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그대를 적시는 강이 되어
작가 : 홍계피
작품등록일 : 2017.11.1

용맹한 여인 평강과 비루한 사내 온달이 있었다. 그들은 신분부터 하늘과 땅차이인 존재, 그러나 유연한 붉은 실은 그것에 괘념치 않았다. 사부와 제자의 관계로 둘의 연은 시작되었고, 전쟁이라는 소용돌이에 붉은 실은 꽃피우지 못하고 시들어버렸다.
그것이 안타까웠던 것일까, 짝을 잃은 울부짖음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그들의 운명의 실은 서로를 놓지 않은 것인지, 희미한 자국으로나마 다음 생으로 옮겨 붙었다.
실의 자국이 어떤 색을 띠고, 그들의 연을 이어 갈런지.

 
02. 붉은 실을 따라
작성일 : 17-11-30 22:10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535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02.

 

 

  한 나라의 왕이자, 네 명의 자식을 둔 아버지의 앞에서 투쟁을 마치고 제 방으로 돌아온 평강은 다급하게 짐을 싸기 시작했다.

 

  외모에서 보여지 듯, 자신의 피는 아버지에게서 꽤 진하게 물려받았다. 그러니 그의 다음 행동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분명히 아버지는 곧 충격을 이겨내고 자신을 잡으러 올 것이다. 그 전에 필요한 것을 챙겨서 궁을 떠나야했다.

 

  ‘아마, 시작은 여행이 되겠지. 정착할 곳을 찾기 전에는 끝없이 옮겨 다니게 될 것이야. 또한 공주를 포기한 이상, 내 스스로가 마련한 것들로 챙겨가야겠지. 그러면 필요한 것이......’

 

  처음으로 혼자서 궁궐 밖을 나서는 평강은 기대감과 두려움에 몸에 전율이 흐르는 듯 했다. 덕분에 그녀의 손은 신중하면서도 빠르게 움직이며 짐을 챙기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문밖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긴장으로 방의 공기가 차갑게 식었다.

 

  ‘.......원이 오라버니를 보내신 건가?’

 

  평강은 머리를 잘랐던 단검을 다시 꺼내서 단단히 손에 쥐고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평강아!!!!!!!”

 

  평강의 예상대로 쿵쾅거리는 발소리는 그녀의 방문 앞에서 멈췄고, 그녀의 이름을 힘차게 부르며 근육질의 남자가 뛰어 들어왔다. 그녀의 둘째 오라버니인, 원이였다.

 

  평강은 얼굴을 확인하는 동시에 그의 눈 쪽으로 단검을 던졌고, 원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가뿐하게 단검을 피했다. 표적을 잃은 단도는 무서운 기세로 날아서 원이 뒤쪽 복도 벽에 박혔다.

 

  “악! 너 또!! 왜 내가 들어오면 자꾸 단검을 던지는 것이냐!!”

 

  “하- 몇 번을 말씀 드렸잖습니까, 오라버니. 저는 오라버니의 면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치민다고 말입니다.”

 

  평강이 환하게 웃으며 ‘오라버니’에게 한 치의 걸러냄 없는 냉혹한 사실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한, 두 번 듣는 말이 아닌지, 원은 싱글싱글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오라버니께서 저를 잡으셔도 저의 결정은 변함이 없사옵니다.”

 

  “결정? 그런 건 모르겠고, 가서 칼칼한 국물에다가 국수나 좀 말아오너라. 너는 다른 건 못해도 국수는 잘 끓이지 않느냐.”

 

  당연히 자신을 잡으러 온 줄 알았던 오라비의 뜬금없는 이야기에 평강은 이마를 구기며 그에게 물었다.

 

  “.......허, 그걸 시키려고 지금 이때 찾아오신 겁니까?”

 

  “그렇지. 내 지금 막 훈련이 끝나 매우 피로하니, 빠르게 부탁하......”

 

  콰앙-

 

  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번에는 창문의 부셔지면서 검은 옷을 입은 사내가 평강의 방에 화려하게 날아들며 등장했다. 그는 단숨에 평강의 오라버니인 원의 목에 단검을 가져다대더니, 복면을 벗으며 입을 열었다.

 

  “내 것이 먼저다, 평강”

 

  “.......두 오라버니는 제 방 창문을 또 부시셨군요. 제발 문으로 다니라고 부탁드리지 않았습니까!”

 

  평강이 이마를 더욱 구기며 소리쳤음에도 창문으로 등장한 이는 당당하게 자신의 취향을 밝히는 것에만 연연하고 있었다.

 

  “나는 매운 것이 싫다, 평강.”

 

  “악! 너희는 왜 틈만 나면 나한테 단검질이야!”

 

  복면 안에서 나온 얼굴은 먼저 들어온 오라버니, 원과 똑같은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고, 같은 면상 두 개와 마주한 평강은 자신의 분노가 크게 솟는 것을 느껴졌다. 아니, 막내 여동생이 짐을 싸서 나가겠다는데, 잡기는커녕 국수나 끓여오라니. 아니지, 저 한량들은 자신이 집을 나간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듯 했다.

 

  “어? 근데 너 머리가 왜 그러느냐?”

 

  “.......안 된다, 원아. 머리카락 자르니, 남동생 같다는 생각 말해선 안 된다.”

 

  “크크킄큭 너도 같은 생각했냐? 내 동생이지만, 정말 잘생겼네. 훤칠하고.”

 

  나름의 난을 일으키고 바쁘게 짐을 싸며 출가 준비를 하는 동생을 놀리기만 하는, 참으로도 현실적인 오라버니라는 것들 모습에 평강은 점점 자제력을 잃기 시작했다. 그러나 눈치는 국수 말아 먹은 지 오래인 원과 두는 평강의 분노를 깨닫지 못하고 계속 떠들고 있었다.

 

  “그만 놀려라, 원아. 사실을 말함으로써 상처를 입을 수 있다. 사람은 약하다.”

 

  “두야, 너 웃음 참느라고 이마가 구겨진 거 다보이거든?”

 

  이쯤 되고나니, 평강은 오라비고 잣이고 물어죽일 기세로 똑같이 생긴 두 면상을 노려봤다. 그럼에도 히히덕거리는 둘의 태도에 결국 터져버린 평강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덤비십시오. 이 똥물에 튀겨서 바삭하게 씹어 먹을 오라비들아.”

 

  이 무서운 욕을 출발신호로 삼아서 두 사내는 너, 나 할 것 없이 방밖으로 뛰기 시작했다. 원이는 자신이 열고 들어온 문으로, 두는 그 옆의 창문을 부수고 뛰쳐나가서 열심히 뛰었다. 그들은 자신의 막내 동생이 화가 나면 얼마나 또x이 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살기위해서 달리고 또 달렸다.

 

  평강은 자신이 방금 전에 던진 단검을 벽에서 빼내고는 그들 뒤를 따랐다. 한참동안 본궁 쪽으로 뛰어가던 쌍둥이의 앞에는 안타깝게도 막다른 골목이 모습을 들어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누구의 것인지 모를 독백을 시작으로 쌍둥이는 벽에 등을 바짝 기대고 서서 떨리는 목소리로 평강을 진정시키기 위한 말들을 내뱉었다.

 

  “아악- 평강아, 말..말로 하자, 오라버니가 잘못 했다. 한 번만 용서해다오. 너 안 잘생겼다. 머리 잘라도 전혀 안 잘생겼어!”

 

  뇌까지 근육질인 오라버니, 원이가 말했다.

 

  “난 칼칼하게 먹어도 된다, 평강. 그...그러니까 일단 진정을.....”

 

  이어서 머릿속까지 깜깜한, 검은 옷의 오라버니, 두가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했는지 국수타령을 하며 벌벌 떨었다.

 

  하지만 화를 풀 라고 한 말인지, 더 열 받도록 하는 말인지 모를 아무 말 잔치에 더욱 화가 난 평강은 웃으면서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평강의 뒤에서 상냥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평강아! 집을 나간다는 것이 참말인 것이냐?”

 

  갑자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평강은 자세와 표정을 고치더니, 뒤를 돌아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부드러운 목소리의 주인공은 첫째 오라버니인 빈이었다. 앞선 쌍둥이 오라버니가 남자다운 굵직한 선을 지녔다면, 첫째인 빈은 중성적인 선에 오묘한 매력이 흐르는 사내였다.

 

  빈은 평강에게 다가서며 엄한 말투로 그녀를 꾸짖기 시작했지만, 실상 상냥한 것은 매 한가지었다.

 

  “어찌하여 이 오라비에게 아무런 언질 없이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냐!”

 

  “그.. 그것이.....”

 

  “내가 너에게 그리도 믿음을 주지 못한 것이냐?”

 

  “아..아니옵니다! 다만.”

 

  원과 두를 대할 때와는 다르게 평강은 우물 쭈물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평강을 한참 내려다보던 빈은, 언제 화를 냈냐는 듯이 다정하게 웃으며 손을 뻗었다. 그의 고운 손이 평강의 짧은 머리카락을 안타깝게 쓰다듬었다. 그 어머니와도 같은 따뜻한 손길에 평강의 눈에는 참고 있던 서러움의 물이 차올랐다.

 

  ‘그 윤기 나는 머리카락을 아무렇게나 잘라버릴 정도의 각오인 것이냐, 평강아.’

 

  한참동안 평강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빈은 뒤의 호위무사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기다렸다는 듯이 봇짐 하나를 들고 건넸다.

 

  “이 착하고 여린 동생이 그런 결정을 하기 까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꼬.”

 

  아무리 건장한 체격을 지닌 평강이라도 빈의 눈에는 연약하고 어린, 지켜야할 동생이었다. 그녀가 아직도 장수가 되겠다는 것에서 어린 시절의 ‘그날’이 아직도 마음 속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빈은 생각했다.

 

  “일단 지금은 아바마마께서 군사를 대동하여 오시는 중이니, 이걸 들고 궁궐을 떠나도록 해라.”

 

  빈은 평강에게 봇짐을 쥐어주며 말했다.

 

  “오.... 오라버니.”

 

  빈을 바라보는 평강의 눈에서 한줄기 짠물이 흘러 내렸다. 그게 마음이 아픈지 빈이는 씨익- 웃으면서 아직은 흐르지 않은 평강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네가 울면 이 오라비가 너를 못 보낼 것 같으니, 얼른 뚝 그치 거라! 장차 장수가 될 아이가 이런 일에 눈물을 흘리면 쓰겠느냐.”

 

  빈의 말에 평강은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눈꼬리에 차올랐던 눈물 한 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평강은 그 눈물을 황급히 소매로 쓱쓱 문지르며 다짐하듯 말했다.

 

  “.......예, 꼭 오라버니께서 자랑스러워하실 장수가 되겠나이다.”

 

  그러나 둘의 이야기가 길어지기도 전에, 군사가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고, 평강은 빠르게 어둠 속에 숨더니 궁궐 밖으로 향했다. 그 뒤를 원이 따르려고 하자, 빈이 막아섰다.

 

  “형님! 지금 이게 무슨.....!!”

 

  “이 나라의 태자로서 명한다. 저 아이를 그냥 놔두거라.”

 

  “형님!”

 

  원이 흥분하여 소리치자, 빈은 눈을 질끈 감을 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분위기 파악이 빠른 두는 원이가 빈의 말을 무시하고 평강을 따르기 전에 그를 속박했다.

 

  “두야, 놔라! 지금 형님이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저 여린 것이 궁궐 밖으로 나가서 무슨 짓을 당할지 모른단 말이다! 놔! 나라도 잡으러 가야겠으니까!”

 

  그러나 두는 원을 놓기는커녕 뒷목을 쳐서 기절시켜버렸다. 원이 축 늘어지자, 두는 그를 어깨에 짊어지고는 한참동안 빈의 등을 바라봤다. 바닥에 내려놓을 수도 있지만, 그는 꿋꿋이 무거운 원을 어깨에 짊어지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의 말투가 매끄러운 것이, 많은 생각을 하고 입 밖으로 꺼낸 듯 했다.

 

  “형님, 저는 형님이 하신 일은 언제나 신용합니다. 그렇기에 말린 것입니다, 원이를. 하지만 이번에는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무려, 평강이가 공주가 아니게 되는 일입니다!”

 

  “두야, 잘 생각해 보거라.”

 

  “무엇을 말입니까?”

 

  “우리는 현재 공주를 잃었지만, 동생을 지킨 것이다.”

 

  두는 뒤돌아 있는 빈의 어깨가 떨리는 것을 보고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언제나 냉정하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빈이었다. 그런 빈의 등이 마치 우는 이의 뒷모습처럼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형님....?”

 

  두가 빈을 부르고 한참이 흐르고서야, 빈의 어깨가 진정되는 것이 보였다. 그때까지 두는 빈을 기다려줬다. 곧 바람이 나뭇잎을 흔드는 소리를 뚫고 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인들 걱정이 안 되겠느냐. 허나, 장수가 되고 싶다지 않느냐. 꿈이 있다고 하지 않느냐. 모든 걸 버려도 될 만큼, 그 꿈을 이루고 싶다하지 않느냐.”

 

  빈은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뒤를 돌아 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붉게 충혈 되어있었다.

 

  “운명이라는 거친 강물을 홀로 거슬러 오르겠다는데, 오라비라는 것이 뒤에서 발판이 되어주지는 못할망정, 주저앉힌다면 평강이는 누구에게 털어놓고 의지할 수 있겠느냐.”

 

  “형...형님...”

 

  “나 또한 그 아이와 같은 용기가 있었더라면, 그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두야. 그랬더라면, 내가 평강이와 같이 용감했더라면....... 그 아이가 아직 내 옆에 있을 것이 아니겠느냐, 그렇지 않느냐.”

 

  빈은 평강이가 떠나간 하늘을 바라보며 한 줄기 눈물을 흘렸다. 그런 빈을 바라보는 두 또한 마음이 뭉클했다.

 

  ‘승재야, 내가 잘한 것이겠지?’

 

  빈이 가슴 속 깊은 곳에 묻어놓은 ‘그 아이’에게 속삭이자, 바람이 그의 얼굴을 따스하게 감싸 안았다. 마치,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는 듯이.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홍계피입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 02. 붉은 실을 따라 2017 / 11 / 30 213 0 5356   
1 01. 유연하게 헤엄치는. 2017 / 11 / 30 376 0 6663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