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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비망록
작가 : 추워요추워
작품등록일 : 2017.11.6

서울의 음악잡지 기자 서진명은 우연히 어느 음악프로를 보고 난 후 그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요절한 천재 음악가 고 유재하의 뮤즈이자 연인을 찾아 부산부터 대륙 끝 에스토니아 탈린까지의 긴 여정을 떠난다. 그 머나먼 과정에서 '연인 후보' 중 한 명의 딸 이효은과 스며들 듯 스치는 로맨스를 만들어 나아간다. 실화를 바탕으로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인연, 그리고 흐릿하게 사라져 가는 기억의 저편을 가장 익숙한 장소에서부터 조금은 낯선 곳까지의 느리지만 뜻 있는 걸음 속에서 진명은 음악가의 옛 여인을 찾는 일이 단순한 가십거리가 아니라는 것을 파악하게 되는데...

 
11-3. 그대와 영원히 (3)
작성일 : 17-11-29 14:43     조회 : 303     추천 : 0     분량 : 4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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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음 날, 다시 여덟 시간의 비행을 끝마친 후 진명과 효은은 간단하고 어떻게 보면 권태롭기 짝이 없는 입국 수속을 마치고 나서, 입국 게이트를 막 빠져 나가려고 할 참이었다. 아침 날씨는 너무나도 아름답고 청명한 게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고, 며칠 동안 우중충한 런던 날씨만 보다가 맑은 날씨를 보니 기분이 좋아졌는지 효은은 저만치 앞으로 다가가 양 팔을 좍 벌리고 코로 공기를 들이마시며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이렇게 중얼거리듯 내뱉어 보였다.

 “마, 이 날씨 윽수로 좋다! 내 못 본 야구 보믄서 집으로 쭉 간다카이! 말리지 마라!”

 

 효은의 그런 중얼거림이 어느 새 진명의 귀에 귀여운 어린아이의 목소리처럼 들려 오고, 그녀의 모습이 막 날갯짓을 하고 날아오르려는 하얀 갈매기 한 마리를 떠올리게끔 만들었던 것은 아마 그 일주일 동안 ‘그 음악가의 첫사랑 세 명을 취재’하겠다는 명목으로 가끔은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가끔은 믿기지 않을 호흡력을 보여 주기도 하고, 가끔은… 가끔은…

 

 “거서 모 하나? 퍼뜩 온나, 문디 자슥아.”

 

 그렇게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억센 사투리로 자신을 불러 제끼는 자신을 불러 제끼는 효은의 모습이 볼수록 매력 있는 모습으로 진명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여전히 자신을 부르며 오라고 손짓하는 효은의 모습에, 진명은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가만히 멈춰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녀가 있는 앞쪽으로 몇 발자국 다가섰다. 어느 새 효은의 코 앞까지 다가선 진명에게, 효은은 상쾌하면서도 묘한 청량감이 있는 그 특유의 싱그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자그마한 민트색 쇼핑백을 진명의 앞으로 죽 내밀어 보였다.

 

 알딸딸하면서도 저게 무엇일까, 하는 표정으로 진명이 효은의 얼굴과 민트색 쇼핑백만 번갈아 쳐다 보자, 효은은 계속 그 미소를 잃지 않으며 진명에게 나지막하게 이렇게 말했다.

 

 “오빠 에스토니아로 간 사이에 내가 므칠동안 머리 뽀개가믄서 고르고 고른 기라. 요샌 남자도 향수 뿌린다 안 카나?”

 

 “뭘 이런 걸 다 주고 그러냐? 고맙다.”

 

 그렇게 쇼핑백을 받으며 태연하게 대답하는 진명에게 효은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그 말에 대꾸했다.

 

 “아이다. 내사 오빠한테 윽수로 고맙다카이. 그 동안 내 데리고 부산서 영국꺼정 갔다 온 거만 캐도 솔직히 내는 찬 고맙고…그리고…”

 

 그러나 효은은 그 다음으로 할 말을 차마 잊지 못하고, 눈가에 투명하고 맑은 물이 자꾸만 솟아오르는 것을 주체하지 못했던 탓인지 손가락으로 자꾸 그 흐르는 물을 닦아 내고 있었다. 겨우 일주인 남짓했던 시간 동안이라도 함께 동고동락했던 진명에게 효은도 애뜻한 정이 들었기 때문일까. 그런 효은의 모습을 한참 동안 우두커니 쳐다보던 진명은 천천히 효은의 앞으로 다가가, 선물을 포장지로 포장하는 것마냥 조심스럽게 두 팔로 그녀를 자기 품에 껴안았다. 진명의 뇌리에는 그녀의 심장 소리가 그녀의 억센 부산 사투리마냥 높고 빠르게, 그녀가 그렇게 좋아하는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가 소리마냥 크게, 야구 선수의 방망이에 맞아 높이 올라가는 홈런볼이 내는 소리마냥 명쾌하게, 그리고 그녀의 어머니가 능숙한 솜씨로 연주했을 법한 플루트의 멜로디마냥 청량감과 울림이 있게 들려 왔다.

 

 “그럼 몸 조심해서 잘 들어가. 그 동안 많이 고생했다.”

 

 그런 나지막한 목소리로 여전히 효은을 끌어안은 채 진명은 무슨 미사여구를 덧붙일까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결국 그 말만을 내뱉고 그녀를 감싸고 있던 팔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진명 본인이, 그가 효은에게 할 마지막 말을 이미 그녀를 품 안에 안음으로서 마음 속으로, 진심과 진심 사이로 전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까. 진명의 그 말에 효은도 얼굴에 아무렇지도 않은 듯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꾸했다.

 

 “응…오빠도 욕 봤다.”

 

 그러고 나서, 인천에서 잠실까지 지하철을 타고 진명의 집 앞으로 가서 차를 탄 다음에 해 지기 전까지 경부고속도로의 극심한 도로 정체를 뚫고 집에 들어가 보려면 어서 가 봐야 한다면서 급하고 잽싸게 뛰어 갔다. 그 와중, 효은은 자주 듸를 돌아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는 효은이 자신으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진명은 어딘지 모르게 아련한 눈빛으로 그 쪽만 계속 쳐다 보다가, 효은의 아담하고 마른 형체와 자연스럽게 날리는 갈색 곱슬머리가 완전히 눈에 보이지 않자 그제서야 뒤를 돌아보고 계속 오른손으로 짐가방을 끌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가면서, 깊은 한숨을 입으로 내 쉬어대고 있었다.

 끝났다.

 

 모혐은 이제, 자신의 앞에 이렇게 시원섭섭한 여운을 남기고 끝난 것이다.

 

 - - -

 

 유난히도 차가 심하게 막히는 경인고속도로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택시의 뒷좌석에서 진명과 정장 차림의 혜연은 한참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혜연은 한 발짝도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고, 거대한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상황을 창문 밖으로 쳐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진명은 효은에게서 받아 여전히 손에 쥐고 있는 민트색 쇼핑백을 무심한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슬쩍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한 마음에 쇼핑백을 살짝 열어 보았다.

 

 쇼핑백 안에는 언뜻 보기에 바닷물 한 술을 채취해 담은 것 같은 영롱한 푸른빛을 띄고 있는 액체가 정밀한 정사각형 모양의 유리병에 담겨져 있었고, 쓴 지 얼마 안 된 듯 하얗고 빳빳한 쪽지가 놓여 있었다. 진명은 쪽지를 조심스럽게 들어서, 무심한 손길로 그것을 펴 보았다. 정갈하고 깔끔한 글씨체로 쓴 쪽지를 읽고 있던 진명의 모습에서는 어딘지 모를 여운이 피어 올라왔다.

 

 “뭘 그렇게 정독하고 계시나?”

 

 그렇게 쪽지를 읽고 있던 진명은 이 목소리가 들리자, 쪽지에서 눈길을 떼고 황급히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의 시선 끝에는 무심한 표정의 혜연이 진명을 똑바로 쳐다 보고 있었고, 진명은 황급히 쪽지를 주머니 속으로 구겨 넣고 혜연에게 태연한 척 이렇게 둘러 대었다.

 

 “그냥 취재 자료 좀 살펴 보고 있었어.”

 

 “아 차, 취재는 잘 됐어?”

 

 혜연이 그렇게 물어 보자, 진명은 잠시 고개를 들어 위를 올려다보았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덤덤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그럼, 이제 다 끝났어. 쓰기만 하면 돼.”

 

 그 말에 혜연은 안심한 듯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는, 진명을 다시 한 번 쳐다 보고 무심한 태도로 이렇게 말했다.

 

 “…나, 그 회사 나왔어.”

 

 그 말을 들은 진명은 마치 병원에서 자신이 3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통보를 들은 암 말기 환자라도 된 것마냥 입을 살짝 벌리고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뭐라고 딱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혜연의 얼굴에 요요하고 희미하게 어린 미소를 보니 2년 동안 일한 금융계 회사에서, 그것도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때에 그녀가 그녀 의사를 따라 그만 둔 것 같아 보였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그만둘 줄은 정말 몰랐다. 그것도 이렇게 갑자기 공항에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그런 말을 꺼내다니 진명은 놀랄 따름이었다. 진명의 그런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혜연은 덤덤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을 이어 갔다.

 

 “나, 오빠가 고 유재하 씨의 생존하는 첫사랑, 음…후보들에 대해서 기사 쓰려고 취재하는 것을 보고 많이 생각해 봤어. 그게 있지, 그걸 취재해야겠다고 말했을 때 오빠 목소리가 왠지…아, 아니다. 그러니까, 유달리 힘 있고 멋있었다? 마치 뭔가 중요한 일을 하러 나갈 것 같았어. 예전에 오빠가 동아리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했을 때처럼 말이야. 아,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눈에서 광선이 나올 것 같았다고. 오빠 눈빛이 정말 그랬어. 근데 그게 있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 꿈이 곧 눈 앞에서 이루어질 것을 생각할 수 있을 때야 그런 눈빛이 나오는 거였더라. 그래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 나도 내가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 나갈 거라고. 그리고 조만간, 그 꿈이 눈 앞에서 이루어질 걸 생각해 보려고…그래서 그 회사 나온 거야. 심리학 공부하려고.”

 

 그 말을 한참 동안 얼떨떨하게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진명은, 별안간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헛기침을 몇 번 하고서는 혜연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니가 나한테 갑작스러운 말 했으니까…나도 갑작스러운 말 한 마디 해 볼까?”

 

 “…뭔데?”

 

 약간 알딸딸하고 의아하다는 듯 혜연이 진명을 똑바로 쳐다보고 대꾸하자, 자신의 볼에 화끈한 기운이 퍼지는 것을 애써 무시한 채 진명은 나지막히 내뱉듯 이렇게 말했다.

 

 “껀워지에훈하오마? 샹허니이치만만삐엔라오.”

 

 이 말에 혜연이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알딸딸한 표정으로 진명만 뚤허져라 쳐다보자. 진명은 혜연의 손을 맞잡고 목소리 끝이 살짝 떨려 오는 것을 주체하지 못하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창 밖의 날씨는 유난히도 맑았고, 차들도 아기가 걸음마하는 것마냥 서서히,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가며 정체를 조금씩 풀어 가는 듯했다.

 

 “혜연아, 나랑 살자. 내가 너한테 잘해 주고 너만 보면서 살 거니까…혜연아, 매일 순간순간을 너와 함께하면 행복할 것 같고 세상 가장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할 자신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랑 살자. 나랑…결혼하자.”

 

 그 말을 마치고 나기가 무섭게, 그간 두 사람이 한 대화를 모두 여듣고 있었는지 잠자코 운전을 하고 있던 중년 남자가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이 자그마한 룸미러를 통해 비춰지고, 그 룸미러 아래쪽으로 줄줄이 풀어진, 피리 모양 펜던트가 달려 있있는 목걸이에 꿰인 푸른 구슬은 내리쬐는 햇빛을 받아 영롱히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혜연도 어느 새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조심스럽게 진명을 향해 고개를 끄덕여 보았다.

 

 그리고 햇살은 여전히 따사롭게 비춰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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