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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추리/스릴러
세 개의 칼날
작가 : 조동신
작품등록일 : 2017.12.2

유서 깊은 무술 수련관인 ‘인왕 도장’에 한 남자가 나타나 관장과 사범들에게 독이 든 차를 대접하여 모두 죽이고 금고를 털어가는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은 금고 내용물인 두개골의 원래 주인인 금속공예가 김만열을 찾아가지만, 그 역시 자기 작업실에서 머리 없는 시체로 발견된다. 더욱이 부검 결과 그의 사망 시각은 인왕 도장 사건보다 전이었다. 특이하게도, 그의 방에서 ‘혈적자’의 설계도가 나온다. 혈적자는 청나라 때 자객들이 쓰던 휴대용 단두대다. 이 사건을 의뢰받은 탐정 조대현과 조수 윤경식은 사건 해결에 나선다.

 
0. 프롤로그
작성일 : 17-12-02 11:39     조회 : 534     추천 : 0     분량 : 3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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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든, 너 때문에 내 인생 망칠 거로 생각하긴 했는데, 이렇게 빨리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다.”

 대체 나는 왜 이렇게까지 박복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정말 억울했다. 이렇게 된 데는 다른 누구보다도 내 앞에 있는 사람의 탓이 가장 컸다.

 조대현은 아무 말 없이 나를 째려보았다. 한참의 침묵 후,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내가 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하나씩 생각해 보았다.

 

 서울 시내 어느 산 아래, 서울 한가운데라는 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한적하고 숲이 우거진 가운데 작은 무술 도장이 있었다. 이름은 ‘인왕 도장’이었다.

 이곳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워낙 낡은 건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도인들 가운데에서는 꽤 알려진 곳이었다.

 관장 한민혁은 조선 말기 무관의 후손으로서 태껸, 십팔기 등을 연마하였고 3대째 이 도장을 잇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조선 총독부의 탄압에도 숨어서 무예를 보존하며 독립군에게 전수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무도인들은 물론 경찰이나 군인 중에서도 이곳에서 사사한 사람들이 꽤 되었다.

 물론 한 관장의 실력은 그만큼 유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의 고수로서, 전통 무술 보존은 물론 현대에 새로 만들어진 무예나 외국에서 들어온 무에타이, 주짓수 등 여러 무술을 연구하는 데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느 금요일 오후, 그 도장에서 수련생들의 기합 외에 다른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

 대다수 수련생은 집에 가고, 한 관장과 사범 몇 명만이 남아서 뒷정리를 하고 있을 때였다.

 “실례합니다.”

 한 남자가 도장에 들어섰다. 연령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로 보였고 얼굴은 평범했다.

 “누구시죠?”

 한 관장이 나섰다. 그날 수련 일정은 끝난 다음이었다. 등록하러 온 사람 같지는 않았다.

 “김만열 선생님 소개로 왔습니다. 김 선생님이 얼마 전에 관장님께 맡기신 물건 있죠? 그걸 찾으러 왔습니다.”

 김만열은 유명한 금속 공예가였고, 얼마 전에 전통 문화예술 보존 사업 때문에 한 관장과 만난 적이 있었다.

 “아, 그렇습니까? 하지만, 김 선생님은 워낙 중요한 물건이라 본인이 직접 오실 테니 그때 돌려달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김 선생님에게 전화해서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아, 참, 지금 몇 시죠?”

 그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지금 선생님, 중요한 모임에 나가셨을 시간이니 전화 드리긴 곤란하겠네요. 그렇다면, 이러면 어떨까요?”

 남자가 말했다.

 “네?”

 “김 선생님이 이걸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 김 선생님이 차를 직접 재배하고 만드시는 건 아시죠?”

 김만열이 직접 취미 삼아 재배한 차는 한 관장도 전에 한번 마셔 본 적 있다.

 “사실 제가, 요즘 다도를 배우고 있는데 차를 좀 따라 드려도 될까요? 김 선생님 모임 끝나실 때까지 다 같이 차나 한잔 마시면서 기다리면 어떻겠습니까?”

 남자가 씩 웃으며 말했다. 한 관장은 자신의 아내와 사범들까지 모두 오도록 했다.

 “먼저 따뜻한 물로 찻잔을 데웁니다. 찻잔 데운 물은 여기에 따로 버리시면 됩니다.”

 남자는 따뜻한 물을 찻잔에 채웠다. 잔의 온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다.

 “차 마시는 데는 역시 온도가 중요하죠.”

 남자는 우려낸 차를 찻잔에 나눠 주고는 우선 자신이 마셔 보았다.

 “역시, 김 선생님은 차를 취미로 키운다고 했는데, 확실히 아마추어 솜씨를 넘었다고 해야겠네요. 드시죠! 이건 따서 곧장 솥에 덖은 덖음차입니다. 쪄서 말린 찐 차도 있으니 다음엔 찐 차로 드시죠.”

 한 관장과 사범들은 모두 차를 마셨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다. 한 관장 자신도 차에는 까다로운 편인데, 전에 김만열이 보내줬던 그것보다 이상할 정도로 썼다.

 “실례하지만, 차가 상당히 쓴 편인데요?”

 한 관장이 물었다. 사범들과 부인도 같은 의견이었다.

 “하하하, 생각보다 예민하시군요. 시안화칼륨을 좀 많이 탔나 봅니다.”

 “네?”

 “청산가리라고 해야 알아들으시려나? 청산가리는 일본에서 온 말이라서 시안화칼륨이라고 했는데 말입니다.”

 남자가 씩 웃으며 말했다.

 경악할 시간도 없었다. 남자를 제외한 사람들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커, 컥!”

 “크, 큭!”

 “다, 당신, 누구야!”

 “거 참, 무예 연마하는 분들이 참 허약하시구먼.”

 다섯 명이 눈앞에서 피를 쏟고 바닥에 누워 몸부림치는데도, 남자는 무슨 연극이라도 보는 듯한 얼굴이었다. 곧 사람들의 신음도, 고통스러운 몸부림도 사그라졌고 도장 안은 공기가 멈춘 듯 정적으로 가득 찼다.

 남자는 가방에서 청진기를 꺼내고는, 사무실 구석에 있는 낡은 금고로 가서 금고 번호를 맞춰 보았다.

 “허, 헉! 아버지! 어머니!”

 금고가 열렸을 무렵, 갑자기 경악에 찬 비명이 들렸다. 남자는 뒤를 돌아보았다. 20대 초반의 웬 청년이 경악한 얼굴로 서 있었다.

 “다, 당신, 뭐야!”

 “이런, 못 보일 걸 보였네. 오늘이 금요일이라 외박 나왔나?”

 남자는 사무실 책상 위에 있던 가족사진을 보았다. 들어온 청년은, 한민혁 관장의 아들 한선재였다.

 남자가 얼굴을 보이자, 선재는 경악했다.

 “다, 당신은……? 네, 네놈이, 우리 아버지랑, 어머니랑 다 죽인 거냐?”

 선재는 재빠르게 대련 자세를 취했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에게서 무예를 배웠고 여러 대회에서 우승했다. 무술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한민혁 관장의 아들이라는 말만으로도 상대의 기를 죽일 정도였다. 하지만 남자는 오히려 여유 있게 웃어 보였다.

 “여기서 걸릴 거로 생각했던 시간보다 5분 정도 빨리 끝냈는데, 그 5분 동안 네 녀석이랑 놀아줘도 좋겠는데?”

 남자는 손목시계를 본 뒤 안경을 벗으며 말했다.

 “이놈!”

 선재는 몸을 날려 발차기를 했지만 남자의 몸놀림이 더 빨랐다.

 ‘아니, 내 발을 이렇게 가볍게 피하다니……!’

 남자는 여기가 대련하기 좋다는 듯 여유 있는 웃음까지 지으며 도장 한가운데로 갔다. 선재의 주먹과 발이 다시 움직였지만 남자의 몸을 맞힐 수는 없었다.

 “세 번 선공을 양보했으니, 이제 슬슬 제대로 들어가 볼까?”

 선재가 다시 발차기하자, 남자는 한쪽 발을 축으로 휙 돌며 선재의 안면을 팔꿈치로 쳤다.

 “이, 익!”

 선재는 쓰러지면서도 가까스로 정신을 차려 앉아 다리후리기했다. 하지만 남자는 살짝 뛰면서 선재의 관자놀이를 무릎으로 찼다.

 “억!”

 얼굴에 두 번의 공격을 당하자 실신할 지경이었지만, 선재는 용케 정신을 차리고는 벽에 걸려 있던 쌍절곤을 집었다. 남자는 맨손인데도 여유 있게 웃었다.

 선재 역시 무술가인 만큼 느끼고 있었다. 이 남자는 자신보다도 훨씬 고수다. 이런 상황이라면 단 한번의 기회에 모든 걸 거는 수밖에 없다. 그 기회를 잡으려면 일단 상대방의 주의를 끌어야 한다.

 쌍절곤은 적의 주의 끌기에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다. 더욱이 자신은 쌍절곤으로 사람 두개골 정도는 단번에 박살 낼 수 있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경찰이나 누가 올 수도 있으니 이 사람에게 불리하다.’

 예상대로, 조금 있다가 남자 쪽에서 먼저 선재에게 달려들었다. 선재는 그의 몸놀림에 맞춰 그의 관자놀이 쪽으로 쌍절곤을 휘둘렀다. 하지만 남자는 달려들다가 그 공격을 피하며 선재의 쌍절곤 든 손을 가볍게 밀어내고 명치에 무릎차기를 한 뒤 그대로 팔을 잡아 넘겨 버렸다.

 “컥!”

 선재의 입에서 토사물이 나왔다. 남자는 쌍절곤으로 선재의 두 손을 뒤로 결박하고는 씩 웃었다.

 “이제 끝인가?”

 남자의 주먹이 선재의 명치에 세 번 연달아 명중했고, 결정타인 손날이 정확히 경동맥을 강타했다.

 “커, 컥!”

 선재는 자신이 이렇게 허무하게 여겨질 줄은 몰랐다. 어렸을 적부터 무도가 가문을 잇고자 매일같이 수련해 왔다. 또래 중에서 자신만한 실력자는 없다고 자부하기도 했으며 학창 시절 일진들도 그를 건드리지 못했다. 그는 일어나려 애썼으나, 몸에서 점점 기운이 빠져나갔다.

 남자는 가벼운 운동이라도 한 듯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금고로 향했다.

 

 
작가의 말
 

 이 사건의 모티브는 '도쿄 제국은행 독살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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