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nonsense love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7.11.13

누군가와 연인이 되어 사랑을 이어나가기 힘든 한 남자와 그 남자를 도와 병을 고쳐나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

 
nonsense love-16
작성일 : 17-12-03 19:10     조회 : 328     추천 : 0     분량 : 377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발걸음이 저절로 크게 됐다. 지금 내가 향하고 있는 곳은 윤영과의 만남부터 시작해 온갖 사연이 있는 벤치다. 머릿속으로 정리해둔 내용을 되새김질을 하면 할수록 발걸음이 커지다 한계를 맞고 이젠 발걸음이 빨라졌다. 크고 빠른 보폭은 순식간에 벤치로 가게 했고 그리고 또한 그녀에게 가게 했다.

  그녀는 멀리서부터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나를 봤는지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고 나를 계속 주시하고 있다. 고작 그거 빠르게 걸었다고 숨이 약간 차다니, 다시 운동을 시작할 때가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윤영의 옆에 앉아 숨을 골랐다. 그녀도 그런 나를 기다리는 것처럼 다시 책으로 눈길을 줬다.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올려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그리고 윤영을 바라봤더니 그녀도 내 시선을 의식했는지 나에게 눈길을 줬다. 나는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내가... 어제 생각한 게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괜찮다면 들어볼래?”

  “주제가 뭔데?”

  “너와 내 병에 대해서.”

  내 대답을 듣고 윤영은 책을 살포시 덮고 고개 대신 눈을 끄덕였다. 나 또한 눈을 감았다 뜨고 입을 열었다.

  “우선 내가 했던 생각들을 간략하게 설명해볼게. 너를 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가는 길에 내가 어떤 희뿌옇고 불안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생각을 했는데 그게 뭔지 정확하게 떠오르지 않는 거야. 그래서 난 학교에서 그 생각들에 관해 정리를 하기 시작했어. 이건 그 자료.”

  그녀에게 내가 학교에서 정리해둔 노트의 페이지를 찢어 클립으로 묶어둔 종이다발을 건넸다. 윤영은 한 장씩 종이를 넘기면서 진지한 눈으로 내 필기내용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종이다발을 다시 나한테 건넸다.

  “잘 정리한 글이네.”

  “그 말은 너의 태도 중 하나가 애매했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거네?”

  그녀는 내가 잔뜩 비꼼을 담아 한 질문에 그저 어깨만 으쓱이고 계속 말하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초등학교에서 조 대표로 나가 교탁에 서서 발표를 했던 것처럼 침이 바싹바싹 말랐다. 억지로 침을 짜내 삼켰다.

  “아무튼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가 생각한 것은 ‘너의 태도에 관한 의구심이 내 불안하고 잘 모르겠는 생각의 토대다.’ 야. 그런데 이 생각까지 하고 나서 더 이상의 생각이 진행이 되지 않더라고. 그런 상태에서 주말에 너와 놀이공원을 간 거야.”

  희뿌연 생각을 잠시 접어두자고 한 채로 맞이한 윤영과의 놀이공원 데이트. 정류장에서 생각을 마치고 생각들을 맞춰 나갈 때 생각한 것 중 하나인데 여태까지 그녀와 내가 갔던 ‘비즈니스‘ 커플의 ’보여주기‘ 데이트 장소는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카페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을 마주칠 확률이 매우 높은 노래방이었다. 그런데 놀이공원은 어떤가. 엄청나게 넓은 장소와 그 장소만큼 많은 수의 음식점들과 놀이기구들. 그 장소에서 학생들을, 그것도 우리 학교의 학생들 중에서 동급생을 만날 확률은 극히 적다. 진수와 혜린을 만난 것이 순전히 우연이라고 가정을 한다면 왜 그녀는 이런 장소를 골랐는가?

  “굉장히 재밌었어. 여러 가지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만한 놀이기구들도 잔뜩 탔고 너와의 추억 또한 쌓았지. 마지막까지 너를 지하철역까지 바래다 줄 때까지도 내 기분은 좋았어. 그런데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즐거운 그 날의 일들을 떠올렸는데 그 일들 중에서 이해가 안 가던 장면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어.”

  “그게 뭔데?”

  “사격장에서 내가 딴 인형을 받은 너의 모습.”

  인형을 줄 때 눈이 커지는 그녀의 모습. 순전히 눈만 커진 것이 아니라 놀란 것과 비슷한 반응, 그리고 그 후로 사람이든 가로등이든 부딪히는 것 정도는 상관이 없다는 것처럼 내가 준 인형만을 손에 올려두고 바라보며 걸었던 그 모습. 과연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 장면들을 떠올렸을 때 내 생각을 감추고 있던 희뿌연 안개가 순식간에 걷어졌어. 신기하지 않아? 절대로 안 걷힐 것 같던 것이 딱 하나. 단 하나의 생각으로 싹 걷힌다는 것이.”

  윤영은 별로 신기하지는 않다는 것인지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그녀는 “계속 말해.” 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에 정당한 호응을 하기 위해 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순간적으로 걷어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어제부터 방금 전까지 머리를 좀 굴렸어. 그 요약본은 이래.”

  그리고는 마치 엄청나게 중요한 연설을 준비하는 것처럼 목을 헛기침을 하며 가다듬었다. 듣는 이라고는 내 옆에 있는 윤영뿐인데도 이런 최종적인 말을 할 땐 뭐랄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게 된다.

  “내가 고민한 것은 이런 보여주기 식의 데이트를 했을 때 저절로 알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 당연히 병의 호전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만 생각하고 말았어. 그런데 그러고 말았는데 다시 무언가 마음에 걸리는 생각이 생긴 거야. 잘 포장된 아스팔트 도로에 뾰족이 튀어나온 돌부리처럼. 그리고 그 돌부리와 너의 태도가 결합해서 내게 희뿌연 것 같은 생각을 선사한 거지. 그러던 와중에 놀이공원을 간 거야. 놀이공원이 끝나고 너를 바래다 준 뒤, 버스 정류장에서 너와의 일들을 생각을 할 때 인형을 준 내게 놀라고 그 인형만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너의 모습들이 그 생각들을 걷어찼어.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들을 해결할 가정이란 무얼까?”

  목이 말라왔다. 레몬을 처음 먹었을 때를 되살려 내 입 안에 침이 고이게 만들고 그걸 목으로 넘겼다. 윤영은 포커페이스라도 유지하는지 아니면 진지하게 듣는 건지 무표정을 일관하고 있었다.

  “네가 나를 좋아했었다는 가정이면 모든 게 해결이 돼.”

  내가 이 말을 뱉었을 때 그녀의 표정은 한순간의 놀람으로 뒤덮여지다가 이내 다시 진정이 되어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긍정도 하지 않고 부정도 하지 않은 채로 내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가정이면 모든 게 납득이 가. 네가 나에게 제시한 해결 방안과 그것으로 인해 성사된 너와 나의 비즈니스 적인 커플 관계. 걸렸던 생각은 바로 이거야. 이 상황에서 네가 제시한 해결 방안을 따르면 너에게만 애정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그럼 나는 극단적으로 말해 네가 아니면 안 되게 될지도 몰라. 그리고 이 가정에 힘을 실어주는 놀이공원에서의 데이트. 우리 학교 학생 중 우리와 동갑이라는 정말이지 많은 조건이 붙는 사람을 그 곳에서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된다고 거기에 가자고 한 걸까? 그저 나와 가고 싶었기 때문에 가자고 한 것이 아닐까? 인형을 받고 왜 그렇게까지 이상한 행동을 보였을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런 뜻이,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줬으니 좋아서 그랬던 것이 아닐까?”

  나는 내 생각들을 연발로 말하고 난 뒤 끝났다는 뜻으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녀의 반응을 기다려는 생각도 있었는데 그녀는 나를 빤히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책을 보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한 말들을 어느 정도 나쁜 것처럼 말해보자면 나는 윤영의 손에서 놀아난 것이 된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침묵으로 일관했다.

  “...침묵은 긍정의 뜻이라고 받아드려도 되는 건가?”

  내 마지막 말에도 그녀는 책만을 바라봤다. 나도 모르게 혀를 차고 자리에서 일어나 반으로 올라갔다. 작게나마 느꼈던 희망이 사라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고 정말로 그녀에게 한순간이라도 사랑이라는 것을 느꼈던 내가 너무나도 작아보여서 주먹을 세게 쥐었다.

 

  집에 도착해서 침대에 누워 게임 플레이 영상들을 쭉 바라보고 있는데 진동알림과 함께 문자 하나가 내게 도착했다. 뭔가 해서 터치해보니 윤영에게서 온 문자였다. 학교에서 내가 말한 것들에 대한 변명이라도 있을까 싶어 내용을 봤다.

 

  학교 앞인데 잠깐 나와 봐. 시간은 얼마 안 걸리니까.

 

  그리고 그 뒤에 붙은 말은 변명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확고하고 자신감까지 차있으며 약간의 어이없음이 담긴 말이었다.

 

  네 오판과 자의식 과잉을 고쳐줄게.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7 nonsense love-에필로그 2017 / 12 / 16 318 0 1795   
26 nonsense love-25 2017 / 12 / 15 306 0 3892   
25 nonsense love-24 2017 / 12 / 13 332 0 3854   
24 nonsense love-23 2017 / 12 / 11 335 0 3198   
23 nonsense love-22 2017 / 12 / 9 330 0 3503   
22 nonsense love-21 2017 / 12 / 8 329 0 4062   
21 nonsense love-20 2017 / 12 / 7 334 0 5251   
20 nonsense love-19 2017 / 12 / 6 321 0 4603   
19 nonsense love-18 2017 / 12 / 5 316 0 4101   
18 nonsense love-17 2017 / 12 / 4 312 0 3742   
17 nonsense love-16 2017 / 12 / 3 329 0 3775   
16 nonsense love-15 2017 / 12 / 2 320 0 5214   
15 nonsense love-14 2017 / 11 / 30 327 0 3739   
14 nonsense love-13 2017 / 11 / 29 326 0 3553   
13 nonsense love-12 2017 / 11 / 28 331 0 5743   
12 nonsense love-11 2017 / 11 / 27 323 0 4032   
11 nonsense love-10 2017 / 11 / 25 345 0 4731   
10 nonsense love-9 2017 / 11 / 23 286 0 2895   
9 nonsense love-8 2017 / 11 / 22 322 0 3747   
8 nonsense love-7 2017 / 11 / 21 314 0 3318   
7 nonsense love-6 2017 / 11 / 20 349 0 2545   
6 nonsense love-5 2017 / 11 / 19 304 0 3268   
5 nonsense love-4 2017 / 11 / 18 339 0 3274   
4 nonsense love-3 2017 / 11 / 17 294 0 2978   
3 nonsense love-2 2017 / 11 / 16 321 0 2631   
2 nonsense love-회상 2017 / 11 / 15 335 0 3300   
1 nonsense love-1 2017 / 11 / 13 535 0 483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고양이 전쟁
쑤우
어서와, 우리의
쑤우
살인은 살인일
쑤우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