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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겨울에 피는 봄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2.9

구한말 경성.
기생 지소윤과 일본육군중좌 하세가와 류, 독립군대장 차권혁
셋을 둘러싼 돌풍같았던 사랑이야기

 
1. 조선권번 - 5
작성일 : 17-12-09 19:08     조회 : 354     추천 : 0     분량 : 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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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비릿한 피냄새와 땀냄새가 지독하게 풍겼다. 기훈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그만!”

 

 피에 쩔은 준수를 보며 그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독립운동이고 나발이고 하는 거야? 당신이 어떻게 여기 끌려온 것 같애? 서점 주인양반이 줄줄 불었어. 손가락 두어개 병신 되더니. 너라고 뭐 다를 줄 알아? 그 많은 자금 어디서 나는 거야? 출처를 대!”

 “……큭큭큭.”

 “이 쥐새끼가!”

 

 기훈은 준수의 뺨을 거칠게 내리쳤다. 팩하니 고개가 꺾였다. 입에서 피가 튀어나왔다.

 

 “큭큭큭. 내 손가락도 두어개 병신 만들어보지? 그러면 줄줄 불지 어떻게 알아? 노기훈. 당신이 변절한 걸 뭐라 할 생각은 내게 없지만, 이거 하나 똑똑히 기억해. 모든 사람이 당신처럼 쉽게 변절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

 “김준수, 이 쥐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못하는 말이 없어! 이 씨발놈아! 너같은 놈은 더 처맞아야 돼! 씨발놈아!”

 

 기훈은 버럭버럭 화를 내며 몽둥이를 뺏어들어 내려치기 시작했다.

 

 “크헉!”

 “이 씨발새끼! 니가 그렇게 고귀해? 니가 그렇게 대단해? 어디 한 번 보자! 죽을 때까지 처맞다보면 불겠지!”

 

 수십 번은 더 몽둥이를 휘두르고 나서야 기훈은 지쳤는지 멈췄다. 준수는 겨우 숨만 내쉬었다.

 

 “후우……. 김준수 전적이 아주 화려해. 응? 독립군자금운반도 모자라 신사참배 거절로 몇 번 이름 오르내렸었지……. 아직도 전처럼 예수쟁이신가? 어?”

 “……독립군자금운반에 천황모독죄 뭐, 그런 거라도 더 붙일 참이신가? 노기훈형사?”

 “묻는 말에 대답해! 내가 너 예수쟁이인거 독립군 시절부터 알고 있었어!”

 

 기훈은 거칠게 준수의 셔츠를 잡아 뜯었다. 피떡이 된 셔츠가 찢겨 나가며 퍼렇게 여기저기 멍든 상체가 보였다. 준수의 목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뭘 찾는 거지? 노기훈.”

 “그 목걸이 어딨어? 하아, 뭐 버렸나? 하긴, 그 신이란 것이 있다면 니가 처맞도록 놔뒀겠냐?”

 “……내가 니 손에 죽어도 아쉬울 거 하나 없다. 내 영혼 그분께 가니 육신의 미련 없지만, 쿨럭, 내 조선의 독립을 못보고 죽는 것이 천추의 한이다!”

 “김준수!”

 

 기훈이 준수의 턱을 잡아들었다. 그는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잡아먹을 듯 노려봤다. 그럼에도 준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 하나 독립이니 뭐니 한다고 아무것도 안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노기훈. 나는 내 영혼과 내 조국에 떳떳하고자 한다!”

 

 

 교하는 송광훈의 집으로 인력거를 타고 향했다. 뒤에서 난희가 탄 인력거가 쫓아오고 있었다. 아침댓바람부터 권번에서 출발한 인력거가 이윽고 송광훈 집 앞에서 멈춰 섰다.

 

 “수고했어요.”

 

 교하는 인력거에서 내려 난희 언니를 바라봤다. 난희는 파리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언니…….”

 

 낯빛은 어두웠지만 눈빛만큼은 죽지 않았다. 교하는 난희의 손을 잡고 안으로 들어갔다. 대문을 두들기자 안에서 사람이 나왔다.

 

 “뉘십니까?”

 “전에 약속드린 조선권번 교하라 합니다. 어르신을 뵈러 왔습니다.”

 “크흠……. 따라 오시죠”

 

 사내를 따라 두 여인은 안채로 향했다.

 

 “어르신, 권번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들어오라 그래!”

 “들어가시죠.”

 

 교하는 난희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파이프 담배를 물고 있는 송광훈이 앉아 있었다.

 

 

 

 권번에선 소윤이 초조하게 마당을 어슬렁거리는 중이었다.

 

 “하아, 정신없어! 그런다고 뭐 더 잘되는 것도 아니고 가만히 못 기다려?”

 

 손톱을 물어뜯던 소윤은 순간 멈춰서 유영을 바라봤다.

 

 “그 손톱 좀 그만 괴롭히고, 응?”

 “넌, 내 맘 모르니까 태평한 소리 하는 거야.”

 “하아? 내가 너 걱정하니까 이러는 거지. 태평한 소리라니!”

 “…….”

 

 소윤은 유영을 무시한 채 심각한 표정으로 마당을 돌아다녔다. 교하를 따라가고 싶었지만 난희가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며 결사반대했기 때문에 꿈도 꿀 수 없었다. 쥐 죽은 듯이 권번에 처박혀나 있으라 했던 그 날선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었다.

 

 “오라버니…….”

 

 소윤은 두 눈을 꼭 감고 준수의 안위를 빌었다.

 

 

 

 “자네가 날 보겠다고 한 이유가 뭐지?”

 “어르신……. 외람되지만 부탁드릴게 있어서 찾아뵈었습니다.”

 “무슨 부탁?”

 

 심드렁하게 교하를 보다 난희에게 시선을 옮겼다. 한때 경성거리를 들썩이게 한 기생이란 건 송광훈도 알고 있었다.

 

 “총독부에 지금 조사받고 있는 김준수와 면회 좀 주선해주십시오.”

 “그자가 누군데? 총독부에 끌려갔다는 건 알만한 인사구만, 내가 왜!”

 “어르신! 그간 봐온 정을 생각하셔서도…….”

 “크흠!”

 

 일부러 불쾌하다는 듯이 헛기침을 크게 했다. 난희는 하얗게 질린 손으로 치맛단을 움켜쥐고 입을 열었다.

 

 “……어르신, 부탁드립니다. 제 아들 면회 좀 부탁드려요! 제발, 어르신!”

 

 곧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난희는 가방에 넣어온 돈 봉투를 꺼냈다. 두툼한 봉투를 보더니 송광훈의 낯빛이 바뀌었다.

 

 “크흠…….”

 “어르신, 제발 부탁드립니다.”

 

 난희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광훈에게 봉투를 내밀었다.

 

 “크흠, 흠!”

 

 광훈은 난희가 내민 봉투를 마지못해 받는 척하며 속을 살펴봤다. 두툼한 지폐다발에 샐쭉하니 입 꼬리가 올라갔다.

 

 “내가 뭐, 이런 걸 받아서 그러는 게 아니고! 크흠, 사람이 어, 다 돕고 사는 거지. 어려울 때. 그렇지? 교하?”

 “네네, 맞습니다. 어르신.”

 “내가 오늘 중으로 면회 가능하게 해둠세. 맘 편히 권번으로 돌아가 기다리시게.”

 “네, 감사합니다. 어르신.”

 

 난희와 교하는 몇 번씩 꾸벅 인사를 하고 권번으로 돌아갔다.

 

 

 

 게속 권번 마당에 서성이던 소윤은 대문을 열고 들어온 교하를 보자 냉큼 달려갔다. 교하는 소윤을 보자 미세하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 잘 될 거다.”

 “어머니…….”

 “후우……. 방에 들어가 있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람.”

 

 교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안채로 향했다. 덩그러니 홀로 남겨진 소윤은 권번 담장너머로 시선을 던졌다. 그 방향은 총독부가 있는 방향이었다.

 

 소윤의 치맛자락에 시린 바람이 달라붙어 흔들어재꼈다. 싸늘한 기운에 소윤은 팔을 감싸 안았다. 불안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안감이 짙게 올라왔다.

 

 

 

 깊은 밤. 권번으로 날아든 소식에 교하는 부랴부랴 난희 언니에게 소식을 알렸다. 온 세상에 적막만 내리 깔린 오늘 밤에 난희는 총독부로 향했다.

 

 “아, 아들…….”

 “어머니.”

 

 여기저기 터지고 멍든 상처자국에 난희는 눈물이 왈칵 터져 나왔다.

 

 “대체, 이, 이게 무슨 일이니! 니가 왜 총독부에…….”

 “……죄송해요.”

 “아, 아니다. 이 어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널 여기서 빼내주마.”

 

 난희의 말에 준수는 씁쓸하게 웃어보였다.

 

 “아들, 어미만 믿어.”

 “어머니,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아들! 준수야!”

 “어머니, 제 육신은 여기서 스러진들 신념마저 스러지진 않을 겁니다. 먼저 이 세상을 하직하는 불효를 저질러도 용서해주세요.”

 

 난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엇이 부족해서 독립운동 같은 것을 하고 다닌단 말인가.

 

 “내가 너를 어찌 키웠는데! 이러려고 그 먼 땅에 유학을 보낸 줄 아니? 어? 어미 속을 이렇게 뒤집어 놓고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시커먼 총독부 면회소에선 불안하게 흔들리는 백열전구만이 껌뻑였다.

 

 “죄송해요. 어머니. 어머니, 후우……. 소윤이에게 편지좀 전해주세요. 제 책상 두 번째 서랍에 있어요.”

 “김준수! 이 어미를…… 어미 앞에서!”

 “어머니! 저는 제 영혼에 조국에 떳떳하고 싶습니다.”

 

 난희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이건 비극이다. 비극. 자신은 맨 정신으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비극이 펼쳐지고 있었다. 거기다 자신 앞에서 하찮은 기생년 이름이나 올리는 아들에게 배신감이 느껴져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어머니.”

 “하아……. 그것이 다니? 이 어미 앞에서 할 말이 그게 다야? 응? 아들!”

 “……죄송합니다. 다음 생이 있다면, 못 다한 효도 다 할게요.”

 

 부질없는 약속. 난희는 오열했다.

 

 “면회시간 다 되었습니다.”

 

 무참히,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준수를 데려가는 사내들에게 난희는 매달렸지만 소용없었다. 멀어져가는 아들을 향해 난희는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시커먼 철문 뒤로 사라지는 준수를 부르고 또 부르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혼마치 구락부 퀸에서는 카운터 뒤편에서 마담과 권혁이 소리를 죽여 말을 하고 있었다.

 

 “자, 여기 표.”

 “…….”

 “내일 첫차 급행이야.”

 “고맙군.”

 

 마담은 비릿하게 웃었다.

 

 “이거라도 하려고 내가 경성에 있는 거 아닌가.”

 

 권혁은 씁쓸하게 웃었다. 더는 할 말이 없었다. 준수를 구하지 못했다. 동료가 죽을지도 모르는 데도 자신은 만주로 향해야만 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권번 문 닫힐 시각이 되어서야 난희가 오열하며 들어섰다.

 

 “지소윤! 지소윤 그년 나와!”

 

 버럭버럭 소리 지르는 통에 금방 소윤이 모습 드러냈다.

 

 “니년이 어떻게 우리 아들에게 꼬리를 쳤는지 모르겠다! 이 천박한 년! 준수야!”

 

 난희는 또 바닥에 주저앉아 땅을 치며 통곡했다. 교하가 놀라 뛰쳐나왔다.

 

 “언니, 대체 왜? 네?”

 “아이고, 준수야! 이 어미더러 어찌 혼자 살라하고! 저년에게 이런 편지나 남기고. 이 어미에겐 한통도 없을 수가 있느냔 말이냐!”

 

 난희는 잔뜩 구겨지도록 쥐고 있던 편지봉투를 권번 마당에 내던져버렸다. 편지봉투는 땅바닥에 처박혔다. 소윤은 난희의 눈치를 보다 슬쩍 집어 들었다. 꼬깃꼬깃 구겨진 봉투엔 보기 만해도 눈물이 솟구치는 준수의 글씨가 있었다.

 

 ‘소윤에게’

 

 이 네 글자가 그녀의 심장을 옥죄었다.

 

 

 
작가의 말
 

 끊기 신공이 부족합니다.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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