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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추리/스릴러
세 개의 칼날
작가 : 조동신
작품등록일 : 2017.12.2

유서 깊은 무술 수련관인 ‘인왕 도장’에 한 남자가 나타나 관장과 사범들에게 독이 든 차를 대접하여 모두 죽이고 금고를 털어가는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은 금고 내용물인 두개골의 원래 주인인 금속공예가 김만열을 찾아가지만, 그 역시 자기 작업실에서 머리 없는 시체로 발견된다. 더욱이 부검 결과 그의 사망 시각은 인왕 도장 사건보다 전이었다. 특이하게도, 그의 방에서 ‘혈적자’의 설계도가 나온다. 혈적자는 청나라 때 자객들이 쓰던 휴대용 단두대다. 이 사건을 의뢰받은 탐정 조대현과 조수 윤경식은 사건 해결에 나선다.

 
4. 밀실
작성일 : 17-12-02 11:43     조회 : 454     추천 : 0     분량 : 5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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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나와 조대현은 우선 김만열 작가의 작업장으로 갔다. 거리상 인왕 도장 쪽이 가까웠지만 이 사건이 먼저 일어났기 때문에 현장을 보고 전후를 생각해 보자고 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범인이 혈적자로 김 작가를 먼저 죽이고 머리는 어딘가에 처분한 다음에, 인왕 도장으로 가서 독살을 저질렀다. 범인이 어디에서 시안화칼륨을 손에 넣었는지는 모른다.”

 조대현이 사건을 정리하듯 말했다.

 “그런데 어제도 말했지만 범인이 왜 머리를 잘랐는지 모르지.”

 “그러게 말이다. 정말 인신공양이라도 할 게 아니라면 말이야.”

 “나라면 차라리 목을 졸라서 죽인 다음에 머리를 잘라 갈 거다. 죽은 다음에 머리를 자르면 죽인 사람 몸에도 피가 튀지 않을 테니까, 이 외딴 곳에서 그러는 게 전혀 어렵지 않을 텐데? 그리고 혈적자라고 해도 범인이 왜 그걸 썼는지 모르겠어. 너도 말했지만 머리를 자르기 위해서라면 더 좋은 도구도 얼마든지 있지 않아? 정육점용 칼 같은 것도 좋고.”

 “일종의 고문일 수도 있지 않겠어? 죽기 전까지 공포를 느끼게 하려고.”

 “현장엔 저항이나 결박 흔적도 없어.”

 “참! 그러고 보니 김만열 작가 죽기 전에 은행에서 꽤 많은 돈을 현금으로 찾았는데 그 돈을 현장에서 찾지 못했다고 했잖아?”

 내가 말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고 돈을 준 거 아닐까?”

 “그럴 수도 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가는 길의 마트가 눈에 들어왔다. 김만열 작가와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 사람은 이곳의 점원이라고 했다. 우리는 일단 그를 찾아보았다.

 “전에 금속공예가 김만열…….”

 “아이고, 그 말이라면 하지 마세요. 경찰에 몇 번이나 불려가고, 그다음엔 기자들까지 수십 명이나 오고……, 기자신가요?”

 마트 점원은 질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나는 그가 운이 좋은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형사들이랑 그 현장에서 마주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그가 시체 발견자가 되었을 것이다. 머리가 잘린 시체를 직접 본다면 평생 두고 악몽을 꿀 거리가 생겼으리라.

 “작가입니다.”

 조대현은 탐정이라고 밝히는 일이 거의 없다. 탐정법이 통과되었다고 해도 아직 그 직업에 대한 인식은 그리 좋지 않으며 섣불리 밝혔다가는 경계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만열 작가님, 어떤 분이셨나요? 거기서 몇 년이나 사셨나요?”

 “20년 정도 됐다고 한 것 같은데요? 무뚝뚝해도 친절한 분이셨죠. 더운데 부엌에 와서 미숫가루 물 한 잔 마시라고 하신 적도 있으니까요.”

 김만열 작가는 은둔자라 불릴 만큼, 조용한 곳에서 혼자 살았다. 따라서 이 동네에서 그를 아는 사람은 마트 점원이 거의 유일하다시피 했다.

 “김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뭔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셨거나 한 적 있나요? 혹시 누가 찾아왔다든지.”

 조대현이 물었다.

 “누가 찾아오긴 했습니다. 경찰에도 말했는데, 아주 흉악하게 생긴 사람이랑 이야기하시는 걸 봤어요. 서재에 앉아서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제가 부엌까지 식료품 들고 들어가는 길에 흘깃 봤는데, 정말 무섭게 생겼어요. 눈매가 확……!”

 “부엌에까지 들어가신다고요? 그게 언제였나요?”

 “언제더라, 돌아가시기 한 달쯤 전인가, 그리고 그다음에, 맞다. 이것도 단서가 될지는 모르지만, 무를 좀 많이 주문하셨어요.”

 “무요? 그게 이상합니까?”

 “김 선생님은 김치를 드실 때 늘 완제품을 사다 드셨어요. 그런데 무를 그렇게 많이 주문하셔서 좀 이상하다 했죠. 그것도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은 양이었어요. 철도 아닌데 김장이라도 하시나…….”

 나는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엌에 물김치가 있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묻어놓은 김칫독도 없었다. 채소 다듬고 남은 부분 등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무를 생으로 먹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아, 그리고 경찰에도 말하긴 했는데.”

 “뭐가요?”

 “돌아가시기 일주일……, 아, 아니다. 더 된 것 같은데, 제가 배달하러 갔을 때, 그거 있잖아요. 나무로 만든 인형이요. 사람처럼 팔다리가 있는 것처럼 만든 거요. 무술 하는 사람들이 연습할 때 쓰는 거죠, 아마.”

 “그게 있었나요?”

 “네, 제가 웬 거냐고 여쭤보니까, 아는 목수한테서 잠깐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하셨어요.”

 현장에서 물론 그런 인형은 나오지 않았다. 뜰에는 뭔가를 태울 때 쓰는 가마가 있기는 했고 태운 흔적도 있었다. 나무를 많이 태운 것 같았다.

 

 “혈적자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 아닐까?”

 작업장까지 올라가는 길에 내가 한마디 했다. 조대현은 약간 다리를 절기 때문에 산에 올라가기를 힘들어해서, 나 역시 천천히 걸어야 했다.

 “응?”

 “피해자가 금속공예가였으니까, 혈적자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작업실에서 도면까지 한 장 나왔다면서?”

 듣자 하니 그 혈적자 도면은 제대로 된 것이 아니라 일종의 밑그림 같았는데, 그 외의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범인이 처분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걸 시험하려면 무 같은 거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통나무는 너무 단단하고 구하기도 어려우니, 무가 좋지 않을까? 처음에는 통나무로 하려고 그 인형도 구했을 거고, 그런데 그건 단단하니까 무로 바꿔서 시험했을지도 몰라.”

 “그것도 괜찮은 방법인데? 그런데 그렇다면 시험한 무는 어떻게 처분했을까?”

 조대현이 물었다. 신기하게도 깔보는 투가 아니었다.

 “바로 뒤가 산이니까 묻어 버리거나, 그냥 버려도 짐승들이 먹지 않을까?”

 “아,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런데 왜 자기 자신이 그거로 살해됐을까?”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 범인은 김만열 작가에게 혈적자를 만들어 달라고 했던 거야. 연구 목적이다, 영화 소품이다 등등.”

 “그래?”

 “아마 전자겠지? 날을 세웠으니까. 그리고 그걸 만든 다음에 제일 먼저 김 작가부터 없앤 거지. 자기가 주문해서 그걸 만들었다는 흔적도 없앤 거야. 금속공예가 작업실이 현장이니까 토치 같은 거로 녹여서 없애거나, 흔적이야 몽땅 태워 버리면 되지.”

 나는 아는 척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조대현은 씩 웃었다.

 “그렇다면 아예 작업장을 통째로 태워 버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그 큰 작업장을 싹 태우거나 하면 사람들 눈에 띌 염려도 있고, 목조 건물도 아닌데 몽땅 불태울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럼, 범인은 대체 왜, 사람을 그렇게 많이 죽여서라도 그 두개골을 얻으려고 했던 걸까? 그리고 왜 혈적자를 한번만 썼을까? 또, 잘린 머리는 지금 어디 있을까? 머리를 가져가는 게 목적이었다면 그 도장 사람들의 머리는 왜 자르지 않았을까?”

 나는 그가 비아냥거리고 있음을 금방 느꼈다.

 “그리고, 김만열 작가가 두개골을 한 관장에게 맡겼다는 걸 범인이 어떻게 알았을까?”

 “김 작가를 고문하거나 협박해서 알아낸 거 아닐까?”

 “그런데, 김 작가 몸에는 고문의 흔적이 전혀 없다고 들었는데? 그리고, 범인이 굳이 혈적자라는 도구를 만들었는데, 도장에서는 독살을 저질렀을까?”

 “김만열 작가야 노인이고 힘도 없으니 어떻게 하겠지만, 인왕 도장에는 무술 고수들뿐인데 그 사람들에게 혈적자를 썼을 리는 없잖아.”

 나는 간단히 대답했지만, 조대현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가장 큰 의문 중 하나는, 범인이 왜 머리를 잘랐는지 모르겠으니 그렇지. 범인이 뭐냐, 광신도라서 사람 머리로 제사를 지내거나 하려고 혈적자를 썼다면, 도장 사람들 머리까지 다 잘랐을 거야. 도장도 한적한 편이니까.”

 “범인이 아는 걸 내가 어떻게 아냐.”

 “김만열 작가의 몸에 고문 흔적은 없었지만 손을 조금 베긴 한 모양이더라. 사건이 있던 당일 생긴 상처가 손에 있었어.”

 조대현이 말했다.

 “그리고 인왕 도장 사건도 그래, 범인이 금고 속에 있는 두개골을 훔치기 위해서 굳이 사람을 죽였을까? 고물 금고라서 웬만한 금고털이는 다 열 수 있는 거라고 했는데. 밤에 몰래 그 안에 숨어 들어가기만 해도 되는데 말이야.”

 “나도 모르겠네.”

 “범인이 무술 고수고, 사람 죽이는 걸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고, 거기다 냉정하면서도 사람들을 속여서 차를 마시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친화력도 있는 사람이라면……?”

 순간, 조대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니, 설마, 아니지.”

 “뭐가?”

 “아, 아무것도 아니야.”

 조대현은 작업장 뒤뜰로 갔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운동용 철봉이고 그 옆에는 공원에서 볼 수 있는, 등받이 없는 벤치가 놓여 있었다.

 조대현은 철봉을 먼저 훑어보았다. 그것은 군데군데 녹이 슬고 칠이 벗겨져 있었으며, 시체가 발견된 서재의 창문 바로 앞에 놓여 있었다. 조대현은 무리지만 나는 충분히 손이 닿았다. 김만열 작가는 운동을 평소 꾸준히 하는지 철봉 외에 아령과 역기도 있었다.

 “양옆, 똑같은 높이에 페인트 벗겨진 자국이 있어. 거기다 최근에 벗겨진 것 같은데?”

 “그래?”

 “그런데 좀 이상하잖아, 발이 닿았다고 하기엔 너무 높고, 그렇다고 일부러 손으로 벗겨낸 것 같지도 않은데.”

 나 역시 그 자국을 보았는데 마치 일부러 벗겨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국이 컸다.

 “이건 낙선가?”

 페인트 벗겨진 자국 옆에는 아이들이 한 것 같은 낙서가 조금 남아 있었다. 그때, 조대현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아, 박 형사님, 무슨 일인가요? ……, 아, 네.”

 조대현이 전화를 끊고는 내게 말했다.

 “제보가 왔대, 김만열 작가가 그 두개골을 어디에서 얻었는지.”

 “진짜? 어디서 얻었대?”

 “머리 박물관에서.”

 “머리 박물관?”

 머리 박물관이라니, 생소했다.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니 생각보다 꽤 알려져 있었다. 세계 각지에서 모은 온갖 두상, 두개골, 가면 등을 전시하는 전문 박물관이었다.

 김만열 작가와 그 관장은 아는 사이였는데, 어느 날 김 작가가 최근 만들기 시작한 작품 때문에 두개골이 하나 필요하다고 해서 한 점을 빌려 줬다고 한다.

 “그리고 김만열 작가가 죽어서 가장 이익을 본 사람은 그 조카래. 김 작가가 죽기 전에 상당한 금액의 보험을 들어 뒀고 수령자가 조카라고 해. 난 그 조카나 만나러 갈까 했는데, 너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머리 박물관부터 갈까?”

 “음……, 경찰들이랑 같이 가는 편이 이야기 듣기 좋을 테니까 머리 박물관에 가는 게 좋겠는데?”

 “그래, 그렇게 하자.”

 “참, 인왕 도장 그 관장이랑 사범들이 죽어서 이익을 본 사람은?”

 “아마도 딸이겠지, 도장이랑 재산이랑 전부 그 딸이 물려받았다고 하니까. 하지만 그 도장이 그렇게 부자도 아니었으니까 그 때문에 죽였다고 하기도 그렇네. 빨리 가자!”

 조대현이 말하며 몸을 돌렸다.

 

 얼마 후, 나와 조대현은 서울 근교 어느 한적한 곳에 갔다. 그곳이 바로 ‘머리 박물관’이었다. 박물관치고는 꽤 한적했지만 바로 밑이 남한강이라서 경치는 좋았다.

 “아, 조대현, 왔어?”

 박도근 형사가 고개를 내밀었다. 아마 그도 비슷한 시간에 온 것 같았다.

 “오랜만입니다. 박 형사님, 관장님 뵐 수 있나요?”

 “응, 들어와.”

 조대현을 보고 형사들이 보이는 반응은 거의 극단이었다. 이런 녀석과 협력해서 사건을 해결하자니 영 아니다 하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이도 있었다. 박 형사는 전자였다. 그런 그가 왜 조대현을 불렀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 저 사람이 그 난쟁이 탐정, 조대현이라고요?”

 다 들린다.

 “그렇다니까.”

 박 형사는 귀찮다는 듯 말하고는 휙 돌아섰다.

 그런 반응은 나 역시 익숙해져 있었다. 키도 작고, 헌팅캡에 밝은 색 헐렁헐렁한 코트로 형사 코스프레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조대현을 보고 의아해하는 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의뢰인들도 나더러 조대현이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좌우간 들어가자마자, 꽤 몸집이 크고 체구도 단단한 중년 남자 한 명이 우리를 맞이하였다. 그가 이 박물관의 관장, 정현준이었다.

 “사실은 말입니다…….”

 그는 사건, 즉 인왕 도장 사건과 김만열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에 이상한 일을 겪었다고 했다.

 

 
작가의 말
 

 밀실살인이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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