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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순간을 위한 왈츠
작가 : 수리수리
작품등록일 : 2017.10.31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척, 무대 위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춘다. 너를 살리기 위한, 그리고 시작과 함께 천천히 망가져갔던 우리를 위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이 순간을 위한 왈츠.
죽은 첫사랑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한 여자의 이야기.

 
19. 너와 나의 딸기밭
작성일 : 17-12-05 13:39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6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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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돌았지. 아주 돌았어, 네가."

 

 

 승조가 핸들을 꺾으며 중얼거렸다.

 

 

 "어딜 놀자는 거야, 이 시간에. 얘가 아직도 여기가 피렌체인줄 아네."

 

 

 한시도 쉬지 않고 투덜거리면서도 얌전히 운전을 하고 있는 그가 우스워서, 나는 다시금 웃음을 터뜨렸다.

 

 

 "너 뭐 잘못 먹었지, 아무래도."

 

 "하하."

 

 "…관두자, 관둬."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도, 밖에 나온 것이 기분이 나쁘진 않은지 나름 들뜬 얼굴이다. 이런 얼굴을 보면, 의외로 야외형이 맞는 지도 모른다. 이내 차가 멈춰 섰다.

 

 

 "여기?"

 

 "응."

 

 

 번화가에서 한참 떨어진 외곽의 초라한 식당이었다. 승조가 낯선 듯 골목을 두리번거렸다.

 

 

 "여기 잘 알아?"

 

 "응. 예전에."

 

 "예전?"

 

 "5년 전에."

 

 

 찬찬히 웃으며 대답했다.

 

 5년 전, 너와 나는 사람이 없지만 맛있는 가게를 골목골목 찾아다니곤 했었다. 실패하는 일도 물론 많았지만, 의외로 성공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 우동 가게도 그랬고.

 

 특히 이곳은, 먹는 것에 딱히 욕심이 없는 네가 유독 마음에 들어 했던 가게다. 물론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비가 오려나."

 

 

 가게로 들어가는 나를 따라 걷던 승조가 힐끔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빨리 가자는 듯 재촉했다. 앞서 가는 그를 보며, 나는 손바닥을 들어 하늘을 가릴 듯 펼쳐 보였다.

 

 똑, 빗방울 하나가 와 박혔다. 비, 싫은데.

 

 

 지저분한 외관과 달리 깔끔하고 소박한 식당은, 기억 속 그대로의 맛이었다. 가게 안을 가득 채우는 포크 풍의 노래도 여전했다. 하모니카 소리 같은 옛날 느낌이 물씬 나는 노래에, 승조는 꽤 즐거운 눈치였다. 급기야는, 이렇게 말했다.

 

 

 "마음에 들어, 여기."

 

 "그래?"

 

 "아픈 사람 끌고 나와서 운전시킨 거, 봐줄게."

 

 "엄살은."

 

 

 크게 다치지 않은 건 알고 있다. 오늘 오전 영화 선전을 가던 너는, 방송국 앞에서 결국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그나마, 전과 같이 크게 다치지 않았다는 점이 다행이었다.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은, 어쩌면 모든 것이 실타래처럼 단단히 얽매여 흘러가고 있어 하나의 실을 당긴다 해도 금방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고 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아, 이 노래 좋아해."

 

 

 중얼거린 승조가 익숙히 흥얼거리며 밥을 입에 집어넣는다. 입맛에 잘 맞는 건지, 병원 밥이 맛이 없었던 건지, 기억속의 너보다도, 더 잘 먹는다.

 

 그가 밥을 먹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며, 나는 묘한 감상에 빠졌다.

 

 

 좋으면서, 슬픈, 이상한 기분이다. 즐거운 음악과, 맛있는 음식과, 자칫하다간 조명에 머리를 박을 것만 같은 이 작은 가게 속에 네가 있다.

 

 

 '뭐야, 마음에 들어. 여기.'

 

 '괜찮지.'

 

 '어! 이제까지 온 곳 중에서 제일.'

 

 

 그 또한, 이제는 달라진 과거. 나 혼자만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갈 것이었다.

 

 우습게도, 좋은 기억이라곤 한 치도 없다고 생각한 과거 속에, 모두 바꾸어버리겠다고 다짐했던 그 과거 속에 아름답던 시절의 너와 내가 있었다.

 

 갑자기 그 순간이 그리워지는 건, 너무 욕심일까.

 너와 내가 사랑하던 그 짧은 순간이 그립고, 그리워서. 네가 옆에 있는데도 외로워진다.

 

 

 잠시 멈췄던 식사를 계속 하는데, 노래가 바뀌었다. 우울하게 창가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신나는 리듬처럼 만들어주는 컨트리풍의 팝송이 가게 안을 가득 채운다.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흥이 난다. 흥얼거리며 노래를 따라 부르다, 문득 중얼거렸다.

 

 

 "춤, 추고 싶네."

 

 "클럽 가?"

 

 "가도 돼?"

 

 "응. 가서 깜짝 사인회 열지 뭐."

 

 

 장난처럼 답하며 그가 음식을 입에 집어넣는다.

 기분이 좋은지 리듬에 맞추어 고개를 까딱이며 웃는 그를 보며, 나는 몇 가지 안 되는 좋은 기억 중 하나를 오랜 곳에서 끄집어 올렸다. 그것도 아마, 이 근처였다.

 

 

 "가자, 그럼. 빨리 먹어."

 

 "다 먹었.. 근데 진짜 가?"

 

 "응."

 

 

 수저를 내려놓고 가방을 챙겨 일어서자,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진짜? 진심? 클럽?"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오자, 들어올 때만 해도 똑, 똑 떨어지던 비가 꽤 기세를 가지고 내리기 시작한다. 급하게 따라 나온 그가 내 팔을 잡으며 묻는다.

 

 

 "야, 나 지금 사진 찍히면 안-"

 

 "있어. 클럽보다 좋은 곳."

 

 "… 이건 진심인데, 너 약간 정신이 나간 것 같아."

 

 

 진지하게 중얼거린 승조가 고개를 젓더니, 차를 향해 걸어간다.

 

 손으로 비를 대충 막으며 걷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보던 나는, 떠오른 생각에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뛰어가, 승조의 옷깃을 잡아 당겼다.

 

 뭐냐는 듯한 그의 표정을 무시한 채, 나는 그의 팔을 잡고 차와 반대편으로 빗속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승조가 경악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야, 뭐 하는- 다 젖잖아!"

 

 "재밌지."

 

 "얘 진짜 미쳤네. 어디 가는데!"

 

 "응! 좋다!"

 

 

 승조가 포기했다는 듯한 얼굴로 달리기 시작했다. 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우리는 홀딱 젖었다.

 

 여름의 끝을 장식하는 비였다. 그게 꽤 시원해서, 나는 어딘가 얼빠진 사람처럼 계속 웃었다. 자꾸, 웃음이 난다. 어느덧 그가 내 손을 잡고 있었다.

 

 

 회색 창고들이 연이어 가득한 곳에 도착한 나는 거친 숨을 골랐다. 승조가 꽤 시원하게 웃는 얼굴을 하고 있어 그걸 빤히 보고 있자, 그가 얼른 정색을 하며 입을 열었다.

 

 

 "안 좋기만 해. 한 대 맞을 줄 알아."

 

 

 픽 웃으며 나는 우리가 선 창고의 문을 열었다.

 

 끼이이익-, 오래 열지 않아 길들지 않은, 오래된 쇳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아주 오래된 창고였다. 창고 특유의 쾌쾌한 냄새에 코를 찡그리며, 나는 어둠 속을 더듬거리며 스위치를 찾았다.

 

 

 천장 위에서 위태하게 흔들리던 둥근 전구 하나가 깜빡거리며 켜졌다. 꽤 넓은 창고를 밝히는 것은, 그 작은 전구 하나였다.

 

 승조가 아, 하고 나직하게 탄성을 뱉었다.

 

 깜깜하고 어둡던 창고가 어느새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따뜻하고 포근한 빛이다.

 

 

 "이런 덴 어떻게 알았어?"

 

 "어릴 때 이 근처 살았었어. 여기, 우리 아버지 창고."

 

 

 전혀 팔리질 않아서, 옛날 그대로야. 내 덧붙임에 신기한 얼굴로 이리저리 둘러보던 그가, 낡은 그림들이며, 선이 나간 기타를 만지작거린다.

 

 한쪽 구석에는 이제 와서는 꽤 가격을 붙일 만도한 LP들이 가득 쌓인 책장이 있었고, 그 옆에는 겨우 엉덩이를 붙일 만한 작은 철제 의자들이 가득했다. 나는 짐짓 모르는 척, 턴테이블에 쌓여있던 먼지를 불었다. 연결된 스피커도, 그대로였다.

 

 

 우리 아버지는 너 같은 사람이었다. 답지 않게 의외로 옛스러운 감성을 좋아하고, 길바닥 음악을 동경하는.

 

 LP판을 뒤적이던 나는, 이윽고 원하던 것을 찾았다.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이내 비틀즈의 노래가 흐르기 시작한다.

 

 

 

 Let me take you down

 나와 함께 가요.

 cause I'm going to strawberry fields

 마침 나도 딸기밭에 가던 참이었거든요.

 

 

 갑작스러운 음악소리에 놀라 나를 돌아 본 그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Nothing is real

 그곳은 현실이 없어요.

 and nothing to get hung about

 신경 쓸 일도, 그 무엇도 없죠.

 Strawberry fields forever

 딸기밭이여, 영원하라.

 

 

 양 손으로 치마를 잡고 무릎을 굽히며 인사하자, 픽 웃은 그가 허리를 굽히며 점잖은 신사처럼 인사하는 자세를 취한다.

 

 

 비에 쫄딱 젖어, 머리며 옷이며 이마에 달라붙은 형편없는 꼬락서니를 한 주제에, 우리는 마냥 들떠 그 어떤 것도 신경 쓰지 않았다. 입모양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처음 춤을 춰 본 사람처럼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았다.

 

 

 Strawberry fields forever

 딸기밭이여, 영원하라.

 Strawberry fields forever

 딸기밭이여, 영원하라.

 

 …

 

 

 낡고 지저분한 이곳은 너와 나의 딸기밭. 앞으로 펼쳐질 잔인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이상향.

 

 

 

 

  *

 

 

 

 "술도 안 먹고, 잘도 이런 짓 하네. 우리."

 

 

 노래가 끝났는데, 승조는 내 손을 놓지 않는다. 웃으며 손을 빼자, 그의 손이 가볍게 떨어진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다.

 

 

 "듣고 싶은 노래 있어? 거기서 골라봐."

 

 

 그 말에, 승조가 삐딱하게 서서 서랍장을 본다. 영 못마땅한 얼굴로, 그럼에도 서랍장에 시선을 둔 채로 LP를 바라보는 그를 보다, 나는 책상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 내 어릴 때 앨범. 이거 같이 보-"

 

 

 말을 채 끝맺기도 전에, 척 맨지오니의 'Feel So Good'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익숙한 트럼펫 소리에 나는 웃음을 터뜨리며 돌아보았다. LP를 내려놓은 승조가 어느새 내 뒤에 있었다. 내 어깨에 턱을 올린 그가 중얼거린다.

 

 

 "좋다… 턴테이블 살까."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며, 그가 손을 뻗어 내 손에 들린 앨범을 겹쳐 잡았다.

 

 

 "뭐야, 너 어릴 때 되게 남자애 같았다."

 

 "…응. 근데 좀 떨어지지?"

 

 "마음에 없는 소리 참 좋아해."

 

 

 나는 미간을 모으며 그를 돌아보았다. 앨범을 내려다보고 있는 그의 얼굴이 새삼 가까워, 곧바로 눈을 내리깔며 말을 돌렸다.

 

 

 "너, 선곡이 올드해."

 

 "비틀즈는 어떻고."

 

 

 아까보다 훨씬 가까웠다. 젖은 옷 사이로 그의 몸이 뜨거웠다. 어쩐지 가슴이 떨려, 나는 반쯤 몸을 돌려 그의 어깨를 밀며 입을 열었다.

 

 

 "이제 그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승조가 허리를 끌어당겼다. 숨이 닿을 듯, 가까웠다.

 

 아까부터 은은하게 나던 그의 냄새가 확 끼쳐왔다. 그 향기가, 순식간에 나를 5년 전으로 이끌고 들어갔다. 나는 손 쓸 도리도 없이 그 기억 속으로 잠식되었다.

 

 

 '…-루야.'

 

 

 나를 부르는, 너의 다정한 목소리가.

 

 

 '미루야.'

 

 

 "미루야?"

 

 

 어느 순간, 나는 울고 있었다. 눈물이 볼을 적시고 떨어져 내렸다.

 

 

 "왜 그래?"

 

 

 당황한 얼굴의 그에게서 몸을 돌리고, 나는 얼굴을 감쌌다.

 

 우는 얼굴 같은 거, 자꾸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 주체할 수 없이 격한 파동이 나를 치고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냥 네가 살아있기만을 바랐다.

 다음에는, 그저 네 옆에만 있기를 바랐다. 사랑 따위 바라지도 않는다고, 그렇게 말해 놓고서도. 욕심은 자꾸만 커져,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너를 안고 입 맞추고 싶다.

 

 

 너와 이곳에 오는 게 아니었다. 쓸데없이, 나만 기억하는 걸 억울해하는 게 아니었다.

 

 

 "윤미루. 나 봐."

 

 

 어딘지 단호한 그의 목소리에, 나는 결국 그의 손을 뿌리치고 창고를 뛰쳐나왔다. 우리를 딸기밭으로 데리고 갔던 음악 소리가 빗속에 묻혀 순식간에 끊겼다.

 

 

 현실은 이렇게, 깜깜하고, 차갑고, 쏟아지는 빗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곳이다.

 

 그리고 이곳이, 내가 있어야 할 곳이다.

 

 뒤에서 승조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으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달렸다. 쏟아지는 비가 내 온몸을 때리고 들어왔다. 짙은 그의 향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없었다.

 

 

 그때서야, 나는 비로소 소리를 내어 울었다. 오열했다.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미래가, 네가 사라져버리고 말 그 미래가 무서웠다.

 

 

 "야, 너!"

 

 

 몸이 강하게 돌려졌다.

 

 젖은 머리의 승조가, 화난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빗물인지 눈물인지 모를 것들을 떨어트렸다. 단단히 화난 얼굴의 그가 눈썹을 찌푸렸다.

 

 

 내가 울어도, 신경조차 쓰지 않던 너였는데. 이제 빗속으로 나를 찾아 달려오는구나.

 

 

 자조적인 생각에, 나는 웃었다. 그리고 비가 미친 듯이 쏟아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정말, 우리는 사랑하고 헤어지게 될까.

 이렇게 애가 타는데, 볼 때마다 마음이 찢어질 것 같은데.

 

 정말, 운명은 변함없이 이대로 우리는 끝이 나고, 너는 죽게 될까.

 

 

 나는, 웃었다. 바보같이. 꾹꾹 눌러왔던 마음은 전혀 사그라들지 않고, 더욱 무거워진 채로 너에게로 가고 있었다.

 황당한 얼굴로 말을 이으려는 승조에게 힘없이 안겼다. 움찔하는 그가 느껴졌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너."

 

 "잠시만."

 

 

 나를 밀어내려고 말을 이으려는 그의 손을 꽉 잡고, 나는 그를 안은 손에 힘을 주었다. 절대 놓지 않겠다는 듯.

 

 잠시만, 이 순간만 나 과거에 있을게. 그리운 냄새를 맡으며, 나는 그의 품에서 눈물을 삼켰다.

 

 

 이윽고, 나를 밀어내려던 승조의 손이 천천히 내 머리 위에 내려앉았다.

 

 위로하듯, 토닥이는 그 손길에 나는 천천히 그의 품에서 얼굴을 떼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알 수 없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던 승조가 비에 젖은 내 머리를 천천히 귀 뒤로 쓸어 넘겼다.

 

 

 "넌, 진짜 이상해."

 

 

 그리고, 아주 천천히, 그의 입술이 맞닿았다. 나는, 피하지 않았다.

 

 그 순간, 아프게 때리던 비도, 도시의 소음도, 그 어떤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조심스럽게 겹쳐진 네 입술과, 맞닿는 코 끝,

 아주 오래 전, 그 언젠가로 나를 데려다 놓는 너의 향기, 그 뿐.

 

 그리고 나는 그의 입술을 받아들이며, 완전히 그에게 몸을 맡겼다.

 어떻게든 너를 밀어내려 애쓰던 내가 갑자기 이러는 거, 너는 정말 이상하고 당황스럽겠지만.

 

 

 그거 모르지. 사실 나는,

 너를, 정말.

 정말로, 많이 …

 

 

 나는 눈물인지, 울음인지 모를 것을 삼키며 웃었다.

 

 그 말을,

 이제 와서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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