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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시스토피아 (SIS-TOPIA)
작가 : BB
작품등록일 : 2016.8.27

대륙과 대륙 사이가 분절되어있는 미지의 세상, 스토피아.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에게 부여된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은 오늘도 '시작의 땅'을 떠난다. 그리고 그 평화의 대지에서 가장 유명한 도둑인 시스는 우연찮게 다른 소년, 소녀들에게 사로잡히게 되는데.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세 소년 소녀들의 모험. 각자 서로 다른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지만 그들이 걷게 될 길은 오직 하나뿐. 세 명의 소년 소녀들의 유토피아 건설 이야기, 시스토피아 시작합니다!

 
2 - 3. 저주 받은 녀석들, 삐걱이던 첫 만남
작성일 : 16-09-03 06:51     조회 : 614     추천 : 8     분량 : 7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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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가지의 반대편, 어둑한 골목의 갈림길에서 잠시 숨을 고른 나는 말을 끝내자마자 그렇게 다시 한 번 방향을 바꾸어 몸을 틀어버렸다.

 

 이윽고 곰돌이를 손에 들고 움찔대던 한 소녀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는 눌러쓰고 있던 모자를 천천히 벗어 들었다. 조금 돌아가게 생겼지만 골목길이야 이미 꿰고있으니 겸사겸사 정육점에 들렸다가 돌아가지 뭐.

 

 

 " 그나저나 이 시작의 땅에서 우상을 사용하는 녀석을 또 보게 될 줄이야. 흐으, 이거 오른쪽 발이 조금 저린데. 설마 설독(雪毒)은 아니겠지."

 

 

 아무것도 없는 흙바닥에서 얼음 가시를 솟아올리고, 그것도 모자라 내 키의 족히 두 배는 넘어보이는 눈의 벽을 세우고는 자신만만한 얼굴로 나를 사로잡으려던 당돌한 소녀.

 

 뭐, 물론 '개현 자세'는 약간 엉성하긴 했지만, 그래도 대기에 존재하는 수분까지 이용하는 걸 보면 분명 보통내기는 아니었어.

 

 

 " 근데 그런 수준의 순례자가 하필이면 또 빙상(氷上)계열이란 말이지. 하아. "

 

 

 아 갑자기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려 하는데. 이 시작의 땅에서 우상을 개현하는 녀석도 흔치도 않을 텐데 왜 또다시 설화(雪花) 계열, 게다가 지형을 다루는 친화 계열인거야. 설마 그 녀석의 자손이거나, 동생 뭐 그런 건 아니겠지?

 

 

 " 그, 그래. 그냥 우연의 일치일거야. 그 녀석이야 이 땅을 떠나간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까. 그보다. "

 

 

 한 손에 벗어든 모자, 겉모습으로 보았을 땐 그저 거리에 널려있는 흔하디 흔한 모양새의 모자인데.

 

 그 안에는 황금 실의 자수가 정성스레 새겨져 있었다. 난데없이 나타난 곰돌이 녀석 때문에 정신이 팔려 몰랐었는데. 이 모자, 13가문의 인장이 새겨져있잖아.

 

 

 " 이걸 도대체 내가 언제 챙긴거지? "

 

 ' 야, 내 모자 잘 간수해야 한다! '

 

 그래. 분명 광장을 빠져나왔을 때, 어떤 아저씨한테서 '받았던 것' 같긴 한데. 그 못생긴 곰돌이 지갑이야 정신없던 차에 손에 집히는 데로 가져왔다지만, 이건 분명 내가 '직접' 가져오진 않았어.

 

 이런 허름한 모자를 내가 건드렸을리가. 애초에 그 날 이후로는 지갑말고는 다른 물건을 건드려 본 적이 없으니까.

 

 

 " 너 이 자식. 감히 내 물건에 손을 댔단 말이지? 야, 너 당장 이리로 안 튀어와? "

 

 

 후우, 13가문 이야기를 하니까 또 그 괴물 얼음 쟁이 자식이 떠오르잖아. 그래 13가문의 물건은 언제나 그 끝이 안 좋으니. 자, 그래서 이걸 도대체 어떻게 처리한다?

 

 

 " 뭐 좋아. 어찌됐건 오늘은 수확도 좋고 기분도 좋으니 이 모자는 특별히 그 욕심쟁이 할망구한테나 줄까나. 그 할망구라면 어떻게든 처리해줄 테니."

 

 

 겉보기에는 허름하기 그지없는 모자니까, 별다른 상관은 없겠지? 그 아저씨도 분명 크게 화는 내지 않았던 것 같고. 정 안 돼면 암시장에 장물로 넘겨 버리면 포인트를 꽤나 …

 

 

 " 흐음. 13가문의 물건이니 아무리 못해도 10만 포인트는 줄테지. 그 정도면 고기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통채로 그 집을 … "

 

 " 크흠크흠. 꽤나 기분이 좋아보이시는 데요. "

 

 " 당연하지. 크크. 하늘에서 황금덩어리가 떨어졌는데 기분 나쁜사람이 어디 있겠어? "

 

 " 그럼, 기분 좋으신 김에 혹시 뭔가 물어봐도 될까요? "

 

 " 그래그래, 시작의 땅 정보통인 내가 특별히 알려주도록 하지. 뭐든지 다 물어 … 으응? "

 

 

 어둑한 골목. 그 건너편에서 여리여리한 소년의 목소리가 전해져오고, 나는 눈앞의 갈림길에서 다시 한 번 걸음을 멈추었다. 미로같이 얽혀있는 시작의 땅 뒷 골목.

 

 그 음습한 거리를 빠져나와 밝은 중심가로 향하는 마지막 통로. 그 통로의 중간에서 한 소년이 조용히 나를 응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 아 그럼. 우선 스토피아에 대해서 좀 알려주세요. 광장에서도 여러 번 들었었는데 그게 도통 뭔질 알아야 말이죠. "

 

 

 이건 또 뭐야. 방금 전엔 왠 여자 애가 앞 길을 막더니, 이번엔 반대로 남자 애가 나오는건가? 어느샌가 나의 앞에 나타난 한 소년의 모습에 나는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 흐음. "

 

 

 방금 전 만났던 소녀와는 달리 상당히 평범한 팔로워의 복장을 하곤 있지만, 덥수룩한 머리에 눈매가 가려져 꽤나 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소년.

 

 그나저나 오늘은 신기한 날이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이나 나를 따라잡을 줄이야. 뭐, 하지만.

 

 

 " 그래, 난데없긴 하지만. 꼬락서니를 봐서 순순히 길을 비켜줄 것 같진 않네. 근데 팔로워의 복장을 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스토피아에 대해 모를 수가 있는 거야? "

 

 " 그러니까. 그게 말이죠. 음, 어디서부터 이야기 해야할 지. "

 

 

 나의 질문에 머리를 긁적이며 마냥 미소짓는 눈앞의 소년. 나원 참. 눈주변이 가려져 있어서 눈매를 확인할 수가 없네. 뭐, 그래도 저렇게 멍청하게 웃는 녀석들 중에서는 딱히 나쁜 녀석을 본 적 없긴 하지만.

 

 

 " 아냐 됐어.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이 시작의 땅에 사연 하나 없는 녀석이 어디있겠어. 그나저나 스토피아에 대해 알려달라고 했지. "

 

 " 네, 우선은 그것만이라도 … "

 

 " 흠, 그래. 스토피아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우선 '둑스'에 대해서 부터 설명해야겠는걸. "

 

 " 그렇군요. 그렇다면, 둑스란 무엇이죠? "

 

 " 아, 그건 간단해. 네 뒤에 있는게 바로 둑스니까. "

 

 

 나는 가만히 손을 들어 소년의 뒤편을 가리켰다.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골목. 허나 나의 손가락을 따라 하나의 빛줄기가 골목으로 스며들어오고 있었다.

 

 무언가 거대한 것을 보는 듯, 고개를 약간 치켜 세우면서. 그러자 녀석 역시 나를 따라서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 자, 잠깐! 속지마요! 그 녀석 완전 거짓말 쟁이에요! "

 

 " 뭐야 벌써 따라온거야? 진짜 노력이 가상하긴 한데? "

 

 

 그 순간, 나의 뒤편에서 다시금 모습을 드러낸 요조숙녀, 아니 요조설녀 련화. 자기 키만한 눈더미를 그새 다 치웠단 말이지?

 

 흐흥. 하지만 이미 늦었어. 눈앞의 녀석이 몸을 돌려 고개를 뒤로 한 지금, 그 옆을 제치고 지나간다!

 

 

 " 아쉽게 됐지만- "

 

 

 이렇게 앞뒤로 가로막지 않고서야 너희가 날 잡을 수 있을리 없지. 안 그래? 이 시작의 땅은 무척이나 넓고, 이 땅에서 길을 걸으려하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으니까 말이야.

 

 

 " 기적은 단 한 번 뿐이야. 그럼 둘다 수고해. 둘이서 손 잡고 한 번 쫓아와 보든 … "

 

 " … 죄송합니다. "

 

 " 으, 응? 뭐가 죄송 … "

 

 

 그래, 내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게 좀 그렇긴 하지만 나는 이 시작의 땅에서 가장 빠르다. 흠, 그게 아닌가. 사람들을 가장 잘 제친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나는 이 시작의 땅에서 눈을 뜬 순간부터 그렇게 살아왔다. 누군가를 제치고, 그들을 지나쳐가면서.

 

 그렇기에 나는 자신이 있다. '시작의 땅'에 있는 '그 누구'에게도 잡히지 않을 자신이 말이다.

 

 나를 잡으려 쫓아오는 사람이 이 시작의 땅에 있는 수 천, 수 만의 '팔로워'들과 '같다'면, 장담하건데 나는 그 녀석을 한 골목이 끝나기 전에 따돌릴 수 있다.

 

 시작의 땅에 떨어지기 전, 아니 그보다 훨씬 더 예전에 들었던 그 자장가와 같던 목소리. 그들은 아직까지 나를 속인 적은 없다.

 

 그래, 결국 방금 전 그 골목에서 난데없이 나타났던 한 소녀를 따돌렸던 것도 전부 우연이 아닌 것이다.

 

 녀석은 조금 '특이한' 부분이 있을 지언정, 그들과 다르다고는 할 수 없었으니까.

 

 

  ㅡ 흠, 근데 확실히 그 날은 뭔가 다르긴 했지.

 

 

 그렇게 여느날과 다를 바 없이 눈앞의 더벅머리 녀석을 지나치려던 그 순간. 나는 발목으로부터 무언가 뭉툭한 감각을 느꼈다. 그리고는 곧장-

 

 

 털푸덕.

 

 

 " 죄, 죄송합니다. 괜찮으세요? 혹시 어디 다치셨나요? "

 

 " 아, 아야야. 뭐, 뭐야. 너도 우상을 다루는 거야? 그것보다. "

 

 

 " 개현자세도 하지 않은 채로 어떻게? "

 

 

 분명 바닥에서 뭔가 솟아 올라 내 발목에 걸렸었는데? 바닥에는 아무것도 없잖아.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

 

 

 " 너, 너 설마. '우상'을, '실현'할 줄 아는 거야? "

 " ... "

 

 

 당황한 표정으로 건네는 나의 물음에 곤란하다는 듯 말을 어물거리기 시작하는 녀석. 머리카락 때문에 눈이 안 보이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도 없고. 이, 이거 상당히 위험한 상황으로 돌입한거 아냐?

 

 나는 다시 한 번 바닥의 표면을 곁눈질로 살펴보았다. 허나 바닥에서 무언가 솟아올랐다는 흔적만이 그곳에 남았을 뿐, 다른 이물(異物)들은 남아있지 않았다.

 

 

 "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잘 했어요! 그대로 그 도둑 녀석을 붙잡고 있어요! "

 

 " 예, 예? "

 

 

 그래, 방금 전에 만났던 그 짝눈 곰돌이 녀석도 우상을 '개현'하는 방법은 알고 있었어. 하지만 이건 그것과 전혀 다른 '방식'이잖아.

 

 제대로 된 자세도 없이, 얼음으로 된 벽을 '불러들이는 것'과 새로이 '만들어내는 것'은 무지막지하게 큰 차이가 있으니까. 게다가-

 

 

 " 흐흥,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서둘러 눈을 '치우길' 잘했군요! "

 

 " 누, 눈이라뇨? 설마 지금 눈이 내리고 있는 건가요? "

 

 

 골목에 가득 쌓였던 그 눈들. 그때와 달리 지금은 바닥에 '우상'의 '잔재물'이 없다. 그 말은, 이 녀석-

 

 

 " 아 그런데 저기, 눈이 내리는 계절은 겨울 아닌가요? 제 기억으론 지금 날씨는 겨울이 아닌 것 같은데 별로 춥지도 않고… "

 

 

 이 어리버리한 쑥맥 녀석이 '13가문'의 녀석들만 사용할 수 있다는. 최초로 시작의 땅을 떠난 자들만이 다룰 수 있다는 '우상 실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거야?

 

 

 " 당신, 도대체 무슨 바보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거에요? 그보다 얼른 그 도둑 녀석을 이리 넘겨요! 저는 그 녀석과 아직 볼일이 남아있다구요. "

 

 " 그, 그게 저도 이 분께 물어볼 것들이 좀 … "

 

 

 그래, 확실히 나같은 '아우터'들을 관리하기 위해 13가문에서 사람을 보냈다고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기도 해. 잡혀서 녀석들한테 '음지'로 끌려갈 바에는 차라리 다시 한 번 틈을 봐서 반대 쪽으로 도망을 ….

 

 

 " 이 손버릇 나쁜 거짓말쟁이한테 뭐 궁금할 거리가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먼저에요! 제가 먼저 녀석의 기운을 빼놓지 않았다면 당신은 이 녀석을 건드리지도 못 했을 걸요? "

 

 " 아, 아? 그런 건가요? 감사합니다. "

 

 " 그럼 당장 그 도둑을 저에게 넘겨요! "

 

 " 죄, 죄송하지만 그건 좀 … "

 

 " 아니, 당신. 그럼 도대체 어쩌겠다는 건데요! "

 

 

 난데없이 서로간 콩트를 시작한 녀석들. 예상과는 다른 눈앞의 상황에 나는 천천히 녀석들의 동태를 살피며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 우선 차례대로 공평하게 이분께 궁금한 걸 물어보는 편이 … "

 

 " 그러니까, 그 제가 먼저 저 도둑 녀석을 잡았었다니까요! "

 

 " 예? 분명히 제가 봤었을 땐 멀쩡히 도망치고 있었는데. "

 

 

 허나 이내 나는 다시금 고개를 절레 저을 수 밖엔 없었다. 아니, 저 녀석이 시작의 땅에 있는 흔한 '팔로워'가 아닌 진짜 '13가문의 녀석'이라면 이번엔 진짜 큰일이 날 수도.

 

 어차피 자세도 불안정한 상황에서 어줍잖게 도망치려해봤자, 방금 전처럼 녀석이 준비자세도 없이 곧바로 '우상'을 '실현'해버리면 그만이고. 새하얀 서리마저 온 발을 덮어가는 상황. 그렇담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우, 우선은 가지고 있는 걸로 시선부터 끌어봐야하나?

 

 

 " 저는 어차피 이 사람한테서 돈만 받으면 끝 … "

 

 " 내, 내가 사실 엄청난 걸 갖고 있는데, 한 번 볼래? 설가문의 목걸이라고. 너도 잘 알고 있겠지만 이게 엄청나게 귀한거거든. "

 

 " 으, 응? 방금 뭐라고. 당신, 방금 설가문의 목걸이라고 했어요? "

 

 " 흐음… "

 

 

 말도 안돼. 양지에 남은 여섯 가문, 그 중 가장 위세가 높다는 설가의 목걸이에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단 말야? 애초에 13가문의 일원이니까 별 관심을 갖지 않는 건가?

 

 

 " 장신구에는 별로 흥미가 없네요. 그보다, 저는 앞전 질문에 대해 듣고 싶은데요. "

 

 

 이, 이 별볼일 없어 보이는 더벅머리 녀석이 13가문에서 보낸 '대리인'이라니. 아니, 아무리 그래도 13가문의 징표는 그 누가 보더라도 탐낼만한 물건인데. 저 정도로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 당신, 이 '스토피아'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

 

 

 서, 설마. 나를 잡기 위해 직접 이 시작의 땅에 돌아온 건가?

 

 

 " 자, 잘못했어. 다신 13가문의 물건에 손대지 하지 않을 게. 이제부터라도 얌전히 길을 걸을테니 제발 목숨… "

 

 

 생존을 위한 바짓가랑이 전술. 허나 나의 그런 처절한 발악에도 녀석은 반응조차 하지 않은 채 천천히 나를 향해 얼굴을 가져다 대기 시작했다. 그 어떤 표정조차 드러나지 않는, 길고 혼탁한 잿빛 머리카락을 흔들거리며 말이다.

 

 그렇게 결국 녀석의 손이 나를 향해 점점 다가오기 시작하고, 나는 눈앞으로 다가오는 죽음에 직면한 체 눈을 질끔 …

 

 

 " 죄송하지만, 13가문이 뭔가요? "

 

 " 으, 응? "

 

 " 그게, 사실 제가 기억을 잃어버린 것 같아서요. 지금 기억나는게 몇 개 없는 터라. "

 

 

 얼굴 색이 파리해진 나의 모습에 상당히 당황한 듯 쭈뼛거리며 말을 이어나가는 녀석. 눈매를 가리는 더벅머리에서부터 풍겨져왔던 묘한 분위기. 허나 그런 자신의 앞머리가 불편한 듯, 녀석은 한 손으로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매만지기 시작했다.

 

 

 " 아 참. 머리도 얼른 단정하게 다듬어야 할 텐데. 어디가 헤어샵인지도 모르니 이 상태로 계속 놔두고 있었다구요. "

 

 

 그리고 녀석의 길다란 더벅머리 속에는 내가 볼 수 없었던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숨겨져 있었다. 살면서 작은 쓰레기 하나 바닥에 버리지 않았을 법한 그런 순박한 눈망울이 말이다.

 

 

 " 뭐, 뭐야. 너, 너. 기억을 잃었다고? 그렇담 13가문의 종자나 대리인, 그런 건 아니라 이거지? "

 

 " 예? 아, 네. 아마 그럴거에요. 애초에 기억을 전부 잃어버려서 가문이 뭔지도 모르는지라. 하하하. 저 근데, 그럼 이제 스토피아에 대해 가르쳐 주실건가요? 시간이 넉넉하시면 방금 전 둑스나 우상, 그리고 가문에 관해서도 좀 … "

 

 " 하아, 그렇단 말이지. 야 임마. 너 때문에 괜히 긴장했잖아! "

 

 " 저, 저건 진짜 설가문의 목걸이잖아. 당신, 그 물건 어디서 난 거죠? 제대로 대답하는 게 좋을 거에요. 그렇지 않으면 … "

 

 " 아. 저게 바로 설가문의 목걸이인가요? 그런데 설가문은 또 뭐죠? "

 

 

 이 상황을 기뻐해야하는 건지 아니면 슬퍼해야하는 건지. 난데없이 벌어진 상황에 생각을 정리할 새도 없이 녀석들의 무차별 질문 공세들이 이어져오기 시작하고.

 

 나는 그 사이에서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쉰 채, 쉴새없이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녀석들의 그 입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저 더벅머리 녀석이 13가문의 대리인이 아닌 건 정말 다행이지만. 그렇게 되면, 나는 결국 이런 녀석들에게 잡혀버리고 말았다는 건가?

 

 

 " 그보다 똑바로 설명하는 게 좋을 거에요! 거짓말쟁이에 손버릇까지 나쁜 당신이 어떻게 설가문의 목걸이를 갖고 있는지! "

 

 " 저, 죄송하지만 실례가 아니라면 설가문에 대해서도 좀 … "

 

 

 평범한 수준도 못 되고 오히려 그것보다 상당히 뒤떨어져보이는, 기억을 잃은 환자 한 명이랑 말괄량이 짝눈 곰돌이한테. 시작의 땅에서 단 한 번도 잡혀본 적이 없던 내가?

 

 

 뭐야, 이건 말이 다르잖아. 안 그래?

 

 

 " 이건 이것 나름대로 난감한 하루가 될 것 같은데. 하아 왠일로 아침에 개운하게 일어났나 했더니. "

 

 " 이제 가르쳐주세요! "

 

 " 얼른 설명하세요! "

 

 " 하, 내일은 진짜 끔찍한 악몽에 시달릴게 분명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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