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
 1  2  3  4  5  >>
 
작가연재 > 로맨스
겨울에 피는 봄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2.9

구한말 경성.
기생 지소윤과 일본육군중좌 하세가와 류, 독립군대장 차권혁
셋을 둘러싼 돌풍같았던 사랑이야기

 
2. 만주 군사학교 - 1
작성일 : 17-12-09 19:11     조회 : 368     추천 : 0     분량 : 504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 만주 군사학교

 

 

 

 1.

 

 

 새벽의 경성역에는 생각 외로 사람이 없었다. 아무래도 준수가 잡혀가면서 경성역 이용자가 조금 줄어든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곧, 첫차 시각이다.”

 

 권혁의 말에 다들 열차표를 확인했다. 처음으로 열차를 타는 소윤은 조금 긴장되었다.

 

 “말이 급행이지 며칠을 열차에서 지내야하니까. 각오해.”

 “네.”

 

 절대 배려해서 해준 것 같은 말투가 아니었다. 눈빛은 시린 칼날 같았고 그 시선조차 소윤을 향해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주눅 들거나 움츠러들 소윤도 아니었다. 멀리서 기적소리 요란하게 들리며 열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역무원은 열차표를 확인하고 승객들을 탑승시켰다. 소윤도 열차표를 확인받고 열차에 몸을 실었다. 처음 올라탄 열차 안은 생소했다. 창가에 앉은 소윤은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에 시선을 박았다.

 

 맞은편에 앉은 권혁 또한 창가에 시선을 고정했다. 승객들이 마저 다 올라타자 열차는 다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느긋한 오후, 도쿄의 어느 저택에선 두 사내가 마주 앉았다. 커피 잔을 들어 향을 음미하던 사내는 시선을 자기 앞에 앉은 친구에게 옮겼다.

 

 “자네는, 요즘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건가?”

 “내가 왜? 자네야 말로……. 현실을 좀 보지?”

 “큭큭, 천황폐하에게 충성하는 것 말고 무엇을 보란 거냐? 다카기.”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하세가와 류는 싸늘하게 친구 다카기 준이치를 바라봤다.

 

 “후우……. 그래 너는 군인이지, 하지만 그 전엔 일본인이 아니야? 이 나라가 너는 제대로 굴러간다고 생각하는 거야? 공채발행 남발하더니 물가 폭등하는 이 현상이 보이질 않아? 도대체 누굴 위한 전쟁이라고 생각해!”

 “그만, 더는 말하지 마. 더 입 열면 친구라서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다카기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눈을 떠라! 만주사변을 일으키고 만주국 수립선포하고 결국 얻은 게 뭐야? 이대로 가다간 일본은!”

 “그만! 나는 군인이다. 그런 정치적인 판단은 내 몫이 아니야.”

 “어련하시겠어. 친구라서 나도 말하는 거야! 언제까지 군국주의가 버틸 것 같지? 현실을 보고 세계를 봐! 젠장, 이러려고 널 보러온 게 아닌데!”

 

 테이블을 거칠게 주먹으로 내리쳤다. 커피 잔이 충격에 흔들리며 소리를 냈다.

 

 “다카기 너야말로, 뭐하고 다니는 거냐. 널 총독부에서 주시한지 하루 이틀이 아니다. 아버지 통해서 듣는 거지만, 천황폐하의 뜻에 반하다니.”

 “……조선에서 행하는 짓들이 인간이 인간에게 해도 되는 일들이라고 생각해? 너와 내가 어렸을 때 배웠던 학문은 다 뭐란 말이야. 하아, 군인에게 항명하라고 할 수는 없지. 하지만, 이 나라의 방향성이 글러먹었어. 아무 생각도 의지도 없이 하란대로 사는 건 적어도, 내가 아는 하세가와 류는 아니었다.”

 

 다카기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안, 이만 가야겠다. 후우……. 늦었지만, 중좌 진급 축하한다.”

 

 그는 작은 선물상자를 테이블위에 올려놓고 발걸음을 돌렸다.

 

 “다카기!”

 “나는, 니가 세계를 봤으면 한다. 군인으로 너무 오래 살더니 내가 알던 하세가와 류는 없어진 것 같다.”

 

 다카기는 망설임 없이 류의 집을 나가버렸다. 덩그러니 홀로 남은 류는 놓고 간 선물상자를 열어보았다. 고급 금장이 둘러진 만년필이 들어 있었다.

 

 

 

 며칠을 달려온 열차는 만주에 도착했다. 만주에는 수많은 군사학교가 일본의 눈을 피해 세워져 있었다. 그중 하나가 권혁이 소속된 곳이었다. 냉랭한 콘크리트 벽과 철조망 그리고 지금도 훈련받는 사람들의 목소리. 모든 것이 낯설었다.

 

 “지소윤, 너는 날 따라온다.”

 “네.”

 

 분홍 한복을 입은 조선여인이 전혀 어울릴 법 하지 않은 군사학교에 처음 발을 내딛은 순간이었다.

 

 

 

 권혁을 따라가 소윤은 그의 말만 기다렸다. 의자에 앉길 권한 권혁은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낡은 만년필을 종이 위에 올리며 말을 꺼냈다.

 

 “서명해. 군사학교 입학 동의서다.”

 

 몇 가지 항목들이 쭉 적혀있었다. 소윤은 훑어 내려가더니 거침없이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망설임 없는 소윤을 보던 그는 만년필을 회수했다. 어색한 침묵이 감돌 때 누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손에 가득 군복과 군장 등을 가지고 온 남자는 책상 위에 올려두고 나갔다.

 

 “환복하고 이 앞 훈련장으로 나온다.”

 “네.”

 

 소윤을 뒤로한 채 권혁은 나가버렸다. ‘쾅’하니 굳게 닫힌 문은 미동도 없었다. 덩그러니 홀로 남은 소윤은 조심히 저고리 고름을 풀었다. 하나 둘 옷가지가 벗겨져 나갔다. 여전히 쇄골 밑의 화상자국은 아물지 않았지만, 처음보다는 많이 붓기가 가라앉아있었다.

 

 “큭큭.”

 

 소윤은 낮게 웃으며 군복을 갖춰 입기 시작했다. 처음 입는 옷이라 낯설고 어색했지만 영 못입을 것도 아니었다. 새카만 긴 머리를 하나로 묶고 깔끔하게 틀어 올린 채 문을 열었다. 햇살이 소윤의 눈을 헤집었다.

 

 

 

 훈련장에는 처음 보는 남자가 앞에 서있었다. 그리고 소윤처럼 이제 막 온 듯 어리버리한 사람들로 가득했었다.

 

 “모두, 주목! 이 훈련장에 모인 여러분은 우리조국, 조선의 자유 독립을 위해 자원하여 이곳에 있다. 비록, 먼 만주 땅에서 훈련을 하지만 무사히 훈련을 마치고 졸업하면 조선으로 돌아가 모두 조선의 독립을 위해 임무를 수행할 독립군으로 거듭날 것이다. 모두, 교관의 가르침에 충실히 따르면 누구나 훌륭한 독립군으로 성장할 수 있다. 처음으로 배울…….”

 “그닥, 독립운동하려고 온 게 아닌데요?”

 

 젊은 남자가 머리를 긁적이며 해맑게 말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소윤마저 어이가 없어서 남자를 노려봤다.

 

 “지금, 본 교관에게 장난치는 겁니까?”

 “아닙니다. 하지만, 군사학교에 온 이유는 독립운동보다 개인적인 사윤데요?”

 “훈련생은 앞으로 나옵니다.”

 “왜요?”

 “앞으로 나옵니다!”

 

 서슬 퍼런 말에 남자는 쭈뼛거리며 마지못해 나갔다. 앞에 나오자마자 교관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내의 복부를 발로 찼다. 그러자 신음소리를 내며 바닥에 굴렀다.

 

 “일어납니다!”

 “크흑…….”

 “지금, 훈련이 장난 같습니까? 당장, 엎드립니다!”

 

 남자는 교관을 흘깃거리며 툴툴댔다. 그러자 교관은 한 번 더 발길질을 해댔다.

 

 “아아! 좀, 알겠어요. 엎드립니다. 엎드리면 되죠?”

 

 마지못해 남자는 바닥에 엎드렸다. 우둘투둘한 자갈이며 돌들이 여기저기 콕콕 눌리는 게 무척 힘들었다.

 

 “그만하라 할 때 까지 계속 엎드려 있습니다!”

 “……네.”

 

 남자는 도끼눈을 뜨고 교관을 바라봤지만 이미 멀찌감치 떨어져서 다른 훈련생들을 교육하기 바빴다. 남자는 체념했는지 얼굴을 바닥에 대고 먼 산만 바라봤다.

 

 

 

 군사학교 한켠에 있는 교무실에서 권혁이 서류를 보고 있었다. 새로 들어온 입학생 명단이었다.

 

 “흐음…….”

 

 턱을 매만지던 그는 한 곳에 시선이 머물렀다.

 

 성진우. 24세.

 

 쭉 훑어나가던 권혁은 특이사항이라는 글자에 멈췄다. 내용을 살피던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이놈도 저놈도……. 젠장!”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텅 빈 교무실에 커다란 마찰음이 울렸다. 서릿발 내린 듯 그의 눈엔 한기가 잔뜩 서려있었다.

 

 

 

 교관은 소총을 들고 훈련생들 앞에서 소총의 구조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소윤은 낯선 소총에 괜히 몸이 움츠러들었다.

 

 “일본이 만든 38식 소총이다. 일본육군의 대표적인 소총 중에 하나다. 길이는 96센치, 무게는 2키로 정도 된다. 여기 보면 손잡이가 달린 노리쇠가 있고…….”

 

 막힘없이 설명을 교관이 이어갔지만 다들 표정은 심각하기만 했다. 전혀 알 수 없는 단어들을 쏟아 부으며 설명을 하니 소윤은 머리가 어지러웠다.

 

 “……여기 몸통 위로 탄창을 꽂는다. 훈련생 여러분, 잘 알아들었습니까?”

 “네!”

 

 대답은 우렁찬 훈련생들이 만족스러운지 교관은 엎드려서 얼차려를 받는 성진우를 바라봤다. 소총을 내려놓고 진우를 향해 걸어갔다.

 

 “그만, 일어납니다!”

 

 진우는 뾰루퉁한 얼굴로 일어났다. 군복에는 흙먼지가 잔뜩 묻어있었다.

 

 “다시는 교관에게 말대꾸하지 않습니다!”

 “네.”

 “위치로 돌아갑니다!”

 “네!”

 

 괜히 소리 높여서 대답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소윤은 괜히 진우가 처음 봤을 때부터 신경 쓰여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독립군을 하겠다고 왔는지 짐작도 되질 않았다.

 

 

 

 교관은 자리로 돌아와 진우를 한번 흘겨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군사에게 총은 생명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소총 관리를 알려주겠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소총을 닦는 법을 설명하며 보여줬다. 소윤은 하나라도 놓칠까봐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데 앞줄에 있는 진우는 건성건성이었다. 교관은 그런 진우는 눈에 안 들어오는지 설명하기 바빴다. 긴 꼬챙이 같은 걸 들고서 총신을 이렇게 닦는 거라며 열성을 다해 설명해주고 있었다.

 

 “자, 지금까지 본 것을 이제 여러분이 해야 한다. 각자 소총을 지급할 것이니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을 갈 때도, 잘 때도 몸에서 단 한순간도 떼어놓아선 안 된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 실탄은 지급하지 않는다!”

 “네!”

 “앞에서부터 한 명씩 차례로 나오도록 한다.”

 

 교관은 제일 앞줄 왼쪽에 있는 사람을 지목했다. 교관 뒤에 있던 부교관이 한사람씩 각기 소총을 지급해주었다. 소윤은 자기 차례를 기다렸다. 사람이 줄어들수록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윽고 소윤의 차례가 되었다. 묵직한 소총을 주자 소윤은 두 손으로 받았다. 생각 외로 훨씬 무거웠다. 달린 멜빵끈을 오른쪽 어깨에 메고 걸었다. 지금이야 다닐만했지만 잘 때도 같이 잘 생각을 하니 진절머리 날 무게였다.

 

 “후우…….”

 

 모두 소총을 받자 기다렸다는 듯 교관은 다른 훈련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훈련은 아직 첫발도 내딛지 않았다.

 

 

 

 

 

 

 교무실로 들어온 다른 교관이 권혁을 보았다.

 

 “뭘 그렇게 보고 계십니까?”

 “후우……. 얘는 왜 받아준 거야?”

 “……그건.”

 

 말을 흐리는 교관을 차갑게 쳐다봤다. 쉽게 말하지 못한다는 건 윗선이 연결돼 있다는 뜻이었다.

 

 “하나같이 독립군 자원하는 이유가 복수라니! 독립이 우스워? 젠장.”

 

 권혁이 내민 종이엔 성진우라는 이름이 선명히 적혀있었다. 교관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저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경성에서 노기훈이 붙었다. 그래서…… 자금책을 잃었고. 총영사관 쪽 움직임은?”

 “아직까진 조용합니다.”

 “그래. 알았어. 가봐.”

 “네!”

 

 준수를 생각할수록 심장 한구석이 먹먹해졌다.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못하고 떠나 보내야했다. 순간 퀸에서 무능력한 독립군 대장이라고 소리친 소윤이 떠올랐다.

 

 “큭큭, 무능력하지. 친구하나 살리지도 못하는 놈인데…….”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4. 얽혀버린 붉은 실 - 3 2017 / 12 / 9 367 0 4038   
20 4. 얽혀버린 붉은 실 - 2 2017 / 12 / 9 366 0 4471   
19 4. 얽혀버린 붉은 실 - 1 2017 / 12 / 9 363 0 5373   
18 3. 졸업 그리고 경성 - 5 2017 / 12 / 9 362 0 4294   
17 3. 졸업 그리고 경성 - 4 2017 / 12 / 9 348 0 5478   
16 3. 졸업 그리고 경성 - 3 2017 / 12 / 9 386 0 4755   
15 3. 졸업 그리고 경성 - 2 2017 / 12 / 9 366 0 4793   
14 3. 졸업 그리고 경성 - 1 2017 / 12 / 9 362 0 4515   
13 2. 만주 군사학교 - 6 2017 / 12 / 9 361 0 5577   
12 2. 만주 군사학교 - 5 2017 / 12 / 9 372 0 4402   
11 2. 만주 군사학교 - 4 2017 / 12 / 9 356 0 5210   
10 2. 만주 군사학교 - 3 2017 / 12 / 9 366 0 5117   
9 2. 만주 군사학교 - 2 2017 / 12 / 9 355 0 5326   
8 2. 만주 군사학교 - 1 2017 / 12 / 9 369 0 5044   
7 1. 조선권번 - 6 2017 / 12 / 9 361 0 5286   
6 1. 조선권번 - 5 2017 / 12 / 9 354 0 4522   
5 1. 조선권번 - 4 (1) 2017 / 12 / 9 421 1 4249   
4 1. 조선권번 - 3 2017 / 12 / 9 364 0 5148   
3 1. 조선권번 - 2 2017 / 12 / 9 340 0 5826   
2 1. 조선권번 - 1 2017 / 12 / 9 376 0 6834   
1 프롤로그 - 암살 2017 / 12 / 9 560 0 66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조선 여류화가
은비랑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