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무협물
혈마연애전기
작가 : 추적룡
작품등록일 : 2017.11.20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던가. 강호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혈사를 암시하는 서책의 출현. 때를 맞춰 출몰하는 괴인들. 수백 년 전 멸문한 혈교의 부활조짐. 마교와 사파의 심상찮은 움직임까지. 모든 일의 배후이자 새로운 혈마로 지목된 청년은 정작 엉뚱한 소리만 할 뿐이다. 자신은 강호제일미와 혼인하기 위해 강호에 출도했다고. 그리고 엄숙한 얼굴로 선언한다. 자신의 연애를 방해하면 정, 사, 마를 막론하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괴팍하지만 가슴 따뜻한 이 혈마는 과연 무림을 혈겁에서 구하고 영웅이 될 수 있을... 아니, 그보다 강호제일미에게 장가들 수 있을지. 본격 애인쟁취 분투기, 를 빙자한 무림과의 맞장뜨기가... 진짜 혈마의 전설이 이렇게 시작된다.

 
백년혈마
작성일 : 17-12-07 21:44     조회 : 363     추천 : 0     분량 : 446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쿠웅 -

 

 산 속에서 묵직한 진동음이 일었다.

 

 쿠웅... 쿵...

 쿠웅... 쿠웅... 쿵...

 쿵... 쿵... 쿠웅... 쿠웅...

 

 산새들이 나뭇가지에서 푸득 날아올랐다. 들짐승들은 풀숲에서 급히 달아났다. 무거운 울림은 대낮의 숲을 뚫고 어디론가 유유히 이동해 갔다.

 

 움직임이 지날 때마다,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던 나무 등걸들이 짚단처럼 넘어갔다. 세월의 더께로 탄탄했던 언덕이 통째로 날아갔다. 강철로 된 방벽 같던 바윗덩이가 재로 흩어졌다.

 

 소리는 모든 것을 뚫고 지나갔다.

 

 휘우웅 -

 

 마침내 폭연 속에서, 소리의 주인이 나타났다.

 이글거리는 붉은 머리칼과 핏빛의 눈동자.

 어지간한 장정 두엇을 합쳐놓은 것보다 큼지막한 거한이었다.

 

 쿠웅!

 

 그가 멈춰선 곳은 마을 어귀.

 석비(石碑)의 앞이다.

 완만한 언덕빼기 위에, 지명을 알려주는 석비가 세워져 있었다.

 

 ‘......’

 

 거한이 한동안 석비를 쳐다봤다.

 마침 언덕 아래를 지나던 마을 청년이 얼핏 인사를 건네려했다.

 

 “안녕하십니까! 타지 분이신가 보군...”

 

 하지만 청년은 말을 맺지 못했다. 고개를 들어 거한을 봤을 때, 그 외양에 말문이 막히기도 했거니와...

 

 휘이이익!

 

 돌연, 자신의 몸이 허공에 뜬 채 날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청년의 머리부터가, 거한이 내어뻗은 손아귀 속으로 빨려 들듯 날아가고 있었다!

 

 “허어어어어...”

 

 무림과 무관한 청년이었기에, 허공섭물(虛空攝物)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지만, 지금의 현상이 거한이 일으키고 있다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었다.

 

 “허... 허억...!”

 

 두려움에 찬 신음성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처억!

 

 청년은 자신의 머리통이, 거한의 손아귀에 붙들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형구(刑具)에 머리가 끼인 것처럼, 옥죄어오는 느낌이었다.

 

 “제, 제발... 목숨만은...”

 

 청년은 실신 직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거한의 분위기는 형용할 수 없었다. 흉측하고 두려운 용모? 그런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숨이 멎을 듯한 공포를 자아낸다고나 할까.

 

 ‘야차다...! 사람이 아냐...!’

 

 무지막지한 체구에 더하여, 불타는 듯한 머리칼과, 피에 절은 듯 붉은 기운을 머금은 눈빛도 오금이 저릴 만큼 두려웠지만...

 

 스으읍...!

 

 거한의 입에서 뻗어 나온, 뱀처럼 둘로 갈라진 혓바닥이 날름거릴 때마다 이상한 소리가 귀를 찔렀다. 그것은 단지 거슬리는 소리인 것만이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시커먼 안개와 같은 것이 거한의 주위에서 흘러나왔는데, 그 안개가 청년의 목줄을 죄어왔던 것이다.

 

 청년은 몰랐지만 그것은 무림인의 살기였다.

 살업만을 목적으로, 오랜 세월 고련을 닦아온 자 특유의 것이기도 했다.

 

 “아차차차...!”

 

 “허억... 허어어업!”

 

 머리가 잡힌 채, 청년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숨을 내쉬었다. 물론 거한이 잠시, 숨통을 풀어준 것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거한은 뭔가 생각이 났다는 듯, 혀를 날름거리며 청년에게 물었다.

 

 “......뭐지? 스읍...!”

 

 “허어어...... 엣?”

 

 “마을 이름말이야... 흐흐흐...”

 

 “그, 그건...”

 

 조금 전, 거한이 비석을 한참이나 들여다보고 있었기에, 조금은 뜻밖의 질문이었다. 글을 모르는 것인가. 청년은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흐흐흐... 스읍...!”

 

 거한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자, 청년은 질끈 눈을 감고 답했다.

 

 “청... 청풍현입니다!”

 

 콰당탕!

 

 청년의 몸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슬쩍 내던진 것 같았는데도, 한쪽 팔이 으스러졌다. 청년은 비명조차 내지 못하고, 어깨를 부여잡고 벌벌 떨었다.

 

 “흐흐흐... 스으으으읍...!”

 

 거한이 석비를 흘긋 보며 말했다.

 

 “그 이름... 바꿔주지... 스으으읍!”

 

 말을 내뱉는 동시에, 거한의 손이 비석 위를 스치듯이 지나갔다.

 

 스으윽!

 

 비석 위의 ‘청풍현’이라는 글자가 온데간데없이, 단단한 석판 위에 새 글자가 나타났다.

 

 -혈... 세... (血 世)...

 

 “흐흐... 어때? 스으읍!”

 

 물론 청년에게 글자에 대한 소감이나 말 할 경황은 없었다.

 

 “목숨만... 살려 주십쇼!”

 

 “죽여? 너를? 왜에에에...?”

 

 별 이상한 소리를 다 들었다는 듯, 괴인이 마지막 말을 길게 끌었다.

 

 ‘허... 허어...?’

 

 무슨 반응인지는 몰라도, 일단 희망이 생겼다. 청년은 정신없이 빌던 손을 멈추고, 감았던 눈을 살짝 떴다. 떨리는 고개를 들어올렸다.

 

 “흐으음...”

 

 거한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혀를 날름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다행히도,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이윽고 결정을 내렸다는 듯이, 거한이 고개를 치켜들고 빠르게 말했다.

 

 “흐흐... 가라!”

 

 “네... 네?”

 

 “가서... 사람들한테 마을 이름이 바뀌었다고... 전해! 흐흐흐...”

 

 “넷!”

 

 청년은 헐레벌떡 일어났다. 정신없이 뛰려는데,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청년이 멈춰 섰다.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돌아봤다.

 

 “백년(百年)만에... 혈령신마가 돌아왔다고... 전해. 흐흐... 흐흐흐!”

 

 마지막 말은 뜻밖의 것이었다. 혈령신마라는 말은 처음 듣지만 그와 유사한 말은 들어봤던 것이다.

 혈마!

 그것은 청년이 어렸을 때 동네 노인들에게 듣곤 했던 흉악한 악적의 이름이었다. 마지막은 정파 영웅의 제물이 될 뿐이었지만, 악랄한 수법만은 이야기 속에서도 무시무시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백 년만이라니?

 설마 죽었다가 부활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점들을 곰곰이 돌이킬 겨를은 없었다.

 

 “아... 알겠습니다!”

 

 큰소리로 대답하고, 재빨리 고개를 숙인 후, 뒤돌아 몇 발짝 내달릴 때.

 

 “참... 그런데...”

 

 거한이 혀를 날름거리며 덧붙였다.

 

 “청풍...제일장이라던가... 그게 어디지?”

 

 “아아, 거기라면...!”

 

 청년이 다시 멈춰 섰다. 또 한 번 고개를 조아리고 답하려 할 때였다.

 

 “틀렸어...! 스읍...!”

 

 거한이 퉁명스레 외쳤다. 혀를 날름거리며, 허공에 팔을 한 번 휘둘렀다.

 

 퍼엉!

 

 “마을명이 바뀌었으니... 청풍현은 없지... 혈...세...현... 그러니까, 혈세... 제일장...? 흐흐, 그래... 그래야겠지.”

 

 거한이 중얼거리다 말고, 눈앞을 쳐다보고는 고개를 갸웃했다.

 

 “어라? 뒈졌네?”

 

 그곳에 청년이 말을 꺼내려던 아까의 자세 그대로, 입을 벌린 채 굳어 있었다.

 

 “제기...”

 

 거한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갸웃했다.

 

 “이번엔... 죽이는 것보다는... 말을 퍼뜨리는 데 신경 쓰려고 했는데...”

 

 찌푸렸던 얼굴은 이내 펴졌다.

 

 “흐흐... 하지만 뭐... 어차피 백인살(百人殺)의 규칙은 채워야 하니까... 흐흐흐... 네 놈이 백 번째로 날 만났던 것을 원망해야겠지... 모든 것은 혈령신마인... 내가 정할 뿐... 누구도 내게 명할 수 없으니까... 스으읍!”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으로 중얼거리면서, 한 손을 치켜들었다.

 

 탁!

 

 허공중에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펑!

 

 청년의 몸이 사라졌다!

 

 청년이 굳어진 채 섰던 자리... 그 공간에는, 옅은 안개와 같은 얇은 막(幕)들이, 흡사 버드나무 잎처럼 허공에 떠 있었다.

 

 그것은 미세한 액체의 조각들과 같았다. 서늘한 공기 중에, 미세한 액상들이 나풀거리며 가라앉고 있었다. 얇은 막은 짙은 적색의 빛깔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내 이름도 알려야 하는데... 장원도 찾아야 하고... 병신 같이... 죽어 자빠지고 지랄이야!”

 

 거한은 악랄한 것에 더하여, 참으로 변덕스러운 면모가 있었다. 원하는 것을 가늠키 어려울 만큼, 이랬다저랬다 하고 있었다.

 

 쓰윽!

 

 거한의 손이, 허공에서 반원을 그리듯 움직였다. 그러자, 공중의 붉은 입자들이... 허공 위에서 한 덩어리로 뭉쳐져 떠올랐다.

 

 둥실 -

 

 그것은 산산조각이 나 버린, 청년의 몸에서 뿌려진 혈무(血霧)였다.

 

 휘이이익!

 

 둥글게 뭉쳐진 핏덩어리의 기운이, 허공을 지나서, 거한에게 빨려들어왔다.

 

 “스으으으읍...!”

 

 거한의 혀가 길게 뻗어져 나왔다. 아까보다 몇 배는 길어져 있었다. 혀끝이 피로 된 구체의 가장자리에 닿았다.

 거한의 두 눈이 광채를 뗬다.

 

 “흐흐... 이 맛이야...!”

 

 꿀꺽!

 

 순식간에 집어 삼켰다.

 

 

 

 

 

 휙! 휘휘휘휙!

 

 “이쪽입니다!”

 

 무사들 수십 인이 산중을 쏘아져가고 있었다. 백의 무복에 허리에는 장검을 차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기도가 범상치 않아 보였다. 경공을 펼치는 와중에도 대오가 흐트러지는 법이 없는 건 물론이고, 눈에서는 형형한 안광이 흘러나왔다.

 

 무복의 중앙에는 ‘창천(蒼天)’이라는 글자가 수놓아져 있는데, 무리 중에는 글자가 금실과 은실로 수놓아진 두 사람이 있었다.

 

 “믿기 힘든 일입니다. 백 년 전에 죽었던 혈마가 되살아나다니!”

 

 무리를 이끄는 것으로 보이는 둘 중, 은색 문양의 사내가 말했다. 빠른 경공을 펼치는 중이었지만, 음성은 놀랍도록 단정했다.

 

 “맹(盟)에 놈을 발견했다고 전서를 보냈으니, 적어도 오늘 중에는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아니,”

 

 말을 끊은 건 금색 문양이 아로새겨진, 헌앙한 풍채의 무인이었다.

 

 “우리가 잡는다!”

 

 휘휙 - !

 휘휘휘휘휘휙 - !

 

 금빛 물결이 순식간에 전방으로 치고 나가자, 그 뒤를 따라 일제히 쏘아졌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혈교 부활 2017 / 12 / 18 394 0 3831   
24 혈교 약사(略史) 2017 / 12 / 18 385 0 6783   
23 암기 2017 / 12 / 18 359 0 10629   
22 청풍장 소동 2017 / 12 / 17 379 0 5930   
21 남녀상열지사, 만추 2017 / 12 / 15 358 0 6589   
20 괴이한 문양 2017 / 12 / 15 379 0 6267   
19 외모지상주의? 2017 / 12 / 14 358 0 4137   
18 내가 찜한다 2017 / 12 / 13 350 0 6591   
17 불허한다 2017 / 12 / 12 388 0 5530   
16 내자불선 2017 / 12 / 11 395 0 3903   
15 조심 2017 / 12 / 8 362 0 5517   
14 백년혈마 2017 / 12 / 7 364 0 4469   
13 노래 2017 / 12 / 6 394 0 6010   
12 인기남들 2017 / 12 / 5 399 0 4413   
11 청풍제일장 2017 / 12 / 4 366 0 6257   
10 진혜미 2017 / 12 / 1 378 0 3975   
9 약속해라 2017 / 11 / 30 367 0 4991   
8 큰 놈, 작은 놈, 중간 놈 2017 / 11 / 29 370 0 5297   
7 진경 2017 / 11 / 28 362 0 4102   
6 만상수라동 2017 / 11 / 27 393 0 4369   
5 외순찰 십삼조2 2017 / 11 / 24 380 0 4852   
4 외순찰 십삼조1 2017 / 11 / 23 363 0 4057   
3 척유한2 2017 / 11 / 22 363 0 4640   
2 척유한1 2017 / 11 / 21 382 0 4052   
1 서(序) 2017 / 11 / 20 591 0 286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