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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너무나 특별한 소녀
작가 : 최윤슬
작품등록일 : 2017.11.5

'이대로 아무런 일도 없이 삶이 끝날지도 몰라.'
만사가 무기력한 열여덟 수연에게 너무나 특별한 찬별이 다가온다.
그들의 친구 프랑소와까지, 세 사람의 너무나 특별한 성장담.

 
-17화- 전동차의 버스커
작성일 : 17-12-01 22:14     조회 : 289     추천 : 0     분량 : 3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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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전동차의 버스커

 

  좀처럼 동네를 벗어나지 않던 프랑소와가 요새 들어 외출이 잦아진 것이 자형에겐 큰 기쁨이었다. 속도 모르고 용돈을 자주 집어주는 자형을 보며 프랑소와는 마음이 불편했다.

 

  ‘엄마도 참. 내가 어디에 가는 건지도 모르면서......’

 

  물색없이 그저 활동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을 거라는 게 마음 아팠지만 그렇다고 사실을 털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버지를 찾으러 가는 길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

 

 

  프랑소와는 오늘도 이로가 사는 미아동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집으로 찾아갈 만큼의 용기는 없었지만, 그가 사는 동네를 얼마쯤 걷다가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다.

 

  사람이 별로 없는 시간대라서 앉을 자리는 충분했다. 하지만 프랑소와는 자리에 앉지 않고 문 앞 기둥에 기대어 섰다. 사람들의 흘깃거리는 시선이 불편하기 때문에 차창을 본 자세로 있는 편이 좋았다.

 

  “여자야?”

  “남잔가?”

 

  바깥으로 나오기 시작하면서 프랑소와를 향한 의혹의 목소리들도 점점 자주 들려왔다. 작게 속삭거리는 소리일수록 프랑소와의 귀는 더욱 그것을 정확하게 잡아냈다. 프랑소와는 부러 무채색의 특징 없는 옷을 골라 입었지만 워낙 작은 체구와 선이 고운 얼굴 때문에 눈길을 끄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여자......의 삶은 어떻겠니?”

 

  한 번은 자형이 그렇게 물어온 적이 있었다. 프랑소와에게 전적으로 선택권을 넘겼음에도 자형은 내심 ‘딸’로서의 프랑소와를 바라고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프랑소와는 쉽사리 선택을 할 수가 없었다.

 

  ‘아버지를 찾으면.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그런 후 결정하고 싶어요.’

 

  프랑은 자형에게는 차마 하지 못한 말을 마음속으로 대답해보았다.

 

 

  “안녕하세요. 전동차의 버스커 인사드립니다. 만나 뵙게 된 여러분, 반갑습니다.”

 

  4호선 지하철 안 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로 꽂혔다. 그는 자리를 듬성듬성 차지하고 앉거나 선 관객들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관객 중에는 프랑도 있었다.

 

  “이 나른한 오후 시간에 어울리는 노래 한 곡 올리겠습니다. 제 노래가 마음에 드신 분들은 작은 마음을 보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하.”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에 공손히 들고 있던 쇼핑백을 흔들어보였다. 몇몇 사람은 재미있어 하며 박수를 쳤지만 누군가는 “이거 불법 아냐?”라며 불만 어린 목소리를 냈다. 공손한 말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커다란 근육질 몸매와 구릿빛 피부 때문인지 몇몇 사람은 두려운 눈빛을 던지며 옆 칸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확실히 그의 외모는 ‘평범’과는 거리가 멀게 튀는 구석이 있었다. 노랗게 브릿지를 넣은 머리 스타일에, 중동 사람처럼 뚜렷한 이목구비, 누가 들어도 배우인가 싶을 정도로 훌륭한 발성......

 

 

  프랑소와는 그가 김완준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저기.”

 

  역 벤치에 앉아있던 완준은 고개를 들어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시죠?”

 

  완준이 특유의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묻자 프랑은 우물쭈물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노래가 좋아서요......’ 하고 말을 건넸다. 완준의 얼굴에 꽃이 피듯 화색이 돌았다.

 

  “아이구 감사합니다, 여기 앉으시죠.”

 

 

  그렇게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대화를 시작했다. 낯선 이가 불쑥 말을 거는 일에 익숙한 것인지 완준은 연신 싱글벙글 웃었다. 말주변 없는 프랑소와가 입을 꼭 다물고 그저 미소만 짓고 있는 순간이 많았음에도 완준은 사회자처럼 말을 이어갔다.

 

  “지하철에서 노래하는 걸 싫어하시는 분이 많아서 마음에 부담이 있는데 이런 얘기 들으면 너무 감사하죠. 아까도 혹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남자 분은 급기야 화를 내실 것 같았으니까요, 하하.”

 

  서글서글한 완준을 보며 프랑은 땀이 나는 손바닥을 청바지에 문질러 닦았다.

 

  “저, 실은, 무대에서 공연하시는 걸 본 적이 있어요.”

 

  프랑소와의 말에 완준의 눈이 동그래졌다.

 

  “아, 아, 그렇습니까?”

 

  당황했는지 완준은 말을 몇 번 더듬다가 하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제가 유명한 배우가 아니라서 알아보시는 분들을 찾기가 참 힘든데 말이죠...... 대학로에서나 좀 알아보시는 분을 만날까 말까인데...... 이야, 이것 참, 정말 감사한 인연입니다!”

 

  기뻐하는 완준을 보며 프랑소와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완준이 순수하고 해맑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자 프랑의 마음도 조금 편안해졌다.

 

  완준은 어떤 공연을 보았느냐 물었고 프랑소와는 그가 구두 디자이너 역할로 출연했던 코믹 연극의 제목을 말했다. 실감나는 연기 때문에 무척이나 재미있게 보았다는 말도. 완준은 쑥스러웠는지 머리를 북북 긁어가며 웃었다.

 

  “제가 뭐 워낙에 비슷한 캐릭터들만 연기하다 보니 실제와 헷갈려하시는 분들이 계시긴 하죠, 하하. 제가 주로 맡는 역할들이라는 게...... 말씀하신 디자이너나, 화가, 댄서...... 또 한 번은 박수무당 역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하.”

 

  프랑소와는 그에 대한 집요한 조사 끝에 그가 게이 역할을 특히나 많이 했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저기 그런데, 왜, 지하철 버스킹을 하시나요?”

 

  프랑소와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완준은 쇼핑백을 활짝 열어 보이며 말했다.

 

  “딱히 돈을 벌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나의 무형의 재주가 누군가의 마음을 흔든다는 것이 제겐 참 보람 있게 느껴지거든요. 요즘 TV를 보니까 젊은 사람들이 홍대 같은 데에서 노래를 부르고 이렇게 돈을 받고 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더라고요? 그게 참 열정적으로 보이고, 부럽기도 하고. 그래서 저도 부끄럽지만 시작해본 겁니다.”

 

  거기까지 말한 완준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고 비밀스럽게 말했다.

 

  “그리고 제가 실은 아직도 무대 울렁증이 있어서요...... 그걸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것이기도 하죠.”

 

  ‘공포’라는 것과는 담을 쌓고 살 것 같은 인상이었기에 프랑소와는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그가 조금 더 친근하게 느껴진 것은 사실이었다.

 

  ‘늘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어요.’

 

  프랑소와는 마음속으로 말한 뒤, 조금 더 용기를 내서 말을 건넸다.

 

  “최이로 시인님과 친구이신 걸로 알고 있어요.”

 

  완준의 눈이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크게 휘둥그레졌다. 프랑소와는 말이 빨라지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설명했다.

 

  “최이로 시인님 시를 좋아해서 특강을 자주 들으러 다녔는데요, 몇 년 전에 이로 시인님께서 어떤 일화를 말씀하시다가...... 배우 친구에 대해 말씀을 잠시 하신 적이 있었거든요. 그 이야기가 인상에 남아서 마침 당시 하고 계시던 공연을 찾아본 것이었고요.”

 

  완준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이야, 그랬군요! 우리 정말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은데요?! 정말 다시 한 번 반갑습니다!”

 

  프랑소와와 완준은 힘 있게 손을 마주잡고 악수를 했다.

 

 

  집으로 초대를 하는 완준에게 재차 사양의 뜻을 밝힌 후 귀가하며, 프랑소와는 마음이 복잡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도 되는 걸까? 나의 접근으로 그들의 일상에 균열이 생기는 건 아닐까?’

 

  자꾸 약해지려는 자신을 입술을 꽉 깨물며 다독이는 프랑소와였다.

 

  ‘저 사람 때문에 엄마와 나를 떠난 거라면...... 내게 미안해해야 하는 거잖아.’

 

  프랑소와는 지갑 속에 끼워 나온 자형과 이로의 사진을 꺼내 만져보았다.

 

  ‘당신은 엄마보단 저 사람이 더 소중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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