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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겨울에 피는 봄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2.9

구한말 경성.
기생 지소윤과 일본육군중좌 하세가와 류, 독립군대장 차권혁
셋을 둘러싼 돌풍같았던 사랑이야기

 
3. 졸업 그리고 경성 - 5
작성일 : 17-12-09 19:29     조회 : 359     추천 : 0     분량 : 4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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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윤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소윤은 멈추지 않고 노래를 이어나갔다. 소윤의 숨결이 닿을 듯한 거리까지 류가 다가오더니 소윤의 귓가에 속삭였다. 옅은 술냄새가 류에게서 났다.

 

 “너의 목소리가 뜨겁다.”

 

 소윤은 귀까지 빨개지는 듯했다. 숨결이 닿은 귀가 예민하게 굴어 전기가 통하듯 찌릿했다. 호흡이 일순 흐트러져 노래 가사도 씹고 멈춰버렸다.

 

 “너의 모든 것이 내게는 뜨겁다. 너의 본성이 이런 것인가. 나를 유혹해 한 몫 챙기려는 것인가.”

 

 한 몫 챙기려느냐는 질문에 소윤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

 

 “그것이 중요하십니까? 뭐든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미개한 조선여자가 뭘 하든.”

 

 소윤이 류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큭큭, 이런 조선인을 위해 친구는 연설을 한 것인가?”

 

 소윤은 상황판단이 안 되었다. 그렇다고 위축 댈 이유 따위도 없었다.

 

 “무슨 연설인지 모르겠지만, 먼저 예인(藝人)을 업신여기신 건 무관님이십니다.”

 

 류의 눈빛이 변했다. 평소 같다면 예술 하는 자들을 향해 날선 말 같은 건 뱉지 않았다. 군인이란 신분과 다르게 그는 그림과 음악 등 감상하기가 취미일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은 평소가 아니었다.

 

 총독에게 보고하자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잔뜩 듣고 경무국으로 행동방향을 지시 후 화가 폭발해 다카기에겐 연락할 생각도 없이 퇴근해 술을 마셨다. 그리고 술김에 소윤이 생각나 부른 것이다.

 

 “큭큭큭, 총독부에 일하는 조선인이 몇 명인지 알아? 일본인보다 조선인이 더 많아. 청소하는 사람, 일개 말단 직원들. 다 나라를 팔아먹고 있는데, 정작, 자국민은 나라를 팔고 있는데 왜 내 친구는 그들을 위해 소리를 내는 거지?”

 

 소윤은 아무 말 하지 못했다.

 

 

 

 “넌 어느 쪽이지?”

 

 소윤은 눈을 감았다. 자신은 독립 같은 야망 따위 없었다. 그저 준수 오라버니의 복수일 뿐. 그것만이 전부였다.

 

 “저는 어느 쪽도 아닙니다. 오늘만큼은 아파하시는 무관님 쪽입니다.”

 

 류는 소윤을 바라봤다. 소윤은 그런 류를 흔들림 없이 바라봤다.

 

 “미안하다.”

 

 류는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신을 차렸는지 비아냥거리던 말투가 사라졌다. 순간 불타오르던 분노가 터져버려 이젠 텅 빈 것 같았다.

 

 “이만, 돌아 가봐.”

 

 소윤은 차가운 류를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났다.

 

 “털어놓을 상대 없으시면 저 같은 기생에게라도 언제든 털어놓으세요.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소윤은 권번으로 돌아갔다.

 

 

 

 텅 빈 방안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가야금이 류의 시선에 들어왔다. 최악이다. 공과 사를 철저하게 구분하는 그가 아무리 술기운이라지만 흐트러져서 별의별 말을 다 해버렸다.

 

 류는 소파에 앉아 머리를 감쌌다.

 

 “くそ(빌어먹을)!”

 

 

 

 아침 해가 어제일은 아무것도 모르는지 말갛게 솟았다. 총독실에는 싸늘한 표정의 류가 연신 서류를 헤집고 있었다.

 

 “배탈 난 건 괜찮아?”

 

 신타로의 말에 진우는 크게 대답했다.

 

 “하잇, 무관님 덕분에 괜찮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덕은 무슨!”

 

 진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책상에 쌓인 서류들을 검토했다. 내용은 철도, 광산 부지에 대한 것이 대부분이었고 나머지는 총영사관에서 오거나 경무국에서 올라온 것들이었다.

 

 “표시해둔 거 빨리 해서 넘겨.”

 “알겠습니다.”

 

 싸늘한 류의 말에 진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 일인지 얼음장 같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 서류만 보고 있는 하세가와였다. 저딴 놈 여자가 돼서 정보나 캐야하는 소윤 생각에 괜히 화가 치밀었다.

 

 화를 낸들 진우가 딱히 도와줄 수 있는 것도 없었다. 아니, 솔직히 그런 일에 도와주고 싶은 맘이 눈곱만큼도 없었다.

 

 

 

 소윤은 오랜만에 양장을 입고 권번을 나섰다. 유단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배웅했다.

 

 “그 차림으로 어딜 가려구?”

 “한복입고 가기엔 눈에 띄어서요. 조심해야죠.”

 “조심히 다녀와, 근데 정말 어젯밤에 아무 진척도 없었다고?”

 

 유단의 물음에 소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확실히 대책이 필요했다. 그 대책마련에 소윤이 움직이는 거기도 했다.

 

 “네, 없었습니다. 조선여자가 싫은 게 아닐까요? 아니면, 사내구실을 못할지도 모르죠. 그것도 아니면, 제가 별로 취향이 아니라서 그럴까요?”

 

 소윤이 그만 물어보라는 식으로 되받아치자 유단은 고개를 저었다.

 

 “아, 알았어. 조심히 다녀와.”

 “네.”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인력거를 타고 소윤은 혼마치로 향했다. 혼마치 구락부 퀸 앞에 멈춰 선 인력거는 소윤을 내려줬다.

 

 익숙하게 퀸의 문을 두들겼다. 얼마 후 문이 살짝 열렸다.

 

 “아, 소윤이구나. 들어와.”

 

 성재가 문을 열어 소윤이를 안으로 들였다.

 

 “무슨 일이야?”

 

 성재가 묻자 소윤은 씁쓸하게 웃었다.

 

 “이대론 임무 수행에 차질을 빚을 것 같아서 도움을 구하려구요.”

 

 도움이란 말에 카운터 뒤쪽에서 마담이 나왔다. 뒤편에서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는지 얼굴이 살짝 달아올라 있었다.

 

 “무슨 도움? 내가 힘쓸 수 있는 거라면 해보지.”

 

 소윤은 자리에 앉아 마담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제일 큰 문제는 하세가와 집에 제가 들어가지 못한다는 겁니다. 연석으로 매번 불려가서 노래나 부르고 있지, 전혀 저를 자신의 집에서 살게 하지 못하는 거죠. 여자로써 관심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색기가 부족해서 이런 것이다. 라고 입이 찢어져도 말하고 싶지는 않았다. 뭐든 하겠다고 다짐은 했지만, 삼패기생짓거리를 당당히 할 정도는 아니었다.

 

 “미인계가 부족했다고 생각은 안대고?”

 “없잖아 있을 수도 있겠지만, 몇 번 봐왔던 그 사람 성격으로는 공과 사가 철저합니다. 사람에 대한 예의도 기본적으로 있구요.”

 

 듣고 있던 성재가 인상을 구겼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하나 같이 그 새끼가 사람이 좋다고 말하는데, 지소윤. 너가 제일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소윤은 성재를 바라봤다.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소윤이가 뭐 그놈 좋아서 하는 소리겠어? 너무 예의가 발라서 그런 것은 시도조차 안하는 느낌이다. 라는 거잖아?”

 “네, 마담.”

 

 마담은 고민에 빠졌는지 담배를 찾아 입에 물었다. 성냥불을 붙여 한 모금 빨고서 입을 열었다.

 

 “그럼 이쪽에서 작업 좀 해야지.”

 

 작업이란 말에 성재의 눈썹이 움직였다.

 

 “작전명 독사과.”

 

 독사과란 말에 성재의 표정이 굳었다.

 

 “하아, 그건 이쪽 신분 노출 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언놈으로 추릴지는 성재 니가 해. 나는 대장께 보고 한다.”

 “으휴! 젠장. 독사과가 뭔지는 아냐?”

 

 소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니가 핵심 인물이니까 잘 들어.”

 

 성재는 소윤을 마주보고 작전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소윤은 신중한 얼굴로 작전내용을 들었다.

 

 

 

 

 다카기가 조선에 온지 사흘째가 되었을 때 다카기가 연락을 해왔다. 류는 착잡한 마음으로 친구를 초대했다.

 

 “류.”

 

 다카기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일, 일본으로 돌아간다. 어쨌든 니 얼굴 한 번은 봐야할 것 같아서 왔어.”

 “후우……. 내가 총독각하께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알아? 준이치!”

 “미안하지만, 니가 그런다고 내 생각이 바뀌지 않아.”

 

 류는 머리가 지끈지끈 울리는 것 같았다. 속이 답답해 뒤집혔다.

 

 “류, 현실을 보고 세계를 봐! 아니, 아니지. 너랑 내가 어렸을 때 배웠던 그 한학(漢學)에서 어떤 말이 있었는데!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했는데 이게 뭐야? 아시아를 일본이 장악해서 서구 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해? 우성학이 어쩌고 저째? 말이 되는 소리를 지껄여야지!”

 “다카기!”

 

 소리를 버럭 내질렀다. 다카기는 입을 다물었다.

 

 “제발, 그 얘기는 그만할 수 없어? 나는 군인이야. 나라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내 일이야!”

 “언제까지? 언제까지 군국주의가 이어질 것 같은데? 이미 일본은 내부적으로 흔들리고 있어. 돈이 없거든. 무분별한 공채 남발에 경제가 무너질 거야. 그 경제를 일으켜보기 위해 조선을 수탈하겠지. 만주국 수립하고 빗발치듯 항일운동이 이어지고 있어. 조선 식민정책에 머리 써 만주국에 머리 써 그러면서 전쟁도 해야 해. 그런데 경제는 무너져. 미국과의 전쟁에 승산이 있을 것 같아 보여?”

 “그래서 니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나더러 대일본제국을 버리라는 거냐?”

 다카기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부에서 변화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아. 반대로 조선이 일본을 이런 식으로 식민지배하면서 아시아가 서구열강과 대항하지 않으면 안 되니 이 방법밖에 없다고 표면적으로 그런다면 너는 묵묵히 인정할 수 있어?”

 

 류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그런 일은 없다. 군인이 나라에 뭣하러 있다고 생각해!”

 “거봐. 나라를 지키기 위해 반발하고 싸우러들 거잖아. 그것이 왜 조선인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건데? 잘 생각해봐. 그리고 니가 할 일을 찾아.”

 “다카기!”

 “어머니께는 내가 안부 전해드릴게. 난 이만 간다.”

 

 다카기는 뒤도 한번 돌아보지 않고 나가버렸다. 류는 눈을 감아버렸다. 폭풍이었다. 폭풍이 한차례 휩쓸고 간 자리에는 텅 빈 소파만이 있었다.

 

 “나더러 어떡하라는 거냐!”

 

 류는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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