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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교차로 소녀
작가 : 홍매화
작품등록일 : 2017.12.2

잿빛의 세상에서 홀로 꿈을 꾸는 소년과, 잠들어가는 소녀의 언젠가 반드시 올 이별을 그려가는 이야기.

 
1.춤을 추었던 꽃(1)
작성일 : 17-12-03 14:13     조회 : 368     추천 : 2     분량 : 1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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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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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이 세계의 기묘함을 알아챈 것은 언제 부터였을까.

 

 너를 처음 만났을때였을까, 비가 내리던 그 날이었을까. 혹은 너와 함께하는 나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아졌을때 였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그 겨울날 홀로 피어났던 스위트피 꽃을 보았을때 였을지도 모른다.

 

 내가 너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너에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던 .. 눈내리는 겨울날보다 시려운 네 체온을 알게 되었던 그 때 나는 깨달았다.

 

 너에 대한 나의 사랑과, 이 세상의 거짓됨을.

 

 +++

 

 먼 곳 에서부터 잔잔한 바람이 불어왔다.

 

 누군가 기다렸을 봄의 시작, 바람은 아직 겨울의 시림을 머금고 있었다. 조금은 서늘한 느낌의 바람을 타고 들어온 꽃잎이 나풀대며 춤을 추었다. 무엇을 위한 것 인지 모를 그 춤은 이내 막을 내렸고, 이어 꽃잎은 책상 위로 가라앉고 말았다. 손가락으로 부드러운 꽃잎을 눌러보았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쁜 아침이었다.

 

 꽃잎을 누르던 손가락을 떼고서 나는 눈을 지긋이 감았다. 아 이제 봄인가. 가만히 앉아 바람을 느끼고 있자니, 물속에 가라앉아 있던 것 만 같던 기분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듯 했다. 누군가를 만날듯한 느낌이 들어. 아아, 왠지모르게 이상하고 또 그리운 기분이야. 만약 이것이 그저 느낌에서 멈추지 않는, 진짜로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것 이라면...

 

 ''그런다면 이 무료함이 조금은 가시지 않을까.''

 

 작게 중얼거린 나는 감았던 눈을 뜨었다. 시야를 가린 머리카락의 너머로 언제나와 같은 교실이 보였다. 너무나도 지루하고 익숙한 풍경이었다. 하아. 입안의 머금고 있던 공기를 뱉어내었다.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려는 순간, 조금은 강한 바람이 나를 지나쳐 교실 안으로 불어닥쳤다. 무언가 일이 생긴듯, 종이가 날리는 소리와 함께 비명에 가까운 소리들이 들려왔다.

 

 이와 동시에 내 시야를 가리고있던 앞머리 또한 바람에 잘게 흔들리었다. 서늘한 바람이었다.

 

 뒤에서 무어라 무어라 소리가 들렸다. 대부분 방금 뭐였냐 투덜대는 소리였다. 잠시 돌아볼까 고민하던 나는 이내 생각을 접었다. 돌아봐야 뭘 한다고. 내가 뭘 할 수 있는것도 아니잖아. ''무엇보다 관심 없어.'' 누군가에게 속삭이듯 말하며 남자치곤 긴 내 머리칼을 귀 뒤로 쓸어 넘겼다. 시야를 가린 머리카락이 사라짐에 따라 내 눈에 보인것은, 여전히 무채색인 밋밋한 창밖의 풍경이었다. 나는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다가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일렬로 줄지어 서있는 벚나무들과 그 아래 여러종류의 꽃이 심겨져 있는 화단, 그리고 그보다도 더 너머의 수많은 집들. 이 수많은 것들중 그 무엇하나 색이 깃들어 있지 않았다. 어느샌가 내려와 내 눈을 가린 앞머리 너머로 보이 3월의 세상은, 여전히 잿빛이었다.

 

 "역시 싫어."

 

 나는 낮게 읊조렸다. 예전에는 분명... 아니, 이것도 착각인가. 나는 무언가 떠오르기도 전 생각을 멈추었다. 다른 기억들 속에 잠겨있던 것이 다시 그것들 속으로 사라져갔다. 가만히 책상을 내려다보던 나의 시선 끄트머리에 까만 무언가가 들어왔다.

 

 ''뭐지? 나한테 이런게 있던가.''

 

 책상 위를 굴러다니던 그것을 집어들었다. 끝부분에 이름 스티커가 붙여져 있는 까만 미술용 연필이었다. 이.. 뭐라 써있는거지. 언제 받았더라, 왜 있는거지. 주인을 찾아줄 요량으로 펜의 끄트머리에 붙어있던 이름스티커를 살폈지만, 그곳에는 무엇도 써있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붉은 잉크같은 것이 스며들어 이름을 가리고 있었다.

 

 ..이래선 뭐 주인을 찾아주고 싶어도 못찾아주잖아. 괜시리 손 안에서 휙휙 연필을 돌려보곤 대충 필통 안에 집어넣어버렸다. 지루해, 언제 끝나는거지. 책상 위를 툭툭 치다가 책상 위로 쓰러지듯이 엎드렸다. 어자피 이번시간은 자습이니까.. 조금만 자고 일어나야지. 아 다음교시 뭐더라. 생각하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조금 전. 무언가가 기억하나려 했었다는것을 잊어버린 후 였다.

 
작가의 말
 

 흐에에 공모전 취소가 안되네요..(쓰러짐

 +첫화라 좀(사실 많이) 짧습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설의화 17-12-04 16:44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어우러진 스토리군요! 기대하겠습니다!!
자신만의 이미지를 등록해보세요
Duende 17-12-04 19:28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글 정말 잘 쓰시네요. 부럽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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