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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방랑자들(Wanderers)
작가 : 나그네쥐J
작품등록일 : 2016.8.22

(마크 트웨인 '왕자와 거지' 원작)외모 뿐만이 아니라 나이와 생일도 똑같은 잉글랜드의 두 소년. 하지만 한 명은 매일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왕궁 탈출 시도를 하는 사고뭉치 왕자로, 다른 한 명은 왕자가 되어보는 것이 소원인 거지 소년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은 요크에서 서로를 만나게 되고 옷을 바꿔입게 되는데...3개월 동안 그들에게 벌어질 일들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은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게 될까?

 
2. 변화
작성일 : 16-09-01 21:45     조회 : 401     추천 : 0     분량 : 8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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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자의 1286번째 탈출 실패 일주일 후, 잉글랜드 요크의 활쏘기 경기장.

 

 이곳에서는 중세의 전설적인 영웅 ‘로빈 후드’와 같은 활쏘기의 명수를 뽑기 위한 ‘로빈 후드 대회’가 펼쳐지고 있었다.

 

 대회를 구경 온 많은 사람들 중에서는 런던 왕실이 대회를 관전한다는 소식을 듣고 왕자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신난 제리도 있었다.

 

 태어나서 단 한번도 요크를 벗어난 적이 없었고 가끔 런던 왕실이 요크로 찾아오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밀려 왕자가 쓴 모자의 장식조차 보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뛰쳐나온 결과, 맨 앞 자리에서 다른 이들보다 왕자의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좋단 말인가! 제리의 가슴은 설렘으로 두근거렸고 부풀어 오를대로 부풀어 올라 곧 터져도 무방할 정도였다.

 

 '왕자님은 어떤 사람이실까?', '신부님 말씀대로 나와 똑같이 생겼을까?'등 수많은 궁금증들이 머릿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왕자를 만날 수 있다는 설렘에 비하면 집에 갔을 때 아버지에게 거친 욕설을 들으며 얻어맞는 것 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는 평소의 꼬질꼬질한 누더기 대신 낡고 허름하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옷들 중 가장 좋은 옷인 흰 셔츠와 체크무늬 멜빵바지를 입고서 관중석의 맨 앞에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물론 왕자는 별 신경도 안 쓰겠지만) 만약 왕자가 자신을 봤을 때 더러운 거지 놈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했기 때문이었다.

 

 '언제 시작하지?'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시작하지 않자 그는 초초해졌다. 평소 인내심이 많아 오랫동안 기다리더라도 아무렇지 않은 그였지만 이번만큼은 도저히 그 많은 인내심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어느새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던 수많은 궁금증들은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변해 있었다.

 

 "오늘따라 엄청 늦게 시작하는 것 같네∙∙∙∙∙∙.”

 

 그 순간이었다. 경쾌한 나팔 소리가 대회의 시작을 알리며 대회의 참가자들과 요크의 루카리스 공작이 한 명씩 차례대로 걸어 나왔다.

 

 잠시 후, 루카리스 공작의 옆에 텔레포트 홀-이전에 연결해놓은 장소들 간의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게 해주는 마법의 매개체-이 생성되더니 국왕과 왕비, 바셀론 공작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렸던 왕자가 등장했다.

 

 왕자는 깃털 장식이 달려 있는 붉은 모자를 쓴 채 루비가 반짝이는 금빛 브로치가 달려있는 붉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모자와 같은 장식과 색깔의 신발을 신고 마지막으로는 더 붉은 빛깔의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제리는 왕자를 보자마자 뒤통수를 얻어 맞은 것처럼 머리가 멍해졌다. 확실히 신부님의 말씀대로 그는 자신과 똑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화려한 옷차림 때문인지 자신의 눈이 환상을 일으킨 건지 그는 고귀하고 아름다운 아우라를 잔뜩 내뿜고 있었다. 자신은 절대로 가질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아우라를 말이다.

 

 왕자는 자신의 상상보다도 훨씬 더 아름답고 이상적인 소년이었다. 뭔가 불만스러운 듯 찡그린 표정만 아니었으면 천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대회 참가자들이 아무리 뛰어난 활쏘기 실력을 뽐내며 흥미진진한 경기를 이어나가도 제리의 두 눈동자는 오직 왕자의 모습만을 담고 있었다.

 

 

 한편, 자신과 똑같이 생긴 소년이 자신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왕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경기를 보는 둥 마는 둥 했다.

 

 매년 똑같은 형식으로 반복되는데도 불구하고 왜 자신을 제외하고는 다들 재미있어 하는지 모를 대회에, 딱히 눈에 띄는 참가자도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양 옆에 앉은 삼촌들이 짜증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다.

 

 왼쪽에 앉은 바셀론은 이 사람이 우승할 것 같고 저 사람은 꼴찌를 할 것 같다는 등 쓸데없이 말을 걸며 귀찮게 하고 오른쪽에 앉은 루카리스는 우울한 분위기를 잔뜩 풍기고 기분 나쁘게 자꾸 힐끔거리며 쳐다보다가 자신이 똑바로 쳐다보기라도 하면 고개를 확 하고 돌아버리고는 얼굴을 붉혔다.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그는 빨리 대회가 끝난 다음에 런던으로 돌아가 좋아하는 푸딩이나 먹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

 

 

 한참 후, 드디어 길고 길었던 경기가 끝났다. 우승은 맨체스터에서 온 조지 레런트라는 젊은 청년이 차지했다. 국왕이 조지와 악수를 하고 나서 시상을 했고 사람들은 조지를 향해 열렬한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이제 왕자가 우승자의 화살을 쏘는 세레모니를 하면 대회가 마무리 되는 것이었다. 조금만 있으면 끝난다고 생각하니 왕자의 표정이 한결 나아졌다.

 

 왕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우승자인 조지 레런트에게서 활과 화살을 받고 과녁 앞에 섰다. 그리고 활을 최대한 당기고 나서 두 눈을 깜빡이니 오렌지 빛이었던 눈동자가 에메랄드 빛으로 변하고 투시 능력이 발휘되었다. 능력을 발휘하니 멀찍이 떨어져 있는 과녁이 왕자에게는 바로 앞에서 보는 것처럼 가깝게 보였다.

 

 그가 화살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자 화살은 재빠른 속도로 날아가 과녁의 정가운데를 맞췄다. 며칠 전부터 밤새도록 연습한 보람이 있는 깔끔한 한 방이었다.

 

 사람들은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쳤고 왕자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관중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 순간 왕자는 무언가를 보고 크게 놀란 듯 눈이 동그래지고 커진 상태로 얼어붙었다. 관중들은 의아해하며 수군거리거나 무언가 있나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왕자가 놀란 건 다름 아닌 제리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왕자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제리를 봤을 때, 처음에는 자신이 환영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자신을 열렬하게 바라보는 그의 두 눈동자에 그가 환영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그가 환영이었다면 저렇게 생기 있고 반짝이는 눈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자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밀려왔고 그 공포감에 온 몸이 사로잡혀 그대로 굳어버린 것이었다.

 

 왕자가 말도 없이 계속 서 있자 걱정된 바셀론과 루카리스가 거의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조금 더 빨랐던 바셀론이 먼저 왕자에게로 달려가 그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감싸고는 그에게 물었다.

 

 "왕자님, 괜찮으십니까?"

 

 "……."

 

 "왕자님?"

 

 "……."

 

 "왕자님!"

 

 드디어 정신을 차린 듯 왕자가 입을 열었다.

 

 "……바셀론 삼촌?"

 

 "무슨 일이라도 있으세요? 괜찮습니까?"

 

 "아뇨…아무것도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왕자는 조지에게로 가 우승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활과 화살을 돌려주고 나서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가는 내내 그는 고개를 돌려 관중들-정확히는 관중들 사이에 있는 제리-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어…그럼 이것으로 이번 로빈 후드 대회는 막을 내리겠습니다!"

 

 진행자의 말에 어리둥절하던 관중들은 박수과 환호성을 질렀고 그렇게 이번 로빈 후드 대회는 끝이 났다.

 

 

 대회가 끝나자 참가자들과 관중들은 모두 경기장을 떠나고 있었고 런던 왕실은 루카리스 공작의 배웅을 받으며 텔레포트 홀을 통해 런던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어느새 왕자의 투시 능력이 사리지면서 에메랄드 빛의 눈동자는 오렌지 빛으로 되돌아와 있었다.

 

 바셀론 공작까지 들어간 후에 마지막으로 왕자가 들어갈 차례가 다가왔다.

 

 그런데 왕자는 안절부절 못하며 자신의 몸을 더듬거리더니 갑자기 크게 소리를 질렀다.

 

 "내 브로치! 내 브로치가 도대체 어디로 갔지?!"

 

 그의 말에 제 갈 길을 가던 많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아! 그건 어머님께서 만들어주신 것인데!"

 

 왕자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탄식하더니 허둥지둥 무릎을 꿇고 잔디밭을 더듬거리며 기어 다녔다.

 

 "왕자님께서 브로치를 잃어버리셨나봐!"

 

 "브로치? 무슨 브로치?"

 

 "왜 그 붉은 보석 같은 것이 박혀 있는 브로치를 달고 계셨잖아."

 

 그러자 몇몇 사람들이 그를 따라 잔디밭을 더듬거리며 기어 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점점 많은 사람들이 왕자를 도와 잔디밭을 더듬거리며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루카리스 공작은 그 행동이 품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은 했지만 왕자를 돕기 위해 사람들과 함께 했다.

 

 경기장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이 왕자의 브로치를 찾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반대편에서 오는 상대로 이마를 박기도 하고 이미 여러 번 다녀온 길을 또 가기도 하는 사태가 연달아서 일어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리도 사람들을 따라 무릎을 꿇고 잔디밭을 더듬은 채 이리 저리 기어 다니다 어느새 다른 사람들과는 멀찍이 떨어지게 되었는데,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이봐."

 

 제리가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다름 아닌 왕자가 자신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왕, 왕자님?!"

 

 신이 오늘 미쳤나? 왜 그동안 잠자코 있다가 오늘 갑자기 그토록 보고 싶었던 왕자를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해주고 그가 자신에게 말을 걸고 미소를 지어주는 축복과도 같은 행복을 연달아 내려주는지 모르겠다.

 

 "쉿, 목소리를 낮춰라. 누군가 들으면 곤란하니까."

 

 제리가 화들짝 놀라자 왕자는 손가락을 그의 입술에 갖다 대며 말했다.

 

 "넌 잠시 나와 자리를 옮겨서 얘기 좀 해야겠다."

 

 "네? 저, 저랑요?"

 

 "그래, 너랑."

 

 "저랑 무슨 얘기를…그리고 지금은 왕자님의 브로치를 찾아야 되는 거 아닌가요?"

 

 "브로치는 나중에 찾아도 좋다. 지금은 이게 더 급하니까."

 

 "하지만…"

 

 "명령이다, 지금 당장 날 따라오도록."

 

 왕자의 단호하게 한 마디를 하고서 무릎을 털고 자리에서 일어나 걸어갔고 제리는 어쩔 줄 몰라 가만히 있었다.

 

 "뭐하는 것이냐? 따라오라니까? 빨리!"

 

 왕자가 뒤돌아서 얼굴을 찡그리며 이리 오라고 손짓하자 제리는 하는 수 없이 무릎을 털고 일어나 그를 따라갔다. 그러다 제리의 걸음이 느리다고 생각한 건지 왕자는 그의 팔을 거칠게 잡고서 어딘가로 뛰어갔다.

 

 

 한참 후, 그들은 경기장 근처에 있는 거리의 후미진 골목으로 빠르게 들어갔다.

 

 "여기 정도면 되겠지?"

 

 왕자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괜찮은지 안심했다.

 

 “왕자님…."

 

 "응?"

 

 "저랑 할 얘기가 도대체 무엇이죠?"

 

 "잘 들어라."

 

 도대체 이런 곳까지 데려와서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걸까? 왕자의 표정이 진지해지자 제리는 그가 뭔가 엄청난 말을 할 것이라고 직감하고는 긴장했다.

 

 "우리 옷 바꿔 입자."

 

 “……네?”

 

 “옷을 바꿔 입자는 말이다.”

 

 그의 날벼락 같은 한 마디에 제리는 너무 놀라 마치 물고기처럼 입만 뻐끔거렸다.

 

 ‘지금 이게 무슨 해괴한 소리야?!’

 

 “왜, 왜 옷을 바꿔 입자고 그러시는데요?”

 

 “그래야 내가 탈출하고 나서도 잡히지 않을 테니까. 보다시피 우리 둘, 똑같이 생겼지 않느냐?”

 

 이게 무슨! 지금 나에게 탈출을 도우라고 하는 건가! 당당함을 넘어 뻔뻔한 그의 말에 제리는 더 어이가 없어졌다.

 

 “그건 안돼요!”

 

 “왜?”

 

 “그거야 말도 안 되는 일이니까요! 옷을 바꿔 입으면 사람들은 왕자님을 저로 알 것이고 저는…….”

 

 왕자로 아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기적이라도 일어났으면 싶은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이렇게 생각하니 제리는 의기소침해져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왕자는 그런 제리의 생각을 얼굴 표정을 통해 꿰뚫어 보고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그를 떠보았다.

 

 “너, 단 한번이라도 왕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한 적 없느냐? 아님 나처럼 살고 싶다거나.”

 

 “매일 그렇죠…뭐.”

 

 “그래? 그런데 지금 그걸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았느냐?”

 

 왕자는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갔다.

 

 “잘 생각해보거라, 난 왕궁을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를 원하고 넌 왕자가 되기를 원하고 있다. 옷을 바꿔 입는다면 서로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고. 그럼 둘 다 좋은 거 아닌가? 물론 갑자기 사라졌으니 네가 나 대신 런던으로 돌아가면 아버지한테 엄청 혼나고 그 지겹고 지겨운 생각의자에 앉아 반성문을 쓰게 되겠지만 그것 빼고는 들키지만 않는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리고 난 평생 왕궁을 떠나지는 않을 것이다. 잉글랜드 전역을 여행한 후에는 다시 돌아올 생각이라고. 그래, 내 생일에 돌아오는 것이 좋겠구나.”

 

 “생일이라면 10월 26일 말인가요?”

 

 “그래, 한 3개월 뒤인가? 아, 아니면 네 생일에 돌아올까? 네 생일이 언제지?”

 

 “저도 같은 날이에요.”

 

 왕자는 놀란 듯 토끼 같은 눈을 하다 미소를 짓고 제리의 두 손을 잡았다.

 

 “생김새뿐만이 아니라 생일까지 같다니! 우리는 정말 운명인지도 모르겠구나!”

 

 왕자의 얼굴을 코앞에서 보니 그의 고귀하고 아름다운 아우라가 더 짙어지는 것 같았다, 그의 아우라에 숨이 막혀 죽어버릴 정도로.

 

 갑자기 그는 슬픈 표정을 짓더니 눈을 빛내며 아이가 어리광을 부리듯 간곡하게 말했다.

 

 “제발 부탁이다. 내 평생의 소원이야. 제발, 응?”

 

 ‘귀, 귀여워!’

 

 “…네….”

 

 “아, 아니요! 안 됩니다!”

 

 자신도 모르게 그의 초롱초롱한 눈동자에 빠져들어 그가 원하는 대답을 한 후, 깜짝 놀라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는 도리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응? 네라고?”

 

 “아뇨! 안 됩니다!”

 

 “어라? 난 네라고 말하는 것밖에 안 들리는데? 그럼 승낙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왕자는 능청스럽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아니, 전…!”

 

 “시간 없으니까 빨리 갈아 입자구나. 곧 루카리스 삼촌의 호위병들이 날 찾으러 올 것이야.”

 

 왕자는 더 이상 제리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멋대로 모자와 망토를 벗어 제리에게 얹어주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진짜!’

 

 제리는 마음 속으로 절규했지만 왕자는 기분이 좋은 듯 계속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잠시 후, 둘은 서로의 옷을 바꿔 입은 상태가 되었다. 하지만 둘이 워낙 똑같은 외모를 가진 탓에 그 누구도 옷을 바꿔 입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였다.

 

 “오, 전혀 티가 나지 않는구나! 생각보다 훨씬 더 괜찮은데?”

 

 왕자가 제리의 모습을 보고는 감탄하며 말했다.

 

 “진짜 괜찮은 거 맞나요?”

 

 “괜찮다, 괜찮다. 들키지만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니까.”

 

 아직도 걱정스러워하는 제리에게 왕자는 한 손으로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안심시켜 주었다.

 

 “아, 이걸 빼먹었구나.”

 

 왕자는 제리의 바지 주머니를 뒤적이더니 무언가를 꺼내 제리의 오른쪽 가슴에 달아주었다. 그건 바로 왕자가 잃어버렸다고 난리를 쳤던, 그래서 루카리스 공작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잔디밭을 더듬거리며 찾고 있었던 루비 브로치였다!

 

 “이, 이거 잃어버리신 거 아니었어요?!”

 

 “아니, 처음부터 내가 가지고 있었는데?”

 

 “그럼 왜 잃어버리셨다고 거짓말을 하셨어요! 아, 설마?!”

 

 왕자는 그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저 멀리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혹시 여기서 왕자님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벌써 여기까지 왔군.’

 

 “그런 사소한 것은 신경 쓰지 말거라.”

 

 그러면서 왕자는 제리를 툭 쳐서 밀어냈다. 제리는 자신도 모르게 몸이 기우뚱해지며 중심을 잡으려고 애를 쓰다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

 

 “이게 지금 무슨…!”

 

 “어, 왕자님이시다!”

 

 왕자를 찾던 호위병들과 대화를 나누던 남자가 제리를 보고는 크게 소리쳤다. 그 바람에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호위병들도 그를 발견하게 되었다.

 

 “왕자님이다!”

 

 “왕자님이 저기 계신다!”

 

 “잡아라!”

 

 말을 탄 호위병들이 무서운 속도로 자신을 쫓아오자 두려움을 느낀 제리는 사람들 사이를 헤쳐가며 자신도 모르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정신 없는 추격전이 시작된 것이었다. 그 탓에 거리는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었다.

 

 한편, 왕자는 이 상황을 여유롭게 지켜보고 있다가 호위병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조심스레 한 발짝 앞으로 나갔다.

 

 평소 같았으면 사람들이 그를 보고 난리를 치겠지만 지금은 낡고 허름한 흰 셔츠와 체크무늬 멜빵을 입은 꼬맹이에 불과한지라 사람들은 아무도 그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자 왕자의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마치 파도처럼 밀려와 몸을 어찌하지 못했다. 아, 이 날을 얼마나 기다리고 고대해왔는가! 드디어 1287번째 탈출 시도가 이렇게 성공하는 것이었다!

 

 오늘따라 자신의 몸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햇빛을 비춰주는 태양도, 흰 구름이 넘실거리는 푸른 하늘도, 살짝 불어오는 바람도, 명랑한 노래를 지저귀며 날아가는 작은 새들도 그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이 그의 탈출을 축복해주는 것만 같았고 그 때문에 모든 것이 사랑스러워 보였다.

 

 탈출을 하기 전에는 이것 저것 계획을 세우며 ‘탈출에 성공하면 하고 싶은 일들’이라는 나름의 리스트를 남몰래 준비해두었지만 막상 탈출에 성공하고나니 마치 머릿속이 깨끗하게 지워진 것처럼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지금은 탈출에 성공했다는 기쁨을 마음껏 즐기면 되는 것이고 나중에라도 생각이 나면 그 때 그것을 차례대로 시도해나가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단 발걸음을 이끄는대로 걸어가며 요크 시내를 둘러보자고 결정했다.

 

 런던의 '사고뭉치 왕자'는 이렇게 자유로운 소년 '에스테반 테이비르 에델린'으로서의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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