어요. 무관님 오시면 같이 먹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드시고 오셨나요?”

 “아니, 같이 먹지. 아야코.”

 

 메이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저녁 식사 준비를 하러갔다.

 

 “연석에서 괴롭혔다던 놈은 내가 오늘 징계를 줬다.”

 

 징계란 말에 소윤은 놀랐다. 이렇게까지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그저 류의 집안에 들어갈 빌미만 되어도 좋겠다 정도였다.

 

 “징계라니?”

 “맘 같아선 갈갈이 찢어 죽여 버리고 싶었지만…….”

 

 소윤이 흠칫하며 놀라자 류는 억지로 온화하게 웃었다.

 

 “혼자 있느라 답답하진 않았고?”

 “조금요.”

 “상황을 보고 언제 같이 나가자.”

 

 류는 덤덤하게 말했다. 류 성격상 정확한 정황을 파악하고 싶기도 했지만, 자신의 업무가 경무국 일만이 아니었다.

 

 “저녁식사 준비되었습니다.”

 

 아야코의 말에 류는 소윤과 함께 식탁으로 향했다. 아야코가 차려놓은 밥을 먹으며 류는 소윤을 살폈다.

 

 소윤은 묵묵히 밥을 먹었다. 입맛에 안 맞았지만 먹다보니 먹을 만해졌다.

 

 “입맛에 맞는가?”

 “먹을 만합니다.”

 “그런가.”

 

 류는 국그릇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일본식 식사법에 소윤은 어색했다. 소윤의 불편함을 눈치 챘는지 류는 아야코를 불렀다.

 

 “소윤에게 숟가락 챙겨줘. 앞으로는”

 “네, 도련님.”

 

 아야코는 숟가락 하나를 소윤 앞에 놨다. 생각지도 못한 배려에 소윤의 얼굴이 살짝 환해졌다.

 

 

 

 

 

 식사를 마치고 류는 서재로 들어갔다. 낮에 너무 화가 나 업무를 제대로 마치지 못해 몇 가지 들고 온 것이다.

 

 아야코가 류에게 차를 내가려하자 소윤이 나섰다.

 

 “제가 들고 갈게요.”

 

 아야코의 표정이 굳었다. 뭔데 내 일을 자기가 하려고 하냐? 라는 표정이었다.

 

 “오늘, 일 많이 하셨잖아요. 이 정돈 제가 할게요. 쉬세요.”

 

 쉬라고 배려해주니 야아코는 싫지 않았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소윤은 아야코가 내민 쟁반을 받아 들고 류가 있는 서재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아야코인 줄 알고 류는 그저 서류더미를 보기 바빴다.

 

 “두고 나가.”

 

 소윤이 찻잔을 책상에 내려놓자 평소와 다른 손놀림에 류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

 

 “소윤?”

 “차, 가지고 왔어요.”

 

 소윤은 슬쩍 류의 책상에 올라와 있는 서류를 본다. 철도, 광산에 관련된 문건이었다.

 

 “일 하시는 중이셨나봐요. 이만 가볼게요.”

 

 꾸벅 인사를 하고 돌면서 일부러 찻잔을 건드려 차를 쏟아버렸다.

 

 “아, 어떡해!”

 

 소윤은 놀란 척 비명을 지르며 차에 젖어가는 서류를 잡아채 갖고 있던 손수건으로 차를 닦았다. 그러면서 한 장 한 장 닦으면서 내용을 슬쩍 살폈다. 내용은 조선 철도, 광산의 매매 서류 였다. 말도 안 되는 매매가격에 속이 뒤집혔지만 모르는 척했다.

 

 서류자체는 귀퉁이 살짝 젖고 그것도 한 두장 정도라 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갖고 온건 사본이었다. 원본을 노출할 수는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괜찮아. 원본은 아니니까. 그보다 손, 데지 않았나?”

 

 소윤의 손을 잡아 채 살펴보는 류였다. 이렇게 인격적으로 다정한 사람이었나 싶을 만큼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괘, 괜찮아요.”

 “이런 건 아야코 시키면 돼.”

 “일 하느라 수고하셨는데, 이런 거 정도는 저도 할 수 있어요. 아야코씨도 바쁘잖아요. 저는 할 일 없이 여기서 있으니까…….”

 “……권번으로 돌아가고 싶나?”

 

 류의 눈빛은 새카맣게 물들었다. 조선 기생이 게이샤처럼 쉽게 몸 파는 유녀(遊女)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서 비교적 인식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썩 좋지는 않았다. 일본은 기생들을 게이샤처럼 낮춰 취급하고 그렇게 만들 것이다.

 

 “권번이라기 보단, 노래를 부르고 싶어서요. 아니,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소윤은 거짓말이 어색했다. 하지만, 노래를 부르고 싶은 건 거짓말은 아니었다. 솔직히 총을 잡고 비밀작전 수행하는 것은 소윤에게 맞지 않는 옷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복수를 위해서 묵묵히 할 뿐이었다.

 

 “이번 주말, 같이 나가자.”

 

 류의 말에 소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류가 정해준 방으로 돌아온 소윤은 두근대는 심장에 억지로 진정하려고 심호흡을 했다. 부적처럼 걸고 다니는 십자가목걸이를 쥐었다.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을 망각해서는 절대 안됐다. 하지만, 각오한 것보다 류는 너무 신사적이었다. 바보 같을 만큼…….

 

 “어차피 일본인이야. 준수 오라버니를 처참하게 죽인 그 놈들과 다를 게 없어.”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다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자신이 이상했다.

 

 “하아…….”

 

 서재에서 얼핏 본 철도, 광산의 서류 내용을 억지로 떠올렸다. 조선 팔도가 일본인 손아귀에 떨어진 것을 알지만 수치적으로 보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은, 독립 같은 거 생각해본 적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화가 치미는 건 조선을 사랑하는 조선인인 게 확실했다.

 

 “조선 것을 지키지 않으면 이대로 가다간 다 일본인 손아귀에 모든 것이 떨어지겠어.”

 

 막상 말은 했지만, 불가능했다. 무슨 수로 그 많은 조선의 광산을 토지를 지킨단 말인가. 다시 머리가 아파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4. 얽혀버린 붉은 실 - 3 2017 / 12 / 9 365 0 4038   
20 4. 얽혀버린 붉은 실 - 2 2017 / 12 / 9 364 0 4471   
19 4. 얽혀버린 붉은 실 - 1 2017 / 12 / 9 361 0 5373   
18 3. 졸업 그리고 경성 - 5 2017 / 12 / 9 359 0 4294   
17 3. 졸업 그리고 경성 - 4 2017 / 12 / 9 345 0 5478   
16 3. 졸업 그리고 경성 - 3 2017 / 12 / 9 384 0 4755   
15 3. 졸업 그리고 경성 - 2 2017 / 12 / 9 365 0 4793   
14 3. 졸업 그리고 경성 - 1 2017 / 12 / 9 360 0 4515   
13 2. 만주 군사학교 - 6 2017 / 12 / 9 359 0 5577   
12 2. 만주 군사학교 - 5 2017 / 12 / 9 370 0 4402   
11 2. 만주 군사학교 - 4 2017 / 12 / 9 353 0 5210   
10 2. 만주 군사학교 - 3 2017 / 12 / 9 363 0 5117   
9 2. 만주 군사학교 - 2 2017 / 12 / 9 353 0 5326   
8 2. 만주 군사학교 - 1 2017 / 12 / 9 366 0 5044   
7 1. 조선권번 - 6 2017 / 12 / 9 358 0 5286   
6 1. 조선권번 - 5 2017 / 12 / 9 352 0 4522   
5 1. 조선권번 - 4 (1) 2017 / 12 / 9 418 1 4249   
4 1. 조선권번 - 3 2017 / 12 / 9 363 0 5148   
3 1. 조선권번 - 2 2017 / 12 / 9 338 0 5826   
2 1. 조선권번 - 1 2017 / 12 / 9 373 0 6834   
1 프롤로그 - 암살 2017 / 12 / 9 557 0 66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조선 여류화가
은비랑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