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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광야에서
작가 : th쓰
작품등록일 : 2017.11.8

홀로 평원에 살아가던 사람이 평원을 가로지르는 낯선 일행을 만나 시작되는 이야기.

 
1-16. 마녀의 평원
작성일 : 17-12-05 02:48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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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레시는 다리가 불편했다. 그 외에도 눈이 침침하다는 점과 손을 덜덜 떨어대는 증세가 있긴 했지만 노화로 어두워진 눈을 당장 고치지는 못하니 제쳐두고, 손 떨림 증상은 태반이 알코올 탓일 테니 술을 마실 수 없는 평원으로 나가게 되면 서서히 나아질 터였다. 문제는 티레시의 다리였다. 십 년 전부터 마물사냥꾼 일을 때려치우고 술독에 빠져 산 티레시의 다리는 간신히 걸어 다니기만 하는 상태였다. 물론 술을 끊고 운동을 하면 어느 정도는 나아질 테지만, 이미 나이가 있어 그마저도 힘들었다.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내일 아침 당장 길을 떠나야 했다.

 

 아작스의 말대로, 티레시는 짐이었다.

 

 “마차는 몇 대 가지고 가지?”

 “두 대. 넌 네 말 기자고 올 거지?”

 “가지고 가야지. 마차에 자리를 조금 비울 수 있나? 티레시가 앉을 정도면 돼.”

 “뭐?”

 

 아작스가 인상을 썼다. 나는 티레시의 다리를 턱짓했다.

 

 “저 몸을 질질 끌고 걷는 걸음에 맞춰줬다간 평원 일주에 일 년이 걸릴 걸.”

 “안돼! 이미 줄이고 줄여서 겨우 두 대로 맞췄단 말이야. 여기서 더 짐을 줄일 수는 없어. 오히려 용이 나왔다니 무기를 늘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고.”

 “아작스. 목숨이 제일 중요하다지 않았어? 무기를 늘리고 부적을 더 사는 편이 좋을 텐데.”

 “맞지만 안돼. 요즘 부적팔이들은 죄다 사기꾼이라고. 모르겠어? 방호부를 천 개 붙여도 사령이 들러붙어. 차라리 신관을 고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들은 마물사냥꾼이라고 하면 아주 야만인 취급을 해버리니까 곤란하고.”

 “돈이 문제인가?”

 “돈만 문제는 아니지만, 돈이 있다면 뭐든 문제가 아니게 되지.”

 “그럼 내가 마차 한 대 값을 대지.”

 

 아작스가 눈을 끔벅였다.

 

 “……정말?”

 “그래. 쌍두마차 대여비를 낼 테니, 마차의 반만 비워.”

 “반이나? 티레시만 타면 되잖아.”

 

 아작스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했다. 나는 대놓고 아작스를 비웃었다. 이미 전부 꾸려진 일행에 새로운 구성원을, 그것도 다리를 저는 노인을 끼워 넣는 일이 얼마나 번거로운지 아작스도 잘 알 것이다. 그걸 내가 모르리라 생각하고 찔러보는 모양도 웃겼다.

 

 “그래, 차라리 따로 가자. 나야 영감을 말에 올려서 묶고 데려가면 짐도 많이 필요 없고, 두 사람이면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서 나을지도 몰라.”

 “비우면 되잖아!”

 “수고 좀 해달라고.”

 

 아작스가 잇새로 온갖 욕을 다 꺼냈지만 무를 생각은 없었다. 아작스는 티레시가 늙은 데다가 술독이 잔뜩 올라 쓸모도 없는 노인네라고 투덜거렸다. 맞는 말이군.

 

 내일 출발할 여정에 대해서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느 방향으로 가서 얼마동안 사냥을 할 것이고 예상하고 있는 수확량은 어느 정도인지. 이번 사냥의 일행은 이전보다 배는 많았다. 마물사냥이라고는 해도 어차피 평원에 오래 있으면 있을수록 죽는 사람만 늘어날 뿐이라 평소대로라면 열 명 내지는 스무 명 정도로 인원을 추린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사냥할 수 있는 마물을 찾아다녀야 손실이 적다. 하지만 이번 사냥꾼 무리는 가볍게 세어 보아도 쉰 명을 넘어가는 대인원이었다. 목적이 무엇이냐 묻자, 아작스가 당당히 말했다.

 

 “용 사냥!”

 “잘 가고, 다음 생에 보자고.”

 

 미련 없이 일어났다. 내일 평원으로 뜰 때는 혼자 있겠군. 티레시를 데려가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호위 대용으로 쓸 사냥꾼들 없이는 나 혼자 티레시를 지킬 수 없다. 아무래도 평원 언저리에 자리를 잡고 이슈트반이 사기를 당했음을 알게 된 뒤에 날 찾기를 포기할 때까지 몸을 숨기는 것이 좋겠다. 길잡이를 고용하고 가장 많은 보수를 지급하던 아작스가 죽는 일은 슬프지만 세상살이란 그런 것이겠지. 어차피 마물사냥꾼을 직업으로 삼으며 이 정도는 각오했을 것 아닌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작스가 소리를 질렀다.

 

 “야, 이 치사한 놈아!”

 

 아그나의 언행이 거슬리면서도 익숙하다 싶었더니 아작스와 아그나의 언행이 비슷했다. 야, 야, 거리며 부르는 호칭하며 마음에 안 들면 세상만사의 억울함과 치사함을 전부 겪은 사람마냥 인상을 쓰고 소리를 지르는 것도 그렇다.

 

 “미안한데, 난 죽을 사람이랑 말 섞고 싶지 않아. 재수가 없다고.”

 

 내 단호한 대답에 아작스는 재빨리 말을 정정했다. 내가 없으면 평원을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힘드니 당연한 일이다.

 

 “농담이야, 농담! 말을 못 하게 하네. 물론 언젠가 용을 잡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해. 하지만 내일은 아니야! 됐어? 매정한 놈아!”

 “내 이름은 매정한 놈이 아니야.”

 

 인상을 썼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아작스는 근처에 앉아있던 용병을 불러 맥주를 두 잔 가져오라더니 본격적으로 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용을 잡아보겠다는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니라 맥주 값을 치르는 셈 치고 들어주었다.

 

 “물론 당장 잡겠다는 건 아니야. 아직 시기상조지. 하지만 남자가 말이야, 마물을 사냥하겠다고 한 번 마음을 먹었으면 정상을 노려봐야지 않겠어? 내가 용 좀 사냥해 보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느냔 말이야! 레오스, 너도 그래. 기껏 마녀의 평원을 그렇게 잘 아는데! 너 말고 누가 평원에서 길 안내를 하겠느냐고. 내 위업에는 네가 꼭 필요하단 말이다. 아니면 후임을 내놔! 새 길잡이를 교육시켜! 은퇴하지 말란 말이야!”

 

 언제 이렇게 술을 마셨는지. 혹은 내가 오기 전에 마시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맥주를 한 잔 두 잔 털어 넣는 사이 아작스의 말은 점점 주제를 잃어갔고 문장은 횡설수설해졌다. 시간낭비로군. 슬슬 일어날까.

 

 아작스는 늘 이런 식이었다. 아작스가 용을 사냥하고 싶어 하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술만 마시면 용을 이렇게 잡겠다, 저렇게 잡겠다, 떠벌려댔다. 화룡 피로스의 비늘로 갑옷을 만들고 싶다느니 비룡의 날개를 벽에 장식하고 싶다느니, 희망사항을 늘어놓으며 밤을 샌 적도 있었다. 물론 하나같이 말도 안 되는 소리뿐이었다.

 

 내가 알기로 아작스는 용을 본 적이 없다. 본인 입으로는 먼발치에서 날아오르는 화룡을 본 적이 있다지만, 화룡 피로스가 있는 지역에 발도 들여보지 않은 나도 화룡에게 날개가 없다는 건 안다. 아작스는 화룡 피로스의 비상을 처음 보았을 때, 세상이 드디어 멸망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한다. 커다란 불덩어리가 하늘에서 떨어져 나와 바닥을 향해 추락하다가 모래바닥에 머리부터 처박는가 하더니, 땅에 닿는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다시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고 한다. 집채보다 큰 불덩어리가 하늘과 땅 사이를 오가는 모습이 너무나 두려워서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 단정 지었는데 직후에 용이라는 설명을 듣고 기함을 했다고. 그 전까지 아작스는 용에게 비늘이 있다는 말만 듣고 뱀을 닮았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한다. 용과 뱀은 비교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다르다.

 

 열 살 남짓의 어린 나이에 화룡 피로스의 비상(본인 주장으로는)을 본 뒤부터 아작스의 꿈은 용의 등에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고 한다. 열세 살이 될 무렵 화룡 피로스가 지나간 자리에는 잿더미도 남지 않음을 알고 성냥불에도 화상을 입는 인간의 한계를 실감했단다. 그 뒤로 덩치만 우락부락해지고 정신연령은 하나도 성장하지 못한 아작스는 요즘도 용을 사냥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닌다.

 

 그리 아름답고 경이로우면 자연현상으로 남겨둘 것이지 왜 죽이지 못해 안달이냐고 물은 적이 있다. 아작스는 이렇게 답했다.

 

 ‘내 것이 아닌 아름다움이 무슨 소용이야?’

 

 지극히 인간적인 대답이었으며, 그 뒤로 나는 아작스와 용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기를 포기했다. 아작스는 용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종종 내가 용을 탐하면서도 탐하지 않는 척, 싫어하는 척 한다며, 답지 않게 내숭을 부린다고 말한다. 물론 아작스 혼자만의 착각이다. 나는 용을 탐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용은 용일 뿐이다. 그저 자연현상, 아니 자연재해와 같은.

 

 또, 아작스는 용에 대한 헛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러니까 레오스. 듣고 있어? 용이 말이야. 평원에 있다? 그것도 지금 우리랑 엄청 가깝다고 네가 그랬잖아. 그럼 잡을 수 있는 거 아닌가? 두 마리나 있다니까 이번에 나가면 한 마리 정도는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닐까? 우리 레오스는 어떻게 생각할까? 또 무리라고 할까?”

 

 쓸데없이 의문문을 뱉어내는 것을 보니 취해도 단단히 취했나보군. 자꾸 얼굴을 들이대는 아작스를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나는 맥주를 두 잔 마셨을 뿐인데 아작스는 벌써 몇 잔을 마시는지, 점원이 알아서 잔을 치우고 새 잔을 가져다주기도 몇 번이다. 티레시는 진즉 테이블에 머리를 처박고 자고 있었다. 티레시는 술 냄새를 풍기며 몸을 수그리고 불쌍한 노인네의 표본처럼 잠들었다. 아작스의 정강이를 가볍게 걷어찼다.

 

 “그만 떠들고, 영감 좀 방에 데려다 놔.”

 “왜 만날 나한테 시키는 걸까?”

 “넌 왜 돈을 주고 맡겼는데도 불평일까?”

 

 인상을 쓰고 이를 갈자, 아작스는 투덜거리며 또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티레시를 방으로 옮겨 놓으라고 말했다. 이른 저녁 식사를 하려다가 운 나쁘게 아작스에게 잡힌 그는 파르크라는 사내로, 마물사냥꾼 무리에 속해 나와도 안면을 튼 사람이었다. 파르크는 입을 비죽 내밀었으면서도 군말 없이 티레시를 추슬러 짐짝 옮기듯이 어깨에 둘러메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용 이야기는 됐어. 내일 온다던 마법사 이야기나 해봐.”

 “내일 온다고 했었나, 내가? 지금도 위층에서 자고 있어. 마법을 쓰는 건 못 봤지만, 쓸모가 없으면 평원에서 버려버리려고. 체력은 그럭저럭 따라올 수 있어 보였어. 전투는 무리겠지만 여기저기 써먹을 수는 있겠지.”

 “고용한 것 치고 믿음이 없어 보이는군.”

 “그게 말이지. 엄청 젊어.”

 “젊다고?”

 “젊다기보다는 어려. 레오스 너보다 어려 보였어. 혹시 십대냐 물었더니 스물아홉이라지 뭐야. 아마 거짓말일 거야. 그렇게 티가 나는 거짓말을 하니 오히려 진짜인가 싶기도 하고.”

 “동안인가?”

 “동안에도 정도가 있지.”

 

 아작스는 고개를 저었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고용하지 말지 그랬어?”

 “마음에 들어.”

 “그럼 문제가 뭐야.”

 “정말 마음에 들어. 그렇게 젊으면서 마물사냥패에 들어온다는 건 연고도 없다는 뜻이잖아? 쓰고 버리기 딱이야. 그렇지?”

 “그럴 마음도 없으면서 못된 척은.”

 

 코웃음을 치자 아작스가 투덜거렸다. 넌 마음이 약해서 탈이라는 둥, 내가 착한 줄 안다는 둥, 들을 필요도 없는 말이었다. 아작스가 저런 식으로 음흉한 말을 하는 것은 자주 보았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악당이 될 수 있는 사람이었고, 스스로도 자신의 위치와 성향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 게다가 숨기지도 않았다. 본인의 말로는, 마물사냥꾼들을 아랫사람으로 두고 부리기 편하려면 자신의 권력을 드러내고 이용하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편이 편하단다. 나는 권력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고 대답하자, 아작스는 내가 마녀의 평원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인 것도 일종의 권력이라고 말해주었다. 요즘은 괜히 조언을 해주었다고 투덜거리는 편이다.

 

 결국 물었던 마법사에 대한 이야기는 자세히 듣지 못했다. 술을 퍼마시던 아작스가 탁자에 머리를 대고 잠든 탓이다. 티레시를 방으로 옮기고 돌아온 파르크는 아작스가 낮부터 술을 진탕 마셨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 덧붙이기를,

 

 “새로 온 마법사, 나는 싫다.”

 “왜?”

 “너무 잘생겨서 수상해. 사기꾼이 틀림 없다.”

 

 란다. 그도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작가의 말
 

 

 

 

 소제목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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