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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무협물
혈마연애전기
작가 : 추적룡
작품등록일 : 2017.11.20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던가. 강호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혈사를 암시하는 서책의 출현. 때를 맞춰 출몰하는 괴인들. 수백 년 전 멸문한 혈교의 부활조짐. 마교와 사파의 심상찮은 움직임까지. 모든 일의 배후이자 새로운 혈마로 지목된 청년은 정작 엉뚱한 소리만 할 뿐이다. 자신은 강호제일미와 혼인하기 위해 강호에 출도했다고. 그리고 엄숙한 얼굴로 선언한다. 자신의 연애를 방해하면 정, 사, 마를 막론하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괴팍하지만 가슴 따뜻한 이 혈마는 과연 무림을 혈겁에서 구하고 영웅이 될 수 있을... 아니, 그보다 강호제일미에게 장가들 수 있을지. 본격 애인쟁취 분투기, 를 빙자한 무림과의 맞장뜨기가... 진짜 혈마의 전설이 이렇게 시작된다.

 
인기남들
작성일 : 17-12-05 18:53     조회 : 399     추천 : 0     분량 : 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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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시이이이이이이이...!”

 

 척유한은 욕설을 내뱉다 말고, 꿀꺽 삼켜야 했다. 동굴 저편에서 펄펄 끓는 액체가 밀려들고 있었다. 백 장도 더 떨어져 있더라도, 당장에 닭백숙처럼 살을 익힐 것 같은, 황금빛으로 끓는 용암이었다.

 

 긁적긁적!

 

 “또 잘못 뚫었나?”

 

 척유한은 머릴 긁적이며, 쏟아져오는 용암을 귀찮다는 눈으로 흘긋거렸다.

 

 “쳇, 귀찮네.”

 

 

 

 쿠웅!

 쿠우웅!

 쿠우우우웅!

 

 척유한은 동굴 벽면에 길을 뚫으며 전진해 나아가고 있었다. 물론, 심심해서...가 아니라,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서였다. 도를 쓸 때도 있었지만, 귀찮기도 해서 대부분은 맨주먹으로 했다.

 

 휘우우웅!

 

 주먹에서는 시커먼 기파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멸천마권(滅天魔拳).

 초창기 원시 마교가 자랑하던 불패의 일 권으로, 삼괴 중 중괴의 것을 흉내내어본 것이었다.

 

 권장의 위력으로는 정파의 무영신권(無影神拳)과 사파의 광룡철권(狂龍鐵拳)도 만만치 않았지만, 각각 일장일단이 있었다.

 

 무영신권은 강맹하나, 묵직한 기운이 너무 강해서 길을 뚫을 때 방해가 됐다. 광염철권(狂炎鐵拳)은 유연하나 지나치게 곡선으로 뻗어가는 탓에 알맞지가 않았다.

 결국, 마교의 일권이 제격이었다.

 

 콸콸콸콸... 콸콸콸!

 

 “노괴들...”

 

 동혈의 뚫어진 틈 사이로, 밀물처럼 들이닥치는 용암을 보며, 척유한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길을 알려 주려면, 제대로 알려주던가!”

 

 콰콰콰쾅!

 

 멸천마권이 폭사했다. 벼락같은 권장이 벽면의 틈새 위에 내려 꽂혔다. 불에 달군 인두로 지지듯, 순식간에 뚤린 곳을 봉합했다. 콸콸거리며 쏟아지던 용암이, 돌덩이로 가로막히자 저편에서 성난 소리를 연신 토해냈다.

 

 치치치칙!

 

 하지만 미봉책이었다. 수백 년간 화산 속에서 들끓던 용암의 위력은 만만치가 않았다. 사람 몸뚱이만 한 바윗덩어리가 겹겹으로 쌓여 있었건만, 밀려오는 용암에 빠르게 부식되고 있었다.

 

 부스럭!

 

 품속에서 먹을 걸 꺼내다 말고, 척유한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무척이나 귀찮다는 듯이, 한 손에 먹을 것을 든 채로, 다른 손으로 연이어 권격을 쏘아댔다.

 

 퍼퍼퍼펑!

 퍼퍼퍼펑!

 퍼퍼퍼펑!

 

 예전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던 광경이었다.

 만년금강석과 현천무한송을 한데 섞어 일 만번을 데웠다 식혀서 만든 십오제련판보다도 탄탄한 암동 내부를 권장만으로 바스러뜨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노괴들의 말과... 반대로 갈 걸 그랬나?”

 

 흡사 열화지옥(熱火地獄) 같은 곳에서, 척유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용암 이전에, 지열(地熱)만으로도 엄청나게 후끈거리는 곳이었다. 어쩌면 모르는 새에, 지표면의 핵 쪽에 가까워졌는지도 몰랐다. 금강불괴라 할지라도 견딜 수 없는 열기였다.

 

 “밥이나 먹자.”

 

 하지만, 불구덩이 같은 속서에도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척유한이었다.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일은 밥 먹는 것뿐이라는 듯이, 유유자적하게 먹을 것을 찾았다.

 

 부스럭 부스럭!

 

 마침내, 너덜거리는 무복 속에서 벽곡단처럼 같은 것을 한 움큼 꺼냈다.

 

 치치칙...!

 

 잘 뭉쳐진 덩어리를 벽면에 가져다 대자, 순식간에 노랗게 익었다.

 

 “에이, 좀 탔네.”

 

 벽곡단이 아니었다.

 

 그것은 구자지갈(九紫芝蠍)이라는 독물의 전갈, 만년삼엽충(萬年蔘葉蟲)이라는 독충, 괴룡철각(怪龍鐵角)이라는 심층지면 속 괴생명체의 뿔... 등으로, 지하세계에 살고 있는 온갖 기기묘묘한 괴충, 독충, 야수들을 한데 갈아 만든 거였다. 인간이라면 도저히 먹지 못할 것만을 모은 조합이랄까.

 

 하지만 신기하게도, 먹을수록 머리가 맑아지고 내력을 북돋아 줬다. 철갑 같은 외피를 만들어준다는 것, 그리고 독물에 대한 내성이 길러졌다는 것까지는 아직 스스로도 알지 못했다.

 

 우드득!

 

 입 안에 넣고 맛있게 씹었다.

 

 “또 가볼까?”

 

 척유한은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기는, 이제 와 동서남북이 무슨 대수겠는가.

 방향을 잃은 지도 꽤나 오래 됐다. 땅굴을 파들어 가던 중에, 갈라진 틈으로... 북해의 빙하(氷河)가 들이닥쳐 꽁꽁 얼어붙은 적도 있었고, 남방의 습한 독무에 질식된 채 만 장을 비몽사몽 걸었던 적도 있었다. 아예 화산 속에 굴러 떨어졌던 적도 있었으니, 오늘처럼 용암이 들이닥친 것은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

 

 피식!

 

 “노괴들...”

 

 척유한은 입매를 씰룩이며, 중얼거렸다.

 

 “...그래도, 보고 싶네.”

 

 

 퍼퍼퍼퍼펑!

 

 -흠훼헤, 근데 너...

 

 폭연 속에서 그들의 음성이 들려오는 듯했다. 헤어진 지 꽤 오래 됐지만, 아직껏 기억이 새록새록 한 노괴들이었다. 이번에는 사파의 소괴가 떠올랐다. 그 짓궂고 뜬금없는 주착스런 말투가.

 

 -...장가는 왜 못 갔냐?

 

 “안 간 거라니까.”

 

 -못 갔구먼!

 

 -못 갔어, 쯧쯧...

 

 수군수군!

 

 “사람을 뭘로 보고... 누가 자기들 같은 줄 아나?”

 

 -이... 이눔이, 누굴 도매급으로 넘기려 들어? 이 몸이 여자들한테 인기가 얼마나 많았는 줄이나 아냐?

 

 소괴는 다른 문제에는 비교적 여우로우면서도, 여자문제만 나오면 유독 정색을 하곤 했다.

 

 -뒷골목 주색가에서부터 천하제일 기방의 명성자자한 명기까지, 오금을 바르르 떨며 눈이라도 맞춰달라고 애원하던 몸이야!

 

 그러면 꼭 끼어드는 건, 정파의 지엄하신 일대종사, 대괴였다.

 

 -험험, 색주가에서 추앙받던 게 뭔 자랑이라고...

 

 -이눔아! 색주가 여자라고 무시하냐? 그녀들이 세상만사 모진 풍파 속에 갈고닦은 재주가 일만팔천 가지는 넘는다는 것을 아누?

 

 -누가 무시를 했다고... 그런 건 아니네만, 내 얘기도 들어보시게...

 

 대괴는 평상시엔 넋이 반쯤 나갔다가도, 여자 얘기만 나오면 제정신이 돌아왔다.

 

 -험험! 본인이야말로... 천하의 규수들에게 존경과 애정을 한 몸에 받던 몸으로서... 바야흐로 무력 삼천이백구십오년에는 이백이십구 명의 규수들이 이 몸을 차지하려 비무를 신청하기까지 한 바...

 

 하지만, 대괴가 정색을 하는 순간은 주절거리는 넋두리가 시작되는 때였다. 또 시작인가 싶으면... 어김없이 잊고 있던 음성이 툭 튀어나왔다.

 

 -놀고들, 있군.

 

 암흑 속의 마교종사, 중괴였다.

 

 -본좌야말로, 마도 최강 인기남.

 

 -흠훼헤, 지랄!

 

 -너, 죽는다.

 

 -흠헤헤...

 

 -하여, 이 몸이 바야흐로 무력 삼천이백구십칠년에는 꽃다운 규수들이 무려... 자그마치... 물경...

 

 돌이켜보면 헛웃음 나오는 기억들이었다.

 

 아작 아작!

 

 척유한은 음식을 씹으며 웃음을 함께 씹어 삼켰다.

 

 “큭큭큭...!”

 

 웃기고도 애잔한 사내들이었다.

 강호가 떠받들던 무신들.

 그런 대단한 존재도 알고 보면, 도검에 미친 채 늙어버린 남자들.

 

 여자 손목 한 번 못 잡아본 채 세월이 흘렀다는 걸 뒤늦게 아쉬워하며 밤마다 옆구리를 쑤시는... 외로움에 발버둥치는...

 

 모태고독남들!

 이들의 정체였던 것이다.

 

 “그래서,”

 

 척유한은 이렇게 묻고는 했다.

 

 “만약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원 없이 여자라도 만날 거요?”

 

 -그야 이르다 뿐이겠냐? 내 당장, 사파지존이고 뭐고 다 떠나서, 춘앵이, 금련이, 소선이, 앵두... 고것들하고... 요것도 하고, 조것도 해 보구...

 

 -허허허! 허허허허!

 

 -쿠, 쿡!

 

 “......”

 

 허나, 설레발을 칠수록... 사실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묻는 이도 답하는 이도 알고 있었다. 다시 돌아간대도 똑같은 인생을 살 것이라는 사실은...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바가 있었던 것이다.

 

 무학에 미친 자들.

 무공에 끝없이 배고픈 자들.

 애당초 그렇게 태어났던 것이다.

 

 후회하나...

 후회하지 않는다!

 이렇게 생겨먹은 걸 바꿀 수 없다는 것을,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길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았던 것이다.

 

 -이눔아, 말 돌리지 말고... 수련해야지!

 

 어쩌면 그래서 더더욱, 척유한을 바꿔주려는 것인지도 몰랐다.

 

 “틈만 나면 혼인 얘길 꺼내는 게 누구더라?”

 

 -커험! 험! 누, 누가 그랬다고 이눔이...?

 

 -허허, 그러지들 말고, 아이야... 이걸 좀 마셔 보거라.

 

 그럴 때면 대괴가 허공에 액체를 띄워 척유한에게 보냈다.

 

 철철철철...!

 

 “볼 때마다 이거야 원...!”

 

 시뻘건 액체는 겉으로 볼 때, 영락없는 혈해였다. 동굴 주위에 둘러쳐진, 폭포수의 물기둥처럼 시뻘건 빛깔을 넘실대는 액체가, 한 방울도 흩어지지 않고 허공을 넘어 날아왔다. 기괴한 동굴에 어울리는 장면이자, 대괴의 내공 수위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었다.

 

 -허허, 말했잖느냐, 이건 핏물이 아니라... 공청탁유라고...

 

 “개뿔! 공청석유는 들어봤어도, 그딴 건...”

 

 -그놈 참, 척하면 척이지... 암동 진법의 조화에다가, 우리 셋의 공력이 더해져서 만들어진... 한마디로 인공적인 공청석유라고 보면 된다!

 

 -먹어서, 남 안 준다.

 

 “그렇다면야.”

 

 벌컥 벌컥!

 

 “꺼어어어어억!”

 

 -그만 처먹어라! 물배 터질라!

 

 -허허, 그리 하거라. 이젠... 수련을 해야지!

 

 -......

 

 “으잉? 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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