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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겨울에 피는 봄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2.9

구한말 경성.
기생 지소윤과 일본육군중좌 하세가와 류, 독립군대장 차권혁
셋을 둘러싼 돌풍같았던 사랑이야기

 
2. 만주 군사학교 - 3
작성일 : 17-12-09 19:13     조회 : 354     추천 : 0     분량 : 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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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소윤이 나가는 걸 권혁이 지켜보고 있었다. 옆자리에 있던 괴물급 사격실력의 진우가 쫓아가자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밥을 먹던 교관이 물어오자 권혁을 고개를 저었다.

 

 “아니, 계속 먹어.”

 “네.”

 

 괜히 신경이 쓰였다. 훈련생중 여자가 지소윤 혼자인 것도 아니었는데 왜 유달리 신경 쓰이는지 몰랐다. 마지못해 국을 떠먹으며 그는 생각에 잠겼다.

 

 아무래도 준수의 여자라 그런 것일 테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뭣 하러 신경을 쓴단 말인가. 준수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그에게 없지 않았다. 그렇다고 죄책감에 짓눌려 한발자국도 나서지 못한다면 독립군 대장 실격이었다.

 

 준수 생각이 나니 입이 까끌했다. 모래알 같은 밥을 억지로 삼켰다. 앞에서 같이 밥을 먹는 교관이 배가 고팠는지 잘도 먹었다. 권혁은 넘어가지도 않는 밥을 반절 푹 떠서 교관의 밥그릇에 덜어줬다.

 

 “더 드시지 않구요?”

 “됐어, 너 많이 먹어. 애들 가르치느라고 고생 많잖아.”

 “큭큭, 감사합니다!”

 

 교관은 고봉처럼 올라온 밥을 신이 나 푹 떠먹었다. 김치를 착착 올려먹으니 꿀맛이었다. 앞에서 개걸스럽게 먹는 교관을 보며 권혁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 내딛는 조선의 경성은 류의 인상을 찌푸리게 했다. 공기에 바늘이 있는 기분이었다. 그는 주저 않고 바로 인력거를 잡아탔다.

 

 “조선 총독부로.”

 “네!”

 

 인력거꾼은 일본말이 익숙한지 바로 총독부로 향해 내달렸다. 인력거 위에 앉아 훑어보는 경성 거리는 류에겐 낯설기만 했다. 가끔씩 보이는 한복을 입은 조선인들이 제일 이질적이었다. 인력거 자리 옆에 둔 묵직한 가방을 괜히 매만졌다.

 

 한참을 인력거꾼이 내달리자 저 멀리 총독부 건물이 둔탁하게 보였다. 따끔한 공기가 폐부를 찌르는 고통에 무뎌졌을 때 인력거가 멈춰 섰다.

 

 “도착했습니다.”

 “얼마지?”

 “오십 전입니다.”

 

 류는 짤랑하는 동전을 인력거꾼에게 내주고는 총독부 안으로 들어갔다.

 

 

 

 낯선 총독부 안에 도착하자 총독실을 찾았다.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전혀 감이 오지 않아,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았다.

 

 “총독실이 어딘가?”

 “누구십니까?”

 

 신원을 묻는 사내의 말에 류는 품에 넣어둔 임명장을 보여줬다. 그러자 남자는 사색이 돼서 류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사내를 따라간 총독실 안에는 류의 아버지와 총독이 있었다.

 

 “하세가와 류, 지금 임명받고 왔습니다!”

 

 거수경례를 하며 바르게 인사하는 그를 총독은 싱글벙글 반겼다. 경레를 하며 받아주자, 류는 손을 내렸다.

 

 “큭큭, 오느라 수고했네. 자네 아비가 어찌나 딱딱하게 구는지……. 아비를 보면 자식을 안다고, 많이 기대하고 있네. 회포는 차차 풀고, 오자마자 일을 시켜서 미안하지만 지금 많이 어수선해. 밖에 안내해줄 친구 있으니까 가보시게. 나는 자네 아버지랑 할 얘기가 있어서…….”

 “네, 알겠습니다!”

 

 절도 있는 동작으로 총독실을 빠져나가자 류를 안내해준 사내가 씩 웃고 있었다.

 

 “새로 오신 무관님이셨다니,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사무실은 어디지?”

 

 사내의 넉살을 깡그리 무시하며 할 말만 했다. 그럼에도 사내는 개의치 않는지 넙죽 안내했다.

 

 

 

 밤이 돼가도 군사학교의 훈련은 이어졌다. 단순 사격술뿐만이 아니라 태권도, 총검술, 구급법 등 배워야할 건 산처럼 쌓여있었다.

 

 교관의 가르침으로 2인 1조씩 짝을 이뤄 격투랍시고 훈련을 하는데 그 모습이 대부분이 어정쩡하기 그지없었다. 단 하나 성진우를 빼고는. 소윤은 힐끔힐끔 진우를 바라봤다. 어디서 무예라도 배웠는지 다른 사람들과는 기본기가 달랐다. 기본이 뭔지 감도 안 오는 소윤이지만, 저런 게 기본이라고 생각했다.

 

 “자, 이렇게 주먹을 뻗습니다!”

 

 소윤은 따라한다고 따라했지만 무슨, 가위바위보 하는 것도 아니고 전혀 각이 살지 않았다. 그래도 노력에 이기는 장사 없다고 꿋꿋이 하는 수밖에 없었다.

 

 

 

 교무실을 나와 훈련장을 살펴보던 권혁은 어설프기 짝이 없는 소윤의 모습에 눈이 갔다. 낮에 사격술은 그나마 나았다면, 이건 뭐 아기들 걸음마수준이었다. 괜히 머리가 지끈지끈 울리는 것 같았다.

 

 “저 친구 역시 남다릅니다. 아무래도 형이…….”

 “그게 무슨 상관이야!”

 

 권혁이 차갑게 소리치자 교관은 입을 다물었다. 교관이 말한 게 성진우라는 걸 모를 권혁이 아니었다. 훈련생 전체 중에 도드라졌다.

 

 “실력이 좋으면 뭘 해. 생각이 글러먹었는데…….”

 

 그때였다. 허공에 발길질 해대던 소윤이 중심이 흔들렸는지 바닥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그걸 보고 있자니 권혁의 속이 뒤집혔다. 솔직히 말해서, 유달리 소윤이 못하는 건 아니었다. 남들과 비슷비슷했는데도 불편했다.

 

 심사가 뒤틀릴 대로 뒤틀려진 권혁은 한숨을 쉬었다. 손바닥이 흙바닥에 쓸렸는지 손을 안절부절 못하는 게 보였다.

 

 “애들 좀 똑바로 가르치라고 해! 저래서 무슨 독립이야. 장난해? 어? 다들 저 성진우새끼 처럼 만들어! 젠장!”

 “네! 알겠습니다!”

 

 권혁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지르며 교무실로 돌아갔다. 진우는 특이사항 중에 적혀있듯, 무예를 배운 사람이다. 그런 사람과 권번에 틀어박혀 정가나 부르던 여자를 비교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었는데도, 왜 자신이 이렇게 화가 나는지 몰랐다.

 

 

 

 교무실 책상 앞에 앉은 권혁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소윤만 생각하면 가슴 언저리가 턱 막혔다. 체한 듯 응어리진 무언가가 숨을 막았다.

 

 “젠장.”

 

 책상은 두 주먹으로 연거푸 내리치고 내리치더니 겨우 진정했다. 그날, 그 밤. 퀸에 찾아온 그때 이후로 권혁의 모든 게 꼬여버렸다. 준수가 가고 커다란 무언가를 가슴에 심어두고 간 게 틀림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하루하루 불안과 짜증에 사무칠 수 없었다.

 

 권혁은 책상 서랍을 열어 작은 연고 통을 꺼냈다. 소윤이 생각났다. 무시하기엔 손톱거스러미 같은 것이 마음에 일어난 지 오래였다. 확 뽑아내려 잡아뗐다간 엄청난 고통과 함께 피를 볼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무시하기엔 계속 신경 쓰였다.

 

 연고 통을 챙겨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니 그나마 마음이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것도 근본적인 처방은 아니었다. 거스러미는 잠시 누웠을 뿐. 언젠가 또 번쩍 일어날 것이다.

 

 “지소윤. 하아…….”

 

 권혁은 두 손을 맞잡고 기도하듯 머리를 숙였다.

 

 

 

 어느덧 짙은 어둠이 내렸다. 훈련도 끝나 훈련장에는 쥐새끼도 보이지 않았다. 하늘에 걸린 달만이 위로해주었다.

 

 소윤은 달을 올려다보았다. 저 무심한 달은 먼 조선 땅에도 똑같이 있을까?

 

 “시간이 남아서 하늘 볼 여유도 있나보지?”

 

 날카로운 목소리에 소윤은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권혁이 있었다. 소윤은 차렷자세를 하며 그를 맞이했다.

 

 “아닙니다!”

 “아니긴, 아, 아니지. 무능한 독립군 대장 따위 우스우시려나.”

 “아닙니다!”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흘러갔다. 작은 머리로 아무리 추측해본들 왜 왔는지 감이 없었다.

 

 “아까 훈련하는 거 봤는데 가관이더군.”

 

 질책하러 왔다는 것을 파악하자 소윤의 심사가 뒤틀렸다. 하지만, 내색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무슨 복수? 이만 돌아가지?”

 “아닙니다!”

 “아니기는, 여기서 없는 돈에 너 먹이느라 쌀 축내지 말고 가.”

 “아닙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소윤은 오기가 생겼다. 반드시 눈앞에 있는 남자가 인정하게 만들어주겠다. 작은 주먹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줬다.

 

 “열심히? 누구는 열심히 안하나? 열심히 안 해서 일본놈들에게 고문 받다 죽었어? 어? 죽을 각오로 해도 모자라! 그런데, 고작 복수?”

 “…….”

 

 소윤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훈련을 받고 있지만, 독립이란 거대한 그림 같은 거 생각해보지도 않았다. 그저, 할 수만 있다면 모든 일본인을 죽이고 싶었다. 그것뿐이었다.

 

 권혁은 답답했다. 이러려고 말을 꺼낸 것이 아닌데, 지소윤 앞에 서면 본심이 나오질 않았다.

 

 “젠장! 후우…….”

 

 부쩍 한숨 쉬는 빈도가 늘었다. 그것도 눈앞에 서있는 지소윤을 만나고 나서부터였다. 분명, 준수를 지키지 못했단 죄책감 때문에 이러는 것일 거다.

 

 “……나에게도 준수는 둘도 없는 친구다.”

 

 한숨 쉬듯 말했다. 그러자 조금 마음이 편해졌다. 눈앞에 소윤을 바라봤다. 온몸이 흙먼지를 뒤집어썼다. 처음 만났을 때 보았던 화사한 여인은 없었다. 짙은 어둠이 먹은 눈과 악과 깡이 둘러싼 여인이었다.

 

 분명, 소윤 나름대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거다. 솔직히, 사흘정도만 지나면 우는 소리하며 나가떨어질 줄 알았다. 하지만 만주로 온지 보름이 되는데 지금까지 잘 버티는 것을 보면, 인정해야했다.

 

 “미안……. 이건, 어디까지나 준수의 친구로서 하는 말이다.”

 “…….”

 

 소윤은 그저 권혁을 바라봤다. 무슨 뜻인지 안다. 어디까지나 친구의 입장이라서 미안하다고 한 것일 뿐. 결코 독립군으로써 한 말이 아니었다.

 

 “무능력한 친구군요.”

 “지소윤.”

 “어디까지나 이건, 준수 오라버니의 여자로 말하는 겁니다.”

 

 똑같이 되돌려주자 권혁은 크게 웃었다. 차라리 이렇게 또 한 번 독설이 듣고 나니 맘이 후련해졌다.

 

 “자, 이거 받아.”

 

 권혁이 내민 건 작은 연고 통이었다. 소윤은 선뜻 받지 못했다.

 

 “여기가 뭐 맨날 구르고 뛰고 그렇지. 찰과상도 많을 텐데……. 크흠, 받아!”

 

 소윤이 받지 않자 권혁은 소윤의 손에 억지로 쥐어줬다. 그러자 더욱 소윤은 인상을 구겼다.

 

 “왜 저만 주시는 겁니까?”

 “……준수 친구로서 주는 거다. 사과의 표시다. 그리고 제법 훈련을 잘 버티니까 상관으로써 칭찬하는 거고.”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소윤은 권혁이 준 것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만, 밤공기 쐬고 들어가. 훈련생이 이 시간에 어슬렁거리고 있어!”

 “네, 알겠습니다!”

 

 소윤은 절도 있게 경례를 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그녀가 시야에 더는 보이질 않자 마음이 더 복잡해졌다. 밤바람이 언제부터 차가웠는지 마음속으로 숭숭 들어왔다 나갔다.

 

 “하아, 젠장! 김준수! 너는 도대체 나에게 뭘 남기고 간 거냐!”

 

 텅 빈 훈련장에 은빛 달만이 그를 감싸 안았다.

 

 

 

 숙소로 돌아온 소윤은 침상에 걸터앉았다. 영선을 벌써 잠에 들었는지 꿈쩍도 안했다. 손에 쥔 연고 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정말, 미안해서 줬는지 믿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 밖에 못하냐며 질책하는 것으로 들렸다.

 

 소윤은 벌떡 일어나 군복을 벗었다. 창가에 들어오는 어슴푸레한 달빛에 이젠 아문 화상자국이 보였다. 짙은 흉터자국은 묘하게 물망초꽃 모양으로 보였다. 흉터자국을 매만지던 소윤은 이를 악물었다.

 

 연고 통을 무심히 책상 한켠에 올려두고 침상에 몸을 누였다. 목에 건 십자가목걸이를 쥐었다. 이미 그녀에게 부적으로 전락한지 오래였다.

 

 “오라버니…….”

 

 조심히 불러본 소윤은 눈을 감았다. 감긴 눈 밑으로 얇은 눈물 한줄기가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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