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순간을 위한 왈츠
작가 : 수리수리
작품등록일 : 2017.10.31

그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척, 무대 위에서 보란 듯이 춤을 춘다. 너를 살리기 위한, 그리고 시작과 함께 천천히 망가져갔던 우리를 위한,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이 순간을 위한 왈츠.
죽은 첫사랑을 살리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한 여자의 이야기.

 
17. 오빠라고 불러 봐
작성일 : 17-12-04 14:53     조회 : 238     추천 : 0     분량 : 402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렇게 되어야 할 일은, 그렇게 된다.

 그것을 사람들은, 흔히 운명이라고 말한다.

 

 거창하게 포장하기도 어려운 우리의 관계 속에서, 운명은 착실히도 궤도를 밟아나간다. 그것을 한순간에 비틀어 버리는 데에는, 대체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걸까.

 

 

 일주일 중에 한 번, 도경과 만나는 날이었다.

 

 

 "잘 먹네."

 

 

 이른 저녁, 프렌치 레스토랑에는 분위기 있는 재즈가 흐르고 있었다. 빠른 속도로 자기 몫의 에피타이저를 해치운 도경이, 내가 먹는 모습을 뚫어지게 보고 있었다. 나는 그를 힐끔 보다, 아무렇지 않은 척 입을 열었다.

 

 

 "계속 그렇게 보면 체할 것 같은데요."

 

 "미안."

 

 

 픽 웃은 도경이 시선을 내리깐다. 그는 생각보다 훨씬 더 충실하게 남자친구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와 만나는 것이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설렜다. 무슨 모순적인 감정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또한 과거를 바꾸는 일환이라 생각하며 그를 만나는 중이었다. 같이 나온 샴페인으로 가볍게 입안을 헹구는데, 도경이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까 궁금한 게 있어."

 

 "뭔데요?"

 

 "나랑 이름이 같은 친구가 있어?"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샴페인을 머금은 도경이 입을 열었다.

 

 

 "우리 처음 만났을 때, 너, 나 도경 오빠라고 불렀었잖아."

 

 

 달그락. 나도 모르게 포크를 떨어트렸다.

 

 

 "메인 요리입니다."

 

 

 마침 메인이 등장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포크를 집어 들며 입을 열었다.

 

 

 "취해서, 막 나왔나 봐요. 익숙하잖아요, 모르는 사람한테 오빠라고 불리는 거."

 

 "…그런가. 승조랑은 어때, 요즘?"

 

 "음. 괜찮아요. 가끔 연락도 하고."

 

 

 가끔 얄밉게 자극하기도 하지만, 나쁘지 않은 관계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 좋아하지 않은 척 하는 것도 조금은 익숙해졌고."

 

 "힘들진 않고?"

 

 

 나는 천천히 시선을 올렸다. 도경이, 꽤 진지한 얼굴을 한 채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언제든지 그만둬도 좋다고 하면, 너무 남 일처럼 이야기하는 건가."

 

 "그럴지도."

 

 "너무 버거워지면, 그만 두고 다른 곳도 좀 둘러봤으면 해. 너 인기 많아. 윤이도 티는 안내지만 호감 있는 것 같았고."

 

 

 메인으로 나온 스테이크를 썰며, 지나가는 듯한 어조로 도경이 말을 이었다.

 

 

 "뭐, 나도 꽤 괜찮지 않나. 남자친구로."

 

 

 대답 없이 웃자, 그가 가만히 덧붙였다.

 

 

 "아니면, 그냥 가서 안기지? 솔직하게."

 

 

 농담 속에 진심을 끼워 넣는 것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다 그만 두고, 가서 솔직하게 안기라니. 이제 와서, 그럴 수 있을 리가 없다.

 

 

 "아 참, 저번 주에 진짜 큰일날 뻔했다?"

 

 

 화제를 돌리려는 듯, 그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말을 이었다.

 

 

 "애들 촬영 직전에 세트 점검 했는데, 보호 장치가 헐겁게 되어 있더라고."

 

 "...다행이네요."

 

 "익명의 사람이 감사에 찔렀다는데, 그거 아니었으면 누구 한 사람이 정말 크게 다칠 뻔 했어."

 

 

 나는 적당히 대꾸하며 음식을 입에 넣었다.

 

 아무 소식 안 들린다고는 생각했는데, 역시 안 다쳤구나.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지만, 사실 나는 엄청나게 흥분한 상태였다. 윤에게 주의를 준 것 뿐만이 아니라 모든 상황을 막았더니, 과거가 바뀐 것이다. 나이프를 잡은 손이 가볍게 떨렸다.

 

 남은 것은, 승조의 종방연이었다.

 

 

 

 

 * 순간을 위한 왈츠 *

 

 

 

 7시 반. 천천히 길게 식사를 했으나 헤어지기에는 약간 애매한 시간이었다. 시계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도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가볍게 와인 한 잔 하면 좋을 것 같은데. 넌?”

 

 “좋아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자 만족스럽다는 듯 웃은 도경이 문을 나섰다. 근처의 가게로 갈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차가 시내를 벗어나 달렸다. 익숙한 길이었다.

 

 

 “혹시 최윤 씨네 가게로 가는 거예요?”

 

 “저번에 보니까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서.”

 

 

 듣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근사한 화법, 주변 사람을 세심하게 챙기는 배려에 관찰력도 있다. 잔소리가 조금 많기는 해도 다정한 사람이다.

 나는 왜 이런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어쩐지 쓸데없는 생각에 잠기고 말았다.

 

 

 도경이 윤을 찾는 사이에, 나는 먼저 개인실로 안내되었다. 직원의 안내를 따라 복도를 걸어 저번과 같은 룸으로 향했을 때였다.

 

 

 “메뉴 고르시고 불러주세요.”

 

 

 공손히 인사를 하는 직원에게 살짝 웃어준 뒤 문을 열었을 때였다. 개인실 안에는 이미 사람이 있었다.

 

 

 “미루?”

 

 

 나는 입을 벌렸다가 다시 닫았다. 윤승조였다.

 

 

 

 *

 

 

 전에도 같이 왔던 탓에 일행이라 착각한 직원의 실수였다. 따로 자리를 마련해드리겠다는 말에, 나도 도경도 아닌 승조가 손을 설레설레 내저었다.

 

 

 “괜찮은데, 같이 마셔도. 그치?”

 

 

 괜찮아? 도경의 물음에 나는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애매한 관계의 세 사람의 술자리가 시작되었다.

 

 

 “윤이가 늦네. 나도 눈치 없이 끼어있긴 미안한데.”

 

 

 전혀 미안한 얼굴이 아닌 승조를 보며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했다. 짓궂은 얼굴로 어깨를 으쓱해 보인 그가 입을 열었다.

 

 

 “괜찮더라고 여기. 저번에 보니까.”

 

 “미아도 마음에 들어 하더라.”

 

 

 그치? 도경이 다정하게 나를 보며 말을 걸었다. 나는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걸었다. 잠시 도경과 시선을 마주하는 사이 쨍그랑, 요란한 소리를 내며 포크가 샐러드 접시와 맞닿았다.

 

 이거 일부러 그런 거지? 나는 어이가 없어 삐딱한 승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샐러드를 먹는 매끈히 잘생긴 얼굴에 심술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나는 잠시 도경의 눈치를 보다 한 마디 했다.

 

 

 “야. 조용히 좀 먹어.”

 

 “뭐?”

 

 

 승조가 눈썹을 구긴 찰나, 음식이 정갈히 담긴 접시들이 테이블 위로 늘어서기 시작했다. 도경이 내 앞에 포크를 놓아 주었다.

 

 

 “자. 먹어.”

 

 “아. 고마워요.”

 

 

 웃으며 대답하는데, 승조가 내 앞으로 치즈가 담긴 접시를 쭉 밀었다.

 

 달그락달그락, 쨍- 요란한 소리를 내며 치즈 접시가 내 앞에 놓여 있던 접시와 부딪혔다.

 

 

 “먹어.”

 

 “…….”

 

 

 뭐하자는 걸까. 짜증스럽게 승조를 보자, 그가 어이없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너 사람 대하는 거 너무 다른 거 아니냐.”

 

 

 그 말을 무시하고 있자, 도경이 자연스럽게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막바지에 들어가는 승조의 드라마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질 무렵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벌써 9월이 되었다. 도경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잠시 전화 좀.”

 

 

 도경이 나가자마자 개인실 안에 가벼운 침묵이 흘렀다. 나는 힐끔, 날짜를 확인했다. 그 날 어떻게 해야 하지. 괜히 긴장을 한 탓에 다시금 잔을 비우자마자 승조가 내 잔을 채웠다.

 

 곡선을 그리며 찰랑 떨어지는 검붉은 색의 와인을 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곧 종방연이지?”

 

 “응. 5일이었던가.”

 

 

 무심히 잔을 입가에 가져가는 그를 빤히 보았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보이려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

 

 

 “그날 데려다 줄까.”

 

 “뭐야? 뜬금없이.”

 

 “…그냥. 너 운전 잘 안하잖아.”

 

 

 승조가 눈썹을 들어올린다. 나는 당혹을 애써 감추며 덧붙였다.

 

 

 “같이 밥도 먹으면 좋고.”

 

 “…….”

 

 “…별론가.”

 

 

 정적이 흐른다. 내가 생각해도 뜬금없긴 하다. 역시 조금 더 생각하고 뱉을 걸 그랬나. 막 후회하려는 찰나였다.

 

 

 “오빠라고 부르면.”

 

 

 번뜩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입 꼬리가 짓궂게 올라가 있다.

 

 

 “나도 오빠라고 불러 봐.”

 

 “…야. 무슨-”

 

 “내가 너보다 3살이나 많은데 오빠 소리가 그렇게 어려워?”

 

 

 저번부터 그러더니, 내심 불만이었나 보다. 그렇다고 이걸 가지고 걸고 넘어지다니.

 

 고민에 휩싸여 입을 다물고 있자, 그가 알아차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 혹시 너.”

 

 “……?”

 

 “오빠란 소리 부끄럽나?”

 

 

 꿈틀, 눈썹이 가운데로 모였다.

 

 

 “…아니거든.”

 

 “부끄럽구나, 우리 미루.”

 

 “알았어. 해! 한다고!”

 

 

 오빠, 고작 그게 뭐라고.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입을 모았다.

 

 

 “오-”

 

 

 당장이라도 웃을 듯 말 듯, 그의 입이 꿈틀거린다.

 

 

 “-빠.”

 

 “뭐라고?”

 

 

 아, 이걸 진짜. 한 대 때릴 수도 없고.

 

 

 

 “-오빠.”

 

 

 어쩐지 얼굴이 화끈거린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중얼거리자, 웃음기 가득한 그의 눈이 한껏 휘어진다.

 

 

 “관두자.”

 

 “무, 뭐?”

 

 “안 어울린다.”

 

 

 말을 마친 그가 몸을 일으킨다. 짓궂게 휴대폰을 흔들며 그가 중얼거린다.

 

 

 “연락해. 5일.”

 

 “늦어서 미… 뭐야, 가게?”

 

 “응, 또 봐.”

 

 

 

 때마침 들어온 도경이 영문을 모르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무슨 일 있어? 얼굴이 빨간데?”

 

 

 짜증나, 윤승조. 정말.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3 23. 찰나의 2017 / 12 / 11 240 0 3620   
22 22. 술보다 효과적인 것 2017 / 12 / 10 240 0 3812   
21 21. 강아지인데 고양이인 척 하는 2017 / 12 / 9 258 0 5111   
20 20. 그 첫사랑이랑도 이렇게 했어? 2017 / 12 / 6 262 0 5684   
19 19. 너와 나의 딸기밭 2017 / 12 / 5 230 0 6319   
18 18. 그렇게 되어야 할 일은 그렇게 된다 2017 / 12 / 4 237 0 4181   
17 17. 오빠라고 불러 봐 2017 / 12 / 4 239 0 4025   
16 16. 질투하는 거 같다 2017 / 11 / 16 235 0 4296   
15 15. 친구니까 해도 되지? 2017 / 11 / 14 243 0 5781   
14 14. 말로는 할 수 없는 것 2017 / 11 / 9 240 0 3690   
13 13. 친구부터 해 2017 / 11 / 7 235 0 3578   
12 12. 자극하기 2017 / 11 / 6 267 0 7628   
11 11. 밀어내지 좀 마 2017 / 11 / 6 245 0 5580   
10 10. 멀어지지도, 다가가지도 2017 / 11 / 5 246 0 4365   
9 9. 놀러 가자 2017 / 11 / 5 227 0 3973   
8 8. 질척질척하고, 짜증나고, 우스운 거 2017 / 11 / 3 237 0 5723   
7 7. 반듯한 그리고 집요한 2017 / 11 / 3 233 0 5624   
6 6. To Be or To Have . 2017 / 11 / 2 255 0 6000   
5 5. 네가 궁금하도록 2017 / 11 / 2 271 0 4901   
4 4. 서곡 2017 / 11 / 1 254 0 4013   
3 3. 착한 사람 2017 / 11 / 1 236 0 6458   
2 2. 기회 2017 / 10 / 31 241 0 4844   
1 1. 너를 위한 기도 2017 / 10 / 31 408 0 3906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