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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겨울에 피는 봄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2.9

구한말 경성.
기생 지소윤과 일본육군중좌 하세가와 류, 독립군대장 차권혁
셋을 둘러싼 돌풍같았던 사랑이야기

 
1. 조선권번 - 4
작성일 : 17-12-09 19:07     조회 : 418     추천 : 1     분량 : 4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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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아침 댓바람부터 권번 앞에 인력거가 섰다. 인력거꾼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권번 안으로 들어갔다.

 

 “이, 이 시간에 무슨 일입니까?”

 

 권번 마당에 서있던 기생이 놀라 인력거꾼에게 소리쳤다.

 

 “여기서 묵고 있는 김준수씨를 찾아왔습니다.”

 “김준수라니? 몰라요.”

 

 인력거꾼은 인상이 구겨졌다.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하지 왜 눈에 쌍심지를 킵니까? 여기 권번입니다. 함부로 아무나 마구 들어오는 곳이 아닙니다! 썩 나가세요!”

 “김준수씨 만나기 전에는 못갑니다!”

 

 마당 소리가 시끄러웠는지 안채에서 교하가 나왔다.

 

 “이 시간에 무슨 소란이야?”

 “어머니, 이 인력거꾼이 사람을 찾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 없다고 해도 듣질 않습니다.”

 “누굴 찾습니까?”

 

 교하의 말에 인력거꾼은 입을 열었다.

 

 “김준수씨를 만나러 왔습니다.”

 “없습니다.”

 

 단호한 교하의 말에 사내는 당황했는지 중얼중얼 거리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 없으니 당장…….”

 

 그때 문을 발칵 열고 소윤이 나왔다. 소윤을 본 사내는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당신! 나 알지? 퀸에서 봤잖아! 당신이 여기 있다고 해서 아침부터 왔는데!”

 “당신은…….”

 

 소윤은 기억을 더듬었다. 분명 원호라고 불리던 사내였다.

 

 “있습니다. 절 따라오세요.”

 “소윤이 너! 이 사람이 누군 줄 알고!”

 “……독립군이요.”

 

 독립군이란 말에 교하의 눈이 왕방울처럼 커졌다.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입만 벙긋벙긋 거렸다. 소윤은 냉정하게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고 원호를 준수의 방까지 안내해줬다.

 

 

 

 원호는 방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방금 일어났는지 이부자리가 펼쳐져 있었다.

 

 “대장님이 보내서 왔습니다.”

 “어떻게 하라고 하지?”

 “만주로 가라고 하십니다. 열차표는 여기 있습니다.”

 

 원호가 표를 내밀자 준수는 잠시 머뭇거리다 받아들었다.

 

 “지금 준비하셔서 바로 가셔야합니다.”

 “알겠네.”

 “역까지 제가 모실 것입니다.”

 

 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걸어둔 슈트를 챙겨 입었다. 까만 중절모를 눌러쓰고 둘은 밖으로 나왔다.

 

 “준수야. 어디 가니? 응? 난희언니가…….”

 “이모, 어머니 부탁드려요. 어머니 저 이러고 다니는지 모르세요.”

 

 멀리서 소윤이 서있었다. 이제 이렇게 헤어지면 언제 다시 볼지 알 수가 없었다. 만주로 그 먼 땅 만주로 가는 거였다. 권번에 묶인 몸으로 어딜 갈 수 있단 말인가.

 

 “소윤아.”

 “……잘 가시라고 말 못해요. 저는, 저는.”

 “미안해.”

 

 준수는 소윤을 품에 안았다. 힘없이 안긴 소윤은 메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방울방울 흘렀다. 사랑한다고 제대로 말해본 적 없는데, 헤어짐이 왔다.

 

 “미안해. 소윤아.”

 “흐읍……. 저는 오라버니 같은 사람 몰라요!”

 

 소윤은 입을 틀어막은 채 자신의 처소로 뛰어갔다. 잡을 수 없었다. 주먹만 세게 쥐었다.

 

 “가셔야합니다!”

 

 준수는 까만 중절모를 눌러쓰고 권번 밖 인력거에 몸을 실었다. 원호는 인력거를 몰아 경성역으로 향했다.

 

 

 

 경성역에 인력거가 도착했다. 경성역은 평온했다. 준수는 인력거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혹시나 있을 밀정을 살펴보았지만 딱히 없었다.

 

 “곧 시간입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고마웠네.”

 

 준수는 중절모를 누른 채 걸어갔다. 기차의 기적소리가 저 멀리서 들릴 때 쯤 누군가 준수의 앞을 가로막았다. 준수는 서서히 고개를 올려 상대를 쳐다봤다.

 

 “어딜 그리 바삐 가십니까? 김준수 소설가님?”

 

 씨익 웃고 있는 노기훈이었다. 준수는 놀라 허겁지겁 뒤를 돌았다. 뒤에는 목을 돌리며 근육을 풀고 있는 서정용이 있었다.

 

 “끌고 가!”

 

 정용은 반항하는 준수를 끌고 경성역을 벗어났다. 기훈은 주변을 살펴보더니 느긋이 정용을 따라갔다. 원호는 기둥 뒤에 숨어 준수가 끌려가는 것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소윤은 방안에서 펑펑 울었다. 이제 더는 눈물도 나오지 않을 만큼 울어 눈이 부었다. 그렇게 밖에 말하지 못한 자신이 너무 싫었다. 생각할수록 후회가 되었다.

 

 “지소윤! 그것밖에 못했니?”

 

 스스로에게 소리쳤다. 눈을 감으면 여전히 해맑게 웃는 오라버니가 생각날 뿐이었다. 그것이 더욱 소윤에겐 잔혹했다.

 

 

 

 좁디좁은 총독부 지하취조실에 결박당한 채 앉아있는 준수는 노기훈을 노려봤다.

 

 “작가님, 편안하게 작품 활동만 하시지. 왜 그런 짓을 하셨을까?”

 “그런 짓이 뭔데?”

 

 준수가 표독스럽게 노려봤다. 기훈은 전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오히려 싱긋 웃어보였다.

 

 “작가양반이 사태 파악이 안 되시나보네. 그 좋은 머리 뒀다 뭐하시나?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세치 혀를 함부로 놀려!”

 “큭큭큭……. 여기? 도적들의 소굴이지.”

 “이 새끼가!”

 

 기훈은 무자비하게 준수를 향해 발길질을 해댔다. 의자에 묶인 채 있던 준수는 발길질에 못 이겨 바닥에 처박혔다. 그래도 기훈은 무지막지하게 준수를 차고 밟아댔다.

 

 “크헉.”

 “이 쥐새끼가!”

 “큭큭큭, 내가 쥐새끼라고? 진짜 쥐새끼가 누군데? 남의 나라의 곳간을 갉아대는 새끼가 누군데!”

 

 기훈은 준수의 배를 구둣발로 찼다. 준수의 입에서 거친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래, 내가 쥐새끼일 수도 있지. 하지만 그 쥐새끼 손에 맞는 누구는 뭐지? 묶어!”

 

 기훈의 명령에 사내들은 준수를 의자에서 풀러 천장에 매달기 시작했다. 그리고 익숙하게 몽둥이를 집어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복날에 개 패듯 준수를 때리기 시작했다.

 

 둔탁한 마찰음과 처절한 신음소리가 뒤섞여 울려 퍼졌다. 그럼에도 기훈은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 채 담배를 입에 물었다.

 

 

 

 원호는 인력거를 끌고 부랴부랴 퀸에 돌아왔다. 위장용으로 뒤집어 쓴 인력거꾼 분장을 한 채 그가 들어서자 가다리던 권혁이 바라봤다.

 

 “잘 모셨나?”

 “큰일입니다. 밀정 노기훈이 잠복해서…… 끌고 갔습니다.”

 “뭐!”

 “제, 불찰입니다. 더 주위를 살폈어야 했는데!”

 

 고개를 푹 숙인 원호를 위로하거나 토닥일 수 없었다. 권혁의 눈엔 화염이 일고 있었다.

 

 “젠장젠장! 노기훈 개자식!”

 

 테이블을 거칠게 주먹으로 내리쳤다. ‘쾅’ 하는 마찰음이 크게 울렸다. 원호는 죄인마냥 고개를 숙이고 서있었다.

 

 “후우……. 더 빨리 손을 썼어야 했는데……. 손을 쓸 방법도 없고, 젠장!”

 “……경성에 더 있지 말고 만주로 돌아 가.”

 

 듣고 있던 마담이 입을 열자 권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대장 맘을 모를까. 그래도 현실을 봐야지. 무슨 수로 그 총독부에서 꺼낼 수가 있어.”

 “젠장!”

 “내가 열차표 알아보도록 하지. 대장은 움직이지 마. 저들이 어디서 또 감시하고 있는지 알 수가 있나. 원호, 너는 얼굴 펴. 대장이 혼내지도 않았잖아.”

 

 마담의 말에 쥐죽은 듯 있던 원호가 겨우 고개를 들었다. 사색이 된 얼굴로 권혁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우리 일이 이런 거다. 어제만 해도 웃던 동지가 오늘 자신의 앞에서 죽는다. 각오해.”

 “네, 마담.”

 

 

 

 

 땅거미가 질 무렵 권번은 발칵 뒤집혀졌다.

 

 “지소윤! 지소윤 어딨어!”

 “언니, 난희 언니 대체 무슨 일이에요. 네?”

 “지소윤, 그년 어딨어! 도대체 무슨 짓을 했기에 내 아들이! 내 아들이 총독부에 끌려가있냐고!”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준수가 어딜 끌려가요?”

 

 난희는 교하를 붙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 권번 마당에 주저앉았다.

 

 “지소윤 그년, 당장 데리고 와!”

 

 난희의 고성에 새파랗게 질린 소윤이 나왔다. 교하는 소윤을 보고 들어가라고 소리쳤지만 난희가 벌떡 일어나 소윤의 어깨를 잡았다.

 

 “니년이 그랬어! 니년이! 니년이 뭔 짓을 했기에 내 착한 아들이 저런 짓을 하고! 총독부가 어떤 곳인데! 들어가면 죽거나 반병신 되는 곳이야! 내 아들! 내 아들 살려내!”

 “……초, 총독부라뇨? 네? 오, 오라버니가 왜요? 왜요!”

 

 소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럴 리가 없다. 오라버니는 만주에 있을 것이다. 만주로 가는 열차에 있을 것이다. 거짓말이다. 나를 오라버니와 떼어 놓으려는 거짓말일게 틀림없었다.

 

 “그럴 리가 없어요! 그럴 리가 없다고요! 오, 오라버니는 만주로 간다 그랬어요! 만주, 만주행열차에 있을 거예요. 그럴 리가 없다고! 그럴 리가 없어, 없어…….”

 

 정신이 나간 듯 소윤은 계속 중얼중얼 거렸다. 난희는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며 소윤의 어깨를 흔들어댔고, 소윤은 멍하니 중얼거렸다. 교하는 너무 놀라 소리도 못 내고 서있었다.

 

 “내 아들! 내 아들 살려내!”

 

 난희는 마당에 주저앉아 꺼이꺼이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오, 오라버니를, 오라버니를 만나야겠어요.”

 “무, 무슨 수로 니가 만나려고! 총독부에 있다잖아!”

 “바, 방법이 있을 거예요. 어, 어머니. 제발요! 손님 중에 총독부에 입김 닿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 네?”

 

 교하는 머리가 울리는지 관자놀이를 눌렀다.

 

 “후우……. 영 방법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누군데요? 뭐든 할게요!”

 “하아……. 송광훈 어르신에게 연락해보마. 너무 큰 기대는 마, 그 사람 성정 어떤진 니가 더 잘 알겠지.”

 

 권번 마당의 하늘은 어느새 시커멓게 물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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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냥이 17-12-27 16:47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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