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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따뜻한 날, 봄 시, 벚꽃 분
작가 : 쌍둥이자리
작품등록일 : 2017.11.29

26살 진호와 지선이 그리고 인터섹슈얼인 유아. 20대 청춘의 막바지. 꿈이 있었는지 망각하며 살아가고, 더는 느끼지 못 할 것 같던 설렘과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3명. 투닥거리지만 토닥여주고 힘들면 서로에게 기댈 수 있기에 청춘을 버텨나간다. 어렸을 적 따뜻한 봄 벚꽃이 피는 날에 만나 26살 따뜻한 봄 벚꽃이 피어 난 후 1년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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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2-01 20:52     조회 : 259     추천 : 0     분량 : 1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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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비가 온다. 나는 9시쯤에 일어나 후드를 뒤집어쓰고, 우산을 들고 애들 집으로 갔다. 가면서 집 앞 슈퍼에서 식용유 하나를 샀다. 집 앞에 다 왔고 문을 두드렸다. 유아가 문을 열어 줬고 나는 집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맛있는 냄새로 진동 했다. 집안에서 지선이는 부침개를 지지고 있었고, 유아는 다시 상을 차리러 갔다.

 “지선아 식용유 사왔어.”

 “잘했또. 심부름도 잘하구 다 컸쪄.”

  지선이가 또 놀린다.

 “너는 왜 아직도 안 크는거냐?”

  나는 지선이를 그곳을 훑었다. 그리고 지선이와 유아한테 크게 욕을 먹었다. 유아는 일어나 또 내 뒤통수를 쳤다.

  부침개는 완성 되었고 모두가 식탁에 앉았다. 유아는 뭘 두고 왔는지 냉장고에 갔다. 그리고 막걸리를 꺼내 다시 앉았다. 나는 물었다.

 “뭔 대낮부터 술이야?”

  지금은 10시가 좀 넘었다. 유아가 대답했다.

 “원래 비오는 날 부침개와 막걸리지. 그치 지선아?”

  지선이는 유아의 말에 장단을 맞춰준다.

 “맞아맞아. 좀만 마시면 돼. 요즘 비도 안와서 유아랑 이 날만 기다렸다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 참 낭만적이다. 그렇게 우리는 막걸리를 마시게 되었고, 또 마시게 되었고, 막걸리 5병을 마시고 나서야 끝났다. 식탁은 치우지도 못한 채 각자 자리에 가서 뻗었다.

  나는 비몽사몽 소파에서 잠이 깨 핸드폰 시각을 보았다. 3시가 좀 넘었다. 밖에는 아직도 비가 온다. 많이 어두워지긴 했다. 1시쯤 끝났으니 2시간 정도 잤나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지금은 새벽이다. 하... 내가 미쳤지 진짜... 저것들을 그냥... 그리고 나는 다시 잠을 잤다.

 “야야 일어나. 그리고 너희 집 가서 좀 자라. 무슨 허구한 날 여기서 자.”

  또 유아가 발로 깨운다. 나는 누운 상태에서 일어나 앉아 눈이 감긴 채 대답했다.

 “아... 우린 왜 허구한 날 술이냐?”

 “그... 그건... 어제 날이었으니까...”

  유아가 더듬더듬 말했다. 나는 다시 누웠고 대답했다.

 “오늘 쉬고 내일도 날이겠네? 나 좀만 더 잘게 일요일이잖아.”

  유아는 한숨을 내쉬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먹었다.

 “야 지선이는?”

  나는 물었다.

 “지선이 남자 소개 받아서 남자 만나러 갔어.”

  나는 유아의 말에 장난을 쳤다.

 “뭐? 누가 해줬어? 나는?... 야 근데 너는 남자만나냐, 여자만나냐?”

  뭔가 다가오는 느낌이든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돌아보니 유아는 나에게 다가와 또 때리려 하고 있다.

 “야 때리지 마.”

  이렇게 난 막았다고 생각한 순간 옆머리를 맞았다.

  난 일어나 씻고 나왔고 유아는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나는 유아에게 말했다.

 “야 우리도 나가자.”

  유아는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아... 어제 비와서 추워. 어딜 나간다고 그래.”

 “따뜻해졌어. 점심도 먹고, 장도 보자.”

  유아는 마지못해 귀찮아하며 나갈 준비를 했다. 유아와 나는 집을 나왔고 도로변을 걸었다. 그때 유아가 말했다.

 “우와 야 저기 봐. 벚꽃 폈어.”

  어제 비가 와서 그런가. 벚꽃이 피어있었다. 유아는 나를 데리고 횡단보도를 건너 하천가로 갔다. 하천가에는 벚꽃들이 즐비했으며 주말을 맞이해 사람들도 많이 나와 있었다. 유아와 나는 하천 길로 내려갔다. 유아는 벚꽃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나가기 귀찮다더니 즐기고 있다. 유아와 벚꽃을 보며 사진도 찍고 걸었다. 그러다 유아가 배가 고팠나보다.

 “진호야 저기 좀 더 내려가면 한강 나오잖아. 그쪽에 카페 같은데 볶음밥 맛있게 하는 집있거든 거기 가자.”

  나는 그러자고 대답했다. 그런데 카페면 카페고 밥집이면 밥집이지. 그렇게 유아와 하천 길을 내려와 유아가 말한 카페 같은 밥집으로 갔다. 카페 같은 디자인에 볶음밥을 전문으로 하는 집이었다. 가게 밖에는 칠판 같은 곳에 메뉴를 써놓았다. 새우칠리볶음밥, 나시고랭, 김치볶음밥, 날치치즈, 뭔 종류가 이렇게 많아. 이렇게 훑어보고 있다가 유아는 먼저 들어갔다.

 “아, 야 같이 가.”

  유아를 따라 들어왔는데 유아가 문 앞에 멈춰서있었다.

 “뭐해? 아무데나 앉아 그냥.”

  유아한테 말하는데 유아는 갑자기 돌아 내 손목을 잡고 문을 다시 열고 나가려고 했다. 뭐하는건가 하고 생각할 때였다.

 “어? 애들아.”

  뭐지... 이 익숙한 목소리는... 유아는 뒤돌은 채로 멈춰 섰고 나는 뒤를 돌아 그 익숙한 목소리가 누군지 찾았다. 그 목소리는 지선이었다. 그리고 지선이는 소개남과 함께 있었다. 그때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번지수를 잘못 찾았구나... 그때 지선이가 나를 보고 다시 말했다.

 “애들아 여기로 와.”

  지선이의 테이블에는 의자가 4개가 놓여 있던 곳이고 지선이와 지선이의 소개남이 앉아 두 자리가 비었다. 지선이는 그 빈자리에 우릴 불렀다. 염치가 있는 건지, 천진한 건지 모르겠다. 유아와 나는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 지선이의 소개남도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누가 당황해 하지 않겠나. 지선이는 염치 없이 또 불렀다.

 “뭐해? 얼른 와 앉아.”

  지선이의 저 미소를 보니 오늘따라 더 바보 같아 보였다.

 “어? 어... 하하하...”

  유아와 나는 떼지지 않는 발을 떼며 지선이의 테이블에 갔다. 소개남은 일어나 인사했다.

 “아...안녕하세요?”

  저 미소가 미소 같지 않은 씁쓸한 미소... 그런데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하하... 안녕하세요? 죄송해요. 그냥 밥 먹으러 왔는데 여기 계실 줄은 몰랐네요”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지선이는 그저 웃기만 할 뿐이다. 소개남은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은 말로 괜찮다며 자리를 내주었다. 우리는 얼떨결 자리에 앉았다. 나는 소개남 옆에 앉게 되었고 유아는 지선이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종업원이 왔고 메뉴판을 주었다. 유아와 나는 메뉴판을 같이 보면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커피가 눈에 들어왔다. 커피를 마셔야하나 밥을 먹어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이렇게 고민할 때 유아가 말했다.

 “난 쇠고기새우...”

  밥이 들어가나?

 “그럼 난 날치치즈로...”

  주문을 막 하고 난 참에 소개남이 입을 열었다.

 “연인이신가봐요? 여자 분이 지선씨랑 아는 사이인거에요?”

  유아와 나는

 “네?”

  우리 둘은 서로 당황해 하며 아니라고 말하려는 순간에 지선이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했다.

 “네 둘이 사겨요. 그리고 우리 셋이 10년 지기 친구이고요.”

 “응?”

  나는 또 당황했다. 그런데 유아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소개남은 그 와중에 감탄을 하고 있다.

 “와 대단하시다. 잘 어울리세요.”

  난 지금 지선이의 저 행동이 대단하다. 또 무슨 장난을 치는 건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려고 하는 순간 지선이가 말을 했다.

 “승완씨. 사실 제가 얘네들 불렀어요.”

  소개남은 당황했다.

 “네?”

 “승완씨. 정말 죄송한데요. 저는 연애 하면서 시간 뺏기고 싶지 않아요. 승완씨가 싫은게 아니에요. 단지 승완씨 보다... 얘네와 같이 더 지내고 싶고, 놀고 싶어서 그래요.”

  지선이의 대답이 나는 진심처럼 들려왔다. 소개남은 당황하다가 어이없는지 웃으며 말했다.

 “아, 그래요?”

  고개를 끄덕이며 등을 의자 등받침에 대고, 왼 팔꿈치는 의자 걸이에 대며 한쪽 다리를 꼬으고 계속 말을 이어갔다.

 “아~ 그게 이유에요? 하... 애초에 싫었으면 만나지 말지 그랬어요? 시간 아깝게...”

  남자는 유아를 쳐다봤다. 나는 바로 옆에 있어서 내 쪽까진 못 보는 것 같다. 유아와 나는 아무 말 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지선이는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정말 죄송해요. 승완씨.”

  소개남은 다시 대답했다.

 “저기요... 정희랑 친한 친구라고 하셨죠? 그쪽이 망신 다 주셔서 정희 어떻게 회사 다녀요?”

  저기요? 갑자기 바뀐 말투에 나는 고개를 들고 소개남을 쳐다봤다. 소개남은 화가 났는지 계속 지선이만 응시 했다. 지선이는 또 사과했다.

 “죄송해요. 그리고...”

 “저기요... 쟤 친구랑 지금 이 상황이랑은 별게죠. 주선자는 주선만 하는거고 소개팅은 둘이서만 하는 거잖아요.”

  나는 욱해서 옆에 있는 남자한테 말했다. 옆에 있는 남자는 날 쳐다보고 나도 그 남자를 쳐다봤다. 사실 쫄렸다. 그런데 지선이한테 하는 행동은 봐주질 못하겠다. 지선이의 눈은 동그래졌고 유아도 화가 났는지 째려보는 눈빛이었다. 남자가 침을 삼키는 목덜미가 보였다. 남자는 테이블 위에 올려진 핸드폰을 집어 들고 일어났다. 그리고 한숨을 쉬고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도 안도의 침을 삼켰다. 소개남이 나가고 지선이가 조용한 소리로 말했다.

 “뭐하는거야... 화났잖아.”

  어지간히 쟤도 상황 파악 좀 했으면 좋겠다. 말은 자기가 잘못 말해 놓고 내가 잘못했다고 한다. 그때 조용했던 유아가 입을 열었다.

 “우리도 화났어. 행동 똑바로 해.”

  지선이는 유아의 말에 움츠러들었다. 입이 나오고 지선이는 사과했다.

 “미안해... 나는 너희가 나 놀리러 온 줄 알았지. 근데 사실 되게 좋았어. 커피 마시고 밥 먹으러 왔는데 되게 오기 싫더라고...”

  유아는 대답했다.

 “우린 그냥 우리끼리 놀러 나온거고, 배고파서 우연찮게 여길 들어 온거야. 근데 여기에 너랑 저 자식이 있었던거고... 됐어! 그리고 여기 왜 이렇게 늦게 나와 주문한지가 언젠데.”

  지선이는 많이 미안해보였다. 나는 움츠러든 지선이를 보고 말했다.

 “지선아 괜찮아. 대신 너가 밥 사라.”

  이렇게 말하고 유아가 나한테 윽박지른다.

 “거지야. 돈 벌고 돈 어디에다가 쓰는 거야? 더치 해.”

  유아의 말에 나까지 움츠러들게 됐다. 그러다 유아가 미안했는지 주제를 바꾼다.

 “이거 먹고 벚꽃 길 따라 삼인 데이트나 하다가 마트나 가자.”

 “어...”

  나는 대답했다.

 “응.”

  지선이는 금세 기분이 풀어져 싱글벙글 해대며 대답했다. 밥이 나왔다. 그런데 그 소개남 것까지 나와버렸다. 우리는 긴장이 풀려 배가 고팠는지 밥을 다 먹고 유아와 나는 소개남 것까지 나눠 먹었다. 밥을 다 먹고 우리 셋은 가게를 나왔다. 그리고 다시 하천 길을 따라 집 방향으로 올라갔다. 집 가는 방향에 마트가 있기 때문이다.

  “진호야, 나 유아랑 사진 찍어줘.”

  지선이가 나에게 핸드폰을 넘겨주며 말했다. 유아는 지선이를 보고 웃으며 지선이 곁으로 갔다. 유아와 지선이는 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리고 유아가 나에게 말했다.

  “야 인생샷 찍게 제대로 찍어봐.”

  나는 대꾸했다.

 “이미 너희들은 꽃구경 나온 아줌마들 같아.”

  지선이와 유아는 웃어 넘겼다. 그렇게 사진 몇 장을 찍어줬다. 이 사진을 시작으로 유아와 지선이는 계속 사진을 찍어댔다. 걸음 몇 발짝에 사진을 찍고, 또 찍고, 또 찍었다. 나는 힘이 들어 말했다.

 “아 씨... 언제 갈 거야 해 넘어 가겠어.”

  유아와 지선이는 못들은 채 계속 사진을 찍어댔다. 나는 화가 나 저만치 혼자 걸어갔다. 그러다 유아가 나를 불렀다.

 “야 어디가? 이리 와서 같이 찍어.”

  나는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어느 남자 둘과 함께 유아와 지선이가 있었다. 나는 유아와 지선이 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러더니 남자 둘은 유아와 지선이 앞에서 물러나 가버렸다. 나는 물었다.

 “뭐야 쟤네?”

  그리고 지선이가 웃으며 말했다.

 “우리랑 같이 한강 가서 놀제. 유아가 이쁜건 알아가지고...”

 “어우 야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냐. 너 얼굴은 이미 좋다고 말하고 있는데... 유아가 웃으며 나를 보고 말했다.

 “같이 사진 찍어, 그렇게 혼자 다니지 말고.”

 “어휴... 대신 5분만이라도 걷고 다시 찍어라 제발.”

 “알겠어.”

  유아가 대답했다. 나는 마지못한 척 하며 핸드폰을 건네받고 팔을 뻗어 사진 찍을려고 했다.

 “진호야 너만 잘나오잖아.”

  유아가 말했다. 그리고 지선이도 말했다.

 “오징어야! 넌 그래도 오징어야.”

  이때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셔터를 눌렀다.

 “야!”

  지선이가 소리쳤고 나는 지선이만 이상하게 나온 사진을 바라보며 웃어댔다. 유아는 그런 우릴 보며 같이 웃었다.

  우리는 20분이면 올 거리를 1시간이 걸려 마트에 도착했다. 나는 진이 다 빠져버렸다. 애들은 또 신이 났다. 우리는 마트에 들어갔고 유아는 카트를 뺐다. 그리고 유아가 자연스럽게 카트를 나에게 줬다. 나는 물었다.

 “뭐하냐?”

  유아는 눈이 커진 채 나를 보고 말했다.

 “우리보고 끌라고? 너가 오자 했잖아?”

  지선이도 껴들었다.

 “그리고 우리 여자야.”

  어이없어서 웃음밖에 안 나왔다.

 “잡종이 여자냐?”

  유아가 내 팔을 죽먹으로 쳤다.

 “계속 잡종 잡종 할래?”

  그렇게 나는 카트를 끌게 되었다. 나는 식품코너로 가려고 걸음을 때는 순간 에스컬레이터로 가기 시작했다.

 “어디가?”

  나는 물었다.

 “어디가긴, 원래 마트는 맨 윗층부터 둘러보고 아래층으로 내려와서 계산하고 딱 나가는 거야.”

  유아의 말에 나는 한숨이 나왔다. 내가 너희 속셈을 모를 줄 아나... 이 마트는 총 8층으로 구성되었다. 8층, 7층은 식당들과 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6층은 전자제품이 있고, 5층은 주방용품이 있고, 4층은 문구류, 장난감 등, 3층은 여성의류, 2층은 남성의류 아동의류, 마지막 1층과 지하에는 식품들이 있다.

  애들을 따라 올라갔다. 그때 유아가 나에게 물었다.

 “너 먹을 것만 사면되지?”

  나는 음흉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니? 나 노트북 좀 보려고.”

  내가 너희 속셈을 모르냐... 한두 번 속아야지... 유아는 귀찮다는 듯 말했다.

 “뭔 노트북이야? 너 컴퓨터 바꾼 지 얼마 안됐잖아.”

  내가 언제 컴퓨터를 바꿨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10년 넘은 컴퓨터와 6년 된 노트북을 아직도 쓰고 있다. 나는 말했다.

 “너가 마트는 꼭대기부터 갔다가 내려와야 된다며.”

  유아와 지선이의 표정이 일그러지고 한숨을 셨다. 지선이가 나에게 말했다.

 “그럼 유아와 나는 3층에 있을게, 진호 너는 다 보고 내려와서 연락해.”

 “어휴, 됐어 가자 가. 지선아 갔다 오자.”

  유아가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6층으로 갔다. 6층에 오고 나는 살게 없었다. 가격대가 너무 비싸 엄두도 못할 것들이었다. 나는 열심히 보는 척을 했다. 최대한 열심히 봐라 봤다. 전자제품 직원은 우릴 계속 따라 다녔다.

 “고객님 이게 이번에 나온 최신인데 스펙도 좋고, 가격대도 좋고, 인기 상품이라 잘 팔리고 있거든요.”

  직원이 말했다.

 “아~ 그래요?”

  나는 대답했지만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러더니 직원은 또 말했다.

 “네, 지금 상품이 없어서 본사에 주문 해 놓을 정도에요.”

  나는 상관없다. 살게 아니었다. 단지 6층에 온 명분이 필요했다. 나는 또 다른 것들을 보기 시작했다. 나는 혼잣말로 말했다.

 “음... 커피포트기 필요한데...”

  유아와 지선이의 표정을 훑었다. 조금만 있으면 터져 나올듯한 모습이다. 나는 눈치를 채고 말했다.

 “에이 아니다. 내려가자.”

  지선이가 화색이 돌며 말했다.

 “끝났어? 다 본거야?”

  나는 민망해 하며 대답했다.

 “응, 내가 생각했던 가격대가 아니네.”

 “에휴... 내려가자 이제.”

  유아가 말했다. 나는 조용히 유아와 지선이를 따라 내려갔다. 3층이 가까워지자 이번에는 내가 한숨이 나왔다. 큰일이다. 그런데 4층에 애견코너가 들어섰나 보다. ‘애견코너 오픈 기념 한달 무상지원’이 써있고 강아지 짓는 소리가 들렸다. 지선이가 말했다.

 “애들아 저기 봐바. 사람들 완전 많아.”

  지선이는 가고 싶다는 모습이 보였다. 원래 지선이는 우리랑 있으면서 뭔가 하고 싶으면 말을 잘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알았다. 지선이의 그 특유 행동을... 지선이는 무언가 하고 싶거나, 보이면 시선이 계속 거기로 간다. 너무 잘 보이게 그곳에 눈을 떼지 못한다. 그리고 팔짱을 끼고 혀가 나온다. 정말 특유 행동이다. 나는 지선이의 모습을 보고 미소를 띠며 유아를 쳐다봤다. 유아는 말했다.

 “저기 가보자 뭐가 저렇게 사람이 많아 어우.”

  지선이는 유아의 말에 아닌 척하며 대답했다.

 “유아 너 사람 많은 거 싫어하잖아?”

  유아는 지선이의 말에 대답했다.

 “사람 많은 건 싫은데 동물은 좋아서.”

  우리는 애견코너로 갔다. 아이들이 많았고 어머님들은 아이들이 투정부릴까봐 대충 훑어보고 나가셨다. 다행히 사람은 많지만 진득이 오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새끼 강아지들이 울타리 안에 있었다. 완전히 새끼 강아지는 아니고 인간으로 치면 어린애들과 같은 아이들이었다. 울타리는 지붕이 없어 사람들이 만질 수가 있었다. 강아지들 모두 손을 많이 타서 그런지 낯가림이 없었다. 강아지들 모두 우릴 보며 꼬리를 연신 흔들어댔다.

 “어우 야 꼬리 떨어지겠엉.”

  지선이가 신이 나 말했다. 유아와 나도 귀여운 강아지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지선이는 강아지 한 마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얘 봐. 너무 귀여워.”

  직원이 다가와서 말했다.

 “골든리트리버에요. 충성심이 많고 영리해서 맹인안내견에 많이 이용돼요.”

  유아도 지선이에게 가서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직원은 또 말을 했다.

 “애견코너 오픈 기념으로 한 달간 병원비, 예방접종이 무료고, 애견코너의 용품이 3개가 무료에요.”

  지선이는 놀라서 물었다.

 “정말요?”

 “네, 그 대신 애견병원은 8층 애견병원을 계속 이용하셔야 하고, 주소랑 전화번호를 적어두셔야 해요. 요즘 사람들이 반려 견을 죄책감 없이 버리니까 문제가 많잖아요?”

  직원의 말에 지선이가 대답했다.

 “그렇죠. 요즘 사람들 그럴바엔 키우면 안돼요.”

  직원은 또 말했다.

 “그럼요. 그래서 저희가 저렴한 가격에 이 아이들을 드리는 거에요. 이곳 애견병원을 계속 이용한다는 전제하이죠.

  유아와 나는 옆에서 직원의 말을 듣고 있었다. 뭔가 상술과 윤리를 적절히 조합시켜놓은, 싫지만 그래야하는 말이다. 직원이 우릴 보고 말했다.

 “가족들이세요? 어휴 가족들이 다들 잘생기고 예쁘시네.”

  우리 셋은 웃기만 하고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우리 모두 정말 가족이라고 생각해서인지 모르겠다.

 “키우자 우리.”

  나는 말했다. 내 말에 애들은 놀라 나를 쳐다봤다. 그리고 유아가 말했다.

 “미쳤어? 어디다 키우게?”

 “당연히 너희 집이지.”

  지선이는 아무 말 안하고 있다. 지선이는 내심 키우고 싶은 모양이다. 유아는 화를 냈다.

 “아오, 너희 오늘 둘 다 왜 이러냐? 집주인이 뭐라 하겠어? 제발 이상한 소리 좀 그만해 너희 둘 다.”

  유아는 화가 나서 애견코너를 나왔다. 계속 참아오던 화가 지금 터졌나보다. 사람들이 많아 크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분명 유아는 화가 많이 났다. 지선이는 어쩔 줄 몰라 했다. 내가 말했다.

 “지선아 유아 따라가 봐.”

  지선이는 내 말을 듣고 안고 있던 강아지를 내려놨다. 그리고 유아를 따라갔다. 유아를 따라가는 지선이를 보고 나는 직원한테 말했다.

 “이 아이 제가 데려갈게요. 근데 오늘은 못 데려갈 것 같고 내일 와서 데려갈게요.”

  직원은 우리 상황을 보았는데도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그렇게 하세요. 그러면 고객님 성함이랑 전화번호 좀 적어두고 가주세요.”

  직원은 종이 한 장을 어디선가 가져왔다. 나는 종이에 내 이름을 적고 번호를 적었다. 그리고 나는 지선이와 유아를 찾아갔다. 아래층에서 유아와 지선이를 찾았다. 지선이는 유아를 달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지선이와 유아 옆에 다가갔다.

 “미안해.”

 “됐어. 집에 가자.”

  나는 사과 했고 유아는 아직도 화가 나있었다. 지선이도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

 “유아야. 화 풀고 우리 옷보고 가자.”

  근데 사실 유아는 화를 잘 안낸다. 낸다 해도 잘 풀어지는 성격이다. 어렸을 적 내가 싸움을 걸었을 때처럼 말이다. 아마 유아는 어색해지는 상황이 싫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럼 내가 강아지 데려올 돈으로 너희 옷 한 벌씩 사줄게. 어때?”

  나는 유아를 달래려줄려고 또 헛소리를 하고 말았다.

 “우와 정말? 유아야 우리 옷 고르러 가자, 그만 화내고.”

  지선이는 유아를 끌고 옷을 고르러 갔다. 유아는 싫진 않은 듯 억지로 끌려가는 척을 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나도 따라갔다.

 “유아야 이것 봐. 디기 이뻐. 너랑 어울리겠다.”

  지선이는 옷 한 벌을 들고 유아의 몸에 대보며 말했다. 지선이나 유아나 서로의 취향을 알기 때문에 유아는 지선이가 보여주는 저 옷이 마음에 들었나보다. 유아는 화가 난 척 하지만 유아의 시선은 옷을 향해 가있다.

 “아유 됐어. 너 골라.”

 “야 그러지 말고 입고 나와 봐. 그래도 지선이가 골라준건데...”

  나는 지선이가 들고 있는 옷을 가로 채고 유아한테 건넸다. 유아는 거부하는 척 하며 옷을 마지못해 받아갔다. 여자 돼서 튕기기도 잘해졌다. 유아는 옷을 입어보러 피팅룸에 들어갔다. 나는 지선이를 보며 웃었다. 지선이도 따라 웃었다. 유아는 옷을 입고 나왔다. 그리고 바로 거울을 들여다봤다. 지선이는 말했다.

 “우와 딱이네. 엄청 잘 어울려.”

 “어...잘 어울린다.”

  나는 이런 표현이 좀 서툴다. 그래도 유아의 화를 풀어줄려면 어쩔 수 없다. 유아는 마음에 드는 것 같아 보인다. 유아는 우리한테 돌아섰고 물었다.

 “그렇게 잘 어울려?”

  뭐지... 저 단순함은...

 “응 되게되게 잘 어울려.”

  지선이는 대꾸해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거 괜찮은 것 같아. 그건 내가 사줄게.”

  지선이는 내 말을 듣고 다시 거울을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너 그 강아지 샀잖아.”

  나는 당황했다.

 “응? 안 샀어.”

  나는 거짓말 했다. 그리고 유아가 다시 뒤를 돌고 나를 보며 말했다.

 “정말? 너 우리 둘 중 한명이라도 좋아하면 뭐든 해주잖아.”

  내가 그러는지도 몰랐다. 나는 다시 거짓말을 했다.

 “안 샀다니까.”

 “그럼 지금 올라가서 같이 확인해볼까?”

  나는 말문이 막혔다. 유아는 다시 물었다.

 “가볼까?”

 “아니...”

  나는 대답했다. 지선이는 웃었다. 유아는 다시 말했다.

 “그 강아지 너희 집에서 키워. 그리고 옷은 내가 살게. 돈도 없으면서 뭘 자꾸 사준데...”

  유아는 투덜투덜 대며 옷을 다시 갈아입으러 피팅룸으로 들어갔다. 지선이가 나에게 웃으면서 조용히 속삭였다.

 “유아 화 풀어주면서 너 늦게 올 때 뭐라는 줄 알아?”

 “모르지...”

 “저 녀석 강아지 사느라 늦게 오는 거라고, 우리 둘이 너무 생각 없이 저지르고 보는게 화가 났데.”

  나는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유아는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유아가 나에게 말했다.

 “옷 좀 더 둘러보다가 강아지 데리러 가자.”

 “그래.”

  나는 대답했다. 그리고 두 여자들의 쇼핑을 따라다녔다. 대략 3시간을 따라다녔다. 진이 다 빠지고 더 이상 걷지 못할 것 같았다. 이렇게 차츰차츰 혼이 나갈 때 쯤 유아가 말했다.

 “이제 강아지 데리러 가자.”

  드디어 다 봤다. 나는 조금 남아있는 힘을 내어 움직였다. 우리 셋은 애견코너를 갔고 골든리트리버를 입양했다. 지선이가 제일 먼저 강아지를 안았다. 강아지도 지선이가 좋은지 꼬리를 연신 흔들어 댔다. 유아와 나는 케이스와 울타리, 사료를 무료로 골랐다. 울타리는 너무 커서 택배를 부탁했고 케이스에 강아지를 넣었다. 사료는 내가 들었다. 오늘 이곳에 내 밥을 사러 왔는데... 우리는 장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옷도 구매하지 않았다. 대신 강아지를 얻어갔다.

  애들이 오늘은 우리 집으로 왔다. 지선이는 오자마자 케이스를 내려놓고 문을 열었다. 강아지는 좋아서 팔딱팔딱 뛰어다녔다. 지선이도 아이같이 좋아하며 즐거워했다. 유아가 지선이를 보며 말했다.

 “되게 좋아하네... 오늘 여기서 자고 갈래?”

  지선이가 유아를 보며 말했다.

 “응, 나 오늘 여기서 잘래.”

 “뭔 소리냐...”

  나는 말했다. 유아도 어이가 없나보다. 지선이가 말했다.

 “얘 이름 피카츄라고 짓자.”

  두 번째 어이없음이 밀려온다. 유아가 말한다.

 “그럼 쟤는 지우냐?”

 “그럼 넌 웅이다.”

  내가 대꾸했다. 그러더니 웃으면서 지선이가 말했다.

 “그럼 난 이슬이네?”

  지선이 때문에 말문이 막힌다. 유아는 어이가 없는지 웃고 말았다. 그렇게 해서 오늘 나는 피카츄를 키우게 되었다. 듬직하게 커서 저 답 없는 여자애들 좀 지켜주렴.

 

 ※

  벚꽃이 피어있는 하천 밑에서 여자 둘이 사진을 찍고 있다. 둘은 신이나 있다. 어느 한 여자가 말한다.

 “지선아 너 오늘 남자 만난다고 화장 잘 됐다? 사진도 잘 나오네.”

  그리고 같이 온 여자가 대답한다.

 “나 원래 이렇게 다니잖아?”

  그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 둘한테 어느 남자 둘이 다가온다. 여성들은 그 남자들과 아는 사이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남성 둘 중 한 남자가 여자들에게 말을 건다.

 “두 분이서 오셨나봐요? 저희도 두 명인데 같이 한강 가서 노실래요?”

  여자 둘은 어리둥절 해한다. 그리고 한 여자가 말한다.

 “괜찮아요. 사양할게요.”

  그리고 남자가 다시 말한다.

 “그쪽 분 외모가 너무 예쁘셔서 포기를 못하겠네요. 한강에서 그냥 재밌게 놀아요.”

  그리고 여자가 다시 말한다.

 “저 남자친구 있어요. 저기 혼자 가고 있는 저 사람이에요.”

  여자는 혼자 걷고 있는 한 남자를 가리킨다. 남자들도 여자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본다. 그리고 여자가 혼자 걷고 있는 남자를 부른다.

 “야 어디가? 이리 와서 같이 찍어.”

  여자가 부른 남자는 뒤를 돌아본다. 그리고 그 남자는 뒤를 돌아 여자들에게 걸어온다. 남자들은 그 남성을 보고 포기한 듯 제 갈 길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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