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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붉은 꽃이 피는 마을
작가 : Ki다린
작품등록일 : 2017.11.30

부모님의 행방을 모른 채 외할머니와 셋이 살고 있던 쌍둥이 희원과 수원.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 장례식장에 수원과 희원의 외당숙이라는 남자가 찾아와 쌍둥이를 부양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향하게 된 시골 마을에서 희원은 자꾸만 이상한 일을 겪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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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07 00:08     조회 : 318     추천 : 0     분량 : 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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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전등을 들고 있던, 내 또래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달려와 고양이를 제 품 안에 끌어안더니 나를 경계심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당황해 아무런 위해도 끼치지 않는다는 뜻으로 두 손을 들어 보였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시간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숲길에, 그것도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사람이 있으니 이상하게 생각할 만도 했다.

 

  “…누구?”

  “아, 나, 나는 이상한 사람 아니고, 오늘 이 마을에 이사 왔는데, 그, 그…”

 

  외당숙의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데, 여자아이는 나의 말을 채 듣기도 전에 얼굴에서 경계심을 거둬들였다.

 

  “아, 네가 그 쌍둥이?”

  “으, 응… 맞는데 어떻게…”

  “찬영이 아저씨네 댁에 쌍둥이 이사 온다고 마을에 소문이 쫙 났으니까.”

 

  아, 맞다. 외당숙 이름이 정찬영이라고 했었지. 홀로 고개를 끄덕이자, 여자아이는 포도라는 고양이를 안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아, 그게… 길을 잃어버려서.”

  “뭐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사, 산책을 좀…”

  “산책하다가 여기까지 오기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날카로운 분석에 나는 그냥 어색하게 웃었다. 마을의 비밀을 파헤치러 돌아다녔다는 말을 마을 사람에게 할 수는 없었다. 여자아이는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홱 몸을 돌렸다. 그리곤 발을 떼어 나에게서 멀어졌다. 나는 망연자실해서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저 아이를 따라가지 않으면 미아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을 깨닫고 급히 입을 열었다.

 

  “저기…!”

  “뭐해. 빨리 안 따라와?”

 

  내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여자아이는 다시 고개를 돌리더니 나를 향해 손짓했다. 나는 급히 그 뒤를 쫓았다. 여자아이는 내가 자신의 옆에 선 것을 힐끗 바라보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넌 형 쪽이야, 동생 쪽이야?”

  “형인데…”

  “동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얘기 많이 들어.”

 

  수원과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나를 동생으로 보고 있다가, 내가 형이라고 하면 놀라는 일이 잦았다. 수원이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기도 하고, 내가 워낙 형다운 면모를 보이지 못해서 그런 것이겠지. 이해는 가지만 조금 슬프다.

 

  “아, 내 이름은 강희원이야. 내 동생은 강수원.”

  “나는 김혜원.”

 

  이름만 간략히 말하는 소개가 끝나자 정적이 찾아들었다. 저벅저벅, 둘의 발걸음 소리만 들리고 있는 이 공기가 답답해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월요일부터 학교에 나가게 되었는데… 아, 이 마을엔 학교가 여러 개야?”

  “아니, 하나야. 학년별로 반도 하나고. 너 고3이지? 나도 그래.”

  “그럼 같은 반이겠네.”

  “…그렇지.”

  “학교가 하나면 인문계, 실업계 같은 건 어떻게 나눠? 아, 반도 하나면 문과, 이과는…?”

 

  내 물음에 혜원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나를 잠깐 바라보더니, 다시 앞을 향했다.

 

  “우리 마을에서 그런 건 별로 상관없으니까.”

  “상관없다니 무슨 말이야?”

 

  되물어도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오늘 막 만난 아이에게 꼬치꼬치 묻는 것도 애매해, 나는 그냥 그녀의 발걸음에 맞추어 걸었다.

 

  익숙한 듯 거침없이 걸어 나가는 혜원을 따라가다 보니 곧 시야에 환한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산에서 내려오는 동안, 해는 이미 완전히 져버렸다. 집에서 수원이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까. 돌아가면 엄청난 잔소리를 퍼부을 것이 뻔해서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여기서…”

  “응?”

 

  수원의 화난 얼굴을 떠올리며 몸을 부르르 떨고 있는데, 옆에서 걷던 혜원의 걸음이 멈추었다. 나도 그를 따라 걸음을 멈추곤 혜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혜원은 조용히 마을 쪽으로 손짓했다.

 

  “불빛만 따라서 가면 마을인 건 알겠지?”

  “으, 으응…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따로 가자. 찬영이 아저씨네 집은 마을 한가운데에 있어.”

  “왜 따로 가는데?”

  “……”

 

  또 내 물음에 침묵으로 대답한 혜원은 안녕, 하고 작게 중얼거리더니 떠나가 버렸다. 혜원의 품 안에 안긴 고양이만이 그녀의 손 사이로 빼꼼 얼굴을 내밀고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멀어지는 혜원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가, 정신이 들어 발을 내디뎠다.

 

  무슨 사정으로 따로 가자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늦으면 늦을수록 큰일 나는 것은 내 쪽이다. 나는 불빛을 따라 새로운 보금자리로 향했다.

 

  *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온 거야!”

  “아, 미안… 조금 길을 잃어버려서…”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자고 했잖아! 형은 왜 그렇게 제멋대로야?!”

 

  예상한 대로 나를 맞이한 것은 귀신같은 얼굴을 한 수원이었다. 집 대문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며 왔다 갔다 하고 있던 수원은 내 얼굴이 보이자마자 나에게 달려와 역정을 냈다. 나는 머쓱한 표정으로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중얼거렸다.

 

  “이사 온 지 하루만에, 그것도 몸도 안 좋으면서! 산책갔다가 미아나 되고! 진짜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다…”

 

  수원은 연거푸 한숨을 쉬었다.

 

  “아, 아하하… 외당숙이랑 숙모도 많이 걱정하시겠다. 어서 들어가자.”

  “아, 맞아.”

 

  무언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한 수원은 품을 뒤져 핸드폰을 들었다.

 

  “외당숙이랑 외당숙모, 너 찾으러 마을 돌아다니고 있어. 그것도 꽤 오래전부터.”

  “진짜…?”

  “그럼 가짜겠냐. 형 돌아왔다고 연락할 거니까 조용히 해. 여보세요? 아, 네. 형 왔어요. 네, 방금.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수원은 다시 한번 나를 노려보았다.

 

  “외당숙이랑 곧 오신대. 들어가서 기다리자. 제대로 사과드려.”

  “…알았어.”

 

  이사 온지 하루 만에 대형 사고를 쳐버린 것 같다. 집에 들어가는 내내, 나를 노려보는 수원의 눈빛 때문에 옆얼굴이 뚫어질 것만 같지만, 그래도 수확은 있었다. 마을에서 한참 떨어진 산속 숲 안에 있던 거대한 철문. 귀신인지 사람인지 모를 소녀의 뒤를 쫓아 철문 앞에 도달할 때까지는 너무 금방이라, 그리고 돌아올 때는 헤매어 버려서 정확한 길은 잘 모르겠지만 길이야 또 알아보면 된다. 아, 그 전에 그 철문을 열기 위한 열쇠가 필요하다. 열쇠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

 

  “무슨 생각 하냐.”

  “아, 아냐.”

  “또 혼자 이상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라니까.”

 

  수원은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현관문을 열었다. 그 시선을 피하려고 문 안으로 잽싸게 들어갔다. 수원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집에 돌아와 내 방에 찾아온 외당숙과 외당숙모는 나에게 괜찮냐고, 어디 다친 곳은 없냐고 물었다. 죄송하다고, 산책하러 갔다가 그냥 길을 잃었을 뿐이라고 말하자, 외당숙 부부는 서로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더니 나에게 어디에서 길을 잃었냐고 물었다. 철문 이야기를 꺼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어, 나는 대충 둘러대었다. 외당숙은 무언가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은 눈치였지만, 피곤할 테니 어서 쉬라는 말만 하고는 내 방에서 떠나갔다.

 

  *

 

  “교과서랑 전부 다 챙겼니?”

  “네.”

  “그럼 잘 다녀오렴. 보람이, 너는 희원이랑 수원이 안내 잘 해주고.”

  “……”

  “대답은?”

  “아, 알았다고…”

  월요일. 우리가 새로운 학교에 첫 등교를 하는 날이다.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 있는 보람의 뒤를 따라 우리는 집을 나섰다. 외당숙과 외당숙모는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고, 우리는 그들을 향해 꾸벅 묵례했다.

 

  “아, 학교 이름이 뭐야?”

  “…비함 고등학교.”

 

  내가 묻자 보람이 정말 마지못해서 한다는 어조로 대답했다. 그녀의 반응에 머쓱해져 나는 머리를 긁었다. 수원은 옆에서 영어 단어장을 보고 있었다.

 

  “야, 그러다가 넘어져.”

  “나는 형이 아니거든.”

  “……”

 

  형 노릇 좀 해보려다가 되레 당하기만 했다. 걱정해줘도 난리야. 나는 입술을 비죽였다. 그러다가 생각난 게 있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우리 학교. 반이 하나래.”

  “시골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인문계, 실업계나 문과, 이과도 안 나뉘어 있대.”

  “…그럼 교과 과정 같은 건?”

  “그러게.”

 

  아무 말도 없이 앞서가고 있던 보람이 홱 고개를 돌렸다. 나는 움찔해서 걸음을 멈췄다.

 

  “그건 누구한테 들었어?”

  “아, 그냥… 그제 길 잃어버렸다가 만난 애가…”

  “누군데?”

  “누구랬더라. 아, 맞다. 혜원이랬다. 김혜원.”

 

  내 말에 보람은 눈을 가늘게 떴다가 흐응, 하고 콧소리를 냈다. 그리곤 또다시 정적. 왜 그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맘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괜한 소리를 했나. 혜원이라고 했던 그 애가 나랑 같이 돌아가지 않고 혼자 돌아간 게 이 반응이랑 관련 있는 걸까. 다시 우리의 등굣길은 정적에 휩싸였다.

 

  *

 

  “자, 주목. 오늘 전학 온 친구들이 있다. 서울에서 온 쌍둥이고, 이쪽이 형인 강희원, 이쪽이 동생인 강수원이랬나?”

  “아뇨, 반대입니다…”

  “아, 그랬었지. 아하하. 처음엔 조금, 아니 많이 헷갈리겠지만 둘 모두에게 잘 대해주면 될 일이니까 상관은 없겠지.”

 

  담임선생님의 말에 반 아이들이 와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어디가 웃음 포인트인지 전혀 알 수 없어서 나는 그냥 어색하게 미소 지었다. 흘끗 옆을 보니 수원은 그냥 무표정이었다.

 

  학교는 매우 작았다. 서울에서 다니던 고등학교의 강당 정도 되는 크기로 단층인 건물에, 교무실, 양호실, 종합실, 남녀화장실, 그리고 반 세 개가 달랑 있어서 길 외우기는 쉬울 것 같았다. 반 학생도 열다섯 명 남짓. 한마을 안에 동년배가 15명 정도 있다는 뜻이니 그리 적지는 않은 것 같다.

 

  담임선생님은 교실 중간쯤에 비어있는 두 개의 책상을 가리키며 우리 자리라고 말하곤 교실을 빠져나갔다. 선생님이 나가자마자 교실은 왁자지껄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우리 자리에 가방을 놓자,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반갑게 말을 걸어왔다.

 

  “내가 반장이야. 서울에서 이런 시골에 와서 불편하겠다. 모르는 거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봐!”

  “아, 그래. 고마워.”

  “학교 끝나고 놀러 가지 않을래?”

  “수원이는 공부 잘하나 봐!”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하느라 정신이 없다. 수원은 이렇게 시끄러운데도 참고서에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좀 같이 대답해주면 어디가 덧나냐. 콧방귀를 뀌었다가, 옆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상한 점을 깨닫게 되었다.

 

  교실 안의 무리는 정확히 두 개로 나뉘어 있었다. 나와 수원을 둘러싸고 살갑게 말을 걸어주는 아이들, 그리고 교실 뒤에 모여 서서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아이들. 우리를 노려보고 있는 아이들의 무리에는 외당숙의 딸인 보람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를 환영해주는 쪽과 환영하지 않는 쪽. 이게 텃세라는 걸까.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리려다가 그 두 무리 중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아이를 보게 되었다.

 

  창가 쪽 맨 뒷자리에 앉아 이쪽을 바라보고 있던 그 아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제 산에서 만난 혜원이라는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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