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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따뜻한 날, 봄 시, 벚꽃 분
작가 : 쌍둥이자리
작품등록일 : 2017.11.29

26살 진호와 지선이 그리고 인터섹슈얼인 유아. 20대 청춘의 막바지. 꿈이 있었는지 망각하며 살아가고, 더는 느끼지 못 할 것 같던 설렘과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3명. 투닥거리지만 토닥여주고 힘들면 서로에게 기댈 수 있기에 청춘을 버텨나간다. 어렸을 적 따뜻한 봄 벚꽃이 피는 날에 만나 26살 따뜻한 봄 벚꽃이 피어 난 후 1년간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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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30 21:23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8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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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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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대학을 졸업하였고 제대로 된 직장에 취직하지 못했다. 물론 대학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구석진 지방 공대를 나왔다. 졸업 한 뒤 돈은 벌어야겠다고 생각하여 물류운송 쪽에 취직을 했지만 말은 계약직이지 택배 상하차 아르바이트와 별 다를게 없는 직업이다. 유아와 지선이는 같은 대학교를 갔었다. 유아는 부모님을 닮아 공부를 잘하여 의대로 갔었다. 그리고 지선이는 디자인과로 갔었다. 하지만 유아는 적성에 맞지 않아 중퇴하였고, 지선이는 졸업 한 뒤 어린이집 교사를 하고 있다. 유아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병원 사무직으로 취직하였다. 우리 모두 변변치 않은 삶을 살아갔다. 유아와 지선이는 같이 살았고 지선이는 집 앞에 어린이집을 다녔다. 나는 두 여자의 집으로부터 걸어서 3분 거리에 버스 한 정거장도 안 되는 곳에서 살았다. 유아와 지선이의 집은 투룸이다. 꽤나 커서 방 두 개에 거실도 있었다. 그래서 자주 유아와 지선이 집에서 놀고 자고 갔다. 물론 난 거실에서 잤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았다. 나는 거실 소파에서 잤다. 이 소파는 유아의 부모님이 집에서 버린다고 하여 가져온 것이다. 어렸을 적 우리가 유아의 사실을 앉아 들었던 그 소파이기도 하다. 유아가 일어났는지 소파에서 자고 있는 나를 깨웠다. 물론 곱게 깨운게 아니라 한발로 자고 있는 나를 툭툭 치며 깨웠다.

 “야, 야 일어나 출근 안해?”

 “으으... 아... 몇신데...”

  우린 전날 술을 많이 마셨다. 아, 이건 동창회가 지나고 난 일이다.

 “9시 돼가. 너 오늘 9시 반 출근 아니야?”

 “진호야 그럼 우리 먼저 간다?”

  술기운에 못 일어나고 있을 때 지선이가 장난치며 말했다. 나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봤고 시간은 진짜 9시가 다 되어갔다.

 “.... 응?... 헉 씨... 뭐야!!”

  나는 놀라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으며 유아와 지선이를 봤다. 그런데 유아와 지선이는 이미 출근 준비를 모두 마치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니, 야!! 뭐야 너네만 준비 다하고.”

  지선이가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미안 미안... 우리도 서둘러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당.”

 “아니 나는 안 보여 내가 백수야? 아이 씨...”

 “야 그니까 너희 집에서 자야지. 여자들 사는 곳에서 같이 씻으려고 했어?”

  유아가 입이 나온 상태로 말했다. 나는 소파에서 일어나 주섬주섬 내 짐을 챙기고 겉옷을 챙겼다. 이미 출근 준비는 글렀고 나는 바로 출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유아는

 “얼른 준비해서 가. 나갈 때 문단속 잘 하시고요.”

  웬수다 저건... 나는 애들과 같이 허겁지겁 나왔다. 머리는 떡이 지고 입에서는 술 냄새가 났다. 우리 셋은 출근을 하러 집을 나섰다. 유아는 길에서 나에게 또 한마디를 했다.

 “야 입은 닦고 나와라. 민폐 아니야?”

 “야... 조용히 해라 넌 잡종이라 때릴 수 있다.”

  유아가 웃으며 다시 받아쳤다.

 “얼씨구? 너 나한테 싸움 지잖아?”

 “너 친구 맞아?”

  그러더니 옆에 있던 지선이가 말했다.

 “에이 둘 다 그러지 말고... 진호야 저 큰 길 편의점에서 내가 1회용 칫솔이랑 치약 사줄 테니까 회사 가서 이만이라도 닦아.”

  역시 지선이는 착하다. 너밖에 없다.

 “야 돈도 없으면서 너가 뭘 산다고 그래... 그리고 내가 쟤꺼 칫솔 챙겨왔어. 야 넌 칫솔 좀 우리 집에 두지 마 칫솔 통에 칫솔이 3개잖아.”

  넌 왜 잘 있는 내 칫솔을 챙겨왔냐... 유아는 나에게 내 칫솔을 내밀었다. 나는 칫솔을 받았다.

 “진호야 내가 치약이라도 사줄까?”

  지선이가 말했다.

 “됐어. 그냥 내가 회사 앞 편의점에서 살게.”

  나는 대답했다. 그렇게 내 입 청결에 대해 말할 때 갈림길이 나왔다. 지선이의 직장과 유아와 나의 직장 방향은 달랐다. 지선이는 우리에게 인사하며 헤어졌다. 그리고 유아와 나는 버스정류장으로 다시 걸었다. 우린 버스정류장에 다다랐고 유아와 나는 다른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회사에 도착했고 나는 서둘러 편의점에서 치약을 사들고 회사로 갔다. 회사 화장실에서 이를 닦고 있을 때 우리 조 팀장님이 들어오셨다.

 “진호야, 노숙하다 왔냐? 꼴이 왜이래?”

  팀장님은 못마땅하신 듯 혀를 차셨다. 나는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나는 또 하루를 보냈다.

  “수고하셨습니다.”

  이곳에서 나는 막내다. 8시 30분에 나는 선배들과 퇴근을 하였다. 나는 버스를 기다렸고 핸드폰을 들여다봤다.

 [ㅇㅇ세탁소입니다. 맡겨두신 고객님의 세탁물 세탁이 완료되었으니 찾아가주세요.]

  맞다. 양복 맡겼지... 저번에 취업박람회 갔을 때 입고 가고 맡겼다가 못 찾아 간 것이다. 나는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세탁소로 갔다. 세탁소 사장님이 가게 마감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문을 열고 말했다.

 “안녕하세요. 옷 찾으러 왔는데요.”

 “아~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김진호요.”

  사장님은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뒤 옷을 가지고 나오셨다.

 “양복 5000원입니다.”

  지갑을 열어보니 2000원만 있다. 나는 체크카드를 꺼내어 드렸다. 결제를 완료하고 가게 문을 나왔다. 한손에는 양복을 들고 집으로 갔다. 집 앞에 오게 됐고 우편함에 뭐가 꽂혀있었다. 우편함을 열고 우편물을 확인 해 보니 공과금이었다. 전기요금이 나왔고 금액을 확인해보았다.

 “만... 삼천... 하...”

  한숨이 나왔다. 요번 달에 가스요금도 만원대가 나왔고, 핸드폰 요금 34000원, 방값 40에, 교통비 주마다 만오천원씩, 식비 음... 이렇게 생각하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월 110만원에 아득바득 살아간다. 저 우편함에는 편지도 안 오는데 왜 우편함인건가... 그냥 공과함이라고 하는게 낫겠다. 예전에는 집배원을 보면 반갑다고 하던데 지금은 안 오셨으면 한다. 요즘은 택배기사 분들을 더 환영한다. 이런 잡생각을 하고 혼자 중얼거리며 밥을 차렸다. 반찬은 유아네에서 싸온 먹다 남은 치즈닭갈비를 데웠다. 그렇게 혼자 앉아 밥을 다 먹고 씻고 나서 1인용 내 침대에 누웠다. 핸드폰을 열고 내 통장 잔액을 체크 해봤다.

 ‘음...일, 십, 백, 천, 만, 십? 다시다시... 일, 십, 백, 천, 만, 십...만...’

  484210원? 다 어디 갔을까? 분명 저것들이랑 술 마실 때 안 내고 텼는데... 그리고 나는 전에 약속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았다. 그러니까 선배 만났을 때는 돈을 조금 썼다. 그리고 친구가 오랜만에 와서 간단하게 마셨고, 유아 지선이 저것들이랑은 먹고 튀었고, 동창회 때 좀 냈지... 그리고 회식... 그리고... 친구... 많이 썼네... 이럴 때마다 인간관계도 끊고 싶다. 아니다... 내가 술을 끊자...

  그런데 이번 달 돈 나갈 곳에 돈을 다 못주게 된다. 큰일이다. 월급은 다음 달 중순이다. 지금은 말일이니까, 보름 좀 넘게 남았다. 그때 전화가 왔다. 유아다.

 “진호야 지선이가, 그... 지선이가 뜨거워...”

  유아의 목소리가 다급해 보였다.

 “뭔데? 지선이가 왜?”

 “지선이가 울고 열도 많이 나고...막...아파해...”

  유아도 울고 있었다.

 “알았어. 괜찮아. 진정하고 내가 구급차 불러줄게. 구급차가 먼저 오면 먼저 타고 가고, 일단 나도 집으로 갈게.”

 “응 알았어 빨리 와.”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헐레벌떡 집을 나왔다. 그리고 유아와 지선이네 집으로 달렸다.

  다행히 지선이는 큰 병이 아니고 걱정도 안 해도 된단다. 일단 하루정도는 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했다. 우리가 서로 일을 나가기 때문에 아무래도 걱정되어 병원에서 치료 좀 더 받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침대에 누워 자고 있는 지선이를 보고 방을 나왔다. 유아는 복도 의자에 혼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자고 있었다. 내가 유아 옆에 앉자 유아는 잠에서 깨어 비몽사몽 나를 쳐다봤다.

 “집 가서 자자... 일어나.”

 “응...”

  우리는 병원에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갔다. 유아가 입을 열었다.

 “피곤하니까 우리 집에서 자고 가. 내가 내일 깨워 줄게.”

 “아니야. 그냥 난 내 집 갈게.”

  나는 거절 했다. 그런데 유아가 더 이상 말하기 피곤하다는 말투로 다시 말을 하였다.

 “아... 그냥 자고 가라면 자고 가”

  나는 대답 했다.

 “알았어...”

  우린 집에 들어 왔고 유아는 유아 방에서 나는 또 소파에 누웠고, 우리는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진호야 일어나”

  나는 또 잠에서 못 깨고 자고 있었다. 그때다 내 등짝으로 손바닥이 내리쳐졌다.

 “으악! 뭐야?”

 “아오 쫌 일어나라고!”

  유아는 화를 내며 나를 깨웠다. 그런 유아한테 쫄아서 나는 일어나게 되었다. 유아가 말했다.

 “야 얼른 너부터 씻어.”

 “아 너가 먼저 씻어...”

  나는 다시 누우려 했다. 그때 유아의 손이 올라간게 보였다.

 “알았어. 씻으러 갈게 좀 가라.”

  유아는 부엌에 가 냉장고 문을 열었다. 나는 엉거주춤 소파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고 씻고 나왔다. 그리고 순서를 바꿔 유아가 씻으러 갔다. 나는 머리를 말리고 부엌으로 오니 식탁에는 빵이 구워져 있었고 잼이 놓여있었다. 웬일이냐... 나는 빵을 집어 들고 아침을 먹었다. 나는 냉장고 문을 열었고 저번에 사다둔 오렌지 주스를 찾았다. 오렌지 주스가 보이지 않자 나는 한손에는 빵을 들고 욕실 앞에 서서 욕실 문을 발로 찼다.

 “야 오렌지 주스 어따뒀어?”

  그리고 유아의 욕이 들려왔다.

 “미친놈아 씻고 있잖아.”

 “아, 주스 어딨냐고?”

 “다 먹었어 좀 꺼져.”

  나는 아무 일 아닌 듯 다시 식탁에 앉아 빵을 먹었다. 그리고 유아가 나오고 빵을 먹고 있는 나의 뒤통수를 쳤다.

 “아! 뭐야...?”

  입에 빵을 물고 있어서 우물거리며 말을 했다. 갑작스러워 놀라고 유아를 황당하게 쳐다봤다.

 “너는 씻고 있는데 문을 왜 차!!”

 “아니 너가 씻는게 뭐?”

  나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너 남자야 난 여자고...”

  유아가 대답했다. 아... 맞다... 얘 여자였다...

 “미안... 아니 근데 왜 때려!!”

  나는 갑자기 화가 났다.

 “맞을만 하니까 그러지.”

  유아는 방으로 들어가 출근 준비를 했다. 나는 유아를 기다렸고... 좀 오래 기다렸다. 드디어 유아가 나오고 나가나 싶었는데 식탁에 앉았다. 식탁에 앉아, 서 있는 나를 보고 유아가 말했다.

 “뭐해? 시간 좀 남았어.”

 “어? 어 그러네...”

  나는 식탁에 같이 앉았다. 약간 삐딱한 자세로 앉아 유아에게 어제 일을 물었다.

 “어제 지선이 왜 그렇게 된거야?”

  유아는 빵을 먹으며 입을 열었다.

 “집에 왔는데 울고 있더라고... 무슨 일인가 지선이 방에 말하고 들어갔는데 지선이가 좀 너무 이상하다 싶어 봤더니 열이 많이 나더라고.”

  나는 유아의 말에 대답했다.

 “야 넌 의대 갔던 애 맞냐?”

 “2학년까지밖에 안 했다.”

  유아는 빵을 다 먹지 않고 남겼다. 우리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집을 나섰다. 출근길 나는 유아에게 말을 했다.

 “오늘 지선이 너가 데려와.”

 “응”

  그리고 별 다른 말은 안하고 우리는 각자 출근길로 갔다. 유아는 일이 끝나자마 지선이의 병원에 갔다고 한다.

  그날 우리 셋은 또 뭉쳐서 많은 술을 마셨다. 몸 생각해야 하지만 주당 셋이 모이면 어쩔 수 없나보다. 지선이는 술에 취해 먼저 잠에 들었고 우리는 새벽 공기를 마시러 산책을 나갔다. 그리고 유아는 나에게 병원에 있었던 일을 해주었다. 유아는 지선이가 있는 병실에 들어갔다고 한다. 지선이는 유아가 와도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고 한다.

 

  유아는 지선이게 말을 걸었다.

 “지선아 좀 어때? 오늘 퇴원할건데 아직도 아파?”

 “...”

  지선이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유아는 이상하다고 느꼈다. 평소 우리 앞에서는 솔직하고 명랑한 아이였다. 유아는 지선이에게 무슨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 유아는 지선이가 눕고 있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말을 걸었다.

 “지선아 무슨 일이야? 너 뭐 숨기고 있는 거 다 알아.”

  그리고 뒤돌아 누워 있는 지선이의 어깨에 유아는 손을 올렸다. 지선이는 마음이 돌아섰는지 천천히 유아를 향해 돌아누웠다. 지선이의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뭔데... 괜찮아 말해봐.”

  유아가 말했다. 그리고 지선이는 울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나 너무 힘들어.”

 “어느게 힘든데? 너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

  유아가 대답했다.

 “아니야, 나 그저께 너무 비참했어...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싸웠는데 부모님들이 찾아왔거든. 그런데 한 아이의 부모는 엄청 부자고 한 아이의 부모는 많이 못 살어. 우리는 싸운 아이들의 부모님들을 불렀지. 원 측에서 피해입기 싫어 가지고... 그런데 부자인 아이의 어머니가 먼저 찾아오셨어. 못사는 아이의 부모는 일 때문에 당장은 못 오시겠데.”

 “응 그래서?”

 “그래서 우리는 먼저 부자인 어머님께 cctv를 보여드렸어. 워낙 사고가 많은 아이였거든. 그때도 그 아이가 가만히 있는 아이한테 다가가 때리고 물건을 집어 던졌거든. 그리고 cctv를 보여드리는 그 장소에는 원장님이랑 나랑 어머님이랑 셋이 있었어. 그런데 어머님이 이제 더 이상 이런 일로 너무 귀찮으셨나봐. 자기는 이때를 준비 했다는 듯이 원장님이랑 나한테 봉투를 하나 씩 주셨어.”

 “봉투? 지금이 어느 때라고 무슨 봉투를 줘? 그래서 받았어?”

  유아는 지선이에게 물었고 지선이는 갑자기 머뭇거렸다. 그러다 지선이가 입을 열었다.

 “응... 나 받아버렸다? 한심하지? 봉투에는 30만원이 있었고 cctv를 지워 달래. 그리고 그 아이가 또 사고를 치면 돈을 보낼테니까 더 이상 부르지 말고 조용히 해결 해 달래. 나 한심하지? 바보 같지? 원장님이 먼저 받더라고. 그런데 난 받으면 안됐었는데... 왜 거기서 그걸 받았을까? 아이들을 모두 똑같이 봐줘야 되는데...”

  지선이는 더 많은 울음을 터트리기 시작했다.

 “나 어렸을 적에 너희 집에서 같이 살았잖아. 다행히 너희 부모님이 집값을 싸게 해 주시고 천천히 갚아도 된다 하셔서 지금 와서야 그 집값 다 갚아드렸는데... 그런데 빚이 또 있더라. 나 대학 간다고 가서, 공부도 안하고 졸업하고 나니까 대출금이 있더라고. 그것 말고도 아버지 빚이랑 동생도 대학 간다고 또 돈이 필요하더라? 아득바득 꾹 참고 갚아 왔는데... 어느 날 어린집에서 급여를 안줬어. 그래서 전화하니까 까먹었다고 재촉하지 말래. 그런데 나 거기서 일 한거잖아? 내가 열심히 일하고 내가 받아야 할 것들이잖아. 그런데 왜 죄송하다 그래야하고, 내 돈 받으면서 왜 감사하다며 받아야 돼? 이제 지칠 것 같아. 내가 원래 돈에 눈이 먼 사람인가 수십 번씩 생각하면서 너희들이랑 놀 때마다 돈 없어서 눈치 보고 항상 너희들한테 미안 해 하며... 나 더 이상 못하겠어...”

  지선이는 서럽게 울었고 유아는 그런 지선이를 안아주었다.

 “지선아 괜찮아... 잘해왔어... 너가 이렇게 나한테 말해줘서 너무 고마워... 이제 우리 집에 가자. 괜찮아... 잘했어...”

  유아는 지선이를 끌어안고 울면서 말했다.

 

  나는 유아의 얘기를 듣고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항상 밝고 명랑한 친구였다. 하지만 오늘은 왠지 지선이의 천진난만한 그 모습이 더 보고 싶어졌다. 나는 유아에게 물었다.

 “지선이는 아직도 우리가 좀 멀게 느껴지는 건가? 아니면 나는 남자고 너도 지금은 여자이지만 원래는 남자였던 것 때문에 털어놓지 못했던건가?”

  유아가 내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

 “아니지... 너 그거 알아? 지선이 스무 살 때 고민 있을 때마다 우리한테 다 물어봤잖아.”

  나는 유아의 말에 수긍했다.

 “그렇지... 지선이 아버님 회사에서 나오신 날에 자살 고민도 털어놨는데... 그러고 보면 요즘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면 매일 괜찮다고만 하잖아.”

  유아는 내 말에 다시 대답해줬다.

 “너 나한테 돈 빌릴 때, 내가 왜 너는 나한테 돈 받아 가냐고 물었었잖아. 그리고 너가 이제 부모님께 돈 빌려가기 죄송하다며?”

 “응 그랬지 그게 왜?”

 “너 부모님께 전화 와서 돈 필요하냐고 먼저 물어보시면 뭐라 해?”

  나는 유아의 말에 어리둥절하며 답했다.

 “괜찮다 하지.”

  그리고 걸음을 멈추고 유아가 나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 안 괜찮잖아? 근데 부모님께는 그 돈의 의미가 너에 대한 근황이잖아. 너도 그 의미를 알고 숨기는거고... 지선이도 마찬가지일거야. 스무 살 때는 우리가 친구여서 다 얘기했지만 지금은... 우리가 가족 같아서 숨기고 싶은 것 일거야. 그래서 가족들이 더 모른다잖아.”

  나는 유아의 말에 아무 말을 하지 못하였다. 사실이다. 가족들이 더 모른다. 아니 그게 날지도 모른다. 못난 아들 잘 되는 것만 보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지내냐는 말에는 잘 지낸다고 하고, 돈이 필요하냐고 그러면 필요 없다고, 그리고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면 없다고 답한다. 그런데 좋은 일이 생기고, 잘 된 일이 생기면 먼저 알리고 싶은게 부모님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마음이라도 아파하지 않으셨으면 하는게 내 마음이었다. 지금 지선이는 나와 같은 모습이다. 응어리지고 혼자 끙끙 앓면서 우리의 마음은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었다. 가족이었기 때문에...

  유아와 나는 집에 돌아오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다.

 “야 저번에 지선이가 닭갈비 엄청 많이 사왔잖아. 그럼 그거 그 돈으로 산건가?”

 “모르지...”

 

 ※

  한 여성이 일이 끝나고 집으로 퇴근을 하고 있다. 여성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많이 우울해 보인다. 여성의 손에는 하얀 봉투를 쥐고 있다. 봉투를 너무 세게 잡아 구겨짐이 심하다. 집으로 가고 있던 여성은 걸음을 멈추고 은행으로 들어갔다. 은행 문을 열고 번호표를 뽑고 여성의 번호가 되어 창구 쪽으로 걸어간다. 창구의 직원이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은행직원의 상냥한 미소와 대비되게, 여성은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이거 어린이재단에 기부해주세요.”

  여성이 쥐고 있던 봉투를 은행직원에게 건네어 준다. 은행직원은 구겨진 봉투를 열어보고 액수를 확인한다. 그리고 다시 여성에게 말한다.

 “어린이재단 종류가 많아서 그러는데, 어느 어린이재단 쪽으로 기부하고 싶으신 건가요?”

  은행직원의 물음에 여성은 말한다.

 “돈 없어서 기죽고 사는 아이들 있는 곳이요. 그런 곳에 해주시면 돼요.”

 “네?”

  은행직원은 여성의 말에 어리둥절 한다. 그리고 은행직원은 여성을 쳐다보았고 금방이라도 터져 나올듯한 여성의 눈을 보고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제 이름은 아니고 김지석으로 해주세요.”

  그리고 여성은 은행을 나온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그리고 그 여성은 닭갈비집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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