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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를 보다
작가 : 봉구
작품등록일 : 2017.12.7

18살.. 아무것도 부족 한 것 없어 보이는 강태하가 옥상위에서 파아란 하늘을 끌어안는 한지수를 보았다.
평범하리라 예상했던 태하의 일상에 지수가 들어왔다. 지수와 함께한 모든 시간은 그들의 찬란한 기억이고 추억이 되었다.

 
#01
작성일 : 17-12-07 19:18     조회 : 216     추천 : 0     분량 : 7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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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인천공항

 

 여름 휴가 기간도 아닌데 공항에는 나가고 들어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이번 연말 연휴가 길어서 그런가 보다. 그 사이에 유독 눈에 띄는 무리가 있었다.

 

 키가 180이 훌쩍 넘어 보이는 남자 두 명과 그리고 유독 그들을 재촉하는 한 여학생. 인물들이 워낙 뛰어나서 그런지 지나가던 사람들은 마치 연예인이 아닌가 싶은 생각으로 다시 뒤돌아서 그들을 보았다.

 

 “오빠!! 우리 빨리 가자!! 할아버지 기다리시겠어!!”

 

 “그래그래. 지금도 빨리 가는 중이야”

 

 지수의 서두름에 걸음을 빠르게 하고 있지만, 지수는 뛰기라도 했으면 좋겠는지 계속 두 오빠들의 팔을 끌어당겼다.

 

 “지수아가씨!!”

 

 그때 양복을 입은 남자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서 지수를 불렀다.

 

 “어!! 김비서님!!”

 

 “제가 너무 늦게 왔나 봅니다. 지수아가씨!! 지환도련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김비서는 서둘러서 인사를 하고 지수와 지환의 짐을 챙겨 들었다.

 

 “아닙니다. 비행기가 예정보다 조금 빨리 도착했어요. 시간 딱 맞추셨어요.”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정호도 오랜만이다.”

 

 지환의 옆에 서있던 정호도 김비서를 향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네. 김비서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김비서님 우리 빨리 집에가요!! 할아버지 기다리시겠어요!”

 

 “네! 빨리 차에 오르세요!!”

 

 김비서는 지수의 조름에 웃으면서 차에 짐을 싣고 빠르게 평창동으로 향했다.

 

 **

 

 지수는 평창동에 도착하자마자 차에서 가장 먼저 내려서 집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께서 작년에 잠시 미국에 오셨었고 그 이후로 1년만이다. 오랜만에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몇 날 며칠 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사실 할아버지를 만난다는 기쁨도 있지만 드디어 한국에서 생활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시고 지수는 미국에서 지환이와 정호와 지내고 10년만에 돌아 온 것이다.

 서둘러 벨을 누르고 문이 열림과 동시에 지수는 가볍게 뛰어서 들어갔다.

 

 “할아버지!! 저희 왔어요!!!”

 

 지수는 문 앞에서 기다리는 한 회장에게 안겼다.

 

 “어이구!! 우리 지수 왔구나! 드디어 왔어!!”

 

 한 회장은 지수를 안으며 또 지수의 얼굴을 확인하면서 지수를 보았다. 먼저 보낸 며느리가 그렇게 미인 소리를 들었는데 커가면서 엄마를 닮아가는 지수는 누가 보아다 어여뻐 보였다.

 

 “오느라 많이 힘들었지? 세상에.. 일 년 사이에 우리 지수가 아가씨가 다 되었어!!”

 

 “그럼요!! 할아버지!! 제가 무려 18살이나 되었잖아요!! 낭랑18세입니다!!”

 

 할아버지에게 팔짱을 끼면서 애교를 부리는 모습은 영락없이 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한 회장 뿐만 아니라 한 씨 집 안의 모든 이들에게 지수의 애교는 그야말로 엔돌핀이었다.

 

 “할아버지는 지수만 보이세요? 저랑 정호도 왔습니다.”

 

 “그래 알고 있어!! 어여 추우니까 들어와서 앉아라.”

 

 한 회장의 말투는 퉁명스럽게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두 사람을 바라보는 눈은 따뜻하고 다정했다. 분명 손녀딸에게 보이는 특유의 다정함까지는 아니더라도 지환이와 정호는 한 회장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모이니까 드디어 집이 꽉 찬 기분이구나.”

 

 할아버지의 말씀에 세 사람은 서로 얼굴 마주 보며 웃었다.

 

 “다들 배고플텐데, 일단 식사부터 하자”

 

 한 회장과 세 사람은 일어나서 식당으로 향할 때 현관 벨소리가 울렸다.

 

 “어?? 누가 또 와요??”

 

 지수의 물음에 한 회장도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현관 쪽을 바라봤다.

 

 “회장님, 장 사장님하고 지원군이 왔습니다.”

 

 집안일을 봐주시는 윤여사의 말에 네 사람은 당황한 얼굴이었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이 등장한 기분이었다. 그때 장 사장은 지원을 앞세워 들어왔다.

 

 “장인어른!! 저희 왔습니다!!”

 

 큰소리를 내며 들어온 이는 지환이와 지수의 고모부인 장창진사장이었다.

 

 “자네가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인가?”

 

 지수나 지환이에게 보이지 않는 냉정하고 차가운 말투와 눈빛은 사실 세상 사람들이 알고 있는 한현태 회장의 본 모습이었다. 그는 대한민국 3대 기업 중 하나 인 태진그룹을 이끄는 수장이고 지금도 대한민국의 경제를 책임 지는 한 축이었다.

 

 “지환이랑 지수가 귀국했다는 이야기 들었는데, 가족으로서 당연히 와 봐야지요!! 하하하!!”

 

 한 회장은 장 사장의 경박스러운 말투와 웃음이 매번 마음에 들지 않은 눈치다. 그렇게 싫은 티를 내도 바뀌지 않는 장 사장의 태도는 보면 볼 수록 마음에 들지 않았다.

 

 “흠...”

 

 한 회장은 못마땅한 눈치에 기죽은 모습을 보인 건 그의 아들인 지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 사장의 태도는 더욱더 뻔뻔해 보였다.

 

 “세상에 지수는 길에서 봤으면 몰라 볼 뻔했구나. 정말 예쁘게 자랐어!! 예쁘게!! 하하하”

 

 지수를 향해서 자연스럽게 손을 뻗는 모습에 지환이와 정호는 슬그머니 그 앞을 막으며 인사했다.

 

 “고모부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지요?”

 

 지환이의 행동에 살짝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였지만 그 모습은 찰나였다.

 

 “그래. 나야 잘 지냈지. 지환이도 오랜만에 보는구나.”

 

 “네.. 지원이도 오랜만이다. 이제 고3인가?”

 

 지원이는 자신을 향한 지환의 시선에 움찔하면서 이야기 했다.

 

 “네. 형.”

 

 장 사장은 그런 소극적인 지원이의 행동이 마음에 안드는지 지원이를 향해서 슬쩍 눈을 흘겼다. 모두가 보는 앞이라 큰 소리 내지 못 한 것 또한 마음에 들지안았다.

 

 “고무부 오랜만에 뵈어요. 지원오빠도 오랜만이네.”

 

 지원은 지수의 이야기에 들으며 마치 무언가 홀린 듯 바라보며 조용하게 이야기했다.

 

 “그래.. 오랜만이다.”

 

 순간의 정적이 흐를 때, 한 회장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들 보러 왔다고 하니, 일단 식사부터하자.”

 

 식탁에 모인 사람들 사이로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고 젓가락이 오가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 정적을 깬 건 장 사장이었다.

 

 “지환이는 어디로 출근을 하니?”

 

 지환이 대답하기도 전에 한 회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지환이는 본사 총괄 이사로 발령이 날 거다.”

 

 “본사 총괄이사요? 아니 본부장도 아니고 총괄 이사라니, 너무 빠른 게 아닙니까?”

 

 장 사장은 본인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다.

 

 모두가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 놓고 장 사장을 바라보았다. 장 사장은 눈치 없이 더 큰 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총괄 이사보다는 그래도 실무적인 부분을 더 배우고.. 그...”

 

 “자네가 그럼 회장을 할텐가? 왜 내 결정에 그리 화를 내는건가?”

 

 “아니.. 제가 또 언제 화를 냈다고 그러십니까.. 하하 그냥 저는 사람들 눈에 그저 안 좋게 보일까 그게 염려되어서..”

 

 “흠... 지환이는 미국 지사에서 충분히 실무를 공부했고 또 눈에 뛰게 큰 성과도 보였어. 무슨 문제가 있는가?”

 

 “그 문제라기 보다는.. 음..”

 

 “본사일은 나와 지환이가 잘 해 나갈 테니 자네는 그 태진어패럴이나 잘 관리하게. 굳이 본사 일까지 신경 쓸 필요 없네.”

 

 한 회장의 딱 잘라 하는 말에 장 사장은 두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갔다. 더 이상 참견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한껏 주저 앉아있을 때라는 것도 알고 있지만, 머리 끝까지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 제가 약속이 있는 걸 깜박 했습니다. 그럼 지원이랑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장 사장은 그만 일어나라는 듯 지원이의 팔을 붙들었다.

 

 “지원이 밥 다 먹은게냐?”

 

 한 회장의 말에 지원이는 자신의 밥 그릇을 쳐다 보았다. 아직 반이나 남아있었다.

 

 “예. 할아버지 저는 아버지하고 먼저 일어 나겠습니다.”

 

 “흠.. 그래. 다음에 또 보자구나.”

 

 지환이와 정호는 서둘러 나가는 장 사장과 지원의 모습을 쳐다보며 눈빛을 주고 받았다.

 

 “좋은 저녁 시간이 엉망이 된 것 같은데.. 우리 지수는 밥도 제대로 먹지도 못했고.”

 

 지수 한정 한 회장의 다정한 말투에 지수는 저도 모르게 배시시 웃었다.

 

 “괜찮아요. 많이 먹었어요. 일단 올라가서 짐 정리하고 좀 씻을게요.”

 

 “그래. 그렇게 해.”

 

 지수는 지환과 정호에게 눈 인사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흠.. 너희 둘은 잠깐 서재로 들어와.”

 

 **

 

 서재에 모인 세 사람은 말 없이 차를 마시며 각자의 생각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을 깨며 한 회장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태진어패럴쪽은 좀 알아 보니까 어떤 것 같니?”

 

 “상황이 썩 좋진 않은 것 같아 보였어요. 일단은 실무진들이 힘을 쏟고 있긴 하지만 오래 가진 못 할 것 같습니다.”

 

 지환의 말에 더욱 침통한 표정을 보인 한 회장은 문득 옆에 있는 작은 액자를 들여다 보았다.

 

 “태진어패럴은 지혜를 위해서 내가 준비한 건데.. 그렇게 무너질 걸 생각하니 참.. 마음이 그렇구나. 어쩌자고 그런 놈을 데리고 와서는..”

 

 해 맑게 웃으며 한 회장과 함께 찍은 사진의 주인공은 한 회장의 딸인 한지혜였다. 지혜는 의상 디자인 전공으로 패션 사업에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유학 길에 올랐고 귀국할 때는 지금의 장 사장과 함께 들어와서 결혼 허락을 받았다. 당시 한 회장은 절대 반대를 하고 싶었지만, 지원이를 임신한 채 귀국을 해서 어쩔 수없이 결혼을 허락했다. 그리고 지원이를 낳고 6개월 후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건강하게 지원이를 출산했다고 했는데,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다. 사망 사유도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딸을 먼저 보내야 했다. 수많은 의문을 남겼지만, 지원이를 생각해서 일단은 태진어패럴을 장 사장에게 맡기고 두고 본 참이다.

 

 “내가 두 자식하고 마누라 앞서 보내고.. 참.. 죄가 많은가 보구나.”

 

 한탄스런 한 회장의 모습에 두 사람은 숙연해질 수 밖에 없었다. 세상 사람들은 냉정하고 차가운 사업가라고 칭해도 가족에겐 더 없이 따뜻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지환이나 지수를 아끼는 마음도 유독 크지만, 일찍이 부모를 먼저 보낸 지수를 더 귀하게 아꼈다. 한 회장에게 지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다.

 

 “할아버지.. 일단 실무 쪽 사람들과 계속 확인 하고 있으니까, 너무 염려 마세요.”

 

 “그래.. 그래야지..”

 

 한 회장은 상념에서 벗어나 이야기를 시작했다. 딸을 생각했던 가라앉던 눈빛이 아닌 한 회사를 이끄는 수장의 눈빛을 보였다.

 

 “정호야..”

 

 “예 회장님”

 

 “내가 작년에도 물었지만 이번에 마지막을 물으마.”

 

 “말씀하십시오.”

 

 “정말 지환이와 함께 할테냐? 너의 능력은 내가 충분하게 봤다. 그래서 묻는거야. 지환이 그늘에서 저 아이를 뒷받침하는 걸로 만족 하냐는 말이다.”

 

 “예. 저는 상관없습니다. 지환이와 일 하는 것도 재미있고 또 지금이 좋습니다.”

 

 한 회장은 정호의 대답이 고맙고 미안했다. 두 사람의 인연으로 10년 가까운 시간을 함께 해 왔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회사를 경영하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편이 필요했다. 그 역할에 정호는 충분히 잘 해 낼 것이란 것도 알고있었다.

 

 “그래.. 그럼 이제 더 이상은 묻지 않으마. 두 사람도 피곤 할 테니 올라가서 쉬도록 해라.”

 

 두 사람은 동시에 대답을 하고 서재를 나왔다.

 

 “정호야.. 정말 괜찮은거야? 니가 원한다면 어디로든 가도 괜찮아.”

 

 “니 성질 받아 줄 사람이 어디 흔한 줄 알지? 내가 옆에서 챙겨준다고 할 때 고맙습니다. 하고 받으면 되는거야.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좋아.”

 

 “내 성질 더러운 건 뭐 나도 잘 아는 이야기니 뭐 할 말은 없지. 하지만 괜히 나한테 은혜를 갚는다느니 뭐 그런 어울리지 않는 희생정신 같은..”

 

 “희생정신??? 무슨 독립운동하냐?? 뭐가 그렇게 거창해? 진짜 좋아서 한 다니까. 믿어라 좀!! 그리고..”

 

 잠시 걸음을 멈추고 정호는 지환이를 바라보며 조금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했다.

 

 “그 당시 밑바닥에 있는 날 도와준건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건 사실이야. 근데 지금은말야.. 너도 그리고 지수도 정말 내 가족 같아. 아니 진짜 가족이라고 생각해. 그래서 함께 하는 게 정말 좋아. 이정도면 대답 충분한 거 아닐까?”

 

 진지한 정호의 태도에 지환이는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지환이도 그리고 지수도 진짜 가족이라고 서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잠시 진지해진 대화 서로는 어색하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무슨 사랑고백을 그렇게 거창하게 하냐? 너랑 붙어 산지 10년이라도 난 남자한테 관심 없다.”

 

 손을 휘휘 저으며 앞장서서 걷는 지환을 보며 잠시 진지했던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지랄을 한다.”

 

 더 시원하게 욕을 해 주고 싶었지만, 집안에 혹시라도 지수나 한 회장이 들을까 싶어서 거르고 걸러서 한 말이었다.

 

 “쉬어라”

 

 앞장서 걷던 지환이가 먼저 2층 방에 들어갔다.

 

 **

 

 장 사장은 차에 타자 마자 머리 끝까지 올라 오는 화를 지원이에게 쏟아 붙기 시작했다.

 

 “이 병신 머저리같은 녀석아!! 니 외할아버지 앞에서 그런 쭈글이 같은 모습을 보였어야 했니? 어? 지환이를 보고 좀 배워라!! 비록 너와 나이차이가 10살이나 난다고 해도!!! 지환이는 항상 당당했다고!! 지금 니 나이에도 말이다!! 아무리 친가 외가 차이라지만 그래도!! 니가 더 싹싹하게 한 회장 앞에서 아양이라도 떨어야지!!! 이런 젠장!!”

 

 장 사장은 분에 못 이겨서 자동차시트를 주먹으로 마구 치면서 화 풀이를 했다. 아마 집이었다면 저 화풀이의 대상은 지원이었을 것이다.

 지원이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그저 정면만 보면서 다른 생각에 빠져 있는 것 같았다. 장 사장은 그런 지원의 태도에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이 지원을 노려보았다.

 

 “난!! 절대로 태진어패럴에 만족 할 수 없어!! 암 그렇고 말고!! 내가 다 가져올거야!! 다!!”

 

 장 사장의 혼잣말에 지원은 얼핏 비웃음을 지었다.

 

 장 사장과 지원을 태운 차가 멈추고 지원은 혼자 내렸다. 그리고 장 사장을 태운 채 차는 출발했다. 아마도 강남의 고급 술집에 갔을 것이다. 서울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예쁜 아가씨들이 있거나 혹은 새롭게 오픈한 술집은 다 가봤을 것이다. 장 사장의 돈은 그렇게 여자와 술에 쏟아 붙고 있으니까.

 

 지원은 떠나는 자동차의 불 빛이 사라 질 떄 까지 바라보다가 집으로 들어왔다. 드디어 복잡한 머리를 혼자서 조용하게 생각 할 수 있었다. 집안에 일 해주시는 사람들도 퇴근하고 없었다. 조용했다. 입구에 센서 불만 켜졌다가 꺼지고 지원이는 담배를 입에 물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담배에 불을 붙이지 않고 그냥 물고 있는 모습은 한 회장 앞에서 보였던 모습과는 완전 상반된 모습이었다. 마치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것 만 같았다.

 

 “한지수.. 한지수.. 드디어 한지수를 봤어.. 한지수.. 아...”

 

 지원의 머릿속에 지수의 이름과 지수의 얼굴과 지수의 목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지수를 처음 만난 이후로 단 한 번도 잊을 수 없었던 그 모습들이 머리에서 뒤죽박죽 돌아다녔다.

 

 지혜가 죽고 나서 지원은 친할머니와 친할아버지 손에서 자랐다. 서울에서도 한 참이나 떨어진 어떤 섬이었다.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나서 지원은 서울로 올 수 있었다. 어떤 섬이었는지 이름조차도 기억나지 않았고 그 곳에서 생활은 지금도 생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싫었다. 아니 생각도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 서울에 올라와서 처음 외할아버지께 인사를 갔다. 그 곳에서 처음 지수를 만났다. 저 아이는 인형일까? 사람이 맞나? 지수의 첫 인상은 그랬다. 인형이 말을 하는 모습. 가까이 다가가면 부서질 것 같은 모습.

 8살 지원에게는 충격이었다. 그래서 다가가지 못하고 항상 바라 만 보았다. 나의 사촌 여동생 한지수.

 그리고 갑자기 지수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지수는 지환을 따라 미국으로 갔다. 오늘 드디어 지수를 만났다. 여전히 지원에겐 지수는 인형 같았다. 만져보고 싶다 가도 부서질까 만져보지 못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한지수.. 한지수.. 그 아이를 내가 가질 수 있을까?

 

 “흐흐흐.. 흐흐흐... 그래... 가질 수 있다면 가져야지.. 꼭 내옆에 둘거야.. 그래.. 그러면 된다.”

 

 지원에 입에는 여전히 불이 붙지 않는 담배가 물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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