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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겨울에 피는 봄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2.9

구한말 경성.
기생 지소윤과 일본육군중좌 하세가와 류, 독립군대장 차권혁
셋을 둘러싼 돌풍같았던 사랑이야기

 
3. 졸업 그리고 경성 - 3
작성일 : 17-12-09 19:24     조회 : 386     추천 : 0     분량 : 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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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인력거를 타고 대명권번 앞에 내려섰다. 소윤이 돌아오자 유단이 기다렸었는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어떻게 됐어요?”

 “잘 했어요.”

 

 피곤한 얼굴빛에 유단은 더 묻고 싶었지만 물을 수 없었다. 방안으로 들어가 벽에 기댄 채 소윤은 앉았다.

 

 “하아…….”

 

 그날, 그 밤의 기억이 자꾸만 솟구쳤다. 습관적으로 십자가목걸이를 쥐었다. 이제는 꿈에도 나오지 않는 야속한 준수가 미웠다.

 

 “나 잘하고 있는 거겠죠? 오라버니.”

 

 대답 없을 줄 알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허공에 흩어진 소윤의 목소리 끝엔 물기가 서려있었다.

 

 

 

 

 날이 밝았다. 총독실에선 서류를 훑어보는 류가 있었고 통역관으로 일하게 된 진우가 있었다. 어딜 봐도 일본놈과 친일파사이에서 어색하지 않고 신분 위장하고 있는 그로썬 고역이었다.

 

 “다카기 준이치라는 변호사놈이 조선에 온답니다.”

 

 신타로의 말에 류가 고개를 들었다. 다카기 준이치. 류에게 진급 선물로 만년필을 준 친구였다.

 

 “그게 무엇이 문젠가.”

 

 류의 말에 신타로는 서류뭉치를 책상위에 올렸다.

 

 “대일본제국이 조선을 억압하는 것은 잘못 되었다며 연설을 하겠다는 겁니다. 작년 만에도 그저 그런 소송이나 맡고 글이나 쓰던 놈이……. 지금 총독각하부터 신경이 날카로워지셔서.”

 

 신타로는 짜증나는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진우는 다카기 준이치가 누군지 신경 쓰였다. 그런 입바른 소리하는 일본놈이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되질 않았다.

 

 “언제 들어온다지?”

 “다음주중이라고 합니다. 총독부에서 감시할 자들을 뽑아 데려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런가. 알겠다. 내 직접 추리지.”

 “네, 알겠습니다!”

 

 류는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다카기. 그날도 이런 얘기를 하며 언성을 높이다 헤어졌다. 속이 답답했다. 총독부 무관으로 임명받아 총독의 호위를 비롯한 각종 업무에 시달려 제대로 쉬어본 적도 없었다. 최근에 가진 휴일이라곤 소윤의 가야금소리를 듣던 날이었다.

 

 불쑥 소윤의 가야금 소리가 떠올랐다. 류는 업무 중 잡념이 떠오른 자신이 한심해 고개를 흔들었다.

 

 “경무국 소속 명단 좀 가져와.”

 “네, 알겠습니다.”

 

 류의 명령에 벌떡 일어나 서류를 가지러 한 사내가 나갔다. 진우는 방금 사내가 나간 문을 한참 바라보았다.

 

 

 

 얼마 후 사내가 명단을 들고 돌아왔다. 류는 명단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나카무라 무관님.”

 “왜?”

 “정확히 그, 다카기 준이치 변호사는 언제 오신답니까?”

 

 진우의 질문에 류 또한 신타로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다음주 수요일 오후 1시 30분에 경성에 도착 예정이다. 오자마자 바로 연설을 할지 그건 모른다. 아마 그날부터 바로 감시를 붙여야 할 겁니다.”

 

 류는 고개를 끄덕였다. 친구에게 감시를 붙여야 하는 건 유쾌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나라를 위해서 충성하는 것이 군인 된 도리다. 개인적인 감정이나 생각은 사치였다.

 

 

 

 류가 명단을 추려 목록을 적어놓고 잠깐 화장실을 간다고 자리를 비운사이 진우는 사무실을 훑어봤다. 서기는 식곤증을 못이겨 졸고 있고 나카무라 신타로 무관은 담배를 피러 나갔는지 없었다. 즉, 사무실에는 진우 혼자였다.

 

 진우는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 류의 책상 앞으로 갔다. 명단목록을 발견한 그는 자켓 안쪽 주머니에 넣어둔 카메라를 꺼내서 목록 사진을 찍었다.

 

 크기가 손바닥 반절 밖에 안하는 초소형 카메라였다. 후다닥 사진을 찍고 진우는 자켓 안에 카메라를 넣었다. 그때 담배를 피고 돌아왔는지 나카무라가 들어왔다.

 

 

 

 “야야! 쳐 자냐? 쳐 자?”

 “흐어어억! 하, 하잇!”

 

 벌떡 일어나 경례를 하는 서기를 진우는 혀를 찼다.

 

 “하세가와 무관님께서 명단 정리하셨다고 전하라 하셨습니다.”

 

 자연스럽게 명단 목록을 신타로에게 내밀자 그는 별 의심 안하고 받았다.

 

 “그래, 알았다.”

 

 그때 류가 들어왔다.

 

 “제가, 명단 나카무라 무관님께 전해드렸습니다.”

 “그래?”

 

 류는 별 의심 안하고 자리에 앉았다. 진우도 자리로 돌아갔다.

 

 “너는 입에 묻은 침자국이나 닦아.”

 “하, 하잇!”

 

 서기는 턱 주변을 소매로 쓱 문질렀다. 신타로는 고개를 흔들며 명단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총독부 일이 끝나고 진우는 혼마치 거리에 있는 사진관으로 향했다. 쇼윈도의 파란 꽃을 확인하더니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카운터에 있는 연결책 이원준이 인사했다.

 

 “아, 죄송하지만 지금 손님이 계셔서요. 잠시 기다려주셔야겠습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면 사진관 한쪽 의자에 앉았다. 스튜디오에는 손님이 사진을 찍는지 대기하고 있었다. 원준이 익숙하게 셔터를 누르며 찍은 후 손님을 보내고 나서야 진우와 제대로 얘기할 수 있었다.

 

 “이거 현상 좀 해주세요.”

 

 진우가 작은 카메라를 꺼내며 내밀자 원준은 조심스럽게 받았다.

 

 “뭐야?”

 “다음 주 일본인 다카기 변호사? 감시할 사람 명단이라고 합니다.”

 “같은 놈끼리 왜 감시해?”

 “모르겠습니다. 연설한다고 하네요. 일본 제국주의 비판자 같기는 한데…….”

 

 진우는 잘 이해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같은 일본놈이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한다니 전혀 상상되지 않는 일이다. 차라리 고양이가 쥐를 아껴준다는 말이 믿기 쉬웠다.

 

 “알았어, 현상 좀 걸리는데 당장 필요한 거야?”

 “명단 목록이 필요합니다. 사진이라기 보단 명단이죠.”

 “그래? 그럼 되는 대로 퀸에 보낼게.”

 “네, 수고하세요.”

 

 진우는 필름이 없는 사진기를 돌려받고 사진관을 나왔다.

 

 

 

 류는 제일 늦게 총독실 업무를 마치고 총독부를 나왔다. 제일 먼저 출근해 제일 먼저 늦게 퇴근하는 융통성이라곤 없는 인텔리였다.

 

 어둠이 깔린 경성은 인력거가 지나가고 몇몇 차들이 지나다녔다. 듬성듬성 밝혀진 가로등 밑을 걷는 행인들 사이로 류도 걸었다.

 

 처음 느꼈던 가시 돋힌 공기에 적응을 했던 건지 폐부를 찔러대는 바늘은 못 느낀지 오래다. 관저로 가려고 했지만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경성 거리를 한번 둘러보고 싶어졌었다.

 

 그간, 일만 한다고 총독부, 관저, 총독부, 관저만 오가는 일상에 경성이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 모른다는 건 한심해보였다.

 

 인도를 따라 한참 걸으니 다방이 보이고 레코드점이 보였다. 최신 유행가요인지 쇼윈도에는 몇몇 레코드판을 내걸어두고 있었다.

 

 “흠, 뭐라고 읽는 거지?”

 

 조선어로 된 레코드 판에 고개를 갸울이자 옆에 있던 여자가 무심코 답을 했다.

 

 “이은파. 봄거리”

 

 류가 놀라 고개를 돌리자 고운 한복을 입은 소윤이 서있었다.

 

 “너는.”

 “신민요를 좋아해서 사볼까 하던 참이었습니다. 퇴근길이십니까.”

 “그렇다. 이 가수 좋아하는가?”

 

 소윤은 그저 미묘하게 웃어 보일 뿐이었다. 그날 자신의 관저에서 만났을 때는 제대로 웃은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웃는 그녀를 보니 괜히 마음이 따뜻해졌다.

 

 “원하면 하나 사줄 수 있다.”

 “네? 아, 아니요. 감히 어찌 사달라고 할 수가…….”

 

 소윤이 제대로 말도 못 끝냈는데 류는 벌컥 레코드점으로 들어갔다. 놀란 소윤이 따라 들어갔다.

 

 “주인! 여기 앞에 이은파 음반 하나 주시오.”

 “하잇!”

 

 주인장이 음반을 꺼내러 가자 소윤은 당황했다. 이렇게 만나려고 작전을 짠 건 아니었다. 다만, 류가 불러주지 않으면 만날 수 없는 신분이니 머리가 아파서 총독부 근처 가게를 어슬렁거리며 있었을 뿐이었다.

 

 이은파 음반을 찾아 주인이 내밀자 류는 재빠르게 계산을 마치고 음반을 소윤에게 안겨주었다.

 

 “감사합니다.”

 

 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어색한 기류에 류와 소윤은 레코드점을 나왔다. 류가 소윤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데려다 줄 수 있다.”

 “네? 안 그러셔도……. 이렇게 음반까지 사주셨는데.”

 

 류는 소윤이 소중히 끌어안고 있는 음반을 보니 답답해져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답답했다.

 

 “그래도 데려다 줄 테니 사양 말고 타라. 그리고 다음에 또 관저로 부르겠다.”

 “네.”

 

 소윤은 류가 주차해둔 차의 조수석에 올라탔다. 괜히 준수 오라버니가 떠올랐다. 그때도 이렇게 조수석에 탔었는데…….

 

 침울해지는 마음을 억눌렀다. 괜히 어색한 차안의 기류가 감돌았다. 류는 유연하게 차를 몰며 물었다.

 

 “어디로 가면 되지?”

 

 권번이 노출되는 건 굉장히 위험할 수도 있었기에 지혜롭게 답해야했다.

 

 “골목길에 있어서 차가 들어가기가 힘듭니다. 근처로 부탁드릴게요. 저기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시면 되구요. 가면서 알려드릴게요.”

 “그래.”

 

 류는 소윤이 말한 사거리를 향해 차를 몰았다. 그저 늦은 밤 혼자 갈 여자가 걱정 되서 손수 일본인인 자신이 조선인을 데려준다는 건 본인이 생각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식민지배의 문제를 떠나서 류 자체가 여자를 가까이 한 적이 드물었다. 성경험이 없다의 문제가 아니라 진정 사랑하는, 호감 가는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근데 이 조선여자는 류에게는 조금 달랐다.

 

 

 

 

 퀸에 원준이 진우가 현상을 맡긴 사진을 들고 뒷문을 통해 들어왔다.

 

 “마담.”

 “왔는가.”

 

 카운터 뒤편으로 나온 마담이 묻자 원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진우가 현상 맡긴 사진입니다.”

 “뭔데? 내일 진우 오기로 했어.”

 “무슨 일본인 감시자 명단이라고 했습니다.”

 

 마담은 이해가 안 되는지 인상을 구겼다. 봉투를 열어 사진을 훑어보다 익숙한 이름을 보고 더욱 싸늘하게 얼굴이 굳어갔다.

 

 “노기훈이 거론되었으니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니구나. 이걸 그 도련님에게 줘야한다고? 명단 내용은 아는 눈치야?”

 “아니요, 사진 찍기 급급했는지 빨리 명단을 봐야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이거 보면 사단이 나겠네. 더 연락 온건 없고?”

 

 원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가봐.”

 “네, 마담.”

 

 

 마담은 카운터로 돌아와 카운터 밑의 서랍에 사진봉투를 넣고 열쇠로 걸어 잠갔다.

 

 “후우…….”

 

 짧게 한숨을 내쉬고 마담은 하얀 담배를 입에 물었다.

 

 

 

 대명권번 근처 사거리에 류가 몰던 차가 멈췄다.

 

 “여기서 세워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런가. 담에 다시 가야금 들려주면 좋겠군.”

 

 소윤은 류의 차에서 내려 골목길로 들어갔다. 품안에 안긴 음반이 방금 류의 차를 타고 왔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착잡한 마음으로 음반을 들고 권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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