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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순간을 위한 왈츠
작가 : 수리수리
작품등록일 : 2017.10.31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척, 무대 위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춘다. 너를 살리기 위한, 그리고 시작과 함께 천천히 망가져갔던 우리를 위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이 순간을 위한 왈츠.
죽은 첫사랑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한 여자의 이야기.

 
18. 그렇게 되어야 할 일은 그렇게 된다
작성일 : 17-12-04 14:55     조회 : 236     추천 : 0     분량 : 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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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오늘은 2시부터 백화점 행사, 3시부터는 쇼프로 게스트가 있고, 다음-”

 

 

 기계적으로 읊어지는 스케줄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막 화보를 찍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나름 일이 들어차 있었다. 다음 달에는 개인 화보집도 내기로 계약했다.

 잠시 눈을 붙이면 좋을 것 같아 안대를 찾고 있을 때였다. 현석이 다경에게 지나가는 듯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거 들었어? 드라마 세트장."

 

 “왜요? 아, 맞다. 세트 부실이었던가 그거죠? 진짜 위험할 뻔 했다던데.”

 

 

 안대를 찾았다. 거울을 보며 아이 메이크업의 고정도를 확인하고, 막 안대를 쓰려던 찰나였다. 현석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근데 누굴까. 그 감사에 찔렀다던 익명의 사람.”

 

 “뭐. 다행인 거죠. 윤승조 나오는 드라마라던데. 종방 앞두고 말 안 나와서 다행-”

 

 

 나는 적당히 티 나지 않게 웃은 뒤 몸을 파묻고 잘 태세를 취했다. 섣불리 단정하기에는 이르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

 

 

 

 *

 

 

 

 "어디야?"

 

 

 나는 승조의 맨션 앞에 차를 세우며 휴대폰으로 물었다.

 

 

 [뭐? 너 어딘데]

 

 "네 집 앞인데?"

 

 

 내 말에, 기가 찬 웃음이 수화기 너머로 전해져 왔다.

 

 

 ‘윤승조, 드라마 종방연 가던 중 교통사고. 타박상과 가벼운 뇌진탕으로 입원.’

 

 

 그렇게 되어야 할 일은, 그렇게 된다.

 그것을 사람들은, 흔히 운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해진 궤도를 밟아나가는 운명 속에서도 그것을 조금쯤이나마 비트는 것은 가능하다. 거대한 시계 속에서 아주 미세한 톱니바퀴, 내지는 작은 나사 하나. 작은 비틀림 하나가 어쩌면 모든 것을 바꿀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빨리 나와. 윤승조.”

 

 [어이 없어.]

 

 

 미래도 바뀔지도 모른다.

 

 

 간만에 운전하는 차였다. 승조가 죽고 난 뒤, 나는 음주운전을 하고 면허 정지가 되었었다. 면허를 다시 따고 싶은 마음도 없어서 그대로 두었었다. 그야말로 살 의지가 없던 나날이었다.

 

 나는 왜, 무슨 이유로 그렇게 너를 그렇게 좋아했을까. 지금에 와서 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진짜 왔네."

 

 

 승조가 뚱한 얼굴로 차에 올라탔다. 회색 후드티에 검은 모자를 썼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차를 돌렸다.

 

 

 “미용실 가야 되나?”

 

 “안 가도 돼. 그냥 식사 자리야.”

 

 “사진도 찍을 거 아냐.”

 

 “됐어.”

 

 

 하긴. 너는 딱히 외적인 것에 크게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니다. 신호를 기다리는 차를 보며 그가 뚱하게 물었다.

 

 

 "뭐 먹을 건데?"

 

 "글쎄. 너 가야 하니까 간단하게 우동 어때?"

 

 

 승조가 의외라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너의 취향 정도는 파악하고 있으니. 이렇다 할 대화도 없이 우동을 가볍게 해치우고 난 뒤, 우리는 차에 올라 시간을 확인했다. 8시 20분이었다.

 

 

 "커피라도?"

 

 "됐어. 가야 돼."

 

 

 고개를 끄덕이며, 나는 차를 출발시켰다. 운전을 하는 나를 빤히 보던 그가 입을 열었다.

 

 

 "너 운전 처음 해?"

 

 "어?"

 

 "왜 그렇게 긴장해?"

 

 

 그제야 나는, 내가 딱딱하게 굳어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설마 내가 사고 내는 건 아니겠지.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앞을 응시했다. 옆에서 달리는, 앞에서 가는 모든 차가 위협적일 정도로 컸다. 핸들을 잡은 손에 자꾸만 땀이 찼다. 일부러 주차장에 들어가 차를 세웠다. 그 때, 그는 도로 변에서 사고를 당했다고 했었다. 주차장이라면 사고를 당할 위험이 줄어드니까.

 

 잠시 후, 드라마 시작 시간에 맞추어 술집에서 무사히 종방연을 하는 그를 바라보며, 나는 겨우 안도의 웃음을 지었다.

 

 

 

 그 날, 종방연이 끝난 뒤, 나는 근처에 대기하며 승조가 매니저의 차에 올라타는 것까지 확인했다. 그는 사람들과 3차까지 갔고, 전혀 다친 곳 없이 귀가했다.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고정된 운명 같은 건 없었다.

 

 

 

 

 

 * 순간을 위한 왈츠 *

 

 

 

 [부탁 좀.]

 

 

 다음 날, 나는 CF 촬영을 위해 방송국으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승조로부터의 뜬금없는 문자였다.

 

 

 [미루 밥 좀 줘.]

 

 

 미루? 인상을 찡그리던 나는 이윽고 옥상에 사는 고양이의 얼굴을 떠올렸다. 드라마도 완전히 끝났으니 방송국 올 일도 거의 없겠지. 알겠다고 답장을 보낸 뒤 옥상에 올라갔다.

 

 하늘이 비가 올 것처럼 잿빛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듯한 옥상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을 때였다.

 

 

 “냥-”

 

 

 상자 사이로 삼색 고양이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나를 알아보는지 발걸음을 내딛는 고양이를 보며, 나는 그제야 입가에 미소를 걸친 채 몸을 굽혔다.

 

 

 “잘 지냈어? 미루?”

 

 “냥.”

 

 

 미루라니. 이상하게 먹먹한 기분이 든다.

 

 미리 챙겨 온 통조림을 꺼내자마자 고양이 미루가 반색을 하고 달려들었다. 조그마한 입으로 쩝쩝거리며 먹기 시작하는 고양이를 보다, 천천히 몸을 일으켰을 때였다.

 

 갑자기 고양이가 먹던 것을 멈추더니 털을 세우며 갸르릉거리기 시작했다. 당황한 얼굴로 날카롭게 우는 고양이를 보았을 때였다.

 

 어느 순간, 바람의 방향이 달라진 것 같았다. 그리고.

 

 

 “무언가 달라졌나요?”

 

 

 지독히도 검은 정장, 검은 모자를 쓴 남자.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가벼운 몸놀림.

 

 

 “…너.”

 

 “무언가 바뀌었나요?”

 

 

 나는 아무런 감정도 띠지 않은 그의 얼굴을 응시했다. 심장이 빠른 박동으로 뛰고 있었다.

 

 

 “잘… 모르겠어요. 당신이 보기엔 어때?”

 

 “당신은 말했었죠.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높낮이가 없는 어조에는 오싹하리만치 감정이 들어 있지 않았다. 검은 모자 아래의 눈이 무서웠다.

 

 

 “어때요? 이제는 후회가 없나요?”

 

 

 후회가 없다, 라. 매 순간 그를 볼 때마다 지독히도 후회한다.

 

 

 “당신의 마음은?”

 

 “…모르겠어. 하지만 내가 이렇게 함으로써 그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만약 그렇지 않다면?”

 

 

 나는 눈썹을 들어올렸다.

 

 

 “무슨 뜻-”

 

 “운명은 그대로 흘러가고, 당신은 매순간 후회하는 길로 들어서고 있는 거라면?”

 

 

 검은 모자 아래, 검정으로 가득한 음울한 그의 눈이 반짝였다.

 

 

 “부디, 현명한 선택을 하길.”

 

 

 거센 바람이 불더니, 다시금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다. 고양이가 언제 털을 세웠냐는 듯 통조림을 먹고 있었다. 구석에 놓인 물 그릇을 갈아 준 다음, 옥상을 내려왔다. 옥상 문을 닫고 내려오기 직전, 나는 다시금 하늘을 힐끗 바라보았다.

 

 역시 비가 쏟아질 것 같다.

 

 

 

 *

 

 

 테스트 촬영을 마친 뒤 영상을 점검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풀 세팅한 차림의 윤이 촬영장으로 두리번거리며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옆 세트에서 촬영이 있다고 들었다. 반갑게 자리에서 일어서 인사했다.

 

 

 "최윤 씨? 무슨 일이에요?"

 

 "미아 있다길래 인사하러 왔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려던 찰나, 그의 손목에 붙어있는 하얀 습윤 밴드가 눈에 들어왔다.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왜 그래요? 손목."

 

 "아. 다쳤어. 갑자기 조명이 떨어지는 바람에."

 

 

 조명이라니?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그에게 물었다.

 

 

 "어디서요? 언제?"

 

 "엊그제 음악 방송에서. 머리 안 다친 게 다행이지. 아, 실은 이거 때문에 미아한테 물어볼게 있었는데,"

 

 "잠깐- 잠시만요."

 

 

 이어지는 윤의 말을 끊으며, 나는 멍하니 휴대폰을 열어 승조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을 기다리고 있는데, 윤이 뚱하게 덧붙였다.

 

 

 "요즘 액이 꼈나. 승조도 그렇고."

 

 

 나는 그대로 정지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묻자, 윤이 기사 못 봤냐며 되묻는다. 그가 인터넷을 켜더니 나에게 내밀었다. 검색어 순위에 승조의 이름이 올라 있었다. 떨리는 손으로 그의 기사를 클릭했다.

 

 

 [속보 : 윤승조 교통사고]

 

 [응, 미루 밥 줬어?]

 

 

 활자를 읽음과 동시에, 웅얼대는 그 특유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나른하게 꽂혔다. 나는 천천히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놀란 윤이 나를 일으켜 세우려 했으나, 나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황한 윤의 목소리와, 수화기 너머의 승조의 목소리가 왱왱거리며 섞여드는 와중에, 이상하게 선명한 도경의 목소리가 재생되고 있었다.

 

 

 '힘들진 않고?'

 

 '너무 버거워지면, 그만 두고 다른 곳도 좀 둘러봤으면 해.'

 

 

 

 *

 

 

 "VIP실은 지금 시간에 면회 안 되거든요. 환자 분도 주무시고…"

 

 

 밤, 매니저도 없는 조용한 병실 복도에서, 나는 간호사와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 소리가 들렸는지, 가볍게 병실 문이 열렸다. 피곤한 얼굴의 승조가 서 있었다. 한 손에는 게임기를 든 채였다. 그가 천천히 눈을 깜빡이다 입을 열었다.

 

 

 "…미루?"

 

 

 눈치를 보던 간호사가 자리를 피해주었다. 둘만 남은 복도에서, 나는 환하게 미소를 띄웠다. 그를 똑바로 마주하며, 아마도 처음으로.

 

 

 "놀러 가자."

 

 

 그렇게 되어야 할 일은, 그렇게 된다. 사람들은, 그것을 운명이라고 말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차곡차곡 진행되는 이 운명을 어쩔 수 없는 거라면. 그렇다면.

 

 

 '아니면, 그냥 가서 안기지? 솔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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