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예수는 이때 미처 깨닫지 못했다.
아니,
설령 예수가 성인이 되었다 한들...
그 미래를 알아챌 수 있었을 까?
혹,
알아챘다고 한들.....
과연 예수는 그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였을까...
......
예수는 문을 열고 들어온 남자를 쳐다보았다.
‘우와... 이렇게 든든한 분이 내 보좌를 맡는다니..’
롱기누스는 흔히 요즘 말로 남자답게 생겼다는
정의가 딱 어울리는 짙은 톤의 피부를 가진 남성이다.
신장의 키와 체중 역시 우수한 마초랄까?
그는 의문 짙은 표정으로 칼에게 여쭸다.
“칼님. 요 꼬마가 예수입니까?”
“응. 앞으로 네가 예수를 돌보아줬으면 하는데.
나와 콜롬버스는 미뤄둔 일이 꽤 있어서 말이야.“
“잠깐만.
먼저, 칼님. 감히 이야기를 끊어 죄송합니다.
이봐, 롱기누스.
그분은 비록 인간의 피가 섞였다만
누가 뭐라고 하던 12 뉴게이트의 혈통을 이어받은
위대한 분이시다.“
“하하..”
칼은 웃음으로 이 상황을 타개하려 했다.
“그래?
뉴게이트 피가 정말로 이어졌다면
아무리 인간의 피를 품었다고 한들
우리보다 우수한 촉수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인데.
아니지, 촉수는 됐고.
우리 아이젠보다도 더 월등한 뇌를 가지고 있을 것이야.“
콜롬버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래.
네가 지켜보면 알 것이다.
그러니 말을 높이고 모시도록 해.“
“콜롬버스.
넌 어릴 적부터 너무 사무적인 성격이었지.
그래서 칼님을 보좌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내가 알아서 하도록 할 테니
넌 이 일에서 그만 신경끄도록 해.“
짝 -
칼이 박수를 한번 쳐냈다.
“방금 너희 둘의 다툼은
나와 뉴게이트에 대한
지나친 충성심이 불러온 것으로
알고 넘어가도록 하지.
그리고 콜롬버스.
이미 롱기누스에게 맡겼으니
우리도 그만 손 떼자고.“
“예. 알겠습니다. 칼님.”
“칼님이 이 롱기누스에게 내려주신
배려 결과로 보답하겠습니다.“
“그래그래. 수고해줘.”
예수는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일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음...여긴 내가 끼어들 자리가 아닌 것 같아.’
“예수야.”
“네!”
독백 중 이었던 예수는 칼의 물음에 흠칫 놀래며 대답했다.
“한동안 너를 맞이하지 못할 것 같구나.
하지만, 이것만은 꼭 기억해두렴.
너의 속 깊은 곳엔
뉴게이트들만의 특별한 힘이 잠재되어 있어.
그 힘은 나뭇가지로 산도 베어낼 수 있을 만큼
대단한 힘이며, 뉴게이트들로 출처된 세포와 유전자들은
너를 올바르고 굳센 지도자로 만들어 줄 것이다.“
“예...알겠어요. 칼님.”
“콜롬버스. 이만 우린 자릴 뜨도록 하자.”
“예.”
예수는 경우 없는 몇 분이 지나가고,
정리되지 않은 머릿속을 애써 정리하며
옆에 서서 자신을 감시하듯 살펴보는
롱기누스의 시선을 외면하기란..
어린 예수에겐 불가피할 만큼 어려웠다.
‘당분간 눈치를 보며 생활하겠구나..’
속으로 한숨 한숨 쉬고 있는 예수였다.
아무리 뉴게이트의 혈통을 이어받고
칼의 격려를 받았다고 하지만,
인간의 피가 반이나 섞인 존재였으며
무엇보다 아직 새파랗게 어린 예수는
감정이란 것이 부실하게 공사된 성이었던 것이다.
롱기누스도 사뭇 느꼈을 것이다.
아직... 이 예수라는 존재가 많이 어리다는 것을.
‘칼님은 왜 이런 철부지를 내게 맡긴 것이지?’
예수라는 존재에 한참 의심을 품게 되었을 때,
미처 눈치 채지 못한 주변의 페로몬이 느껴진다.
‘응?’
롱기누스는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피고
다시 예수가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주변에 확실히 칼님은 안계신다.
하지만, 이 페로몬은....
설마.. 이 꼬마가 내뿜는 것인가?‘
롱기누스는 예수를 다시금 살펴보았다.
그제서야 아차! 한다.
‘이럴 수가...
아직 유년기에 불과한 이 아이에게
칼님과 똑같은 페로몬이 나오고 있다니..
확실히 보통은 아니구나.
저 어린 나이에 최상위 아이젠보다
더 깊은 능력을 품고 있다니..‘
이 생각을 마치고,
발을 두 번 쯤 동동 굴리자
롱기누스는 또 한번 깨닫는다.
‘그렇구나.
칼님은 이 아이의 잠재력을
내게 깨워내라고 하신거야.‘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어린 예수가
자칫 불쌍하게 여겨진 롱기누스는
예수에게 말을 건넨다.
‘그래.. 아직 어린 아이야.
내가 위협을 줄 필요는 없지.‘
“꼬마야.”
“네..”
왠지 풀이 죽은 대답이 돌아왔다.
“넌 기쁘지도 않은 것이냐.
아이젠은 이 세계관에서 최상위 생물이고
넌 그런 아이젠 종족 중에서도
최고들이 가진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그런가요..?
저, 기뻐해야 하는 거예요?“
“슬퍼하는 것보다야
기뻐하는 게 맞을 거야.
남들은 너처럼 되기 위해
수없이 많은 살생을 행하지.
하지만, 그 정도 경지는
아무리 남의 피와 살을 깎아도
닿지 못하는 경우가 99이상이란다.“
“그렇군요...
제가 조금 더 살아서
더 많은 것을 바라보고
더 많은 것을 느껴보고
이 세계의 흐름을 직시하면
그땐 기뻐할 수 있을까요?“
롱기누스는 생각했다.
‘확실히 평범한 인간과는 다르군.
생각하는 폼은 뭐, 태양의 민족 수준이잖아?‘
“글쎄... 유감스럽게도
나는 너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인간인 적이 없기 때문이야.
뭐, 가끔은 콜롬버스처럼
인간의 감정까지도 흡수한 놈들이 있긴 해.
그가 너의 입장을 이해하는 이유도
감정을 흡수한 몇 되지 않는 아이젠 중 하나이기 때문이야.“
“그럼 슬퍼하진 않아도, 제가 당장 기뻐하진 못할 것 같아요.“
롱기누스가 답을 하려 하자,
예수는 대답할 틈도 없이 이어 말을 뱉기 시작했다.
“휴... 저는 제가 이렇게 태어나길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니에요.
하지만, 칼님이 그러셨어요.
제가 가진 능력은 남들과는 다르다고.
정말 남들에겐 미안하지만,
다른 누구와도 비교되지 않는 능력이 있다고 했어요.“
“뭐 유전자적 이론으론 확실히 그럴 테지.”
“하지만... 전 언젠가 인간들에게
평화와 희망을 주는 지도자가 되어야 해요.
이쯤되면, 그런 사람이 되고 싶기도 하고요.
콜롬버스님과 롱기누스님이 칼님을 따르는 것 보면..
이미 칼님은 훌륭한 지도자이신 것 같아요.“
“그 질문에 대해선
감히 부정할 수가 없구나.
칼님이 뉴게이트가 아니라
평범한 아이젠 종족이라 할지언정
저런 그릇을 가진 자라면
충분히 지도자를 해도 된다고 느끼니까.“
“롱기누스님, 인간은 많아요..
제가 이 사람들을 정말 다스릴 수 있을까요?
칼님과 같이.. 올바른 지도자가 될 수 있을까요?“
롱기누스는 약간 한심한 듯 미간을 찡그렸다.
“확실히 너에겐 재능과 능력이 있어.
그건 뉴게이트가 아닌 나조차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칼님이 네 입장이었다면...
그분은 너와 같은 고민을 할 시간에 이미 온 동네 꼬마들이라도 모아
병정놀이라도 하며 대장역할을 맡아 체험해보고 계셨을 것이다.“
예수는 이때 롱기누스의 한마디에 비수를 꼽힌 듯
신선한 충격을 받으며 분명히 느꼈다..
롱기누스는 분명 자신에게 좋은 스승이 될 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