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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드래곤 플래닛
작가 : 에르노
작품등록일 : 2017.11.13

[판타지 활극] 흉악한 인간살육병기가 되어 나타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옛 애인을 원래 모습으로 되찾기 위한 한 남자의 모험 이야기.

멸망한 고대왕국의 유산, 신비한 힘을 가진 마법유물 ‘아티팩트’가 지상을 지배하는 욕망의 세계. 그리고 아티팩트 유통을 독점해 절대 패권을 누리는 무역회사 ‘서해회사’와 옛 제국의 복수를 위해 서해회사를 대상으로 암살과 공작을 일삼는 테러조직 ‘쿠샤나바’가 극한 대립을 펼치는 공포의 세계. 그 세계 속에서 도둑길드의 일원으로 살아가던 아딘의 앞에 죽은 줄 알았던, 그러나 지금은 인간살육병기이자 쿠샤나바의 간부가 된 옛 애인 카멜리아가 나타난다.
아딘은 쿠샤나바에게 복수를 하고 옛 애인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기 위해 서해회사 소속 유물탐사단에 입단하여 모험을 시작한다.

 
19.심층구조(1)
작성일 : 17-12-03 21:19     조회 : 268     추천 : 0     분량 : 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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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나와 줘야지.〉

  아딘은 대화를 끝내고 다시 바닥에 쓰러진 수호자 옆으로 돌아온다.

  “이 수호자의 심층구조로 들어가서 저 문을 여는 능력을 뺐어오겠어.”

  레이라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심층구조? 그건 또 뭐야. 너 미쳤어?”

  “미치긴 내가 왜 미쳐? 난 도둑이잖아. 훔치는 일은 도가 텄지.”

  아딘은 몸을 돌리고 갈란에게 말한다.

  “잠시 옆으로 비켜봐, 갈란.”

  갈란이 물러나자 아딘은 수호자 옆에 앉아 그의 가슴 위에 손을 얹는다.

  아딘은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갈란은 아딘을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수호자를 구해줘서 고마워하는 걸까. 아딘은 쓰게 웃는다. 하지만 내가 성공하면 수호자는 소멸하겠지. 결국 레이라의 방식이나 내 방식이나 갈란에게 상처를 주고 말 거야.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딘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눈을 감는다.

  프린이 속삭인다.

  〈그럼, 간다.〉

  그러자 수호자의 가슴 위에 얹은 아딘의 손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손에서 넘쳐 흘러나온 빛의 줄기들이 아딘을 감싼다. 눈을 감은 아딘을 둘러싼 어둠 속에서 기하학적인 문자들이 찬란한 빛을 발하며 나타나 한없이 깊은 곳으로 이어진다.

  어지럽다. 아딘의 정신도 멀어져간다. 현실로부터 떨어져나간다.

  아딘은 추락하고 있다. 기약 없이 이어지는 눈부신 문자들과 함께 아딘은 어딘가로 떨어지고 있다. 소리가 들린다. 종탑 소리가 사방에서 수도 없이 겹치고 겹친다. 음성이 들린다. 아기를 보살피는 어머니의 자장가보다 더 따스하고 부드럽다.

  이제는 떨어진다기보다는 어딘가로 흘러가는 느낌이 든다. 아딘은 포근하고 넘실거리는 오색비단을 늘어뜨린 것 같은 강을 따라 흘러간다. 그 강물은 딱 좋게 따뜻하다. 이대로 사라져도 좋다는 생각이 들만큼 편안하다. 한없이 이어지는 쾌락의 줄기.

  그 순간 아딘의 위를 수많은 날개 달린 아기들이 날아가며 깔깔깔깔 웃는다.

  아딘은 더 이상 강에 떠있지 않았다.

  어둠 속에 그 혼자 남겨져있다.

  일어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저 멀리 커다란 빛 뭉치가 보였다. 새들이 모여 둥글게 날개를 퍼덕이는 듯 너울거리는 빛의 원이다.

  아딘은 빛 속으로 걸어간다.

 

 

  ****************************************

 

 

  아딘은 백색의 세상 속에 있었다.

  그는 외친다.

  “이봐! 아무도 없어?”

  “이제는 볼 줄도 모르냐?”

  흠칫 놀란 아딘은 옆을 본다. 카멜리아의 외양을 한 프린이 실실 웃고 있다. 프린은 특유의 거만한 몸짓을 한 채 말한다.

  “이렇게 대면하는 건 처음이구나, 인간아. 어떠냐? 신세계에 들어온 기분은?”

  “으음.”

  아딘은 머리를 긁적인다.

  “허전한데.”

  “인간은 어찌 미학적 감각도 이렇게 떨어지는 걸까? 이 순수한 풍경을 보고도 그런 반응이라니.”

  프린은 한숨을 쉬고 고개를 젓는다.

  “너란 놈은 보면 볼수록 한심하구나.”

  아딘은 프린을 찌릿 노려본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잘난 듯이 말하고 말이야. 그러는 너도 결국에는 고대인들이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잖아?”

  “참으로 멍청하기는. 난 피조물이되 그 개념에 제한받지 않아. 생사의 여탈이 오로지 용에게 달린 인간과는 다르지.”

  “뭔 소리야?”

  “용 어머니 교를 모르냐? 거기에서 다 말해주잖아. 거대한 용이 몸을 둥글게 말아 그 위에 솟아난 게 이 땅이고, 지상의 모든 피조물은 용이 만들어낸 것이며, 생명의 순환도 용이 담당한다고.”

  아딘은 어깨를 으쓱인다.

  “어차피 교리에 불과해.”

  “전부 사실인데?”

  “뭐?”

  아딘은 멍한 얼굴로 프린을 쳐다본다. 프린은 입을 찡그린다.

  “침 떨어지겠다, 천박하기는.”

  프린의 말을 계속 듣다가는 정신이 이상해 질 것 같다.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야. 아딘은 정신을 차리고 말한다.

  “그건 상관없어. 그것보다 이렇게 전부 백색이면, 뭘 어떻게 하란 거야? 뭔가 단서라도 있어야 할 것 아냐?”

  “음? 아, 아아. 내가 하찮은 인간의 기준을 배려해주지 못했구나. 지금 심층구조가 텅 비어 보이는 건 뭐라고 해야 하나, 물체의 색깔과 비슷하지. 빛이 없으면 인간은 그 색깔을 보지 못해. 한 번 네 정신을 이 하얀 세상에 투영해봐. 그러면 네 정신과 이 심층구조가 감응해서 길이 나타날 테야.”

  “거 참 되게 성가시네.”

  “네놈이 무능한 탓이지 않느냐.”

  아딘은 욱해서 프린을 노려본다.

  “뭐냐, 인간. 쳐다볼 거면 밑에서 올려다 보거라.”

  참다못한 아딘은 프린의 머리에 꿀밤을 먹인다. 경쾌한 ‘딱’소리가 울린다. 프린은 머리를 감싸 쥔다.

  “아야! 이게 감히 날 때려?!”

  “신나게 잘난 체 하면서 이것도 못 피하냐?”

  “너, 너 이 자식......”

  아딘은 피식 웃는다.

  “때려 보든가. 하지만 그러면 모험을 영영 그만둬버리겠어.”

  “이 격 낮은 것이 감히 날 협박해!”

  프린은 입술을 깨문 채 아딘을 노려보다가 결국 몸을 휙 돌려버린다.

  “알았다, 알았어! 네 좋을 대로 해라!”

  이제 좀 조용해지겠군.

  아딘은 정신을 집중한다.

  그러자 심층구조가 반응하기 시작한다.

  마치 물에 똑똑 떨어지는 잉크가 퍼지듯 검은 색이 하얀 캔버스 위에 풍경화를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잿빛 하늘 아래 말라 비틀어져 썩어가는 나무들, 동물은 한 마리도 안 보인다. 죽은 나무의 숲이 그려져 나가고, 그 사이로 오솔길이 솟아난다. 그 오솔길은 쭉쭉 솟아나더니 마지막에는 저 멀리 절벽 위에 자리 잡은 고성에 이른다. 고성의 맨 위에는 벌건 봉화가 있다. 아딘은 화산재가 덮인 것 같은 땅 위를 걷는다.

  “뭐가 이렇게 살풍경해?”

  프린이 무심하게 대꾸한다.

  “이거 네 내면세계를 반영한 거야.”

  “......가자.”

  아딘과 프린은 오솔길을 걸어간다. 말이 오솔길이지 마치 연옥 속을 걷는 기분이다. 발에 검은 잡초가 닿을 때마다 그 잡초는 산산이 바스러진다. 내 정신 건강이 별로라는 건 나도 아는데, 이건 좀 너무 한 거 아냐? 내가 이렇게나 망가져 있다고?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주변이 어두워진다.

  여기서 괴물만 나오면 완벽하겠군.

  과연 아딘의 생각대로 되었다. 온 몸이 빨간 줄무늬로 뒤덮이고, 노란 눈이 위아래로 길쭉하게 찢어진 늑대만한 크기의 고양이 네다섯 마리가 양옆에서 튀어나온 것이다.

  “젠장! 그래도 프린도 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엉?”

  아딘은 일찌감치 나무 위로 도망쳐버린 프린을 보며 입을 떡 벌린다. 프린은 배시시 웃으며 손을 흔든다.

  “내 몫까지 열심히 싸워줘!”

  “야! 진짜 그러기야?”

  “응~ 나는 나한테 폭언하는 인간 따위 모르는데~”

  “저게 정말...”

  하지만 화낼 새도 없다. 아딘은 자신을 덮치려고 드는 큰 고양이를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난다. 그리고 주저 없이 활을 쏜다. 한 놈의 미간에 정통으로 박힌다. 그 녀석은 풀썩 쓰러지더니 재로 변해 하늘로 흩어진다.

  “캬아아아아악!!!”

  네 마리가 한꺼번에 아딘에게 달려든다. 아딘은 그 틈에 또 한 발을 쏴서 한 놈의 심장에 적중시킨다. 그리고는 활을 내던지고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두 손에 쥔다. 한 고양이가 입을 크게 벌리고 아딘을 물려한다. 아딘은 놈의 입에 오른 단검을 물리고, 왼 단검을 목에 푹 찔러넣는다. 끈적끈적한 검은 피가 팔위로 흐른다.

  “으, 역겨워죽겠네!”

  아딘은 방금 죽인 놈의 사체를 잡고 다른 고양이한테 던진다. 그 고양이가 사체에 깔려 버둥거릴 때, 아딘은 민첩하게 달려들어서 놈의 목을 잘라버린다. 거의 순식간에 네 마리가 죽고 남은 건 단 한 마리.

  마지막으로 남은 고양이는 동류의 죽음이 분한 듯 크르릉거린다.

  “캬오오오오!”

  아딘은 달려드는 놈에게 단검을 던진다. 대가리에 박힐 줄 알았건만, 옆으로 슥 피해버린다. 당황한 아딘은 놈의 휘드르는 발톱을 피하느라 뒤로 몸을 급하게 뺀다. 그러다가 쓰러지고 만다. 그리고 고양이가 아딘의 위에 타려고 할 때, 아딘은 단검으로 놈의 배를 갈라버린다. 놈의 입에서 흐르는 검은 피가 아딘의 얼굴 위에 똑똑 떨어진다.

  “빌어먹을! 으!”

  아딘은 녀석을 치워버리고 일어나 옷소매로 얼굴을 닦는다.

  “에이 씨. 잘 지워지지도 않네.”

  나무에서 도약한 프린이 아딘 옆에 살포시 착지한다.

  “다 네 내면세계가 불러낸 것들이니까 널 탓해.”

  “넌 뭐라 할 자격도 없거든?”

  “그러게 평소에 마음을 곱게 쓰면 이런 일도 없잖아.”

  “너랑은 떠들면 떠들수록 화만 쌓인다, 진짜.”

  그 순간 아딘과 프린의 사이를 석궁 화살이 슉 가른다. 아딘은 놀란 얼굴로 나무에 박힌 화살을 본다. 그리고 고개를 홱 돌려 어디에서 쏜 건지 찾는다.

  “칫......”

  나무 뒤에 숨어있는 웬 괴한이 혀를 찬다.

  아딘은 바닥에 떨어진 활을 황급히 주워 사방을 겨눈다. 하지만 대체 어디에 있는지 코빼기도 안 보인다.

  “아아, 젠장! 뭐가 이렇게 자꾸...”

  “맞다. 깜빡한 게 있어.”

  프린은 목덜미를 긁적이며 말한다.

  “우리가 심층구조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한계가 있어. 그러니까 빨리 저 고성에 들어가서 제물소녀를 찾는 게 좋아. 방금 건 그냥 무시해.”

  아딘은 눈을 희번득인다.

  “야, 이년아! 그런 건 처음부터 말 하란 말이야!”

  “또 폭언한다! 자꾸 그러면 진짜 안 도와준다.”

  “진짜 너 때문에 돌겠어! 이 화상아!”

  거의 울상이 되어버린 아딘은 프린의 손을 잡고 오솔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뒤에서 느껴지는 불길한 기운에 아딘은 프린과 함께 땅에 엎드린다. 역시 머리 위를 석궁 화살이 지나간다. 왜 하필이면 또 석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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