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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추리/스릴러
세 개의 칼날
작가 : 조동신
작품등록일 : 2017.12.2

유서 깊은 무술 수련관인 ‘인왕 도장’에 한 남자가 나타나 관장과 사범들에게 독이 든 차를 대접하여 모두 죽이고 금고를 털어가는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은 금고 내용물인 두개골의 원래 주인인 금속공예가 김만열을 찾아가지만, 그 역시 자기 작업실에서 머리 없는 시체로 발견된다. 더욱이 부검 결과 그의 사망 시각은 인왕 도장 사건보다 전이었다. 특이하게도, 그의 방에서 ‘혈적자’의 설계도가 나온다. 혈적자는 청나라 때 자객들이 쓰던 휴대용 단두대다. 이 사건을 의뢰받은 탐정 조대현과 조수 윤경식은 사건 해결에 나선다.

 
2. 혈적자
작성일 : 17-12-02 11:41     조회 : 474     추천 : 1     분량 : 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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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대 연봉자가 된 걸 축하해!”

 내가 계약서에 사인하자, 조대현이 그것을 도로 가져가며 말했다.

 깨어났을 때, 나는 머리를 흔들어 그 악몽을 털어내야 했다. 안타깝게도 현실까지 털리지는 않는다. 더욱이 이 꿈을 꾸면 며칠 안으로, 끔찍한 일이 꼭 일어나곤 했다.

 나는 벽에 걸린, 탐정 자격증 사본을 보았다. 이 자격증만 보아도 짜증이 먼저 났다. 나의 친구이자 상사, 아니, 주인인 남자는 조대현이라는 탐정이다. 그는 사립탐정법이 통과되기 전부터 이미 변호사나 경찰의 자문을 하며 여러 사건을 해결했다.

 1년 전, 삼촌이 내 명의로 엄청난 빚을 지는 바람에 나는 사채업자에게 시달리게 되었다. 그때 나를 구해준 사람은 조대현이었다. 그 자리에서 3억이 넘는 빚을 갚아 주었으니까.

 물론,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조대현이 그 대가로 내게 요구한 게 있었다. 바로 노예 생활이었다. 돈을 갚을 수 없다면 1년에 1억씩, 3년 동안 그의 노예로 살라는 계약이었다. 억대 연봉자(?)가 된 셈이다. 그 때문에 나는 조대현의 조수 겸 기록자가 되었다.

 나는 인사동 구석에 있는 전통찻집에 갔다. 이곳은 나와 조대현이 세상과 통하는 창이기도 하다.

 조대현은 사무실도 내지 않고, 찻집 주인의 배려로 찻집 구석방을 빌려 사무실 대신 쓰고 있다. 임대료도 내지 않은 채였다. 알고 보니 이 찻집 주인은 전직 경찰관이고 조대현에게 큰 신세를 진 적이 있으므로 방을 빌려줬다고 한다.

 내가 그 방에 들어가자마자 툭, 하는 소리가 들렸다. 조대현의 취미 중 하나인 캐치볼로, 그는 늘 벽에 찍찍이 과녁을 붙여 놓고 솜털 공을 던지는 놀이를 한다.

 “어때? 십자 형이야.”

 눈도 나쁘면서, 그의 공 던지기 실력은 상당했다. 공 다섯 개는 정확히 과녁의 위, 아래, 오른쪽, 왼쪽 끝과 정 가운데에 붙어 있었다.

 “괜찮네.”

 “이번에는 X자 형으로 해볼까?”

 나는 말 없이 공을 떼어서 그에게 던져주었다.

 “그나저나 오늘은 의뢰 없어?”

 사립탐정 법이 통과된 후 전직 경찰이나 탐정학원 수료생이 탐정 사무소를 열기도 하고 변호사 사무실과 합쳐서 법률 자문까지 하는, 대형 탐정 회사도 생기기 시작했다. 조대현은 탐정 사무실은 고사하고 광고도 제대로 하지 않는데, 놀랍게도 그를 찾는 사람은 꾸준히 있었다. 거기다 그는 그 많은 사건을 한번도 해결하지 못한 적이 없었다.

 “의뢰가 없다는 건 좋은 일이지. 남의 불행으로 먹고산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불행한 걸지도 모른다.”

 조대현이 말했다. 나는 속으로는 코웃음을 쳤지만, 자리에 앉아 노트북 컴퓨터를 켰다. 의뢰인이 없을 때 내가 입에 풀칠하기 위해 하는 일은 번역이었다. 내가 노예라는 이유로, 조대현은 내게 임금도 전혀 주지 않았다. 약간의 용돈을 줄 뿐이다.

 “그런데, 뭐 해?”

 “박 형사님한테서 연락 왔어.”

 “박 형사? 어느 박 형사?”

 조대현이 아는 형사 중 박 씨인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박도근 형사님 말이야. 전에 한번 보지 않았어?”

 “아, 혹시 그……, 인왕 도장? 그 사건 때문이야?”

 “그것도 그렇지만, 그 사건의 관계자라 여겨진 사람, 너도 알지? 금속공예가 김만열 선생도 살해된 거.”

 “물론이지. 그 사건 맡을 생각이야?”

 “그건 소장님이 결정하셔야죠?”

 조대현이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맞다. 나는 이 탐정 사무소의 소장이다.

 조대현에게는 정식 탐정 자격증이 없었다. 원래 탐정법이 통과되기 전에도 변호사의 위임을 받아 사건을 조사하는 민간 조사원이 있었는데 조대현 역시 처음에는 그 조사원으로 출발했다. 그러다가 탐정법이 정식으로 통과되었다.

 탐정 자격증 시험을 보려면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으로 일정 기간 재직하거나, 전문대나 관련 기관에서 민간조사원 단기 양성 과정을 수료하거나, 공인 탐정 자격증이 있는 탐정 밑에서 근무하는, 일종의 도제식 과정까지 총 세 가지 방법이 있었다.

 첫 번째는 사건 현장에 들어가기도 쉽고 경찰 인맥도 만들 수 있어 활동하기에 가장 유리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두 번째는 가장 빠르고 간단하지만 현장 경험이 별로 없어 사건을 조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세 번째는 경험을 쌓기에 좋지만 그만큼 고용주인 탐정의 결정에 자신의 운명이 결정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조대현은 키가 150cm밖에 되지 않는 난쟁이에 다리도 조금 불편한 장애인이었다. 따라서 자신이 직접 탐정 자격시험을 보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나더러 탐정 아카데미에 가서 민간조사원 양성 과정을 수료하라고 했다.

 졸지에, 나는 팔자에도 없는 탐정 자격증을 땄고 내 명의로 탐정 사무소를 냈으며 조대현은 직원이 되었다. 실제로는 내가 그의 조수였으니 속된 말로 바지사장이 된 셈이다. 내 탐정 자격증 원본도 이 찻집에 걸려 있다.

 그나저나 박도근 형사가 조대현에게 연락했다니 뜻밖이었다. 박 형사는 전에 어느 사건의 용의자를 잡았는데 조대현이 그의 무죄를 밝히고 진범까지 잡아내는 바람에 망신을 당했고, 그다음부터 그에게 좋지 않은 감정이 있었다.

 “그런데, 대체 왜 머리를 가져갔을까?”

 내가 혼잣말했다. 오늘날에 사람의 머리를 잘라 가는 범인이 있다니 놀랍기만 했다. 고대 세계에서라면 신원을 감추거나, 다른 시체로 위장하기 위해 그럴 것이다.

 “요즘 세상에 신원 감추려고 머리를 자르는 범인은 없을 거고.”

 조대현이 말했다. 나는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어느 작품에서는 총알이 머리에 박히는 바람에, 그 선조흔 있잖아. 강선 자국으로 총알이 발사된 총을 알 수 있으므로 그걸 들키지 않으려고 머리를 잘랐지, 아마?”

 “부검 결과 김만열 작가는 머리가 잘린 게 사인이라던데?”

 “내가 그 작품이 그렇다고 했지, 이번 사건이 그렇대?”

 하긴, 얼마나 멀리서 쏘았는지는 모르지만 총알을 사람의 머리에 쏜다면 대개 관통할 것이다. 나는 다른 의견을 내 보았다.

 “혹시, 뭔가 원한이 있어서, 나중에 어디에 그 머리를 걸어 놓고 참수형이나 그런 걸 연출하려는 건 아닐까? 예전에 대역죄인은 머리를 걸거나 아니면 아예 시신을 걸어 놓았잖아.”

 “대역죄인? 하긴,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조대현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것도 아니면, 혹시 광신도 집단이 제물로 바치려고 사람 머리를 가져간 건 아닐까?”

 “제물이라니?”

 “머리를 제물로 바쳐서 제사를 지내는 일은 많이 있었잖아.”

 머리를 제물로 바친다. 사실 고사 지낼 때 돼지머리를 올려놓는 일 또한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흉기는 뭐래? 범인이 피해자 뒤에 돌아가서 머리를 잘랐고 저항 흔적도 없었다면 면식범일 텐데?”

 범인이 단번에 목을 베었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칼로 사람의 머리를 한 번에 베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범인이 검도의 달인이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보도 통제된 게 하나 있어.”

 “뭔데?”

 “흉기가 뭔지.”

 “그게 뭐, 이상해?”

 “칼날 세 개가 동시에 목을 잘랐대.”

 “뭐?”

 나는 눈이 커졌다. 요즘 세상에 참수형도 이상한데 칼날 세 개가 동시에 목을 자르다니.

 “거기다, 현장 감식 도중에 이상한 도면 같은 게 나왔대. 완성된 것도 아니고, 밑그림이었는데.”

 “도면? 금속공예가가 도면을 갖고 있는 게 뭐가 이상해?”

 “그게 혈적자 도면이었으니 그렇지.”

 “뭐? 혈적자? 그게 뭐야?”

 나는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휴대용 단두대라고 해야 할까나.”

 “단두대?”

 조대현은 그림을 그려 가면서 간단히 설명했다. 혈적자(血滴子), 18세기 청나라 옹정제(雍正帝) 때 만들어진 비밀조직 이름이며 그들이 쓰는 무기 이름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무협지에서나 볼 수 있지만, 이 무기를 소재로 한 영화도 여러 번 제작된 바 있다.

 “굳이 비유하면, 잠자리채랑 비슷한 흉기라고 할 수 있지. 잠자리채에는 막대기 끝에 테가 있고 거기에 그물이 달렸지? 그런데 손잡이용 막대기 대신 끈이 달렸지만.”

 혈적자를 상대의 머리에 고리 던지기를 하듯 던져서 씌운 다음에 끈을 당기면 테에 장치된 세 개의 칼날이 당겨지며 표적의 머리를 통째로 자르고, 동시에 주머니의 입은 칼날에 의해 막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머리를 확보하고 담아 올 수 있는 운반용 기구 노릇까지 하는 무기라 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이것을 플라잉 기요틴(Flying Guillotines), 즉 날아다니는 단두대라고 부른다.

 “그래서, 혈적자로 사람을 죽인 뒤 머리를 확보해 달아났다고?”

 “그렇지.”

 “세상에, 그렇다면 범인이 중국인일까?”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중국인이 뭐 하러 혼자 조용히 사는 예술가를 죽이지?”

 “네가 그렇게 말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왜 사람을 죽이는 데 그런 걸 써? 머리를 가져갈 필요가 있을까? 또 머리를 자르려면, 정육점용 칼이라도 있으면 그만이지.”

 “나야 모르지.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인왕 도장 사건이랑 공통점이 하나 있어.”

 “공통점이라니?”

 “혈적자는 무게가 1.7kg 정도 나가는 물건이야. 거기다 테 바깥쪽에는 톱날이 달려 있어서 호위 군사들을 물리치고 들어갈 때 쓰는 무기도 되지. 그걸 정확히, 그것도 움직이는 사람의 목에 던져서 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 말이 맞았다. 혈적자 던지기는 비수를 던져 암살하는 일보다도 훨씬 어렵다.

 “아니면 중국 무술 동작 중 사람을 뛰어넘는 기술이 있어. 혈적자를 안은 채로 달려가서, 표적을 뛰어넘으면서 정확히 씌우고 줄을 당기는 거야. 가는 동안 호위 무사들까지 해치우고.”

 “그게 쉬워?”

 “그러니, 한마디로 고수 중의 고수여야지만 가능하다는 거야. 옹정제 때 혈적자 부대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혹독한 훈련을 받았어.”

 “그럼, 네가 말한 공통점은 뭐야?”

 “뭐긴, 이해 못 하겠어?”

 조대현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인왕 도장 관장의 아들 말이야, 그 사람도 어렸을 적부터 무술대회에서 몇 번이나 수상한 고수였잖아. 그런데 범인은 그런 사람을 맨손으로 죽였지?”

 “범인 또한 급이 다른 고수다? 혈적자를 쓸 수 있을 정도로?”

 나도 이해할 수 있었다. 범인은 혈적자로 김만열 작가를 살해하고 곧 달려가 인왕 도장에서 대량 독살을 저질렀다고 할 수 있다. 시간상 김 작가의 죽음이 도장 사건보다 먼저였다고 했으니까.

 “하나 더 있긴 해.”

 조대현이 설명을 덧붙였다.

 “뭐가?”

 “현장에 명함이 떨어져 있었는데, 너, 손우 박사라고 알아?”

 손우 박사라, 물론 탐정 수업 받을 때 들었다. 한국 범죄사에 길이 남을 연쇄살인범이다. 20여 년 전, 그는 젊은 여자를 15명이나 죽이고 시체는 자신의 소각로에서 처리한 뒤, 두개골만 빼내 자신의 수집품에 넣었다. 아주 친절하고 인정 많았던 그가 살인범임이 밝혀졌을 때 그 주변 사람들은 모두 경악했다고 한다.

 “손우 박사는 죽었잖아?”

 “모르지. 어쩌면 모방범인지도.”

 “좌우간 이 사건, 할 거야?”

 내가 다시 물었다.

 “경찰에서 협조 요청이 들어오면 나서야지, 뭐. 그리고 솔직히 그러지 않길 바라곤 있지만, 이 사건이 이번 한번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민간인이 경찰에 강력사건에 대한 결정적인 제보를 할 경우, 그 사람은 5천만 원까지도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거기다 이번 사건은 아주 굵직한 일이 될 것이므로 우리뿐 아니라 다른 탐정들도 노리고 있을 것이다.

 조대현의 머릿속에 그 계산이 오가고 있음을 나도 알고 있었다. 물론, 그 돈이 내게 들어올 일은 없다. 나는 ‘노예’니까.

 

 
작가의 말
 

 주인공 등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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