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용의 나라: 신수의 땅
작가 : 유람중
작품등록일 : 2016.9.3

5년째 계속된 폭설로 위기에 처한 동목국(東木國).
설상가상으로 수호신 청룡의 병세가 심상치 않다.

쇠약해져 동면에 들어버린 청룡을 위해 해결책을 찾아 떠난 그들은,
과연 수호신을 깨우고 이 땅에 잃어버린 봄을 되찾아 올 수 있을까?
.
.
.
왕실의 비극에도 눈물을 삼키며 참을 수 밖에 없었던 어린 왕자, 인수
지독한 겨울의 길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버틴 거지 소녀, 베라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 강해지기 위해 수련하는 소년 무인, 미자르

#모험 #성장 #우정 #사랑

+ 귀중한 시간을 내어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동양 신화를 중심으로 하지만 서양풍의 내용도 적절히 섞인 글입니다. 앞으로 완결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1-3. 겨울과 길 위
작성일 : 16-09-03 06:58     조회 : 329     추천 : 0     분량 : 502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베라야, 떠나자. 이 땅 아래로 가면 봄이... 흐윽. 봄이란 것이 있대. 흐으윽. 그 곳은 청룡께서.. 흐읍. 윽! 청룡께서. 어허허허헝! 어어헝!’

 

 어머니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며칠을 눈물로 보내었다. 그리고 끝내 슬픔에 억눌려 땅 속으로 사라졌다. 베라 혼자만을 남겨두고.

 

 안톤은 갑작스레 부모를 잃어버린 가엾은 베라를 도와주려 했지만 그들의 살림살이도 그리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이번에 온가족을 데리고 검은 돌덩이를 찾았던 곳 근처로 이사 가려 했다.

 

 함께 가자고 말하는 안톤에게 베라는 그저 침착하게 아버지가 약속을 지켰는지만 반복해서 물었다. 만일 아버지가 미개인으로 죽었다면, 이제 그 빚의 약속을 자신이 마저 갚아야 한다는 기이한 열망만이 그녀를 지배했다.

 

 ‘세르게이는 누구보다 성실한 사람이었어. 네 아버지는 명예롭게 빚의 약속을 갚으셨다. 베라 너는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해야 할 거야. 알고 있지?’

 

 안톤은 베라를 어떻게든 위로하려 했다.

 

 ‘물론이에요, 아저씨. 아빠가... 아빠가... 약속을 지켜내셨다는 게 자랑스러워요. 하지만 아저씨, 저는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 미개인이 되더라도 나와 함께 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전... 전... 흑... 전 나쁜 아이 인가 봐요.’

 ‘오, 얘야. 그렇지 않아. 그런 게 아니야. 넌 아직 어리고 어른의 일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야. 오, 이런. 이를 어째.’

 

 베라는 안톤의 부인이자 단짝친구 안나와 미하옐의 어머니에게 안겨 펑펑 울었다. 대체 이 작은 몸 어디에 이 많은 눈물이 있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들 부부는 무리를 하더라도 베라를 데려가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들의 속마음이 어떠하든, 베라는 그날 밤 아버지가 빚의 약속을 갚았다던 비행선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그저 아버지가 얼마나 명예로운 사람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행선의 어느 누구도 아버지 세르게이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베라는 할 수 없이 비행선 앞에 쪼그리고 앉아 눈물을 애써 참아 냈다.

 

 ‘어머! 얘, 너 누구니?’

 ‘흡. 나는 베라예요. 빚의 약속을 지켜낸 아버지의 딸이란 말이에요, 흡!’

 

 베라의 앞에 마주 앉은 여자에게서 처음 맡아보는 달콤하고 황홀한 향이 뿜어져 나왔다.

 

 베라는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과 더 없이 아름다운 미소를 보고 자신이 왜 여기까지 왔는지 모든 것을 술술 털어 놓기 시작했다. 마침내 이야기가 끝이 나자 그녀는 조금 애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음... 네가 그 분의 딸이었구나. 감기로 고생했던?’

 ‘언니는 우리 아빠를 아나요?!!’

 ‘물론이야. 내가 그분께 솜이불과 보드카를 드리고 검은 돌덩이를 받았거든.’

 

 여자가 길고 고운 손을 들어 베라의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며 답했다. 바람 따라 정신없이 나부끼던 금빛 머리칼이 그제야 제자리를 찾은 듯 가지런해졌다.

 

 ‘아, 역시 우리 아버지는 명예로운 분이시죠?’

 ‘명예? 무슨 말이니?’

 ‘세 개의 빚을 졌으니, 세 개의 빚을 갚았냐는 거예요!’

 

 기쁨에 찬 베라의 질문에 그녀는 좀 더 애매한 미소를 지었다.

 

 ‘음... 사실은 세 개보다 더 받았어. 그래서 이제 네 방식으로 내가 너에게 빚을 갚아야 할 거 같아.’

 ‘네? 언니가 저에게 빚의 약속이 있다고요?’

 ‘그래, 네가 사는 곳을 몰라서 찾아갈 수가 없었어.’

 

 그것은 이상한 변명이었다. 베라가 사는 마을은 작았고, 그냥 지나가는 사람 어느 누구를 잡아 물어보기만 해도 쉽게 베라를 찾아 올 수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흥분으로 들뜬 7살의 어린아이는 다른 것까지 생각할 여유도 여력도 없었다.

 

 ‘정말 나에게 빚의 약속이 있나요? 몇 개나요?’

 ‘어? 으음. 글쎄... 하나 더?'

 ‘정말요? 더 많다면 좋을 텐데. 세 개정도 되면... 지금 제가 배가 몹시 고프거든요.’

 

 베라가 배고픈 설움을 움켜쥐고 무릎사이에 고개를 파묻었다.

 

 ‘아, 배가 고프니? 그럼 내가 먹을 것을 가져다 줄게.’

 ‘안돼요! 그러면 제가 또 빚을 져야 하잖아요.’

 

 단호히 거절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베라의 자그마한 몸이 함께 요동쳤다.

 

 ‘아니야. 아니야. 얘 생각해보렴. 어른과 아이가 같을 수는 없어. 어른의 약속 하나는 아이의 약속 두 개와 같은 거야.’

 

 그러나 여자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재차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걸요.’

 ‘네가... 네가 아직 어려서 그래. 아무튼 나는 두 개를 들어줘야겠고, 너는 지금 배가 고프니 일단 나랑 같이 들어가서 맛있는 것부터 먹도록 하자. 먹고 나서 네 나머지 소원을 들어 줄게.’

 ‘소원이요? 빚을 갚는 게 왜 소원을 들어주는 거죠? 소원은 오로지 수호신 킬바하께만 빌 수 있는데 그 분은 이 땅을 떠나셔서 우리는 소원을 아무리 빌어도 이룰 수 없어요.’

 

 베라는 도저히 여자의 말을 이해 할 수 없었다.

 

 ‘언니가 사는 곳과 여기의 말이 약간 달라서 그래. 결국 같은 말이야.’

 ‘... 음,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알겠어요. 그나저나 따뜻한 스프를 먹을 수 있을까요?’

 ‘맛있고 폭신한 흰 빵과 함께 줄게. 어서 들어가자.’

 

 그녀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비행선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어린 소녀의 철없는 눈에는 모든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정말 눈처럼 희지만 폭신하고 따듯한 빵을 먹으며 아버지가 홀로 남은 딸을 위해서 빚의 약속을 남겨 두었다는 사실에 감동 했다.

 

 그리고 잠이 들기 전, 베라는 그녀에게 청룡이 다스린다는 봄의 땅에 가고 싶다고 했다.

 

 ‘얘, 얘. 어머 얘가 깊게 잠들었네. 어쩌죠, 대장?’

 ‘뭘 어째? 우리는 청룡의 영역으로 아직은 들어가지 못해. 여기서 내려주고 알아서 찾아가라고 해. 반나절만 걸어가면 도착할거야.’

 ‘그래도... 약간의 시간만 주시면 제가 국경까지 데려다 주고 올게요. 아시잖아요. 얘 아버지가...’

 ‘그런 거 다 신경 쓰면서 일은 어떻게 해? 나 원... 어차피 본국에 가기 전에 서류 정리도 해야 하니 밤 10시까지 돌아와. 안 오면 그냥 갈 거야!’

 '꺄아! 역시 우리 대장이 최고야, 최고!’

 

 베라는 그렇게 이름 모를 그녀의 품에 안겨 잠결에 국경에 도착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을 때 쪽지와 작은 가방이 그녀의 품에 안겨 있었는데, 안에는 약간의 돈과 먹을 것 등이 들어있었다.

 

 ‘아, 이런... 빚이 또 생긴 거야. 갚을 수도 없는데... 나는 미개인이 되기는 정말 싫은데.’

 

 쪽지에는 성곽이 보이는 곳으로 가서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쓰여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베라는 가방을 안아들고 터덜터덜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어둠을 뒤로 하고 성문에 도착했을 때, 베라는 병위(兵衛)에게 통과세 명목으로 조금의 돈을 내고 동목국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토록 엄마가 애타게 원했던 곳으로.

 

 *****

 

 말로만 들었던 봄의 나라는 정말 따듯했고 풍요로웠다. 항상 슬픔을 둘러싸고 우울함을 노래하던 짐레알다의 사람들과 달리 이 곳 사람들의 얼굴에는 늘 웃음이 가득했다. 길거리에는 언제나 맛있는 냄새가 넘실거렸고 사람들은 이따금 밤새 춤추고 노래 부르며 놀기도 하였다.

 

 베라는 운 좋게 첨성각의 사제가 운영하는 고아원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처음에는 글을 읽고 쓰는 것과 가만히 앉아 수업을 듣는다는 행위자체가 고역이었지만, 별의 움직임을 보고 그리는 것은 가장 신기하고 즐거운 일이었다.

 

 영특한 베라는 빠른 시간 내에 고아원을 운영하는 사제들의 예쁨과 동기들의 시기를 받게 되었다. 동시에 산다는 게 그리 힘든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중에 나이가 들어 고아원을 나갈 시기가 되면 첨성각의 시종으로 들어가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소리도 들었다. 스스로 돈을 벌어 하나를 얻고 하나를 갚는 삶은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그러나 베라의 삶에 다시 어둠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겨울이 기어코 동목국까지 쫓아 온 것이다.

 

 ‘베라야, 떠나자. 이 땅 아래로 가면 봄이... 흐윽. 봄이란 것이 있대. 흐으윽. 그 곳은 청룡께서.. 흐읍. 윽! 청룡께서. 어허허허헝! 어어헝!’

 ‘베라야, 떠나자. 이 땅 아래로 가면 봄이... 흐윽. 봄이란 것이 있대. 흐으윽.’

 ‘베라야, 떠나자. 이 땅 아래로 가면 봄이...’

 ‘베라야, 떠나자...’

 

 

 “얘, 정신 차리거라! 이런 큰일이야. 스승님, 일단은 사택으로 아이를 데려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대로 두면 죽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연철이 쓰러져 있는 거지아이를 안아들며 그답지 않게 서둘렀다.

 

 “그래, 어서 가자. 어서. 어허허. 인연이 이리 될 줄이야."

 “스승님께서는 먼저 첨성각으로 돌아가시는 건 어떠신지요?”

 “되었다. 내 집을 내가 잘 알지 하루 본 네 녀석이 더 잘 알까. 이렇게 떠들어대다 송장 치르겠느니. 어서 가자. 먼저 뛰어라. 나는 천천히 뒤따라가마.”

 

 저유광은 팔을 휘휘 저어보이고는 김연철에게 뛰어가라고 재촉하였다.

 

 “그럼 스승님, 제가 먼저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어허. 어서어서.”

 

 사택으로 가는 와중에도 아이는 경련하듯 몇 번을 움찔거리며 들썩였다. 벼락이 내려쳐도 급한 법 없이 느긋했던 김연철의 입안이 바싹 마르고 목에서는 비릿한 피 맛이 울컥 올라왔다.

 

 베라는 또 다시 이름 모를 누군가의 품에 안겨 어디론가 옮겨진다는 것을 느꼈지만, 빚의 약속을 안지기 위해 뿌리칠 마지막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가장 즐거웠던 시기라 꼽았던 고아원을 지나치게 그리워했던 탓인지 첨성각이란 이름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웅웅대며 울렸다. 겨울이 오고 얼마 되지 않아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던 고아원 식구들은 모두 건강하기는 할까. 베라는 흐릿해지는 의식의 끝을 겨우 움켜쥐고 놓치지 않으려 발버둥 쳤다. 그러나 이내 모든 것이 흘러내리는 느낌과 함께 까무룩 정신을 잃고 말았다.

 

 ‘엄마... 봄의 땅은... 봄의 땅은...... 그런 곳은 없어. 그런 곳은...’

 

 의식을 잃은 채 눈물을 흘리는 거지 아이의 얼굴을 닦아주며, 김연철은 수많은 감정의 소용돌이에 내동댕이쳐졌다. 죄책감, 후회, 책임감, 안타까움... 어쩌면 처음부터 이 거지아이를 거두게 될 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가만히 있노라면 전 날 보았던 아이의 눈빛이 생생하게 떠올라 밤새 뒤척였는데, 밖에서 아이가 얼어 죽어 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일찍 길을 나섰을 것이다.

 

 “힘내거라. 이렇게 죽으면 안 돼. 내가... 내가 반드시 봄을 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마.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다면, 그렇다면 좋을 텐데.”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공지 설정 2016 / 9 / 4 818 0 -
7 2-1. 검은 바다와 하늘 2016 / 9 / 11 384 0 5232   
6 1-5. 겨울과 길 위 2016 / 9 / 4 341 0 5793   
5 1-4. 겨울과 길 위 2016 / 9 / 3 296 0 5939   
4 1-3. 겨울과 길 위 2016 / 9 / 3 330 0 5028   
3 1-2. 겨울과 길 위 2016 / 9 / 3 318 0 5719   
2 1-1. 겨울과 길 위 2016 / 9 / 3 342 0 5500   
1 0. 여는 글 2016 / 9 / 3 694 0 511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애니멀커뮤니케
유람중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