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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BL]Daily Life
작가 : 해빛
작품등록일 : 2016.8.30

쇼타수, 황제였수X미인공, 황제공. 다른 차원에서 완벽하게 동일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두 사람. 현은 애인의 손에 죽은 뒤 어린 아이의 육체를 입고 차원 이동을 해 클로리스를 만나게 되었다. 아이와 성인의 육체를 번갈아 지내는 현과 절세미인 황제 클로리스의 이야기

 
3화
작성일 : 16-09-01 21:53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5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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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다음날 아침 현은 주위가 밝아진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여전히 그 남자의 방이었다. 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꿈속으로 들어온 다음부터 현은 그의 꿈을 꾸지 않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후.”

 

  현은 어젯밤 자신이 세탁실에서 세웠던 가설이 틀렸기를 바라면서 손을 들어올렸다. 이번에는 손가락을 물고 잠들지 않아 엄지손가락이 쭈글쭈글하지 않았다. 대신 어젯밤의 핏줄이 솟아 있는 길쭉하고 굳은살 박힌 손이 아니라 하얗고 부드럽고 통통한 손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방 안에서 현이 당연하다는 듯 시녀를 불렀다.

 

  “여봐라.”

  “네.”

 

  시녀들이 즉각 대답하며 방 안으로 들어왔다. 현은 변성기가 오지 않은 어린 아이 특유의 미성에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직감했다. 생각해보니 ‘이 모습’으로는 한 마디도 한 적이 없었다. 말이라도 했으면 조금 더 빨리 알아차렸을 것이다.

 

  한 시녀가 이불을 걷어주기 위해 다가왔다. 현은 살이 포동포동하게 오른 손으로 그녀를 제지했다.

 

  “됐다. 거울이나 가져와라.”

  “거울이요?”

 

  시녀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가 네, 하고 다시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물러났다. 다른 시녀가 이번에는 옷을 내밀었다.

 

  “의복 시중을 들겠습니다.”

 

  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익숙하게 옷시중을 받았다. 그 사이 시녀가 자신의 상체만한 거울을 들고 왔다. 시녀가 현의 앞에 거울을 내려놓았다. 현은 거울 안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거울 안에는 늘씬한 미청년 대신 터질 것 같은 볼따구를 가진 아이가 있었다. 소년도 아니었다. 한 여섯 살 정도 됐을까 싶은 정말 어린 아이였다. 검은색 머리와 검은색 눈은 여전했으나 그것 외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어렸을 때의 현은 이렇게 통통하지 않았다. 시녀들이 현에게 하달된 예산을 빼돌려 식단이 형편없었고 그나마도 어머니가 밥 먹는 도중에 오면 꼭 식탁을 엎는 바람에 밥을 먹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몇 살로 보이느냐?”

  “예?”

  “내가 몇 살인 것처럼 보이냐는 말이다.”

  “……다섯 살 정도 되어 보이십니다.”

 

  현이 우울한 얼굴로 한숨을 살짝 쉬었다. 자신은 뚱뚱하고 키 작은 남자가 아니었고 이곳은 거인국이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태어난지 얼마 안 된 어린 아이의 모습일 뿐이었다. 절망스러웠다. 유일하게 인간이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죽음과 시간이었다. 현이 어떤 노력을 한다 해도 어린 아이의 모습인 자신을 빨리 자라게 할 수는 없었다. 어린 아이는 연약하고 무력했다. 어제 저녁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식사 준비해드릴까요?”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시녀가 말을 걸었다. 현이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금방 거울이 치워지고 식탁이 차려졌다. 현은 식탁 앞에 앉아 부지런히 음식이 차려지는 것을 보았다. 과일, 생선 등 현의 나라에서는 먹기 어려웠던 음식들과 어린 애나 좋아할 법한 단 것 위주의 음식들이 차려졌다. 현은 음식이 차려지는 것을 보다 한 시녀를 불렀다.

 

  “폐하께서는 아침을 드셨나?”

  “네?”

  “왜 자꾸 여러 번 묻지?”

 

  현이 지그시 쳐다보자 시녀가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녀는 우물쭈물 대답했다.

 

  “네. 아침은 이미 드셨고 곧 있으면 점심을 드실 시간이옵니다.”

  “……폐하께 올라가는 식사에는.”

 

  현이 잠시 망설였다. 이런 말을 하는 스스로가 우스웠다.

 

  “독에 대한 검사를 하고 있는가?”

  “네. 음식이 전하께 가기 전에 짐승에게 미리 음식을 먹여봅니다.”

 

  현은 짐승에게는 듣지 않으면서 사람에게는 듣는 독을 열 가지도 넘게 댈 수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현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현은 애써 못마땅한 마음을 내리눌렀다. 황제의 곁에 바보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어련히 알아서 잘 할 것이다. 그의 생사를 자신이 불안해 할 이유는 없다.

 

  현은 포크를 들었다. 익숙하지 않아 손놀림이 불편했다. 이리저리 쥐어보다 현은 음식들을 하나씩 먹어보았다. 쌀은 버석거렸고 생선은 싱싱했고 고기는 부드러웠고 과일은 환상적이었다. 꿈에서 먹는 건데 이렇게 맛있을 수가 있구나. 우습다. 연인에게 칼을 맞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도 못하고 꿈속에 들어온 건지 미친 건지 알 수도 없는데 여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을 먹고 맛있다고 느낄 수 있구나.

 

  시녀들은 자기들끼리 수다를 떨면서 노느라 현은 안중에도 없었다. 짧은 팔로 애를 써가며 밥을 먹다 말고 현이 포크질을 멈추었다.

 

  “전하께서 어제는 홀로 주무셨다면서?”

  “그럴 만도 하시지. 아세라가 이렇게 어린 아이인데.”

  “머지않아 온 대륙에 소문이 날 거야. 이번 아세라가 아이라고.”

  “제국의 위신이 땅으로 떨어지겠구나.”

 

  댕댕댕. 현이 포크를 들어 유리잔을 쳤다. 시녀들이 말을 뚝 멈추고 훼방꾼 보듯 현을 보았다.

 

  “치워라.”

 

  현이 자연스레 명령했다. 시녀들이 군말 없이 식탁을 치웠다. 현은 그 중 한 명을 불렀다.

 

  “제피로스라는 자를 아느냐?”

  “제피로스 벤토수스 백작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가 전하의 호위를 하고 있는 자라면 맞다.”

  “네. 제국에 사는 자라면 코흘리개도 그 이름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건 현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온 나라에 제의 이름을 모르는 자가 없었다. 이것은 혹 운명인가? 현은 꿈속에서 단 한 번도 제와 비슷한 자를 본 적이 없었다. 제피로스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본 것이었다.

 

  “그가 전하의 호위기사가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송구하옵니다만 황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것은 알지 못합니다.”

  “그럼 알만한 자를 불러라.”

 

  시녀는 불만스러운 얼굴을 숨기지 않으며 뒤로 물러났다. 곧이어 시녀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시녀를 데려왔다.

 

  “아세라를 뵙습니다.”

  “제피로스 벤토수스가 전하의 호위기사가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

  “전하께서 황태자가 되셨을 때부터입니다.”

 

  현이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제가 현의 호위기사가 된 것도 현이 황태자가 되고 나서부터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현은 그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단 말인가. 그가 처음부터 존재한 자였는가? 아니면 자신이 이 세계로 들어오면서 새롭게 생겨난 존재인가? 현은 그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만약 이것이 운명이라면, 늘 그래왔듯 자신의 운명대로 그의 운명이 흘러간다면 그는 제의 손에 죽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그 자가 전하를 배신할 가능성이 있는가?”

  “……그것은.”

  “잘 모르는 게로군.”

  “……송구합니다.”

  “알만한 자를 데려와라.”

  “예.”

 

  그녀는 자신의 말에 허리를 숙이고 곧바로 물러났다. 자신에게 배정된 시녀보다는 확실히 교육이 잘 된 시녀였다. 상전의 말에 토를 달지도 않았고 다시 되묻지도 않았다. 하긴, 자신의 나라였다면 일단 황제의 뒷얘기를 하는 것과 상전 앞에서 제멋대로 떠든다는 것에서부터 재판 없이 사형이었다.

 

  현은 그 이후로도 시녀 넷을 물렸다. 현의 방 안에 있던 시녀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세라를 뵙습니다.”

 

  이번에는 시종이었다. 그는 ‘시종의 얼굴’을 하고 있는 자였다. 시종이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한 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현은 여섯 번째로 물었다.

 

  “제피로스 벤토수스는 어떤 자인가?”

  “제피로스 백작님의 어떤 것을 알고 싶으신 것입니까?”

 

  이 자는 진짜구나. 이 자라면 현이 알고자 하는 것에 대한 정보를 알고 있을 것이다. 현은 멀뚱하게 일렬로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시녀들에게 말했다.

 

  “나가라.”

  “네?”

 

  한 시녀가 대놓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의 앞에 서 있는 시종이 무서운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자 시녀들은 그제야 나갔다. 현은 문이 닫히는 걸 확인한 뒤 시종을 보았다. 시종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따로 듣는 이가 없다는 뜻이었다.

 

  “제피로스 벤토수스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보아라.”

  “제피로스 벤토수스는 벤토수스 남작가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나 뛰어난 검술 실력으로 황제 폐하의 호위기사가 되었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벤토수스 남작으로 승격되었고 얼마 전에 백작의 지위를 받았습니다.”

 

  시종은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꼽힐만한 몇 가지를 얘기하였으나 전부 말한 것은 아니었다. 제는 예부시랑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고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갖고 있었으나 아비가 고작 예부시랑이고 그마저도 다섯째라 빛을 보지 못했다. 다만 그 검술 실력만은 유명하여 현이 황태자가 되었을 때 자신을 조롱하고자 아버지가 제를 자신의 호위기사로 임명한 것이었다. 제는 전쟁터에서 자신과 함께 적을 도륙하고 다니며 그 공을 인정받아 용혜군의 대장이 되었고 후에는 자신의 연인이라는 이유로 유례없는 출세 가도를 달렸다. 이 시종은 그 이야기 중 가장 대외적인 것만을 말했을 뿐이었다.

 

  “그가 전하를 배신할 확률이 있다고 보는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시종은 아주 단호했다. 명백히 진심이 느껴지는 문장이었다.

 

  “어째서?”

  “제피로스 백작의 가장 큰 지지 기반이 전하께 있기 때문입니다.”

 

  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은 이유가 되지 않았다.

 

  “전하께서 그와 연인 관계를 맺고 있는가?”

  “예?”

 

  줄곧 침착하던 시종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시종은 황당하다는 얼굴로 현을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원래의 얼굴로 돌아와 침착하게 현의 말을 부정했다.

 

  “절대로 아닙니다.”

  “확실한가?”

  “네.”

 

  시종이 단호하게 대답했지만 현은 여전히 못미더운 얼굴이었다. 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현의 작은 몸이 불룩 솟았다가 가라앉았다.

 

  “알겠네. 나가보게.”

  “아세라께서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시종이 입을 열었다. 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 나라에서는 원래 시종이 이리 건방진 것인가, 아니면 내가 어린 아이의 모습이라 함부로 대하는 것인가? 현의 통통한 볼이 불만스럽게 움직였지만 시종을 막지는 않았다.

 

  “아세라께서는 자신에 대해서는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훗.”

 

  현의 한쪽 입꼬리가 비뚜름하게 올라갔다. 순수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 백치 같은 얼굴로 비웃는 모습이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아세라가 무엇인지, 자신이 누구인지, 왜 낮과 밤의 모습이 다른지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현은 손을 휘휘 저었다.

 

  “나가라.”

 

  시종은 더는 묻지 않고 허리를 숙인 뒤 물러났다. 예전 황제가 쓰던 방이었던 문을 닫은 뒤 시종이 눈짓하자 시녀들이 다시 방 안으로 우르르 들어갔다. 시종은 시녀들이 내는 왁자지껄한 소리를 뒤로 하고 점점 멀어졌다. 시종은 하이레스에서 나와 메디에타스를 지나 레늄으로 들어갔다. 지엄한 황제가 사는 그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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