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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겨울에 피는 봄
작가 : 은비랑
작품등록일 : 2017.12.9

구한말 경성.
기생 지소윤과 일본육군중좌 하세가와 류, 독립군대장 차권혁
셋을 둘러싼 돌풍같았던 사랑이야기

 
1. 조선권번 - 1
작성일 : 17-12-09 19:02     조회 : 372     추천 : 0     분량 : 6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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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선권번

 

 1.

 

 

 경성 제일 큰 권번인 조선권번에는 각기 기예를 닦는 기생들이 잔뜩 있었다. 기생들의 연습하는 노랫소리가 가득했다.

 

 “소윤아! 소윤아!”

 

 권번 마당으로 허겁지겁 뛰어 들어오는 여자의 모습에 소윤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데 호들갑이야?”

 “짜잔!”

 

 어린 시절 함께 권번에서 공부하고 지내온 친구 유영은 뒤로 감춰둔 레코드판을 내밀었다.

 

 “오늘 발매된 거다!”

 

 레코드판은 선우일선의 노래였다.

 

 “이걸 진짜 샀다고?”

 “그래, 내가 이거 사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같이 듣자.”

 

 

 방안의 축음기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소윤의 입가엔 해맑은 미소가 걸렸다.

 

 “너무 좋지 않아? 하아, 어떻게 이렇게 부를 수가 있지?”

 “너도 잘 부르잖아.”

 “너만큼 잘 부를까.”

 

 축음기 앞에서 떠나질 못하는 소윤의 등 뒤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지소윤, 내가 너 뭐라 그랬니? 오늘 너 연석있다고 했지?”

 “어머니…….”

 “늦었어! 지금부터 옷 갈아입고 단장하고 바빠 죽겠는데 천박한 저딴 음악이나 듣고! 빨리 안 나와?”

 

 소윤은 유영을 보고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붉게 입술을 칠하고 머리장식을 꽂고 얼마 전에 맞춘 새 한복을 곱게 입었다. 소윤의 저고리를 정리해주며 교하는 신신당부했다.

 

 “실수하지 말고! 알았지?”

 “네네, 어머니. 근데 어떤 분이 부르신 거예요?”

 “송광훈 어르신이다.”

 

 이름을 듣자 소윤은 인상을 찌푸렸다. 교하는 말없이 소윤은 등을 떠밀었다. 소윤은 한숨을 내쉬며 양산을 챙겨 권번 밖으로 나갔다. 밖에는 인력거가 대기하고 있었다. 익숙하게 인력거에 몸을 실었다. 인력거꾼은 재빠르게 내달렸다.

 

 

 

 이름 난 요릿집 혜명관은 일본인들도 많이 찾고 돈 꽤나 있는 사람은 한번은 오는 곳이었다. 음식은 궁중음식으로 질이 다른 요릿집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역시 음식이 맛있습니다. 이래서 혜명관 혜명관 하는가 봅니다.”

 “큭큭, 자자 한잔 받어. 기생은 부른지가 언젠데 코빼기도 안보여?”

 

 성화를 낸 건 다름 아닌 송광훈이었다. 일본놈들의 앞잡이 노릇을 톡톡히 하며 돈을 긁어대는 자중 하나였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문이 열리고 곱게 단장한 소윤이 들어왔다. 방안에는 송광훈을 주축으로 한 친일파들이 태반이었다.

 

 소윤은 눈을 곱게 내리깔며 인사를 올렸다.

 

 “어허허허, 기다린 보람이 있군. 미인이야 미인.”

 “조선권번 일패기생이라고 합니다. 과연 소문만큼 실력이 대단한지 궁금합니다.”

 “……정가 한곡 올리겠습니다.”

 

 

 소윤은 익숙하게 악공에게 눈짓을 했다. 악공이 연주를 시작한 것은 ‘모란은’ 이라는 가곡이었다.

 

 “모란은 화중왕이요. 향일화는 충신이로다. 연화는 군자요 행화소인이라…….”

 

 노래하는 소윤의 목소리가 방안은 천천히 메웠다. 높고 가늘며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호흡이 아름다웠다. 방안 가득 소윤에게 압도당한 듯 미동도 없었다. 곡을 마무리 짓자 한동안 정적이 흐르더니 박수가 쏟아졌다.

 

 “제법이구나.”

 

 송광훈 옆에 있는 사내가 칭찬을 하자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은 소윤은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그렇게 2시간을 노래하고 춤추고 나서야 겨우 연석이 끝났다. 소윤이 양산을 챙겨 방에서 나오자 젊은 악공이 싱긋 웃으며 인사했다.

 

 “아씨, 오늘도 정말 노래 좋았습니다.”

 “너도 수고 많았어.”

 

 

 

 

 혜명관 밖으로 나와 인력거에 몸을 실었다. 권번에 도착할 무렵 멀리 젊은 사내의 실루엣이 보였다. 아이보리빛 슈트를 입고 같은 색깔 중절모가 멋들어지는 남자였다.

 

 “준수오라버니. 여기서 세워주세요.”

 

 소윤은 인력거에서 내려 남자에게 달려갔다. 남자는 멀리서 여유롭게 손을 흔들었다.

 

 “언제 왔어요?”

 “너 생각나서 방금 왔어. 어디 갔다 오는 길이야?”

 “기생이 뻔한 거 아니에요?”

 “큭큭, 연석 있었구나.”

 

 준수는 소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얀 소윤의 두 뺨이 붉게 물들었다.

 

 “시간을 보아하니 저녁은 먹었겠고, 커피 한잔 할래?”

 “좋아요.”

 

 준수는 싱긋 웃으며 소윤의 손을 잡았다.

 

 

 

 다방 홍란의 창가에 마주앉아 익숙하게 준수는 커피 잔을 들었다. 커튼 너머로 보이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한동안 바라보던 소윤에게 준수는 입을 열었다.

 

 “이거 한번 읽어봐.”

 “이게 뭐예요?”

 

 준수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건 얇은 책자 한권이었다.

 

 “이번에 출간한 소설. 단편이지만…….”

 

 소윤은 해맑게 웃으며 책을 받아들었다.

 

 “고마워요. 오라버니.”

 

 하얀 책표지에 ‘봄’ 이라는 제목이 붉게 인쇄돼있었다. 준수는 소윤을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준수의 시선을 느낀 소윤은 얼굴을 붉혔다.

 

 “나는 뭐 준비한 것도 없는데……. 커피 값은 제가 낼게요.”

 “됐어, 몸치장 한다고 번 돈 다 부을 텐데 뭘……. 오늘은 누구 연석이었어?”

 “……송광훈이요.”

 

 친일파의 이름이 거론되자 준수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오라버니?”

 “아, 아무것도 아냐. 커피 맛이 좋네. 권번 쉬는 날 없어?”

 “아마 예약 들어온 건 오늘이 마지막이었어요. 1주일 전 부터 예약을 해야 연석에 가니까. 이번 주는 쉴 수 있을걸요.”

 “그래? 그럼 토요일 영화나 한편 보자.”

 “네, 좋아요. 오라버니.”

 

 소윤은 소녀처럼 들떴다. 그녀가 환하게 웃자 준수도 마음이 따뜻해져왔다.

 

 

 

 

 

 

 

 

 

 짧은 데이트를 마치고 다시 권번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권번 앞에 다다르자 소윤은 헤어지기 싫었는지 걸음을 멈췄다.

 

 “들어가 봐.”

 “……아아, 들어가기 싫다.”

 “큭큭, 안 들어가면 어쩌려고?”

 

 준수는 싱긋 웃으며 소윤의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소윤은 눈만 동그랗게 떴다.

 

 “자, 들어가 봐요. 소윤아씨.”

 “……다음에 봐요. 오라버니.”

 

 소윤이 손을 흔들고 뒤 돌아서자 권번 대문 앞에는 교하가 서있었다.

 

 “혜명관에서 연석 끝났다고 연락 온 게 언젠데 지금껏 안 들어오나 했더니 준수 만난거니?”

 “……잠깐, 커피 마신 거뿐이에요.”

 “으휴, 난희언니가 허락할 것 같니?”

 “…….”

 

 소윤은 양산을 움켜쥐고 교하를 지나쳤다. 잔뜩 기분이 상한채로 방안에 들어오자 유영이 걱정되듯 물어왔다.

 

 “연석에서 무슨 일 있었어?”

 “그런 거 아냐.”

 

 툴툴대며 소윤은 바닥에 털썩 앉았다.

 

 “그러면?”

 “하아……. 사랑은 쓰디쓴 커피와 같구나.”

 “뭐어?”

 

 소윤은 손톱을 만지작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연석 끝나고 준수 오라버니랑 잠깐 다방에 갔거든. 토요일날 극장에 가기로 했어.”

 “어머니 싫어하실 텐데?”

 “교하어머니만 싫어하시니? 준수 오라버니 어머니도 싫어하시지.”

 

 유영은 소윤을 위로할 말을 찾다가 결국 그저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아까 노래 다 못 듣고 너, 연석 갔잖아. 다시 듣자. 너랑 들으려고 나도 안 들었어.”

 

 유영은 축음기에 레코드판을 조심스럽게 올렸다. 바늘이 레코드판을 돌면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방안 가득 선우일선의 목소리가 울렸다.

 

 

 

 하늘 하늘 봄바람이 꽃이 피면

 다시 못 잊을 지낸 그 옛날

 

 지낸 세월 구름이라 잊자건만

 잊을 길 없는 설운 이내 맘

 

 꽃을 따며 놀던 것이 어제련만

 그 님은 가고 나만 외로이

 

 

 

 소윤은 무릎을 세워 끌어안고 고개를 숙였다. 분명 낮에 들었던 같은 곡인데 전혀 다르게 들려왔다.

 

 “사랑은 커피인 걸까 봄인 걸까?”

 “뭐어? 얘가 무슨 감상에 빠졌어. 괜찮아 괜찮아. 토요일날 예쁘게 하고 영화 재밌게 보고 와. 이 언니가 도와주마.”

 

 유영의 말에 소윤은 마음이 풀렸는지 살짝 미소 지었다.

 

 

 

 

 

 따스한 어느 봄날 약속했던 토요일이었다. 유영은 신이 났는지 분첩을 들고 달려들었다.

 

 “유, 유영아?”

 “자자, 가만히 계셔요. 오늘 경성에서 제일 예쁜 모던 걸로 만들어드리죠.”

 “모, 모던 걸은 무슨.”

 

 소윤이 손사래를 쳐도 유영은 멈출 줄 몰랐다. 결국 진 건 소윤이었다. 한숨을 내쉬고 얼굴을 맡겼다.

 

 “며칠 전 발매한 분이야. 내가 널 위해 특별히 써주는 거다. 고마운 줄 알아.”

 “큭큭, 네네. 감사합니다. 유영 아씨.”

 “큭큭큭. 야아, 웃기지마. 말 그만하고 눈감아.”

 

 소윤은 살포시 눈을 감았다. 유영은 섬세한 손놀림으로 분첩을 두들겼다. 작고 부드러운 소윤의 얼굴이 밝고 화사해졌다. 붉게 입술까지 물들이자 더욱 하얀 얼굴이 도드라져보였다.

 

 “화장은 됐고, 옷은 뭐 입을 거야?”

 “응? 저거?”

 

 소윤이 걸어둔 한복을 가리켰다. 유영은 한참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저 정도면 괜찮겠지. 머리나 만져줄게.”

 “왜, 니가 더 신이 나서 그래?”

 “큭큭, 그냥 좋아. 나는 니가 준수 오라버니랑 잘 됐으면 좋겠어.”

 

 머리를 매만지는 유영의 손길이 따뜻했다. 소윤은 하얀 뺨을 복숭아 빛으로 물들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단장을 마친 소윤은 양산을 챙겨들고 유영에게 손을 흔들었다.

 

 “니 오라버니 기다리겠다. 잘 놀다 와.”

 “고마워!”

 

 소윤은 권번 대문을 나섰다. 권번 담장 밖에는 소윤이 사랑하는 남자 김준수가 서있었다. 큰 키에 몸에 딱 맞는 슈트가 잘 어울렸고, 유려한 그의 턱 선이 햇볕에 반짝였다.

 

 “오라버니.”

 “가실까요, 소윤 아씨.”

 

 중절모를 오른손으로 벗으며 서양식 인사를 하자 소윤은 환하게 웃었다. 준수는 소윤의 손을 잡고 걸었다. 준수에게서 나는 시원한 향수향이 좋았다. 봄바람이 소윤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경성 혼마치에 자리 잡고 있는 구락부(클럽)인 퀸(Queen)에서는 낮부터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다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안에 있는 남자들 중 몇몇은 매캐한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마담, 소식은 어때?”

 

 짙은 눈썹이 인상 깊은 사내가 물어보자 중년의 여성은 담뱃불을 붙였다. 하얀 담배연기가 카운터에 퍼져나갔다.

 

 “좋지 않아. 냄새를 맡은 모양인데……. 받았지?”

 “응, 얼마 전에 자금이야 왔지. 그러면 경성에서 철수시켜야하나.”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게 좋은 거야.”

 

 얼음이 담긴 위스키 잔을 흔들었다. 황금빛 술이 출렁였다.

 

 “감시하고 있나?”

 “주시하고 있는 거지. 아직 증거까진 못 잡은 것 같은데…….”

 “증거가 뭐 중요해. 구실이야 얼마든 붙이면 되겠지. 그러지 않는다는 건 뿌리를 뽑으려고 봐주는 거겠지.”

 

 남자는 위스키를 들이켰다.

 

 “그래서 다음 토요일 오후 3시에 온다고 하네. 준수도 쉽게 올 수 없을 거야. 자네가 좀 기다려야겠어. 자세한건 그때 얘기해.”

 

 하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마담은 싱긋 웃었다.

 

 “읽어 볼 텐가?”

 

 마담이 내민 건 얇은 소설책이었다.

 

 “준수 건데…….”

 “……봄이라.”

 

 남자는 소설책을 받아 재킷 안주머니에 넣었다.

 

 

 

 극장에는 사람들이 빼곡했다. 준수와 소윤은 극장 맨 끝줄에 앉았다. 소윤이 준수를 보며 속닥였다. 준수는 잘 안 들리는지 더욱 소윤에게 고개를 가까이 했다. 소윤은 준수의 귓가에 대고 소근 댔다.

 

 “너무 기대돼요. 오라버니.”

 “큭큭, 나도.”

 

 조심스럽게 준수가 소윤의 손을 잡자 소윤은 귀까지 얼굴이 빨개졌다. 준수는 그런 소윤을 보며 싱긋 웃었다.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두근두근. 소윤은 심장이 귀에 달린 것 같았다.

 

 이윽고 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했다. 극장의 사람들이 모두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참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르자 은막 속 남자가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대사를 했다. 소윤은 괜히 온몸이 더워졌다. 준수가 더욱 손을 세게 쥐었다.

 

 준수는 싱긋 웃으며 소윤의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해.”

 

 소윤은 얼음처럼 얼어 눈만 깜빡였다. 심장이 터질듯했다. 도저히 영화에 집중 할 수 없었지만 심호흡을 하며 바라보자 은막속의 여자가 양산으로 얼굴을 가리며 남자와 입을 맞췄다. 소윤은 딸꾹질을 하며 두 눈을 얼른 감아버렸다.

 

 준수가 눈감은 소윤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췄다. 화들짝 놀라 소운은 눈을 떴다가 어느새 조용히 눈을 감았다. 준수는 살포시 입을 뗐다.

 

 

 

 영화가 끝나고 극장을 나온 소윤은 제대로 준수 얼굴을 바라보지 못했다.

 

 “재밌었어?”

 “네? 아, 네, 네.”

 

 솔직히 정신이 없어 제대로 본 게 없었지만 상관없었다. 그저 그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윤은 행복했다.

 

 준수는 회중시계를 꺼내 시간을 보더니 소윤의 손을 잡았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네? 배고프겠다. 이 근처 봐둔 레스토랑이 있어. 가자.”

 

 소윤을 이끌며 주차해둔 차로 가 조수석을 열어주었다. 소윤을 태우고 그는 시동을 걸었다. 시원하게 차는 달려 나갔다.

 

 

 

 조선총독부 산하 경무국에는 날카로운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김준수 그 새끼는 어떻게 됐어?”

 

 날카로운 경무국 경시의 말에 모두들 얼음처럼 부동자세를 유지했다.

 

 “어찌 됐냐고? 내 말이 말 같지가 않아?”

 “아닙니다. 진작 밀정을 붙여두었습니다!”

 “진작은 무슨, 여지껏 번번이 놓친 주제! 무슨 일이 있어도 잡는다. 그 새끼가 자금운반책이라는 공문이 내려온 게 언젠데 여전히 못 잡고 있어! 그 새끼를 잡아서 뒤에 있는 배후를 모두 캐내는 것이 목표다!”

 

 경시가 어슬렁 걸어 다니며 소리치자 모두 차렷을 하며 큰 소리로 대답 했다.

 

 “이번에도 그 새끼 어디 한번 놓쳐봐. 그 새끼보다 니들 모가지가 먼저 날아갈 테니까.”

 

 

 

 잔잔한 클래식이 레스토랑에 흐르고 있었다. 창가에 앉은 소윤은 햇살에 빛나는 준수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만 봐. 그렇게 잘생겼어요?”

 “네? 네. 네? 오, 오라버니!”

 “큭큭, 여기 주문이요.”

 

 준수가 손을 들자 웨이터가 다가왔다.

 

 “내가 주문해도 되지?”

 “네, 오라버니께 맡길게요.”

 “그럼, 스테이크 두 개로.”

 

 웨이터가 주문을 받고 돌아갔다.

 

 “이왕 왔으니 칼질 한 번 해봐야지. 큭큭.”

 “오라버니, 돈 너무 많이 쓰시는거 아니에요?”

 “선인세 많이 받았어. 걱정하지 마.”

 

 준수는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보다 더 환하게 웃었다.

 

 

 

 잠시 후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소윤이 어설프게 나이프를 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고기를 내려다보자 준수는 귀여운지 미소 지었다.

 

 “기다려, 썰어서 줄게.”

 

 준수는 능숙하게 고기를 썰어 소윤의 그릇과 바꿔주었다.

 

 “오라버니 너무 능숙한 거 아니에요?”

 “큭큭, 능숙하면 안 돼?”

 “오라버니랑 놀려면 공부할 게 많겠어요.”

 “뭐가 걱정이야. 내가 금방 너 데릴러 갈 거니까 기다리고 있어요. 그땐 실컷 스테이크도 먹고 와인도 마시고 그러자.”

 

 소윤은 미소 지으며 포크로 고기를 찍어 입에 넣었다. 살살 녹는 고기에 식감에 한번 놀라고 입 안 가득 터지는 육즙에 두 번 놀랐다.

 

 “표정 보니 입에 맞나보네.”

 “너무 맛있어요. 맨날 연석 음식만 먹고 질려 죽겠는데. 이런 거 처음이에요.”

 “많이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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