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의 첫 사랑을 보내야 했던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난 소녀에게 고백은 하지 못할지언정 곁에서 소녀의 모습을 지켜 볼 수는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중학교로 올라 간 뒤 1년이 지날 쯤 이였다.
당시 소녀를 나만 좋아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초등학교 때부터 소녀와 내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았던 한 사내녀석이 있었다.
나와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생이자 내 생각이지만 어쩌면 그 일을 계기로 나에게서 소녀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 일의 발단은 다음과 같았다.
소녀와 친하게 지내던 나를 시기 질투하던 그 사내녀석이 내가 틱을 앓고 난 뒤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왔던 소녀에 대한 소리들 마저 그 사내녀석에게는 매우 거슬렸나 보다.
한날은 하교 길에 학교 정문 앞에 다른 학급에 모르는 녀석들까지 여럿 몰려 있었고 그것이 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그 때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리고 학교 빠져 나가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 하였다
정문 앞에 몰려 있던 녀석들 중 몇 명이 어른들 몰래 나를 음습한 곳으로 유인하였고 난 그제서야 안 좋은 예감이 들었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그리고는 몇 분 뒤 날 시기 질투하던 사내녀석과 함께
내가 지니고 있는 틱장애를 멸시하고 깔보던 녀석들까지 족히 10명 이상의 동급생들이 나 하나에게 화풀이를 하려고 그렇게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주동자는 역시나 그 사내녀석이 이었고 난 그날 10명이 넘는 동급생들에게 해가 저물 시각까지 끝없이 집단구타를 당해야 했다.
결국엔 머리가 째지고 한쪽 눈을 잘못 맞는 바람에 크게 다쳤고 병원에서 전치 4주라는 판정까지 받게 되었고
뒤 늦게 이 소식을 알게 된 학교 측은 수습하기 바빴고 나에게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 학생들에게 징계를 내리기 위해 조치를 취하고 있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 내가 좋아했던 그 소녀의 전학 소식을 갑자기 듣게 되었고 난 소식을 접하자마자 소녀 집으로 달려갔지만, 내가 간 뒤에는 이미 소녀는 떠나고 없었다.
나 때문에 소녀가 전학까지 가고 이사를 간지는 알 수 없었지만 당시 소녀와 친한 친구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내가 동급생들한테 구타 당한 데에는 내 틱장애로 인해 나오던 소리들이 소녀를 가르치는 말들 임을 소녀는 이미 알고 있었고 그 소리로 인해 우리 사이를 질투하던 그 사내놈이 앙심을 품고 나에게 복수를 한 것이라는 것 조차 소녀는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소녀의 친구는 나에게 전했다 소녀가 자신으로 인해 내가 다치고 더 이상 피해 입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말했다고 한다.
사실 그 일은 어찌 보면 내 장애가 만들어낸 비극 중 하나 일 뿐인데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소녀의 가슴에 상처를 준 듯 한 죄책감에 휩싸였고 난 결국 소녀에게 작별인사 한번 고하지 못하고 떠나 보내야 했다. 그 뒤로는 현재 인 지금 까지도 소녀의 소식만 간간히 전해 들을 뿐 소녀의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하고 있다
(작별 인사에 낙담하지 말라. 재회에 앞서 작별은 필요하다. 그리고 친구라면 잠시 혹은 오랜 뒤라도 꼭 재회하게 될 터이니.)
[리처드 바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