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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겨울에 피는 봄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2.9

구한말 경성.
기생 지소윤과 일본육군중좌 하세가와 류, 독립군대장 차권혁
셋을 둘러싼 돌풍같았던 사랑이야기

 
3. 졸업 그리고 경성 - 2
작성일 : 17-12-09 19:23     조회 : 355     추천 : 0     분량 : 4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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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지나 한 한옥 집 대문 앞에 섰다. 익숙하게 마담은 문을 두들겼다. 그러자 곧 문이 열렸다.

 

 “어, 연락도 없이 오셨네요. 혜란 언니 안에 계세요.”

 “그래.”

 

 마담이 소윤의 손을 잡고 권번 안으로 들어갔다. 익숙한 풍경에 소윤은 친구 유영이 생각났다. 지금도 권번에 있을까. 그간 어떻게 지냈을까.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안채에 들어온 마담과 소윤을 혜란이 반갑게 맞았다.

 

 “그 뒤의 아가씨는 누구에요?”

 “만주에서 왔어. 전에 말했던 그 일로…….”

 “만주? 그러면, 설마!”

 

 혜란이 놀라 묻자 마담이 씁쓸하게 웃었다. 혜란은 소윤을 바라봤다.

 

 “여기가 어디라고 기생교육을 지금부터 시킨대요?”

 “그럴 필요 없어, 원래 기생이었던 아이니까. 조선권번의 일패기생 출신이야.”

 “조선권번?”

 

 경성 최대의 권번인 조선권번 출신이란 소리에 혜란은 입을 다물었다. 기예가 부족하다고 쉽게 말할 수 없었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조선권번. 그곳의 일패기생 출신이라니.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전에 말 한 대로 하세가와에게 접근해야하는데 마련할 수 있겠어?”

 “그걸 유단에게 맡겼는데, 며칠 내로 얼마든지 자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겁니다. 그 후의 일은……. 이 아가씨에게 달려있겠죠.”

 

 혜란은 소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세가와는 경성 관저에 있었다. 오늘은 일이 없는 휴일이었기 때문에 느긋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거실에서 신문을 훑어보던 그는 관저에서 일하는 메이드가 가져다 준 커피를 마셨다.

 

 띠리리링.

 

 거실에 놓인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하세가와 중좌님. 나카무라입니다.”

 “무슨 일이지?”

 “몇 주 전에 몸이 아파 그만둔 통역관을 대신할 사람이 구해져서 연락드립니다. 지금 당장 필요하시면, 관저로 가보라 할까요?”

 

 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입을 열었다.

 

 “하긴, 그간 통역이 없어서 못 본 서류도 밀려있고. 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류는 생각에 잠겼다. 조선농지령 선포로 인해 지금 경성은 시끄러웠다. 여기저기 올라오는 문건이며 하는 것들은 대부분 그런 내용과 총영사관에서 내려오는 공문들이 많았다. 일본어로 된 서류들은 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증거자료나 첨부자료로 올라오는 조선어 문서들은 도통 읽을 수가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선어로 뭐라 써있는지 내용 따위 관심 없이 그냥 서류의 도장 찍고 넘어가기 일쑤였지만, 류의 성격으론 결코 그렇게 넘기고 일처리 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거였다.

 

 다른 통역관들보다 류에게 붙어있는 통역관이 일이 많아서 그런지, 골골 거리다가 몇 주 전에 결국 일을 그만둬버렸다. 덕분에 통과되지 못한 서류가 산더미였다.

 

 “후우……. 24시간 하루 종일 통역관을 붙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머리가 아프군.”

 

 류는 눈을 감았다. 스트레스가 극심할 이럴 땐 좋은 음악이나, 공연을 보면 좋았는데, 여의치 않았다.

 

 

 

 얼마 후 관저로 한 사내가 찾아왔다. 말끔한 슈트를 입은 남자는 류를 보며 싱긋 웃었다.

 

 “하세가와 중좌님 되십니까?”

 “자네가 통역관?”

 “네, 성진우라고 합니다.”

 

 유창한 일본어 실력을 뽐내며 진우가 인사를 하자 류는 흡족한지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지만, 바로 봐줄 서류가 있네. 기다리게.”

 

 류는 서재로 들어가 서류를 챙겨 응접실로 나왔다. 메이드가 타준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던 진우는 류가 내민 서류를 받았다.

 

 “별거 아니고, 첨부자료로 올라온 것들인데 보고서랑 맞는 내용인지 검토만 해주면 되네.”

 “네, 알겠습니다.”

 

 진우는 류가 내민 서류를 훑어보았다. 거의 독립운동 관련한 증거자료나 토지대장 등이다.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크게 문제야 없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일본인 입장에서였지 결코 조선인 입장에서 문제가 없다고는 말 못했다. 하지만, 진우는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었다.

 

 “크게 문제가 없다니? 문제가 전혀 없어야하는 게 아닌가.”

 “……조선인이 좋아할 리 없다는 문제 정도입니다.”

 

 진우는 화가 났다. 이 미친 일본인은 뭐람? 문제가 있다고 하면 바로잡을 생각이라도 있다는 건가? 어이없는 일이고 화나는 일이다.

 

 “그런가.”

 

 류는 서류를 챙겨 서재에 가져다 두었다.

 

 “수고했네, 내일 총독부에서 보지.”

 “……네, 알겠습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진우는 찜찜한 기분으로 관저를 나갔다.

 

 

 

 대명권번은 만주로 떠나기 전 지내던 조선권번을 떠올리기 충분했다. 위장권번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완벽했다. 그건 혜란이라는 기생이 철저하게 준비했다는 것이기도 했다.

 

 “며칠 내로 자리를 마련할 겁니다. 관저로 직접가게 될 확률이 높을 것 같아요. 유단이에게 정가 듣는 걸 좋아한다고 하니……. 일본군인 주제 정말 예술을 좋아한다는 게 사실인지도.”

 

 혜란이 중얼거리는 걸 소윤은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정가를 안 부른지 오래돼 과연 잘 나올지 걱정 되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버들은 실이 되고

 북이 되어 구십(九十) 삼춘(三春)에

 나의 시름 누구서

 녹음방초(綠陰芳草)를 승화시(勝花時)라 하든고

 

 

 느릿느릿 한 음정 한 음정 짚어가며 내뱉는 소리가 애달프게 들렸다. 옆에 있던 혜란이 숨을 멎을 만큼 심금을 울렸다.

 

 소리가 끝나고 길게 한숨을 쉬자 혜란이 박수를 쳤다.

 

 “조선권번 일패기생 실력이 맞네!”

 “소리하고 거리를 두고 살아서 다 잊을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네요.”

 “이정도면 그 일본놈이 홀딱 홀리겠네! 걱정 없어요.”

 

 소윤은 어색하게 웃었다.

 

 

 

 대명권번에서 적응하며 지낸지 며칠이 지나자 드디어 날이 다가왔다. 진우와의 연락은 짧은 쪽지로만 간간이 받아본 게 전부였다. 그것도 혹시 남겨두면 탈이 될까 다 태워버렸다.

 

 “후우……. 이제 시간이네.”

 

 유단이 초조한지 동동거리자 혜란이 차갑게 흘겼다.

 

 소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붉은 양산을 쥐고 방에서 나오자 유단이 손을 꼭잡아주었다.

 

 “잘해요.”

 “네.”

 

 고개를 끄덕이며 소윤은 대명권번을 나섰다. 대기 중이던 인력거를 잡아 하세가와 류의 관저로 향했다.

 

 

 

 관저에 도착한 소윤은 규모에 놀라고, 안에 고급진 가구들에 또 놀랬다.

 

 “이쪽으로 오세요.”

 

 메이드의 안내에 소윤은 따라 들어갔다. 눈이 휘둥그레지는 고급진 가구에 내심 긴장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안에는 류가 앉아 있었다. 차가운 눈빛 날카로운 턱선. 군인이라 다부진 몸이 옷에 가렸지만 느껴졌다.

 

 “유단이 보낸 기생인가?”

 

 날카로운 일본어에 소윤은 일순 긴장했지만 여유롭게 웃었다. 기생이라면 일본어 교육은 기본 누구나 다 받아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

 

 “소윤이라 합니다.”

 “뭐를 잘 하지? 노래? 춤?”

 

 마치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라는 태도에 소윤의 속에서 불이 올라왔다.

 

 

 

 

 “뭐든, 말씀하는 대로 보여드리겠습니다.”

 

 류는 소윤은 바라봤다. 작고 하얀 피부의 여자였다. 하지만 이 자신감이 저 작은 몸에서 나온다는 것에 코웃음을 쳤다.

 

 “그래? 악기는 어떤가? 일이 바빠 경성에서 좋은 공연을 볼 시간이 없어서…….”

 

 말을 흐리며 벽에 세워진 가야금을 턱짓을 가리켰다. 소윤은 가야금을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가야금을 가지러갔다.

 

 

 

 총을 다루고 훈련하느라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고 대명권번에서 부던히도 가야금을 타고 노래를 불렀었다. 실수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었지만 그간 먹고 자며 기예를 닦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가야금을 타기 시작했다.

 

 적막이 감돌던 방안에 소윤이 타는 가야금 소리가 울렸다. 청아한 음색이 슬프기도 힘 있기도 했다. 류는 조용히 눈을 감고 소윤이 타는 곡을 음미했다. 예민한 류의 귀에 거슬리지 않고 마음을 움직이는 음색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류가 천천히 눈을 떴다.

 

 “들을 만 했다.”

 

 소윤이 그저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경성에는 맘에 드는 마땅한 공연장이 없으니, 한동안 필요하면 종종 부르기로 하지.”

 “감사합니다.”

 

 류는 소윤의 얼굴을 바라봤다. 예를 표하면서도 얼굴에 미소하나 없었다. 차가운 눈매가 도드라졌다. 웃지 않는 그녀가 괜히 거슬렸다.

 

 “더 보여줄 것은 없는가?”

 “노래 한곡 하겠습니다.”

 

 소윤은 눈을 감고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영혼을 갉아댈 듯한 음색이 방안을 감돌았다.

 

 

 

 진우는 어느덧 익숙해진 퀸에 안아있었다.

 

 “그 새끼 뭔지 모르겠네.”

 “도련님은 왜 그러신가?”

 

 마담이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물어오자 진우는 인상을 구겼다.

 

 “하세가와라는 새끼. 이상해.”

 “뭐가?”

 “조선인 착취밖에 모르는 일본놈들하고는 조금 다른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구석이란 말에 성재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일본놈이 다르기는 뭐가 달라? 똑바로 일 안해?”

 “아, 일 한다니깐. 이제 교관도 아니면서 엄청 깐깐대네.”

 “뭐? 깐깐대?”

 

 성재가 언성을 높이자 마담이 박수를 쳤다.

 

 “그만그만, 도련님은 예의를 조금 갖추는 법을 배우도록 해. 어떤 점이 다르다고 생각하는 거지?”

 “사람이 예의 바르던데요. 일본인이 조선인 사람 취급해주는 거 어디 본적 있어요? 근데 그 새끼는 좀 다르더라고.”

 “그런 놈이 더 엿 같은 거야. 잘 지켜봐.”

 “네네! 잘 알겠습니다.”

 

 마담의 표정이 어딘가 싸늘해졌다.

 

 

 

 만주에 있는 권혁은 경성에 소윤이 잘 도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한시름 놓인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임무를 수행해야하는 그녀 생각에 다시 답답해져왔다.

 

 “지금 경성은?”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습니다.”

 

 성재와 교대하듯 만주로 온 원호의 보고에 권혁은 짧은 한숨만 내쉬었다.

 

 “밀정들의 활동이 심해져 숨도 맘껏 못 쉬고 다니는 분위기입니다. 이번에 새로 총영사관에서 명단을 보내왔는지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그건 짐작했다. 그것 때문에 자금공급이 원활하지가 않아.”

 

 저번 에들린 호위 임무 때 밀정을 죽인 것이 역풍을 맞아 만주 분위기도 좋지 않았다.

 

 “알았다. 가봐.”

 “네!”

 

 원호는 경례를 하고 교무실을 나갔다.

 

 텅빈 교무실에 홀로 남게 된 권혁은 소윤 생각이 나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부를수록 숨이 턱턱 막혀 들어가는 이름. 지소윤.

 

 “하아……. 보고싶다.”

 

 권혁은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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