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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저승에서 왔소이다
작가 : 앤시
작품등록일 : 2017.12.5

저승 최고의 가십지인 '저승일보'의 인간출신 파파라치 기자 이은라.
그리고 염라대왕이 수명에 얽힌 저승사자들의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이승으로 보낸 암행어사 박씨가문의 현도.
거기다 차기 염라대왕으로 낙점당해 언제 저승에 끌려갈지 모르는 비운의 인간 소년 강씨가문의 진성까지.
어찌된 일인지 자꾸 꼬이고 꼬이는 세 사람의 이야기!

 
7. 식사 후엔 목욕! 그런데...1
작성일 : 17-12-05 20:46     조회 : 275     추천 : 0     분량 : 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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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식사 후엔 목욕! 그런데...1

  “잘 먹었습니다.”

  룰루랄라. 정말 약간의 국물과 양념을 빼곤 반찬이며 찌개, 찜까지 싹싹 다 비워버린 은라였다. 짜지 않냐며 정 실장이 수레 밑에서 보온밥솥(!)을 꺼내 밥을 몇 번이나 더 덜어주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은라는 간만에 한 포식에, 빵빵한 배에 기분이 좋아서 배부른 고양이처럼 의자에 기대서는 매실차를 홀짝이고 있었고 싹 비워진 그릇들과 밥솥(!!)을 보며 정 실장도 흐뭇하게 매실차를 마셨다.

  “잘 드셔주니 만든 사람으로서 아주 보람차네요. 은라님 같은 분만 있으면 우리 주방 식구들이 더 신이 날텐데 말이에요.”

  “저야말로요. 이렇게 많이 배부르게 맛있는 걸 먹다니. 이 10첩 반상이 처음으로 죽어서 기쁜 일이었는걸요.”

  “어머나. 그 정도에요?”

  “그렇다니까요. 진짜 맨날 이렇게 먹으면서 이런 데서 살 수 있음 저승에서 쭉 살고 싶을 정도인데요?”

  “오호라. 진심이에요?”

  진심이냐고 물으며 번뜩이는 눈빛. 은라는 순간 정 실장님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빛나는 것 같았다. 내가 잘못 본 건가? 꼭 먹잇감을 발견한 포식자처럼 무척 매서운 눈빛이었는데! 그래서 순간 심장이 쪼그라들었던 은라였다. 하지만 이내 온화한 눈빛으로 매실차를 들고 있는 정 실장을 보니 은라는 아, 그게 착각이었구나 싶어 도로 마음이 풀어졌다.

  “네. 솔직히, 정 실장님이 아실지 모르겠는데. 제가 내일까지 죽을지 살지를 결정해야 되거든요.”

  “아아. 그랬군요.”

  “그런데 이게 참 곤란하단 말이죠. 제가 원래대로 살고 싶다고 하면 원래 죽어야하는 아기와 그 부모님 3명이 죽는 셈이 되어 버리거든요.”

  “아하.”

  “근데 또 제가 이승으로 돌아가도. 제가 고아라서. 집도 없고 돈도 없고 학자금 대출 갚아야할 일만 잔뜩. 하여간 돌아가봐야 외톨이에 빚쟁이인 백수일뿐이란 거죠. 그래서 참 고민이에요. 살고 싶긴 한데, 그렇다고 그렇게 살고 싶진 않으니까.”

  “그럼 다시 태어나는 건요?”

  “그것도 고민을 했죠. 그런데 그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되는데 어휴. 그건 그것대로 또 힘이 쭉 빠지는 일 같더라구요. 그 험한 세상에 뭐하러 또 태어나서 또 살아가요? 뭐, 금수저 물고 태어난다면 또 모르겠지만.”

  “금수저로 태어날 수 있다면요?”

  “아, 그렇다면 정말 많이 고민될텐데. 또 그것도 그래요. 왜냐면 그럼 우리 할머니랑 있었던 기억들 다 없어져버리는 거잖아요. 우리 할머니가 제가 성공해서 잘 살길 그렇게 바라셨는데. 제가 다 포기해버리는 거 같아서.”

  “은라씨는 참 착하네요. 대부분 사람들은 쉽게 선택하던데.”

  “그런가요? 아무튼 그래서 참 고민이에요. 죽느냐, 사느냐. 정말 그것이 문제라니까요.”

  “으흠. 은라씨. 제 이야길 해줄게요.”

  찻잔을 내려놓고 정 실장이 은라를 마주보며 말했다. 본인의 이야기라니. 진지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에 은라도 찻잔을 내려놓고 반듯하게 정 실장을 마주 보았다.

  “저승의 사람들은 크게 두 종류에요. 저승에서 태어나고 자라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 그리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온 사람.”

  “와, 그렇군요.”

  “저승에서 필요한 인재가 이승에 있다면, 그 사람을 데려오는 거지요.”

  그렇게 말하면서 정 실장이 싱긋 웃었다.

  “지금까지의 유형들과는 다르지만 아마 은라씨도 원한다면 그렇게 저승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겁니다. 저승에서 필요한 능력이 있는 인재라는 걸 입증해낸다면요.”

  달그락. 조용히 손을 놀려 그릇에 맞는 뚜껑을 찾아 덮은 뒤 수레로 느긋하게 하나씩 옮겨 담으면서 정 실장은 계속 말했다.

  “이번 생의 기억과 인연들을 간직하고 싶고. 원래 죽었어야 할 동명이인을 본래대로 죽게 하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시 삶을 살기엔 삶의 의욕도 없고. 맞죠?”

  “네.”

  언제 이렇게 파악당했지? 라는 생각에 살짝 멋쩍어하면서도 은라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은라님에게 최적인 건 저승에서 살아가는 것이에요. 죽은 시점부터의 기억과 몸 그대로 옮겨와 저승에서 살고 있는 셈이고 이후로도 쭉 이어질 테니까요. 내일 염라대왕님을 만나면 말씀드려 보세요. 여기서 사는 걸 택해도 괜찮겠느냐고.”

  잠자코 정 실장의 이야기를 듣던 은라는 그게 꽤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저승에서 한 번 직업을 얻으면 평생직장인 셈이랍니다. 거의 잘릴 일이 없거든요.”

  그게 결정적인 한방이었다. 생각해볼수록 그건 꽤나 매력적이었다.

  ‘어라. 그게 훨씬 더 이득 아닌가? 이제 죽었으니까 또 죽을 일 없지, 취업 걱정할 필요도 없지.’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그래서 은라는 모든 그릇을 수레에 옮긴 뒤 상보를 덮고, 깔았던 테이블보를 차곡차곡 접어 개고 있던 정 실장에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제가 저승에서 필요로 할만한 능력이 있을까요? 전 그냥, 한국의 평범한 취업준비생이었는데...... .”

  경력도 없고, 대학도 그냥 평범한 인서울 대학. 돈이 아까워서 토익시험이니 자격증이니 이런 것도 딱히 여즉 딴 게 없다. 언론인이 되고 싶단 막연한 꿈이 있어서 텔레비전이나 신문기사, 잡지기사를 보며 시삿거리, 화젯거리는 다 놓치지 않았고 영화며 소설이며 콘텐츠 분야라는 나름 준전문가라 할만큼 많이 봤지만 그게 취업에 도움이 된 적은 없었다. 은라는 이승에서도 쓸모없었던 자신이 저승에서도 과연 쓸모있을까 싶어 걱정스러웠다. 은라의 말을 들으며 테이블보를 접어 정리하고 난 정 실장이 말했다.

  “이승과 저승은 달라요. 이승에서 뭐가 어땠든 저승에서는 다를 거에요. 혹시 저승 곳간 이야기 아시나요?”

  “아, 알아요!”

  저승 곳간 이야기. 그건 할머니가 은라에게 자주 들려주던 옛날 이야기 중 하나였다.

  어느 마을에 있던 부자지만 욕심쟁이에 구두쇠였던 원님이 저승에 가게 됐는데 죽을 때가 아닌데 잘못 온 거였다. 하지만 그냥 돌려보낼 수 없다고 저승사자가 저승에 있는 원님의 곳간에서 쌀을 내놓으라고 했는데, 이 저승 곳간이란 게 이승에서 베푼 만큼 쌓이는 거라 생애 베푼 적이 없는 그 원님의 저승 곳간엔 짚 한단이 고작이었다. 그래서 저승사자가 그 동네에 사는 덕진이라는 사람의 곳간에서 쌀을 빌려서 내고 이승에 가서 갚으라고 해서 그렇게 한 뒤 이승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래서 원님은 덕진이라는 사람을 찾아가서 갚으려고 했는데 덕진이 사양하는 바람에 쌀을 갚는 대신 다리를 놓았다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를 들려주며 할머니는 네가 남에게 주는 것, 잃어버리는 것까지 모두 저승 곳간에는 차곡차곡 쌓이고 염라대왕님이 다 알아서 죽어 저승에 가면 다 보상을 받을 테니 억울해하지도 말고 너무 화내거나 집착하지도 말라고 하셨었다. 다른 아이들이 산타클로스한테 선물을 받고 싶으면 착한 어린이가 되라는 소리를 부모님께 들으며 자랄 때 은라는 할머니에게 저승 이야기를 들으며 착하게 살란 소리를 듣고 컸던 것이다.

  “안다니 설명이 쉽겠네요. 그것처럼 저승과 이승은 비슷하면서도 절대 같지 않답니다. 이승에선 빛을 못 봤던 은라님의 재능이 저승에서 발휘될 수도 있는 것이죠. 저는 저승에서 일하면서 그런 사람들을 아주 많이 봤어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우와. 알겠어요! 실장님, 고맙습니다.”

  “후후, 뭘요. 그럼 잘 쉬세요.”

  자신과의 대화로 은라가 기운을 내는 듯 보이자 정 실장은 흡족한 얼굴로 정리를 끝낸 수레를 밀고 문 밖으로 나갔다. 정 실장을 배웅하려 따라서 문 앞까지 갔던 은라는 문득 든 생각에 다급히 정 실장을 불렀다.

  “실장님!”

  “네?”

  “저, 제가 한 가지 더 궁금한 게 있는데요..... . 혹시 저승에선 어디서 씻나요? 방엔 씻는 곳이 없더라구요. 하하.”

  은라의 질문에 가던 길을 멈춘 정 실장은 “어머나. 그건 생각 못 했네요. 여기선 너무 당연한 거라.” 라고 하며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여긴 원래 방 안에 씻는 곳이 없어요. 그래서 간단하게 씻을 거라면 직원들이 따뜻한 물이며 수건까지 챙겨서 가져다 주는 문화죠.”

  “어, 그런데 그건 너무 늦어서 민폐일 거 같은데요. 아하하. 그냥 씻지 말아야 할까봐요.”

  뻘쭘해하는 은라에게 정 실장은 그럴 필요 없어요, 라고 하면서 덧붙였다.

  “하지만 은라씨는 피곤하니 이왕 씻는 거 제대로 씻는 게 좋겠지요. 고된 여독을 풀려면 말이에요. 그러니 목욕탕으로 안내하지요.”

  “목욕탕이요?”

  “네. 이곳의 자랑인 아주 좋은 목욕탕이 있답니다.”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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