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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에 관한 여섯 가지 필름
작가 : 이류수
작품등록일 : 2017.11.6

입방정 저주의 유전자를 타고난 그녀에게 한 남자의 6색 사랑이 몰려온다…… 인생 최대의 소란이자 변수.이것은 저주일까, 행운일까?

 
제 16화. 내 마음의 지킬과 하이드
작성일 : 17-12-01 09:37     조회 : 314     추천 : 0     분량 : 4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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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부장님, 연말 이벤트 건 때문에 보고드릴 게 있어요.”

 “그걸 왜 연연 씨가 보고하죠?”

 “네?”

 “윤 팀장은 뭐 하고 자기 일을 연연 씨한테 시키느냔 거죠.”

 

 연연이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지난번 편집회의 때 새로 업무 분장된 일인데요. 연말 이벤트는 제가 담당하기로 했잖아요.”

 “그, 그랬나요?”

 “본부장님, 잠깐 드릴 말씀이 있어요.”

 “사적인 얘기라면 그만 둡시다.”

 

 그녀의 얼굴이 미세하게 일그러져갔다. 변수는 노트북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시종일관 그녀의 눈길을 피했다.

 

 “사적인 거지만 필요하다면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새된 음성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래요. 어디 한번 들어봅시다.”

 

 찬바람을 실은 그의 건조한 어조에 그녀의 기세도 한풀 꺾였다.

 

 “딱히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요즘 우리 사이가 조금은 발전했다고 느꼈거든요.”

 “우리라니요? 그거 혹시 연연 씨랑 저를 말하는 겁니까?”

 “당연히 그렇죠.”

 “첫째, 연연 씨와 전 직장 동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따라서 ‘우리 사이’란 표현은 듣기 거북하네요. 둘째, 연연 씨도 알 거예요. 진소란 씨. 제가 현재 사랑하는 사람이죠. 평생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러니까 우리 사이가 발전했네 어쩌네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이군요.”

 

 그녀의 얼굴이 푸른빛으로 변해갔다. 맞선 자리에서 단번에 거절당한 이후 오랜만에 맛보는 굴욕감이었다. 폭탄을 끌어안은 듯 육중한 무언가가 그녀의 가슴을 내리눌렀다.

 

 “꼭 그런 식으로…… 본부장님이 이런 분이신 줄 몰랐네요.”

 “네. 저 원래 이런 사람입니다. 맞선 때 겪었던 일인데 그새 잊었나 보죠?”

 

 그녀가 얼굴을 감싸 쥔 채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변수의 긴 호흡이 이어졌다. 너무 심했나? 하지만 이 방법밖엔 없었다. 자신에게는 오직 소란뿐임을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던가.

 

 ***

 

 “뭐 그딴 병원이 다 있냐?”

 

 손으로 연신 부채질을 해대며 다정이 열을 올렸다.

 

 “과정은 좀 그랬지만 결과적으론 잘 됐잖아.”

 “야, 우리가 그동안 마음 졸인 건 생각 안 해? 이거 정신적 피해보상 받아야 돼.”

 “됐어.”

 “되긴 뭐가 돼. 나 진짜 못 참아.”

 

 주문한 음식에 머리카락 한 올이 나와도, 배송된 물건에 눈곱만한 스크래치만 있어도 참지 못하는 그녀였다. 하물며 이 정도 상황이라면 법적 대응까지 가고도 남았다.

 

 “근데 변수 씨한텐 어떻게 얘기하지?”

 “그러게. 여기 일 다 팽개치고 미국까지 가려고 했던 사람인데.”

 “그 사람한테 왜 자꾸 미안한 일만 생기는지 모르겠다.”

 

 검사 결과가 바뀌었다는 통보를 받고 가장 먼저 떠오른 건 그였다. 불행이 백배 천배가 된다 해도 함께 나눠지겠다던 그이지 않던가. 그런 그에게 실은 아무 일도 아니었노라 전할 생각을 하니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소란 씨. 저희 부모님이 주말에 잠깐 보자고 하세요. 미국 가는 문제 때문에 얘기하실 게 있으신가 봐요. 부담되는 거 아니죠?』

 

 그의 조심스런 메시지를 보고 소란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다정아, 나 정말 어떡하지?”

 “와, 일이 점점 커지네.”

 “안 아프고 멀쩡하면 분명 좋은 건데 내 기분은 왜 이러냐.”

 

 상황이 자꾸만 꼬여가고 있었다. 암 선고를 받았을 때보다 소란의 가슴은 더 날뛰었다.

 

 “말 안 하고 모른 척 하면 어때?”

 “뭐? 말도 안 돼.”

 “확진 결과 통보를 좀 미룬다고 생각하면 돼지. 누가 알아? 이참에 청혼까지 받게 될지.”

 

 말도 안 된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소란의 귀가 솔깃해진 건 사실이었다. 일단 민망한 상황부터 유예시키고 싶었다. 그가 정말 청혼을 할지 궁금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정말 그래도 될까?”

 

 ***

 

 “형을 집행하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순상 나리, 소인 청이 하나 있사옵니다.”

 “말하거라.”

 “소인의 형을 집행한 뒤 언호와 한 무덤에 묻어주소서. 소인의 소원은 오로지 그것뿐이옵니다.”

 

 세종 10년, 경상도 관찰사 형장에는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다. 명망 높은 진 씨 가문의 규수인 단아가 교수형을 당하는 모습을 구경하려는 것이었다.

 

 “쯧쯧, 어쩌다 사대부 아씨가 천한 노비랑 정분이 났대.”

 “꽃다운 열아홉에 저런 화를 당하다니.”

 

 단아는 자신의 집 사노인 언호와 금지된 사랑을 했다.

 

 “아씨, 우리는 사랑을 하면 아니 됩니다. 양반의 딸은 사노와 혼인할 수 없게 금지되어 있다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나는 하늘이 무너져도 너를 버릴 수 없다. 죽음이 우릴 갈라놓는다 해도 난 필시 너와 함께할 것이다.”

 

 두 사람은 결국 혼례를 올렸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을 피해 숨어 지내야만 했다. 두 사람의 사랑을 하늘이 시기한 걸까. 양반의 딸과 천민의 혼인을 누군가 관아에 고했고, 절대 헤어질 수 없다며 맞선 두 사람은 끝내 처형되기에 이르렀다.

 

 “우리 집안 저주 스토리 중 제일 슬프다.”

 “그 놈의 사랑이 뭐라고.”

 “죽어서도 함께하고 싶은 사랑이 흔치는 않을 거야.”

 “진단아 조상님 키워드는 ‘영원한 사랑’인가? 아니면 ‘죽음도 가르지 못한 사랑’?”

 

 미련과 소란은 씁쓸한 저주 스토리에 절로 숙연해졌다.

 

 “소란아, 너한테 고백할 거 있다.”

 “뭔데?”

 “훈남 오빠 만났어.”

 

 미련의 얼굴이 수줍은 소녀마냥 발그레해졌다.

 

 “어떻게?”

 “출판사 사람들이랑 같이 여기로 찾아왔더라고.”

 

 며칠 전 언뜻 스친 낯익은 얼굴이 그였구나.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훈훈한 ‘교회 오빠’ 분위기를 풍기던 그. 미련의 ‘미련’이 괜한 것만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어땠어?”

 

 미련은 말없이 웃어보였다.

 

 “뭐야, 그 웃음의 의미는?”

 “여전히 멋있더라.”

 “고모를 기억해?”

 “기억하다 뿐이니?”

 

 놀라운 일이었다. 그 역시 첫사랑의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니.

 

 “앞으로 어쩔 건데?”

 “곧 출국한대.”

 “그래서?”

 “모르지. 우리가 어떻게 될지는.”

 “그게 다야?”

 

 미련의 끝을 달릴 기세이던 그녀의 입에서 의외의 담담함이 풍겨 나왔다.

 

 “어떻게 될진 모르지만 이번만큼은 원 없이 노력해 볼 거야.”

 “오호.”

 “책 내고 나서 이쪽 로펌 제의를 많이 받았나 봐. 진지하게 생각 중이래.”

 

 그녀의 얼굴이 만개한 봄날의 꽃처럼 해사해졌다. 첫사랑의 불씨를 살려낸 게 저리도 좋을까.

 

 “최 본부장한테 밥이라도 사야겠어. 따지고 보면 다 그 사람 덕이잖니.”

 “아니야, 그럴 거 없어.”

 “너 때문에 도와준 거긴 하지만 사람이 도리는 챙겨야지. 조만간 약속 잡아.”

 “아니야, 진짜 됐다니까.”

 

 소란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그녀의 눈이 일시에 커졌다.

 

 “왜 소릴 지르고 그래? 또 무슨 일 있어?”

 “아, 아니야.”

 

 검사 결과에 대한 통보도, 그가 예약해둔 재검사도 은근슬쩍 미루고 있는 상황이었다.

 

 “뭐? 말도 안 돼. 너 왜 사람을 고문하니?”

 “고문?”

 “그렇잖아. 그 사람 계속 피 말리고 있잖아. 나중에라도 알면 용서하기 힘들 텐데.”

 “그럴까? 그렇겠지?”

 

 하루에도 몇 번씩 말해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무언가가 자꾸만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그가 정말로 모든 것을 접고 떠날 수 있을까. 진정 자신에게 모든 걸 걸 수 있을까. 미혹과 의심이 움틀 때마다 자꾸만 그를 시험해 보고픈 기분이 들었다.

 

 지킬과 하이드가 따로 없었다. 양립할 수 없는 두 마음이 한 사람을 향할 경우 문제는 더욱 꼬여가기 마련.

 

 소란은 자꾸만 읊조렸다.

 

 “오래 가진 않을 거야.”

 

 ***

 

 북한산이 훤히 내다보이는 거실은 소박하지만 어딘지 고풍스러운 데가 있었다. 더없이 정갈하고 단아한 인테리어가 소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얘기 들었어요. 많이 아프다고요.”

 “아, 네.”

 “애 아빤 갑자기 일본 출장을 가게 됐어요. 소란 씨 얼굴 많이 보고 싶어 했는데.”

 “나중에 따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래요. 우리 애가 고지식한 데가 있어서 누구한테 마음 주면 쉽게 변하질 않죠.”

 

 그의 엄마는 세련된 커리어 우먼보다는 우아한 중년 부인의 느낌이 강했다.

 

 “소란 씨 얘길 갑작스럽게 들어서 사실 좀 당황스러웠죠.”

 “네.”

 “저 애 고집을 꺾긴 힘들 거라 결론 내렸어요. 이왕 미국으로 갈 거면 결혼을 하고 가면 어떨까 싶어요.”

 “네? 결혼이요?”

 

 청혼을 뜻하지 않은 데서 받게 될 줄이야. 두 마음 사이에서 고민하긴 했지만, 막상 ‘결혼’이란 단어 앞에선 좀처럼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촉박한 감은 있지만 몸이 안 좋다고 하니 상황 맞춰 하면 되겠다 싶어요. 간단하게 식 올리고 가서 마음 편히 치료 받는 게 낫잖아요. 제 동생이 미국에서 꽤 유능한 의사니까 치료받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그게 저는…….”

 

 아차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애당초 여기까지 오는 게 아니었다. 그의 마음을 시험해보겠다고 양가 어른들까지 기만할 수는 없었다. 지금이라도 사실을 말해야 하는 걸까.

 

 “엄마, 소란 씨 너무 오래 잡고 있으면 안 돼요. 틈 날 때마다 쉬어야 한다고요.”

 “그래, 알았어.”

 

 그가 소란을 일으켰다.

 

 “데려다 줄게요.”

 “괜찮은데.”

 

 자신의 손을 잡고 현관을 나서는 그의 뒷모습에 소란은 갑자기 울컥했다. 더 이상은 안 돼!

 

 “변수 씨!”

 “네.”

 

 그가 소란의 어깨를 살포시 감쌌다. 따스한 온기가 온몸 가득 퍼져나갔다.

 

 “할 말이 있어요.”

 

 

 《인간의 의식이라는 자궁 속에서 너무 다른 선악의 쌍둥이가 한 탯줄에 묶여서 투쟁해야 한다니, 이건 인류에게 내려진 가혹한 형벌이 아닌가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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