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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블랙 앤 화이트
작가 : 잉준이
작품등록일 : 2017.12.8

실패의 늪에 빠진 남자와 자신만을 바라보는 사람이 필요했던 여자가 서로 만나 상처를 치유하고 꿈을 이루는 이야기

 
2
작성일 : 17-12-08 19:44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5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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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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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엘레인 화이트

 

 들어가자마자 날 반기는 건 흔히 영화에서 많이 보던 노르스름한 불빛들이었다. 천장 곳곳에 붙어 있는 조명들이 빛나고 있었는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서 그런지 칵테일 바에서만 보던 살짝 어두운 느낌이었다. 테이블은 다들 목제로 되어 있었는데 무대를 중심으로 나열 되어 있는 형식이었다. 대부분 커플석이나 원탁형의 4인석이었는데 인기 있는 카펜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다행히도 나같이 혼자 온 사람들을 배려해서 작은 테이블에 의자 하나만 놓여있는 곳도 있었다. 솔로석도 거의 다 찬 것 같았는데 자세히 둘러보니 운 좋게도 빈 자리 하나를 발견했다. 난 안도의 한 숨을 쉬고선 재빨리 가서 앉았다.

 

 테이블엔 코팅지로 된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우리 쪽에 비해서 되게 싼 곳이었다. 제일 싼 술이 주머니를 탈탈 털면 딱 살 수 있는 가격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들어오긴 했지만 막상 아무것도 안 시키고 가만히 있으면 내가 사장이었어도 내쫓고 싶을 것 같았다. 그래서 웨이터를 불러 전 재산을 주고 싸구려 보드카 한 잔을 시켰다. 보드카는 금방 왔고 난 가볍게 목을 축일 겸 한 모금을 들이켰다. ......역시 맛은 그닥 없었다.

 

 노래는 내가 들어오기 직전에 딱 끝났는지, 무대 위는 다음 곡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 곳에는 기타를 메고 있는 여자가 스탠딩 마이크를 고쳐 잡는 중이었다. 아까 들었던 그 매력적인 목소리의 주인공이 틀림없었다. 난 저절로 그녀의 얼굴을 보게 되었다.

 

 매력적인 얼굴을 가진 여자였다. 기본적으로 얼굴이 작았다. 웨이브 펌을 한 단발머리에 작은 얼굴이 어울렸다. 코가 그렇게 오똑한 것도, 입이 조각처럼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눈이 되게 예뻤다. 적당히 큰 눈 크기에 살짝 있는 애교살. 무엇보다 눈동자 속에 들어있는 검은 눈동자가 시선을 집중시키게 만들었다. 웃을 때 되게 예쁠 것 같은 외모였다. 그녀는 그런 얼굴로 마이크에다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얼굴을 감상하고 있을 무렵 무대 준비를 끝 마친 모양이었다. 그녀는 관객들을 한 번 둘러보았다. 그리고선 말했다.

 

 "이번 곡은......'당신과 나'라는 제목의 노래입니다."

 

 짧고 간략한 곡 소개였다. 그녀는 그렇게 기타줄을 튕기려다 뭔가 생각이 난 듯 다시 한번 우리에게 속삭였다.

 

 "자작곡이니 예쁘게 들어주세요."

 

 그리 말한 그녀는 수줍게 웃었다.

 

 -눈이 내리지 않는, 봄만 가득했던 마을에 첫 눈이 오던 어느 날, 너는 그 곳에 있었어. 예쁜 가로등 아래서 벤치에 앉아 있던 당신. 손바닥 위로 내리는 눈을 보며 눈물을 흘리던 너를 눈에 담은 나는 그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고 생각했지. 내 손수건은 너의 눈물을 머금고, 당신은 내 품에 꼭 안겨 펑펑 울었네.

 

 당신과 나는 어디든 함께였지. 환한 보름달을 볼 때도, 비가 추적추적 내릴 때 이불 속에서도, 하늘 위를 걸어 다닐 때도 우리는 함께였어. 매 순간이 꿈만 같았고, 난 우리가 운명으로 맺어진 공주님과 왕자님처럼 영원히 함께 할 줄 알았네.

 

 그러나 비가 오는 어느 날이었어. 하늘은 자신이 눈물을 흘리는 날에 당신과 내가 웃고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우리에게 벌을 주고 말았지. 당신은 봄에 피는 꽃이었나봐. 봄부터 겨울까지. 계절이 가면 갈수록, 너의 잎은 시름시름 앓아갔어. 내 눈물은 물이 되어 너를 시들지 않게 하려 노력했으나, 네가 필요한건 물이 아니었어.

 

 어느 겨울, 마을에 다시 한 번 눈이 오던 날 당신은 내게 왔던 것처럼 내게서 떠나갔네. 수많은 꽃잎이 되어 하늘로 떠나가는 널 잡으려 아무리 애를 써봤지만 내 손에 남는 건 그댈 향한 그리움뿐인걸. 그대와 함께 했던 추억들 뿐인걸.

 

 그 날 밤, 나는 눈물이 호수를 이룰 때까지 울었어. 그 호수에 비친 달 속에는 네가 있었고 그런 널 놓치고 싶지 않아 난 눈물이 마를 때까지 눈물을 흘렸따네.

 

 떠나기전 당신이 그랬었지.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라고. 난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해. 이 세상에 영원한 헤어짐은 없어. 당신과의 추억이, 당신과의 그리움이 내 가슴 속에 남아 있는 한 우린 언제나 함께야.

 

 당신과 나. 이건 한 단어야. 영원히 함께라는 뜻의 단어. 당신과 나.-

 

 ......

 ......

 

 "감사합니다."

 

 노래가 끝나고 정적이 찾아왔다. 노래가 시작하기 전에 서로 알콩달콩하던 커플들도, 카페에서 부르는 여자가 불러봤자 얼마나 잘 부르겠어라며 비꼬던 남자들도, 자기들끼리 떠들며 술을 마시던 노인들도 여자의 목소리가 카페를 메우고 그것이 사라지는 순간 숨을 죽인 채 무대 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노래가 시작된 순간, 그녀의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보드카는 딱 한 모금을 마신 그대로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감정을 이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노래를 듣는 내내 눈 앞에선 한 남자와 여자의 만남부터 헤어짐까지가 마치 그림처럼 펼쳐졌다. 다른 이들도 그랬을 것이다. 그랬기에 다들 한 마디도 안 했던 것일 테니까.

  그녀는 기타를 품에 꼭 안은 채 주위를 둘러보았다. 초조한 눈동자가 마치 반응이 없어서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다시 한 번 마이크를 잡고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감사...합니다."

 

 ......

 

 짝짝짝 짝짝짝.

 

 내 몸은 나도 모르게 그 목소리에 반응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박수를 쳤다. 노래가 끝났다는 것에 대한 예의로 치는 것이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뒤로 하나 둘씩 박수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하나가 터지니 연달아 환호를 하고 있었다. 다들 마치 콘서트라도 온 듯한 분위기였다.

 

 그녀는 그제서야 초조한 표정을 지우고 은은한 미소를 띄웠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세 번째 감사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미소는 내가 생각했던대로, 아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예뻤다. 그녀는 사람들이 자신의 노래를 듣고 행복해하는게 그녀의 전부인 마냥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는 그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

 .....부러웠다. 내가 한 평생 원하던 웃음이었다.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고, 사람들의 박수 갈채를 받고, 그걸로 인해 행복해서 짓는 웃음. 이젠 내가 이룰 수 없는 걸 저렇게 하고 있으니 부럽게 그지 없었다.

 

  그리고 정말 바보같은 말이지만. 너무 뜬금없는 말이지만......

 

 내가 지을 수 없는 그 미소를 짓고 있는 그녀에게 난 첫 눈에 반해버렸다.

 

 난 아무엑나 쉽게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는 그런 낭만적인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고.

 

 "......"

 

 그런데 왜 이상형이란게 있잖아. 그녀가 바로 내 이상형이었다. 작은 머리부터 단발, 빠져들 것 같은 눈망울에 하얀 피부. 손발부터 체형, 옷 맵시까지 전부. 하나하나가 내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그 마음을 움직이는 목소리를 듣는 순간 난 그녀에게 반해버린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는 다시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나같이 푹 빠지지 않는 이상, 노래에 대한 여운이 오래간다해도 딱 이 정도였다. 사람들은 곧 노래 하지 않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고 자신들만의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까 그 노래가 마지막 곡인 듯 했다. 그녀는 사람들의 관심이 끊기자 기타를 가방에 넣고 스탠딩 마이크를 똑바로 해놓는 등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이는대로 가져온 것이 별로 없었는지 그녀는 얼마 안 있어 떠날 채비를 마쳤다.

  그녀는 보지 않는 그들을 향해 보이지 않는 인사를 했다. 떠난다는 상황과 노래만 끝나면 아무도 그녈 보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조적인 표정을 지을 줄 알았던 그녀는 여전히 웃는 표정이었다.

 

 카페는 무대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녀 다음에 노래를 부를 사람이 있는 모양이었다. 무대 위로는 피아노를 치는 듯, 아무런 악기를 들지 않은 남자가 올라왔다. 남자는 여자에게 수고했다는 듯 어깨를 툭툭 치고는 뭐라 속삭였다. 그녀는 그에게 미소를 한 번 지어주고선 그대로 내려왔다.

 

 그녀는 노래를 부른 것이 다인 듯, 딱히 테이블에 앉아 술을 마실 생각은 없어보였다. 누굴 찾아보려는게 아니라 그냥 누군가 자신을 찾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눈빛으로 주위를 한 두 번 둘러보는 그녀였다. 그리고는 언제나 그랬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더니 입구로 향했다. 웨이터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그녀는 홀가분한 걸음으로 가게를 떠났다.

 

 난 눈으로 계속 그녀를 쫓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몇 번이나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가 없었다. 머릿속으로는 벌써 고백을 하고 무대 위에서 같이 노래를 부르는 중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움직이지 않는 발을 떼려 무던히도 노력하는 소심한 남자에 불과했다.

 

 그녀가 열고 나간 문이 반동에 의해 열렸다 닫혔다를 반복했다. 그건 내 마음과 같았다. 문이 열릴 땐 그녀에게 갈까. 닫힐 땐 그냥 보고 들은 것만으로 만족할까. 초면에 다가가서 붙잡는건 실례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평소에 여자와 그렇게 친근한 사이를 유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까도 말했듯이 꿈을 이루기 위해 음악만 팠던 내게 여자를 사귀기엔 여유가 없었다. 딱 한 번, 있긴 했지만 고백도 그녀가 했었고 그마저도 얼마 가지 않아 헤어지고 말았다. 아마도 내가 그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어서였겠지. 시간이 없는 만큼 잘해주지 못했고 그랬기에 내게 그렇게 말했던 것이었다. '넌 절대로 여자 만나지 마'라고.

 

 어느새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그 문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난 문득 아까 노래를 부르던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 다음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 이렇게 첫눈에 반 할 여자는 다시는 없을 것 같다고.

 

 그렇게 난 무슨 생각이었는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밖으로 달려나갔다. 아마도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다. 포기하는 건 하루에 하나면 충분하니까.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음악 하나로 끝내야 했다.

 

 좌우를 둘러보았다. 다행히도 그녀는 걸음이 느렸던지 멀리 가지는 않았다. 그녀는 가로등 불빛의 분위기를 즐기는 듯 천천히 눈을 뽀드득 밟으며 걷고 있었다.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그녀가 연주하는 휘파람은 하늘에 뜬 보름달과 되게 어울렸다.

 

 난 그녀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간다. 한 걸음, 한걸음. 그녀에게 가까워질수록 심장소리가 들리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쿵쾅거린다. 그녀의 왼발에 나도 왼발, 오른발에 나도 오른발을 맞추며 보폭으로만 그녀를 따라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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