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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따뜻한 날, 봄 시, 벚꽃 분
작가 : 쌍둥이자리
작품등록일 : 2017.11.29

26살 진호와 지선이 그리고 인터섹슈얼인 유아. 20대 청춘의 막바지. 꿈이 있었는지 망각하며 살아가고, 더는 느끼지 못 할 것 같던 설렘과 과거를 숨기고 살아가는 3명. 투닥거리지만 토닥여주고 힘들면 서로에게 기댈 수 있기에 청춘을 버텨나간다. 어렸을 적 따뜻한 봄 벚꽃이 피는 날에 만나 26살 따뜻한 봄 벚꽃이 피어 난 후 1년간의 이야기.

 
프롤로그
작성일 : 17-11-30 21:20     조회 : 447     추천 : 0     분량 : 9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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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한 녀석이 술잔을 내밀며 말을 덧붙인다.

 “짠, 오랜만이다 애들아.”

 그리고 나까지 포함하여 8명 모두 잔을 내밀며 잔끼리 부딪힌다. 그 다음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다며 한마디씩 한다. 남자 5명 여자 3명이 모인 지금 이 모임은 중학교 3학년 모임이다. 이 모임이 생겨나게 된 것은 바로 저 녀석 때문이다. 저 녀석의 이름은 한태진이다. 학교 다니던 시절 반에 한두 명씩은 얼굴에 철판을 몇백 겹이나 깔고 다니는 녀석들이 꼭 있을 것이다. 그 친구가 바로 저 녀석이다.

  어느 날이었다. 나름 취직했다고 하지만 물류운송 쪽 막노동에 계약직으로 있는 나는 일을 마치고 퇴근 하고 있을 무렵 메신저 초대가 왔었다.

 [애들아 반갑다. 나 한태진인데 우리의 인연이 벌써 10주년이 되는 날이야.]

 ‘뭐야 이 미친놈은.’

  대화창을 멍하니 보고 나는 생각했었다. 대화 방 인원수는 27명이었다. 27명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왔는지 신기할 정도였었다. 그래도 중학교 3학년 때 총 인원은 30명이 넘었는데 다는 못 찾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태진이의 첫 대화 이외에는 한 시간 남짓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다 한명이 스타트를 끊어 주었다. 그 친구는 우리 반 반장이자 모범생이었던 김학수였다.

 [와 오랜만이다 태진아 잘 지내?]

  그리고 이제 봤다는 듯이 하나 둘 답을 하기 시작했다. 분명 눈치싸움 이거나 자존심 싸움이었다. 아니지? 걔네가 잘되고 잘살았으면 학수처럼 오히려 반갑게 답장을 먼저 했을 텐데 분명 나와 같이 살기 바쁘나 보다.

 [우와 오랜만이야.]

 [와 반갑다 애들아 뭐하고 지내 다들?]

  정말 반가운건지, 아니면 억지로라도 말은 해야 했는지 싶을 정도로 어색해보였었다. 그리고 태진이가 말을 했다.

 [애들아 30일 날 모이자. 마침 금요일이고 이제 26살의 마지막 해가 나는데...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인연의 10주년이 끝나갈려고 한다고!!]

  참... 앞뒤 없는 녀석이다. 애들도 난감했는지 조용했지만 이번엔 그 조용함이 꽤 긴 시간은 가지 않았다. 학수가 또 먼저 답을 해줬기 때문이다.

 [미안하다 ㅠㅠ 요번에 우리 의대에서 중요한 일이 있어서 내가 맡은거라 빠질 수가 없다. 난 참석 못할 것 같아 미안해.]

  나는 괜한 심보에 그 일이 뭔지 물어보고 싶었다. 굳이 의대라고 표현 안 해도 되는데 의대라고 표현까지 할 정도면 분명 자랑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때다 싶어 답을 안 하던 스무 명의 답이 오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나도 일이 바빠서...ㅠㅠ]

 [나는 취직 준비해야 돼서 미안하다. 다음에 꼭 보자!!]

 [나는... 결혼했는데 시부모님이랑 같이 살아서...ㅠㅠ]

 [난 금요일 날 야근이야....]

  이렇듯 모두가 이런 저런 사정을 내뱉었었다. 나도 불참 여부를 이때 말해야 되겠다 싶어 말하려는 차였었다. 그런데 유아. 아니. 태수. 아니 유아? 얘가 문제였었다.

 

  유아에 대한 얘기가 나와서 유아에 대해 얘기를 해야겠다. 우선 내가 참석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었으니까...

  유아는 인터섹슈얼이다. 인터섹슈얼이라고 말하면 다들 모른다. 쉽게 말해 유아는 남자였다가 여자가 되었다. 중학교 2학년 때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유아는 온태수였다. 2학년에 올라가고 태수를 처음 보게 되었다. 키는 작지만 엄청 잘생기기로 소문난 친구였다. 그리고 태수의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모두 의사셨다. 엄친아로 소문난 태수는, 학교는 물론 옆 학교 여학생들까지 눈여겨보는 대상이었다. 그런 나는 평범하고 아무도 관심을 안 주는, 편한 인간이었다. 태수는 인기가 많아 여러 무리들과 어울려 잘 놀았고 공부도 잘했다. 그런데 나는 그냥 놀았다. 공부라도 했으면 머리로 승부를 봤을 텐데 싶다.

  그런 어느 날 나는 태수랑 싸우게 되었다. 친구들의 놀림과 부추김으로 태수한테 싸우자고 해버렸었다. 태수한테 샘이 난 것일거다. 중학교 그 시절 싸움이라도 잘해야 누군가 알아주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렇게 대판 싸우고... 졌다. 아니 일방적으로 졌다. 이건 넘어가자. 그렇게 싸우고 터덜터덜 집으로 혼자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태수가 나타났고 태수가 나를 불렀었다.

 “김진호.”

  그때 뒤를 돌아보았고 태수를 쳐다봤다. ‘뭐지 저 새키‘라는 생각과 함께 당황해 하고 있었다. 나는 당혹스러워 아무 대답 없이 태수를 쳐다보았었다. 그러고 있는 날 보며 태수가 다가와 말을 걸었었다.

 “미안해 진호야.”

 “아... 어... 응?”

  저때 참 많이도 당황했었다. 내가 싸우자고 달려들었는데... 태수는 뒤이어 말을 이었었다.

 “네가 싸우자고 할 때 거절했어야 하는데... 미안해 내가... 우리 친하게 지낼래? 집도 같은 방향인 것 같더라... 학교 갈 때랑 집에 갈 때 몇 번 널 봤었거든...”

  이렇게 태수의 사과로 난 사과를 안 받을 수가 없었었다. 그렇게 태수랑 나는 아는 사이가 되었었다. 그 날 이후 나는 태수와 함께 붙어 다녔으며 노는 것도 항상 같이 놀았다. 어딜 가든, 무얼 하든, 밥을 먹어도 같이 먹었다. 그리고 태수 덕을 보게 된 것도 많아졌었다. 엄친아인 태수와 함께 다니며 다들 나를 시샘했다. 여자애들은 나를 통해 태수와 말 좀 해보려고 먼저 다가 와 주었다.

  1년후 중학교 3학년이 되던 해, 난 태수와 또 같은 반이 되었고 어느 날이었다.

 “야 태수야 지선이 어떠냐?”

 “지선이? 지선이가 너한테 연락 왔어?”

  태수는 언제나 그래왔다는 듯이 대답했다.

 “어 지선이가 연락 왔는데 너랑 친해지고 싶나봐”

 “근데 같이 살면서 왜 너한테 말을 한 거야?”

 “너 지선이랑 같이 살아?”

  그렇게 친했지만 태수 집은 가본적은 없었다.

 “응 걔 내 옆집이야.”

  저렇게 옆집이라고 말할 때, 나는 다른 울타리에 다른 집 인줄 알았다.

 “야 혹시 지선이 너랑 친해지고 싶은거 아니야?”

  태수가 말했다. 아니 옆집인데 수줍어서 말을 못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설마 나 같은 애를 누가 좋아하나 했다.

 “에이 설마... 근데 지선이가 너 옆집 살아? 너네 집 어딘데?”

  태수는 어차피 이 근처니까 따라 오라고 했다. 나는 또 그 말에 순순히 따라 가보았다. 태수의 집 앞에 가서 난 멍하니 집을 쳐다봤다. 이 동네 살면서 저런 큰집에 누가 사나 했는데 그게 너였구나... 그런데 더 웃긴건 그 옆집에 산다던 지선이 집이 진짜 그 옆집이었다. 한 울타리 속 같은 디자인의 집이었다. 태수 집은 2층짜리 집이고, 그 옆집은 1층짜리에 손이 닿은게 오래됐는지 페인트가 많이 벗겨지고, 같은 디자인이지만 허름해보였다.

 “그 옆집이 정말 너희 옆집이네...”

 “그래 옆집이라니깐... 나 들어간다.”

  태수는 들어가려고 할 때 뭔가 중요한 말을 잊었는지 나를 불렀다.

 “아 맞다! 진호야 내일 우리 집으로 출근 해. 지선이랑 같이 학교 가자.”

  나는 알겠다고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굳이 내가 태수 집 앞으로까지 갈 이유가 있나 싶었다.

  다음날 나는 태수 집 앞으로 갔고 벨을 눌렀다. 그리고 잠시 뒤 태수가 나와서 말을 했다.

 “진호야 지선이 기다리자. 어제 반찬 가져다주면서 같이 가자고 말했거든.”

 “어? 어... 그래...”

  잠시 후 지선이가 나왔다. 지선이가 우릴 보자 부끄러워했다. 오묘했다. 날 좋아하는 걸까 태수를 좋아하는 걸까. 이 후로 우리는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점점 횟수도 잦아졌고 우리 셋은 매일 붙어 다녔다. 태수와 내가 그랬듯이 무얼 하든 함께했다. 그리고 태수의 사건이 일어나고 오묘했던 우리의 삼각관계는 없어지게 되었다.

  태수의 사건은 태수가 인터섹슈얼이라는 것을 알게 된 날이다. 그 전에 나와 지선이는 태수가 어린 애 같다고 놀린 적이 있었다. 태수는 변성기가 오질 않았다. 목소리는 너무 가냘프고 여자 목소리 같았다. 그때는 어린애 같다고 했지만 지금 들어와 생각해보면 여자 목소리였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태수와 지선이 그리고 나와 함께 매점에서 나왔을 때 이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아이스크림 하나씩 들고 운동장을 걷던 중이었다. 그런데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누가 주먹다짐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나는 맨 오른쪽, 운동장 쪽에 있었다. 그리고 왼쪽으로 태수 지선이가 있었다. 나의 시선은 운동장을 보고, 내 왼쪽이 태수라는 의식이 있어서 왼손으로 태수의 가슴을 치며 말했다.

 “야, 야 저기 봐바 누구 싸운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난 분명 가슴을 쳤는데 진짜 가슴을 친 이 느낌은 무엇일까 했었다. 내 고개는 빠르게 왼쪽으로 돌아보고 태수의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태수도 내 눈을 멍하니 쳐다봤다.

 “어! 쟤네 우리 반 애들이잖아.”

  지선이는 운동장을 보며 대답했다. 그리고 태수는 빠르게 운동장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회피했다.

 “어...진짜 우...우리 반 애들이네. 가보자.”

  그리고 나는 얼떨결에 운동장으로 따라 갔었다. 그날 일은 이렇게 넘어갔었다.

  그 날이 있고 초겨울 추워졌을 때다. 여느 때와 같이 셋이 길을 걸어가던 날 태수가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애들아 오늘 우리 집에 와 줄 수 있어?”

  갑작스러운 집으로의 초대였다. 나는 대답했다.

 “집에 아무도 없냐? 뭐하게?”

  태수가 다시 말했다.

 “할 말이 있어서...”

 “나는 옆집이니까 괜찮아. 진호 너는?”

  지선이는 옆집이니 상관이 없긴 했다.

 “그냥 여기서 해. 너네는 같이 살지만 난 따로 살잖아.”

 “중요한 얘기라 여기서 못 하겠어.”

  태수는 말했고,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태수가 무슨 말을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태수네 집으로 갔다. 태수의 집에는 태수의 아버지, 어머니가 계셨다. 태수의 아버지, 어머니는 처음 봤다.

 “안녕하세요.”

  나와 지선이는 태수의 부모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래 어서오너라.”

  태수의 어머니는 뭔가 슬퍼보였지만, 억지로 웃는 모습으로 반겨주셨다. 태수의 아버지는 우릴 보지 않고 소파에 앉아만 계셨다. 분위기가 상당히 무거웠었다. 나는 어쩔 줄 몰라 지선이의 옆구리를 찔렀었다. 이 신호는 ‘이 상황에는 어떡해야 되는 거야?’라는 신호였다. 지선이는 날 보며 눈만 껌뻑였었다. 지선이도 무척 당황했었나보다. 그때 태수의 아버지가 입을 여셨다.

 “애들아 이리 앉아 보렴.”

  태수의 아버지는 말을 끝내시고 한숨을 한번 크게 쉬셨다. 다시 한번 지선이의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더니 지선이는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으러 갔고 나도 지선이를 뒤따라 가 소파에 앉았다. 태수는 반대 편 소파에 어머니와 함께 앉았다. 태수의 아버지는 우리를 바라보는 가운데 1인용 의자에 앉아 계셨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태수의 아버지가 다시 입을 여셨다.

 “우리가 태수에 대해 얘기 할게 있단다.... 태수는 지금 병이 있어.”

  우리는 아무 말을 하지 못하였다. 그리고 그 분위기에는 태수가 죽는 병을 걸렸구나 생각했었다. 그리고 태수의 아버지가 다시 말을 이어가셨다.

 “태수는 이제 여자란다.”

 ‘?’

  내가 잘못 들었나? 이제는 뭐고 갑자기 뭔 여자라는거야. 내 눈은 휘둥그레졌을 때 갑자기 머릿속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변성기가 안 오는 것과, 그때 그 가슴도... 태수의 어머니는 태수의 옆에서 눈물을 머금으시다가 결국 터져 나오셨다.

 “태수는 너희와 다른 유전적 문제가 있단다. 인터섹슈얼이라고 하는데... 태수는 이제 여자로서의 삶을 살기로 결정했단다. 이제 고등학교로 진학하니까 모든 관계를 끊고 새로운 삶을 살게 하려고 한단다. 그런데 태수가 너희한테는 말하고 싶다고 하더구나.”

  그때는 어린 마음에 정말 당황했었고, 지선이는 옆에서 갑자기 울기 시작했었다. 나도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었다. 그리고 다짐 했다. 태수를 끝까지 내 친구로 같이 가겠다고... 지선이도 똑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평소와 같이 행동하고 지내며 중학교를 졸업하였다. 중학교 졸업을 하고 졸업생 사이에서는 태수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아니 모두 그렇게 믿었다. 지선이와 나는 아무 말 없었다. 그렇게 셋이 다니던 우리는 잠시 혼자 다니게 되었다. 사람들의 끝없는 질문이 우릴 피곤하게 했었다. 사실대로 말하고 싶었지만 태수는 그러지 않길 바랬으니까...

  나는 남고로 입학했고, 지선이는 여고로 입학했다. 지선이와 떨어져 지내더니 점점 연락은 안하게 되었고, 잊혀지게 되었다. 그리고 18살, 봄이 와 벚꽃이 필 때 전화 한통이 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혹시 진호 맞나요?”

  웬 모르는 번호에 모르는 여성의 목소리였다.

 “네 맞는데요. 누구세요?”

 “나 태수...”

  눈물이 났었다. 왠지 모를 서러움과 반가움이 뒤엉켜 눈물이 흘렀다.

  여기 카페인가 긴가민가해 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갔었다. 저 멀리 여성 두 명이 앉아있었다. 나는 멀찌감치 그들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지선이와 태수였다. 활짝 웃으며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잠시 멍하니 쳐다보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 천천히 다가갔었다. 태수 앞에 섰을 때는 태수가 나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웃기 시작했다. 나도 따라 눈시울이 붉어지고 웃게 되었다. 테이블에는 이미 지선이와 울고 남은 휴지들이 어질러 져있었다.

  아직 머리가 다 안 자랐나 보다. 약간 짧은 단발머리를 갖고 있었고 가슴은 나와 있고 몸매도 여성 몸매를 지닌, 누가 봐도 여자였었다. 정말 여자가 된 상태였었다. 나는 태수와 자리에 앉았다.

 “태수야 연락 좀 하지... 이지선 너도 나쁜 년이야... 연락을 안 하냐 우리사이에...”

  그때 지선이가 웃으면서 말했다.

 “진호야 이제 유아야 온유아.”

 “유아?”

  나는 유아의 얼굴을 쳐다봤었다. 유아가 웃으며 대답했다.

 “나 이제 완전한 여자야. 주민번호도 ‘일’이 아니라 ‘이’야.”

  자랑스럽게 말하는 모습이 날 더 웃기게 했다. 이렇게 우리는 고등학교 2학년 봄에 다시 만나게 되었다. 잘생긴 놈이라 여자가 되어도 예뻤고 우리는 또 죽마고우처럼 매일 붙어 다니며 뭐든 같이 하게 되었다.

 

 [난 금요일 날 야근이야....]

 “야 한태진 미친놈 이렇게 왔다니까”

  26살 유아와 지선이는 같이 산다. 나와 걸어서 3분정도 거리에 살고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나는 이 두 여자의 집에 놀러왔었다. 오늘 온 메신저 내용을 유아한테 보여줬다. 지선이는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 아니었었다. 3학년 때 셋이 같은 반이었기에 지선이는 상관이 없는 내용이다.

 “여전하네...”

  유아는 메신저 내용을 확인하고 씁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래서 우리 유아 버리구 갈려공?”

  옆에 있던 지선이가 말했다.

 “너 회사에서도 그렇게 말하냐?”

  유아가 옆에서 지선이의 행동에 웃었다. 지선이는 유아의 씁쓸한 미소에 눈치를 챘던 것 같다. 그리고 유아가 말했다.

 “야 나도 같이 갈게.”

 “뭐래 너가 여길 왜 가.”

  나는 어이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냥 오랜만에 애들 얼굴이나 한번 보려고 나도.”

 “지선이랑 같이 와서, 옆 테이블에서 보고 가.”

 “아니~ 그냥 너 친구라고 하면 되잖아? 이렇게 어여쁘신 인어공주가 오징어 같은 너와 친구인게 얼마나 영광인데~”

  눈은 크게 뜨고 애교 섞인 비음으로 말한다. 눈에 뭐가 들어갔나 보다.

 “그치 인어공주도 잡종이지.”

 “죽을래 진짜?”

  지선이가 옆에서 한마디 한다.

 “어유 야 또 싸운다. 그러다 너희 사귄다.”

  저건 말리는게 아니지. 나와 유아가 지선이를 동시에 째려본다. 상황이 진정되고 나는 유아한테 말을 건다.

 “그럼 너도 오는 걸로 알고 간다고 한다?”

 “왜? 내가 가는게 든든하지? 기도 살고?”

 “뭐래...”

  사실 든든하긴 하다. 외모도 괜찮아서 기가 사는 것도 맞다. 단지 쟤가 저렇게 말해서 자존심이 상한다.

 

 “짠, 오랜만이다 애들아.”

  태진이의 이 말로 중학교 2학년 동창회는 시작되었다. 애들 중 태진이는 아직 학교에 다닌다고 한다. 그리고 한명은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았고, 한명은 경찰 시험을 준비 중이고, 또 몇 명은 태진처럼 학교를 다니고 있고, 몇몇은 회사에 다닌다고 한다.

  술이 들어가고 무르익어 갈 때쯤 나한테 문자가 왔다.

 [야 나 다 왔어. 데리러 나와.]

  여왕님 납셨네...

 “애들아 미안한데 내가 어제 여기 온다던 친구 좀 데리러 갈게.”

  어제 애들한테는 친구가 약속 날 서울에 회사 면접 때문에 올라온다고 거짓말을 했다. 서울 지리를 잘 몰라 잘 곳을 구해줘야 된다고 했다. 좀 엉성한 거짓말인가 싶었다. 나는 술집에 나왔고 유아가 보였다.

 “야 옷이 뭐 이래. 어휴 걱정된다. 평소처럼 행동 해. 알았지?”

  날 보며 유아가 헛웃음 치며 말했다.

 “훗. 뭐 이렇게 불안해해 걱정 마.”

  나는 걱정된 상태로 술집에 유아랑 함께 들어갔다. 유아는 내 뒤를 따라왔고 친구들 테이블 앞에 섰다. 그리고 모두들 유아에 시선이 집중 되었다. 남자애들은 모두 한 결 같이 눈이 커지고 놀란 모습이다. 남자애들 몇몇은 일어나서 인사를 하려 했다. 그 중에 태진이가 친히 테이블에서 나와 유아를 맞아주었다.

 “안녕하세요. 진호한테 얘기 들었어요. 서울 처음 오셨다면서요? 저는 한태진이라고 합니다. 자리는 이쪽으로 앉으시면 됩니다.”

  그 자리가 태진이 옆자리다. 유아는 어색한 미소를 짓고 한손으로는 머리카락을 귀에 걸며 말했다.

 “아...저는 진호 옆이 편할 것 같아서요. 제가 낯가림이 심해가지고...”

  이 말에 태진이는 실망한 모습이다. 나는 뭔가 어깨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여자애들은 못마땅한 모습이고, 친구는 왜 데려왔냐는 느낌이었다. 남자애들은 자기소개가 시작됐다.

 “안녕하세요... 저는 이종백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정수웅이고,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유아는 남자애들한테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유아는 즐기는 듯 한 모습이었다. 갑자기 태진이가 유아한테 물었다.

 “야야 조용히들 해봐. 지금 유아씨는 한마디도 못하셨잖아. 유아씨. 소개 좀 해주세요.”

  유아는 약간 놀라고 다시 침착해 하며 입을 열었다.

 “저는 온유아라고 해요. 나이는 26살 진호랑 동갑이에요. 음... 그리고...”

  모두가 유아를 쳐다 봤다. 그리고 여자 애 한명이 입을 열었다.

 “아~ 온씨에요?”

  그러자 남자 애가 또 입을 열었다.

 “온씨... 온씨 흔치 않은 성인데.”

  그리고 태진이가 장타를 날린다.

 “와 그러고 보니 태수.... 너희들 태수 알지? 온태수 걔 중학교 말년에 죽었잖아.”

 ‘뭐 말년?’

  이렇게 생각하던 와중 유아를 보니 죽먹을 지는게 테이블 밑으로 보였다. 무릎에 올려놓은 손은 주먹을 쥐고 떠는 모습이었다. 나는 손을 잡아줄까 말까 망설였다. 그리고 태수가 홈런을 쳐주었다.

 “역시 사람은 다 잘났을 수가 없지?”

  애들은 내 눈치를 봤다. 애들은 내가 태수랑 친했다는 걸 생각한 것 같다. 순간 나는 욱하는 성격이 나왔다.

 “야 말 좀 가리면서 해. 아무리 면상에 철판 깔고 다닌다고 하지만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말하냐 이 새키야?”

  애들은 말리기 시작했다.

 “진호야 진정해. 태진아 너도 그만 하고.”

 “태진아 그래 이번엔 너가 말이 심했어.”

  이렇게 나와 태진이 그리고 친구들이 말리고 있는 이 순간,

 “내 이름이 잘못했네에~ 계속 이렇게 싸울거에요? 태진씨 진정하시고 저 술 한 잔 따라주시는거 어때요?”

  유아는 벌떡 일어나 태진이한테 술잔을 건넸다. 얘 뭐야... 그때 태진이가 말했다.

 “죄송해요 유아씨... 유아씨가 왔는데 술도 안 따라주고 헛소리만 했네...”

  그리고 태진이가 술병을 들고 유아의 술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그렇게 다시 분위기는 차분해졌다. 유아 덕분이다. 유아와 나는 술자리에 오래 있지 않았다. 유아가 다음날 면접 준비도 해야 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같이 나오게 되었다.

  “좀 걷자...”

  술집에서 나오자마자 유아는 나에게 말했다. 그리고 나도 아무 말 없이 따라 걸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나는 그런 유아를 보며 말을 걸었다.

 “미안하다. 내가 너보고 조심하라 그랬는데... 내가 화를 냈네...”

  유아는 내 말에 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눈이 붉어졌고, 조금만 건드리면 눈물이 금방 흘러나올 것만 같았다.

 “뭐가 미안해... 야! 한태진이 잘못한거지 뭐... 됐어”

  유아는 억지로 웃는 듯 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달래줬다. 그리고 유아가 다시 말을 했다.

 “지선이한테 연락 해봐.”

 “지선이? 왜?”

  나는 갑자기 지선이한테 연락하라는 말에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아이 왜긴 왜야 기분도 꿀꿀한데 술 마셔야지... 너도 더 마실 수 있지?”

 나는 유아의 말에 얼떨결 동의했다.

 “어... 마실 수 있지... 기다려봐 연락해볼게.”

  나는 지선이한테 문자를 보냈다.

 [지선아 집이지? 술 사놔 유아랑 나랑 기분 안 좋다.]

  그리고 유아와 다시 걸었고 지선이한테 답장이 왔다.

 [어휴... 그럴 줄 알았다. 유아 상처 많이 받았어? 그리고 술은 너가 들어오면서 사와.]

  나는 답을 하지 않았고 유아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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