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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nonsense love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7.11.13

누군가와 연인이 되어 사랑을 이어나가기 힘든 한 남자와 그 남자를 도와 병을 고쳐나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nonsense love-20
작성일 : 17-12-07 21:19     조회 : 334     추천 : 0     분량 : 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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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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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단서를 들고 학교에 갔다. 내일 내면 되지만 이런 건 미룰수록 기억에서 물러나기 마련이다. 그냥 빠르게 처리하는 편이 낫다. 선생님의 “땡땡이 친 건 아니지?” 라는 질문에 순간 움찔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은 어색한 것 같은 웃음을 흘리면서 맞장구를 쳤다. 교무실을 나서며 복도를 걷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야 뭐 지금 우리 학년에 제일 안 좋은 쪽으로 유명한 사람이니 내게 욕이나 폭력이 들어오는 건 당연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요즘 물건이 없어진다거나 책상 속에 물에 적신 흙을 잔뜩 넣어둔다던가 책상 위에 입에 담기도 더러운 욕설이 써져있는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일어나고 있다. 아무튼 이런 게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진수와 약간의 싸움이 있었을 때 난 분명하게 윤영의 이름을 언급했다. 그렇다면 그녀 또한 그들의 이야기에 올라올 것이 분명할 터. 그리고 실제로 나처럼 무슨 짓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여태까지의 윤영의 모습들을 보면 크게 그런 일 없이 나와 ‘왜 사귀냐?‘ 라는 말이나 ’걔는 쓰레기다.‘ 라는 말을 듣는 선에서 그치는 수준인 것 같지만 확인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나 때문에 피해를 보는 건 내 마음이 무거워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윤영의 교실은 교무실과 내 교실의 중간에 자리 잡아서 교무실에 들렀다 돌아가는 척 하며 슬쩍 안을 보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게 그녀의 반 창문을 통해 반을 훑었는데 오늘은 집 안의 일도 없고 어제만 해도 명랑하게까진 아니더라도 최소한 우울하게 자신의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어디가 아픈가? 핸드폰으로 윤영에게 문자를 보내서 안부를 묻고 다시 지나치려고 하는데 그녀의 반 뒷문에서 무리지어 모인 남자애들과 여자애들이 다 같이 한 목소리로 윤영의 흉을 보는 것이 들려왔다. 내 책상에 적혀지는 욕보다 더 심했으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을 그럴 욕이 말이다.

  머릿속으론 아마 그것 때문이 아닐 거라고, 어디가 아픈 것일 뿐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답장 없는 윤영과의 문자 내역과 오늘 내가 들은 그녀에 대한 욕설들이 그 생각들을 짓밟았고 그 짓밟은 자리에 상상하기도 싫은 생각들을 심었다. 안 좋은 쪽으로 자꾸 기우는 생각들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내 뇌는 내 다리를 보챘고 그 결과 나는 초등학교 때 이후 처음으로 지금 달리면서 하교를 하고 있다. 지구력이 별로 좋지 않고 폐활량도 그저 평범한 수준이여서 자꾸 숨이 가빠오고 머리가 가끔씩 어지러웠지만 그 느낌과는 상반되게 자꾸만 선명하게 떠오르는 안 좋은 생각들 때문에 다리엔 힘이 더 실렸다. 그러다 너무 급하게 달린 나머지 하나 간과한 게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속력을 줄였다. 윤영의 집은 아파트인데 정작 난 동 수는 알아도 몇 호인지는 모른다. 아파트 현관을 어떻게 열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 핸드폰을 들었다. 그녀의 전화번호를 찾아 빠르게 걸었다. 평소엔 무감각하게 들리던 수신음이 오늘은 자꾸 날 초조하게 만들었다. 이제 끊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상대편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다행이다. 우선 안 좋은 생각들 중 제일 안 좋은 시나리오는 어찌 피한 것 같다. 난 숨을 최대한 가다듬으며 오늘 학교에 안 나온 이유와 문자에 대한 답장이 없는 것을 물었다. 그랬더니 윤영은

  “감기 몸살이지 뭐... 방금 깨서 답장을 못 했어. 걱정이라도 한 거야?”

  라고 답했다. 정말 그런 거라면 여기서 달리는 것을 멈추고 내 집으로 가겠다만 아직 난 그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시나리오가 하나 더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아... 하... 어쨌든 문 좀 열어줘... 몇 호야?”

  “굳이 안 와도 되는데...”

  “됐으니까, 하... 빨리...”

  윤영은 마지못한 목소리로 내게 호 수를 알려줬고 난 그것에 더욱 추진력을 얻어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딩동ㅡ 하는 청명한 소리가 난 후 조금 기다리자 문이 열렸고 잠옷 위에 담요인지 이불인지 모를 것을 덮은 모습으로 윤영이 날 반겼다.

  “어서와, 우리 집은 처음인가?”

  “하... 어, 뭐 그렇지. 실례할게.”

  아직 어느 정도 남아있는 달리기의 잔재를 크게 한숨으로 몰아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여느 아파트와 다를 바 없이 평범한 공간들이다. 거실과 주방, 안방 세 곳과 화장실이 하나. 집을 한 번 둘러보고 목이 말라서 주방으로 갔다. 윤영이 내 뒤를 따라와 선반에서 컵을 꺼내며 여기에 마시라고 말했다. 아마 이게 손님용 컵인 것 같다. 텅 빈 쓰레기통을 멍하니 바라보면서 정수기에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적절히 섞어 따르고 있는데 생각하고 있던 시나리오 때문인지는 몰라도 정말이지 문득 눈에 이상한 게 들어와서 윤영에게 물었다.

  “너 점심은 먹었냐?”

  “응? 어, 뭐... 죽 먹었지.”

  “흐음... 약은 먹었어?”

  “당연히 먹었지.”

  “몇 시 즈음에?”

  “세 시 정도..?”

  그 말을 듣고 시계를 봤다. 내가 생각한 것이 크게 엇나가지 않았음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물 컵을 싱크대에 내려두며 윤영에게 말을 건넸다.

  “가방 좀 두고 싶은데 네 방에 둬도 돼?”

  “크게 상관은 없다만... 정리 안 되어있어서 지저분하게 느껴질지도 몰라.”

  “뭐, 내 방도 더러운데 어때.”

  큰 부정의 표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윤영의 방문을 열었다. 지저분하다고 하더니 쓰레기가 널려있지도 않았고 먼지가 잔뜩 쌓여있지도 않았다. 다만 책상이 조금 어지럽혀져 있었는데 그곳을 바라보니 내가 찾는 것이 보이지 않았다. 그 말은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가 어느 정도는 맞았다는 뜻이다. 아니, 정답일 확률이 높겠지. 방구석에 내 가방을 내려놓고 그녀를 돌아봐 눈가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눈이 조금 부어있는데 자다 깬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것만이 원인인 것이 아닐 거다.

  “이리 와봐.”

  윤영의 침대 위에 앉아서 손짓했다. 내 옆자리를 손으로 툭툭 치면서 앉으라고 권하자 미심쩍어하는 표정을 짓다가 조심스럽게 앉았다. 그리고 내 시선을 피하다가 내가 가만히 있자 그녀는 왜 그러냐는 의미가 담겨있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맞받아 바라봤다.

  “뭐, 왜? 밥풀이라도 묻었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보기만 해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약간의 불쾌함이 담겨져 있는 것을 느끼고 난 입을 뗐다. 그러고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쉰 후에 그녀에게 물었다.

  “너, 울었지? 아프다는 건 전부 구라고.”

  윤영이 아주 짧은 시간에 움찔하고 몸을 떠는 것을 난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웃음 지으면서 내게 반문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내 눈이 부은 거 보고 그러나본데 아까 전화로도 말했듯이 방금 전에 일어나서 그래.”

  “그것도 물론 있긴 하지만 그것 말고도 아직 몇 가지 의심되는 게 더 있어.”

  “뭔데?”

  “우선 하나는 아무 것도 들어있지 않은 쓰레기통. 약을 담아두고 있었을 터인 약봉지가 보이지 않아.”

  “쓰레기통을 비웠을 수도 있잖아?”

  “그게 더 말이 안 되지. 감기 몸살인데 쌀쌀한 밖으로 나간다?”

  윤영은 내 반론을 듣고 입을 꾹 다물었다. 침묵으로 내게 긍정을 표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또 하나. 싱크대가 너무 건조해. 죽을 먹었더라면 그릇과 식기는 기본이고 컵과 기타 반찬 그릇이 물에 젖어 있어야 되는데 물기 하나 없었어. 시간이 지나서 증발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네가 먹은 시간과 내가 도착한 시간 사이의 공백이 좁아. 그리고 제일 큰 증거가 하나 더 있지.”

  오른손 검지를 들어 윤영의 책상 위를 가리켰다. 내가 만난 감기든 뭐든 병을 지닌 사람들이 약을 두는 위치는 쉽게 뺄 수 있고 잊지 않을 정도로 눈에 훤히 보이는 곳에 뒀다. 그리고 그 논리를 따르면 서랍에 있을 리는 없고 주방, 거실에도 없었다. 자신의 약을 다른 안방에 둘 이유 또한 없으니 결국 남는 장소는 그녀의 방. 눈에 잘 띄는 곳이라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침대 위나 책상 위. 침대 위는 없는 것을 앉을 때 확인했고 책상 위가 어지럽혀져 있다지만 병을 낫게 해주는 약을 그 많은 책들의 아래에 깔아두지 않을 거다. 즉, 요약하자면

  “약이 없어.”

  그렇다. 약이 없다. 죽을 먹은 것도 거짓말이고 약을 먹은 것도 거짓말. 그럼 결과적으로 그녀가 감기에 걸렸다는 것 또한 거짓말이라는 이유고 결석 사유는 감기가 아니라는 소리다. 윤영의 성격에 나처럼 늦잠을 자진 않았을 것 같고 그럼 오늘 내가 들은 그녀의 반에서 들린 욕이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소리이며 그건 내가 여기 오면서 생각한 하나 더 남은 시나리오다.

  “아주 탐정이시네.”

  약간의 웃음기와 조금은 알아차린 것에 대해 원망스러운 느낌이 담겨져 있는 말투로 내게 농담 아닌 농담을 던졌다. 난 오늘만큼은 그 농담을 받아칠 수 없었다. 농담을 하는 그녀의 목소리가 방금 전까지와는 달리 많이 침울해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힘들면 말하지 그랬어.”

  “그걸 어떻게 말해... 가뜩이나 너도 그 병 때문에 힘든데.”

  “내 일에 말려든 꼴이잖아. 실컷 내 탓을 해도 난 할 말이 없어. 원한다면 풀릴 때까지 나를 욕해도 돼.”

  “아니... 그러지는 않을 거야. 그러면 너한테 욕을 했던 애들이랑 똑같이 되는 거잖아?”

  뭐라 대답할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고 뒤이어 찾아오는 어색한 침묵.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앉아있었다. 숨기고 싶던 것을 들킨 당황스러움과 조금의 창피함, 숨기려던 걸 들춰낸 민망함과 약간의 죄책감이 방 안을 뒤덮었고 속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미세하게 떨리는 윤영의 손을 나도 모르게 잡았다. 쌀쌀한 밖에서 잡을 때에도 이렇게 조금이라도 떤 적이 없었는데. 미안한 마음이 자꾸 내 마음을 물들였다.

  “힘들면 그만해도 돼.”

  “왜? 병을 고쳐야 하잖아...”

  “그래도 너까지 고생시키긴 싫어.”

  “하.. 하하.. 하하하...”

  윤영이 천천히 웃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감정 변화를 따라가지 못 한 나는 그저 멍하니 있기만 했다. 이윽고 웃음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는지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입에 웃음을 올린 채 윤영은 내 눈을 똑바로 마주보며 말했다.

  “방금 진짜 남자친구 같은 발언인 거 알아?”

  그 말에 난 쓴웃음을 지었다.

  “어쨌든 힘들면 그만해도 돼.”

  “아니, 내가 하기로 했잖아?”

  “...그럼 최소한 말이라도 해. 참으면 병 된다.”

  “그래.”

  그렇게 어색한 공기는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고 우린 그저 웃었다. 침대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겼다. 여기에서 해야만 했던 일은 전부 했고 남의 집에 계속 있는 것이 예의는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 가냐는 윤영의 질문에 이제 슬슬 가야지 라고 답하며 현관문으로 나갔다. 아까 처음에 날 들일 때 덮고 있던 담요는 덮지 않은 채로 문까지 배웅을 나왔다. 가지고 있던 힘든 것을 어느 정도 털은 것처럼 보여 마음이 조금은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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