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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새벽으로 이끄는 자
작가 : 바다그늘
작품등록일 : 2017.11.23

마족들의 세상에서 마수를 이끄는 인간 소녀의 이야기

-매일 연재-

 
03. 마수 소환사 (3)
작성일 : 17-12-05 10:25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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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이 끝나자 학생들은 해방감을 맛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부산스럽게 교과서를 챙기는 학생들 사이에는 마사도 끼어있었다. 남색 교복 사이에서 혼자 흰 교복을 입고 있는 탓에 그녀는 엄청나게 눈에 띄었다. 다른 학생들이 지나가면서 신기하다는 듯 한 번씩 훑어봤지만 마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평소와 같이 발랄한 얼굴로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과 신나게 떠들었다. 푸른 라온 교복을 입은 옆자리의 여학생은 누가 봐도 이견 없을 만큼 예뻤다. 푸른 라온의 남색 교복이 여학생의 흰 피부와 잘 어울렸다. 둘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때때로 크게 웃어가며 화기애애하게 수다를 떨었다. 여학생의 긴 은발이 그녀가 웃을 때마다 하늘하늘 흔들렸다.

 

  “이야. 그런 특이 체질이 진짜로 있을 줄이야......”

  “언니도 처음 보세요?”

  “응. 나도 소환사라 다른 소환사들 아는 사람이 많은 데 정말 처음이야! 수업 때 들어보기는 했는데 진짜로 있을 줄은 몰랐네..... 어쨌든 도움이 안 돼서 미안.”

  “아, 아니에요. 뭐 사실 티아도 그렇게 살찐 것도 아니에요. 저보다도 말랐는데, 맨날 다이어트를 입에 물고 살아서 그냥 물어본 거였어요.”

  “그래? 그럼 다행이네. 그런데 지금 끝나고 뭐 있어?”

  “아뇨. 저녁 먹을 때까지는 없어요.”

  “그럼 나랑 같이 서점에 책 보러 갈래? 오늘 교수님이 말한 거 바로 사려구. 또 미뤘다가 까먹으면 안 되니까.”

  “네! 저도 그러려고 했어요.”

 

  마사와 타롯은 짐을 챙겨 나갔다. 그 평범한 모습을 교실 가장 뒷자리에 앉아있던 로우스의 잿빛 눈동자가 쫓았다. 그는 짐을 챙길 생각이 없는지 가만히 앉은 채 두 사람이 사라진 문 너머를 응시했다. 둘은 구면인지 로우스가 낄 틈도 없이 가장 앞자리에 앉아 수업을 들었다. 로우스도 첫날부터 타롯에게 접근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대로라면 저 둘은 한 학기 내내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느라 수업시간을 다 날릴 게 분명했다. 타롯이 잠을 자거나 다이어트나 수업 진도 같은 쓸데없는 이야기 말고 뭔가 쓸모 있는 빈틈을 보이려면 저 여자애가 없어져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하아.’

 

  로우스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짐을 챙겼다. 지금쯤이면 그의 쌍둥이와 사촌은 스프에 모여 로우스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로우스는 서둘러 학교를 빠져나갔다. 대부분의 수업이 끝날 시간이라 피어릿 상점가는 붐볐다. 로우스가 지나갈 때마다 여학생들의 시선이 그를 따라갔다. 평소라면 몇몇이 말을 걸었겠지만 앞만 보고 걸어가는 그에게 말을 거는 이는 없었다. 그는 빠른 속도로 큰길을 벗어나 익숙한 듯 골목길로 들어갔다. 얼마 뒤 로우스는 무기점 앞에 도착했다. 그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가게 앞에 걸려있던 깃발이 펄럭였다.

 

  먼저 와있던 아르한과 에반이 로우스를 보고 씨익 웃었다. 제페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때?”

  “정신없었어.”

 

  로우스가 가방을 카운터 위에 놓으며 의자에 앉았다.

 

  “나도 봤어. 네가 딱 들어오니까 난리 나던데? 인기인이라 좋겠네~”

 

  에반이 장난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됐어. 덕분에 아무 이득도 없이 끝났으니까.”

  “그래? 혼자 다녀서 쉬웠을 텐데?”

  “2학년짜리 흰 라온이랑 같이 수업 듣던데? 아무래도 이 계획은 실패인 것 같아.”

  “하얀 라온? 2학년? 2학년이 왜 3학년 수업을 들어?”

 

  에반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유야 나도 모르지.”

 

  로우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혹시 전에 하얀 라온 수업 들었을 때 친해진 거 아닐까?”

 

  아르한이 말했다.

 

  “걔 하얀 라온 수업도 들었어?”

  “어. 서류 보니까, 다른 계열 수업 많이 들었더라고.”

  “흐음... 그렇다면 정말 수상한데...”

 

  에반이 턱을 괴며 중얼거렸다.

 

  “너는 어땠는데?”

 

  로우스가 아르한에게 물었다. 그러자 아르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대충 맞는 사람 몇 명을 추리긴 했어. 이제 하나씩 만나 봐야지.”

  “하지만 한두 명이어야지.... 마계 소환사만 다 합해서 백 명이야.”

  “일단은 린 타롯이 제일 유력하니까 로우스 네가 잘 봐. 에반은 계속 높은 학년 찾아보고. 난 1,2,3학년 맡을게. 근데 너 민한테 말한 건 아니지?”

  “아, 안 했어! 안 했다고. 내가 그 정도로 멍청할 거 같아?”

  “왠지 넌 민이 물어보면 말할 거 같아서. 절대 세어나가면 안 돼.”

  “안다고. 내가 무슨 어린 애도 아니고.”

 

  에반이 구시렁거리며 바닥으로 시선을 돌렸다.

 

  “네가 너무 가볍게 생각하니까 그렇지. 이건-.”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

 

  쌍둥이답게 아르한의 말을 로우스가 받아 마무리 지었다. 에반은 한숨을 내쉬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찾아내어 마계에 넘긴다면 분명 그자는 죽을 것이다. 마족을 수없이 죽인 자이지만, 그건 마계 쪽의 사정일 뿐이다. 환상계로 넘어와 이미 인간과 많이 섞인 뱀파이어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다. 결국 그들이 하고 있는 짓은 자기 살자고 남을 죽이는 꼴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마계에서 쫓겨나온 먼 과거에서부터 이미 정해진 일인 것일까. 아르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익숙한 방울 소리가 들렸다.

 

  “이야! 잘 보고 있었지? 누구 안 왔다 갔나?”

 

  엉덩이로 문을 밀고 들어오는 제페토의 양손에는 커다란 종이봉투가 들려있었다. 식료품점에서 장을 봐 왔는지 커다란 바게트가 삐죽 나와 있었다.

 

  “아무도 안 왔어요.”

 

  로우스가 말했다.

 

  “그나저나 가게 주인이 이렇게 막 자리 비워도 되는 거예요? 아무리 삼촌이지만 조카를 너무 부려 먹으시네....”

 

  에반이 궁시렁거렸다. 제페토는 호탕하게 웃더니 카운터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종이봉투를 내려놓고 안에서 주섬주섬 음식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자,자. 내가 또 그럴 줄 알고 맛있는 거 사 왔지.”

 

  셋은 각자 취향대로 하나씩 골라 포장을 뜯었다. 제페토는 그런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런데 삼촌은 뭐 없어요?”

  “응? 뭐가?”

  “뭐, 누군가가 수리를 맡겼다든지 하는 거요. 이런 구석에 있는 무기점까지 오면 뭔가 수상한 사람일 텐데. 오늘 그놈들한테서 아침에 급하게 공문이 왔는데, 그 자가 쓰던 무기가 망가진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시체 해부하다가 무기 파편을 발견했다는데, 날이 검고 무거운 재질의 무기가 뭐가 있죠?”

  “글쎄. 그건 봐야 알지. 색깔이야 입히거나 광물을 다르게 쓰면 되는 거고. 하다못해 화살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검 파편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난 빠질 거다. 난 인간이니까.”

 

  제페토의 말에 에반이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중요한 일이라고 했잖아요. 우리한테 중요한 일이라고요.”

  “글쎄. 너희도 이해가 가지만, 만약 잡혀가면 죽을 게 뻔한데 함부로 도와주기는 좀.... 나는 그냥 중립하련다. 그렇게 궁금하면 네가 여기서 일을 하던가. 그럼 알 거 아니냐. 누가 왔다 가는지.”

  “아, 삼촌!”

 

  에반이 어린아이처럼 떼쓰며 졸랐지만, 제페토는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로우스는 그 모습을 구경하며 제페토가 가져온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다. 쌍둥이라 입맛이 비슷한지 아르한의 손에도 같은 종류의 샌드위치가 들려있었다. 물론 여기저기 연줄이 많은 제페토가 도와준다면 한결 편하겠지만, 그는 혼혈인 에반과는 달리 평범한 인간이었다. 아르한은 제페토의 중립선언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인간들에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뱀파이어도 도와주진 않을 테니까.

 

  마계에서 전해준 정보는 두루뭉술했다.

 

  그림자가 완벽한 인간의 형체를 하고 있으며 무기를 사용한다.

  물리적인 공격이 아닌 것은 모두 마수의 능력이다.

  주로 사용하는 무기의 날이 무겁고 검다.

  계획적으로 움직이며 그들이 남긴 흔적 그 어디에서도 감정적인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자신들을 사냥하는 마족에 대한 마수들의 보복임이 틀림없음에도 시신은 깨끗하다.

 

  지금까지는 이것들이 전부였다. 상식적으로 봤을 때 마족이 마수들을 이끌 리는 없고, 그런다고 해도 마수가 따를 리가 없으므로 결국 마수 아니면 환상계의 인간, 즉 마계소환사일 것이다. 블랙 가문에서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라온에 있는 마계 소환사는 전체를 통틀어 140여 명. 이들 중에 마수의 우두머리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아르한은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에반은 4학년에 아는 사람이 있는 데다 소환사여서 좀 더 쉽게 접근하겠지만, 그는 후배 중에는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애초에 소환사도 아닌 탓에 인맥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때 아르한의 머릿속에 계단에서 봤던 2학년이 떠올랐다.

 

  ‘마계소환사에 2학년이라.’

 

  임무에 대해 생각하면서 내려가다가 아무 생각 없이 말을 걸어버렸다. 그때 소매 사이로 보인 문양이 분명 마계 소환진이었다. 아르한은 가방을 뒤져 종이 한 장을 꺼내 카운터에 놓았다. 그는 전시되어있던 검에 손가락을 살짝 베어 자신의 핏방울을 종이 위로 떨어트렸다. 그 순간 붉은 마법진이 생기더니 종이의 수가 점점 불어나면서 그 위에 글자가 나타났다. 두툼해진 서류에는 학생들의 사진과 신상정보가 쓰여 있었다. 아르한은 한 장씩 넘기며 사진을 확인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

 

  2학년에서 몇 장을 넘기자 찾던 얼굴이 나타났다. 이름부터 읽어내려가던 그의 눈이 한 곳에서 멈췄다.

 

  ‘고아원?’

 

  특이한 이력이었지만, 그리 중요한 사항은 아니었다. 로우스는 계속해서 읽어내려갔다. 평범한 교수 평에 성적도 중상위권. 기초과목 성적이 좋아서인지 같은 학년들에 비해 마법사 등급이 한 단계 높지만, 라온에는 이런 학생이 많았다. 끝까지 다 읽은 그는 마법진이 그려진 종이를 찢었다. 서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딱히 신경 쓰이는 건 없었다. 사실 어제 다 한 번씩 본 것이었지만, 수상하게 생각되는 사람은 린 타롯 뿐이었다. 마계 소환사인 데다가 3학년임에도 벌써 졸업반이나 가능한 마도사 3급이고, 도플갱잉도 다섯 시간이나 가능했다. 가끔 밤에 사라져 기숙사 경고도 많았다. 에반은 확실하다며 열을 올렸지만....

 

  ‘그렇게 멍청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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