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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완결] 생각시의 살인교사
작가 : 기쁨을아는몸
작품등록일 : 2017.10.30

국내 최초(어쩌면 그 이상으로) 국회를 배경으로 한 호러와 스릴러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미스터리. . . . .

======

#. 1506년, 9월 1일, 조선, 잉화도 양말산(현재의 여의도 국회의사당 터)

- 전날 밤 대전에서 연산군에게 겁탈을 당한 8살 생각시 꽃님이는 이날 밤 자정 박수무당 ‘천명’에게 미혹된 중전에 의해 역모(중종 반정)를 막을 주술의 산제물이 되어 혀를 잘린 뒤 10명의 다른 궁녀들과 함께 양말산 기슭에 생매장 당한다.

##. 2016년 12월 30일 자정, 대한민국, 국회의사당.

-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처리를 앞두고 여야가 극렬하게 대치하고 있던 국회의사당이 돌연 외부와 차단되며 이세계화(異世界化)된다. 그와 때를 같이 하여 나타난 생각시 유령 꽃님이는 500년 전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았던(혹은 그랬었다고 믿어지는) 사람들에게 복수를 해 간다.
- 그때 마침 청와대 최고위층 여성으로부터 탄핵을 저지시키라는 사주를 받고서 국회에 잠입해 있던 박수무당 신민철에 의해 ‘24시간 안에 국회의원들을 11명만 제외하고 나머지 모두를 살해함으로써, 정치적 희생양이 되어 억울하게 죽은 생각시 유령의 원혼을 달래줘야 살아서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
- 그러나 이후 예기치 못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사람들은 점점 가혹한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각자의 가슴 속에 감춰져 있던 욕망, 야망, 원한, 본능 등이 거리낌 없이 드러나며 사태가 점차 파국으로 치닫는다.
- 하지만 그 모든 사건들의 이면엔 ‘유령인 꽃님이조차 끝내 통제할 수 없었던 진짜 내막’이 존재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계략 vs 계략 - ①
작성일 : 17-11-29 07:47     조회 : 353     추천 : 0     분량 : 7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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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2016년 12월 31일, 18:12

 

 

 32. 계략 vs 계략 - ①

 

 

 국회의사당 본청 2층의 통일한국당 당대표실. 이곳을 상황실로 쓰고 있던 학현은 누군가와 통화중이었다.

 

 “…… 네 …… 네 ……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학현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총 생존자가 32명, 예결위회의장에 19명, 아직 발견 못한 의원이 12명, 아니 11명인가?”

 그러면서 대표실 내에 딸린 개인 화장실 문 쪽을 쳐다봤다. 그 문 안에는 여전히 승호가 숨어 있었다.

 

 “그건 그렇고, 나머지는 역시 의원회관 …… 인건가?”

 

 실은 학현은 지난 새벽 자신이 본회의장에서 주재한 첫 회의가 개의되기 전에 모처에서 지혜와 단둘이 한 가지 모의한 게 있었다. 얘기를 먼저 꺼낸 쪽은 지혜였다.

 

 “전 우리당 의원들을 다 살릴 계획이에요.”

 

 학현은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땐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뭐라고요? 아니 살 수 있는 의원 수가 다해봐야 11명밖에 안되는데, 지금 그걸 몽땅 진보당에서 가져가겠다는 게 말이 돼요?”

 

 그러나 지혜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

 

 학현은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그건 곤란하죠. 당연히 의석수에 비례해서 나눠야 되는 거 아니에요? 또 승호는 어떡하고요? 걘 그쪽 언니의 애인이잖아요.”

 

 그런데 지혜는 입장을 바꾸기는커녕 오히려 학현을 설득하려 했다.

 

 “그렇게 단순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

 

 하지만 학현 생각엔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

 

 그러다 문득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이유를 댈지 한번 들어나 보자라는 생각에 지혜의 말을 가로막다 말았다. 그러자 지혜는 조곤조곤 따져가며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여당인 민평당하고 제1야당인 통한당 의원들이 한꺼번에 거의 사라져버리게 되면, 아무리 우리 진보당이 온전히 남아있다 한들 사실상 국회가 단번에 무주공산이 돼버릴 거 아니에요? 그러면 곧바로 총선에 준하는 재보궐 선거가 실시되겠죠?”

 

 “그렇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적으로 진보당이 선거에서 압승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상 두 정당의 신인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하게 될 텐데 …….”

 

 학현은 그제야 지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슬슬 감이 오기 시작했다. 지혜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 그럼 그 정치 신인들이 누구겠어요? 바로 기존의 지역구 당협위원장들이랑 남 보좌관님 같은 보좌진들 아니겠어요?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태반이 보좌진들인데, 좀 있다가 남 보좌관님 주도로 회의도 열고 또 그걸 계기로 그 사람들을 조직화하고 이끌게 되면, 나중에 밖으로 나가서 당 재건을 추진할 때도 자연스럽게 남 보좌관님이 그 중심에 서게 될 거 아니에요? 그렇죠? 다시 말해서 공천권이 바로 남 보좌관님 손에 들어온다 이거예요.”

 

 이 단계에서 이미 학현은 지혜의 말에 완전히 넘어가버린 상태였다. 지혜는 슬슬 굳히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의원이 1명이라도 살아 있어 봐요. 그 의원이 공천권을 뺏기려고 하겠어요? 자기가 대표가 돼서 당을 장악하려고 하지. 안 그래요?”

 

 지혜의 얘기는 구구절절 다 옳았다. 그러나 단 한 가지, 학현은 자꾸만 승호가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승호는 …… 만약 승호가 죽으면 지인 씨가 가만히 있질 않을 텐데요? 또 왠지 승희도 마음에 걸리고. 어차피 승호는 나랑 당도 다르니까 내가 당을 장악하는 데에 별 방해도 안 될 텐데…….”

 

 물론 지혜는 자신의 안을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어차피 승호가 자기 언니랑 사귀는 것도 탐탁지 않았는데 오히려 잘 됐다 싶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학현과 손을 잡는 게 더 중요했다. 그래서 일단 타협안을 냈다.

 

 “그럼 이렇게 해요. 그 문제는 마지막에 다시 정하기로 하고, 일단은 나머지 의원들부터 계획대로 처리를 하는 걸로.”

 

 지혜의 제안을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학현은 곧 흔쾌히 동의했다.

 

 “음…… 좋아요, 그렇게 하죠. 그런데 진보당 의원들을 끝까지 보호할 수 있겠어요?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닐 텐데.”

 

 당연히 지혜는 이미 생각해둔 바가 있었다.

 

 “실은 아까 우리당 의원들하고 보좌진들은 거의 대부분 의원회관으로 피신했어요. 그리고 거기 출입구를 봉쇄시켜 놨죠.”

 

 “그래요? 하지만 그래봐야 겨우 비상계단에 있는 문짝 하나가 다일 텐데 그걸로 끝까지 버틸 수 있겠어요?”

 

 “실은 저도 그게 걱정이었는데, 운이 좋았는지 그 직후에 회관으로 가는 지하 통로 길 바닥이 죄다 빨갛게 변하더라고요. 아까 로텐더 홀 바닥이 그랬던 것처럼 말예요. 게다가 불도 다 꺼져서 깜깜해졌고. 그리고 얼핏 듣기론 거기서 간간히 귀신 소리 같은 것도 들린다는 소문이 퍼져서, 아마 어지간해서는 아무도 거길 통과하려 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지혜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지난 10여 시간 동안 그 누구도 그곳을 통과해 회관으로 가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학현은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이제 1명만 더 없애면 11명인데. 차라리 지금 그냥 ……!’

 

 그러더니 돌연 눈을 확 치켜뜨며 승호가 숨어 있는 화장실 문 쪽을 째려봤다.

 

 그때 별안간 전화벨이 울렸다. 내선 전화였다. 수화기를 든 학현은 저도 모르게 말이 퉁명스럽게 나왔다.

 

 “여보세요?”

 

 그런데 전화기 너머에서 들린 소리는 뜻밖에도 지혜였다.

 

 “남학현?”

 

 학현은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김지혜? 너 지금 어디야?”

 

 지혜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지하 통로 입구야.”

 

 “뭐? 거긴 왜?”

 

 “몰라서 물어? 이제 슬슬 니가 날 죽이려 들 때가 됐으니 회관으로 도망치려는 거지.”

 

 학현은 뜨끔했다.

 

 “내가 왜 …….”

 

 “훗, 이거 왜 이러시나? 피차 선수끼리. 내가 너랑 승희를 죽이고 싶어서 안달인 걸 뻔히 아는 니가 날 퍽이나 살려 두시겠다. 안 그래?”

 

 학현은 말문이 막혔다. 지혜는 그런 학현의 반응을 재미있어하며 킥킥 웃었다.

 

 “그나저나 내가 회관으로 가 버리면 넌 이제 별수 없이 승호를 살려둘 수밖에 없겠네?”

 

 “뭐?”

 

 “뭐긴 뭐야, 그래야 270번째 의원을 죽이러 회관에 쳐들어가자고 선동할 명분이 생길 거 아냐. 안 그래? 깔깔깔!”

 

 수화기를 들고 있던 학현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걸 어떻게 …….’

 

 그러는 사이 지혜는 마지막으로 비아냥거리며 전화를 툭 끊었다.

 

 “그럼 회관에서 보자. 얼른 와.”

 

 학현은 지혜에게 완전히 농락당한 것만 같은 기분에 순간 울컥하여 수화기를 전화기에다 콱 내리꽂아버렸다.

 

 “에이 씨팔!”

 

 그러고는 바로 다시 수화기를 들어 안내방송실에다 전화를 걸었다.

 

 “방송실이죠? 여기 대표실인데요. 중요한 공지사항이 있으니까 7시에 모두 본회의장에 모여 달라고 알려주세요,”

 

 통화를 마친 학현은 방금 전의 분을 여전히 삭이지 못한 채, 손을 부르르 떨며 수화기를 전화기에 꾹 찍어 넣듯이 내려놓았다.

 

 한편 대표실 개인 화장실에 숨어서 계속 통화를 엿듣고 있던 승호는 불쑥 지혜가 걱정이 됐다. 비록 지혜가 자기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긴 했지만, 그래도 지인의 동생인데 그녀가 죽는 걸 그냥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그래서 넌지시 학현에게 말을 걸었다.

 

 “학현아.”

 

 아직 분이 채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던 학현은 화장실 문 쪽으로 고개를 홱 돌리며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왜?”

 

 “지혜를 어떻게 하려고?”

 

 “어떡하긴? 당연히 죽여야지.”

 

 “꼭 그래야겠어?”

 

 “당연한 거 아냐? 걜 가만 두면 나랑 승희는 물론 너랑 동원이까지 다 죽이려 들 텐데?”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아니면 뭔데?”

 

 “지혜 걘 지금 언니가 죽은 것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잠깐 마음에도 없는 짓을 하고 있는 것일 뿐일 거야. 나중에 여기서 나가고 시간이 좀 지나면 마음도 누그러져서 현실을 받아들이게 될 거고. 그러니 그때까지만 승희 잘 지키면서 지혜한테 기회를 주자. 응?”

 학현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흥, 물러터진 놈. 지혜가 어떤 녀석인지 몰라서 그래? 그 녀석은 한번 작정하면 끝을 보는 놈이야! 설령 여기서 무사히 나간다 해도, 기어코 복수를 하고 말 거라고! 정신 차려!”

 학현의 호된 질책에 승호는 더는 토를 달지 못했다. 학현의 입 꼬리가 히죽 올라갔다. 승호가 있는 곳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도깨비처럼 희번덕거렸다.

 

 

 - § -

 

 

 의원회관 1층 104호 소회의실. 혁신진보당의 대표인 기세훈 의원을 비롯한 11명의 진보당 의원들이 원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회의실의 분위기는 사뭇 무거웠다. 중년의 한 여성의원이 말했다.

 

 “기 대표님. 본청에 있는 김지혜 보좌관한테서 더 연락 온 건 없죠?”

 

 기세훈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예. 2시간 전에 저 쪽에서 아직 마지막 의원 한명을 못 찾고 있다는 연락이 온 것 외에는 …….”

 

 그때 지혜가 문을 벌컥 열어젖히며 들어왔다. 회의실 안의 이목이 대번에 지혜에게로 쏠렸다.

 

 “아니, 김 보좌관? 설마 의원들을 다 찾은 겁니까?”

 

 그러나 지혜는 기세훈의 질문엔 바로 대답을 않고 묵묵히 테이블 앞쪽으로 걸어갔다. 회의실은 얼떨결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이윽고 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고 선 지혜는 그제야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의원들은 아직 다 못 찾았습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못 찾을 겁니다.”

 

 기세훈은 어리둥절했다.

 

 “못 찾을 거라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남 보좌관은 공식적으로는 여기 계신 열 한분의 의원님들 외에 나머지 한명의 의원을 몇 시간째 못 찾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알아본 결과 실제로는 의원 한명을 모처에 숨겨두고 있었습니다.”

 

 “아니 도대체 왜요?

 

 지혜는 들어보면 어처구니없을 거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 의원이 그 남자가 짝사랑하는 여자의 친오빠거든요.”

 

 “예? 뭐라고요?”

 

 의원들은 역시나 하나같이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지혜는 계속 말했다.

 

 “여자의 오빠에게 생명의 은인이 돼서 그 여자에게 환심을 사겠다는 생각이죠.”

 

 그러자 곧바로 울컥한 한 남자 의원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 내리치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씨팔! 의원 목숨이 무슨 장난인 줄 알아? 짝사랑 따위하고 바꾸게?”

 

 기세훈은 그를 진정시켰다.

 

 “양 의원님, 흥분을 가라앉히세요.”

 

 반면 그 옆 자리에 있던 여자 의원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지혜에게 물었다.

 

 “그럼 본청 사람들한테 그 사실을 알리면 되잖아요? 그런데 왜 그냥 온 겁니까?”

 

 지혜는 자신도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저도 그러고 싶었지만, 남 보좌관과 그 측근들이 이야기하는 걸 엿듣다가 그만 발각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허겁지겁 도망쳐 오느라 미처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 말에 여자 의원은 당연하다는 듯이 다시 제안했다.

 

 “그럼 지금이라도 알리죠?”

 

 그러나 지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소용없을 겁니다.”

 

 “네? 왜요?”

 

 “일단 유감스럽게도 그 의원을 남 보좌관이 어디에 숨겨뒀는지까진 알아내질 못했습니다. 그 얘기가 나오기 전에 들켜버리는 바람에……. 하지만 설사 제가 그걸 엿들었다고 해도 소용없었을 겁니다. 남 보좌관이 의원을 숨긴 장소를 바꿔버리면 그뿐이니까요,”

 

 그러자 이번엔 그녀의 반대편에 앉아 있던 다른 남자 의원이 끼어들었다.

 

 “그래도 일단 숨긴 사실만이라도 본청 사람들에게 알려 보죠? 그럼 그들이 남 보좌관을 추궁할 것이고 그의 주변도 좀 더 샅샅이 찾게 될 거 아닙니까? 그러면 결국 찾아지지 않겠어요?”

 

 그의 말에 다른 의원들도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불쑥 용기를 얻은 그 의원은 곧바로 전화기 쪽으로 가 수화기를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 신호음이 들리지 않았다.

 

 “뭐야? 이거 왜 이래?”

 

 당황한 그는 전화기 버튼을 이것저것 마구 눌러보며 계속 호출을 시도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

 

 그러나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심지어 다른 전화기들도 죄다 불통이었다. 지혜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흥, 백번을 눌러봐라. 되나.’

 

 지혜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실은 통신실에 들러 중계기를 수리가 불가능하도록 아예 박살내고 온 장본인이 바로 지혜 자신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의원은 얼굴 가득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지혜는 그제야 기다렸다는 듯이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남 보좌관이 벌써 눈치를 채고 전화선을 끊어 버렸나보군요.”

 

 그러자 이젠 또 다른 여자 의원이 새 의견을 냈다.

 

 “그러면 직접 사람을 본청으로 보내죠? 김 보좌관이야 얼굴이 알려져서 힘들다 하더라도 다른 직원들은 괜찮을 것 아닙니까?”

 

 하지만 지혜는 이번에도 역시 부정적이었다.

 

 “우리 생각을 눈치 챈 남 보좌관이 과연 지하통로라고 그대로 뒀을까요? 분명 자기 측근들을 시켜서 단단히 막고 있을 겁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한 명만 거길 뚫고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리기만 한다면 …….”

 

 “글쎄요. 의원을 숨긴 장소를 정확하게 찍어주면 모를까, 단순히 남 보좌관이 의원을 숨기고 있다고만 말하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크지 않을까요?”

 

 “위험부담이라뇨?”

 

 “생각해 보십시오. 만약 끝내 의원을 찾지 못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저쪽 사람들은 우리가 이간책을 쓴 거라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안 그래도 남 보좌관이 사람들을 부추겨서 이쪽으로 쳐들어오려는 판국인데, 괜히 사람들을 그런 식으로 자극했다간 …….”

 

 그러자 기세훈이 화들짝 놀라며 끼어들었다.

 

 “쳐들어온다고요?”

 

 “예. 최종적으로 생존자가 11명이 되어야 살아나갈 수가 있는 건데, 여기 11분이 계시니까 자기가 숨기고 있는 의원을 살리고 그 숫자를 맞추려면 그 방법이 유일하지 않습니까?”

 

 의원들은 대번에 하얗게 질렸다.

 

 “화, 확실한 거예요?”

 

 “네, 물론이죠. 조금 전에 나온 안내 방송에서 7시에 본회의장에서 회의를 하겠으니 모이라고 한 것도 다 그것에 관해 사람들의 뜻을 모으려고 그런 것입니다.”

 

 “아니 그럼 큰일 아닙니까? 우린 남녀 다 합해봐야 100명도 될까 말까인데. 저 쪽은 젊은 남자들만 해도 500이 넘는다고요. 게다가 전경들, 경위들까지 있고 …….”

 

 기세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흠 ……,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우리 쪽에서 한 명을 내줘야 하나 …….”

 

 그러자 의원들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죄다 꿀 먹은 벙어리가 돼버렸다. 자칫 입을 잘못 놀렸다가 덤터기를 쓸까 잔뜩 겁을 집어먹은 눈치였다. 그러나 지혜는 뭐가 그리 좋은 지 혼자만 몰래 속으로 싱글벙글이었다. 하지만 이내 짐짓 정색하며 말했다.

 

 “제게 좋은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대번에 지혜에게로 쏠렸다.

 

 “좋은 생각이요?”

 

 “예.”

 

 “그게 뭡니까?”

 

 “저들의 주력을 이쪽으로 유인해서 일망타진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시 이곳에 쳐들어 올 여력을 잃게 될 거고, 남 보좌관도 결국엔 그 의원을 살리는 걸 포기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계속 버티면요?”

 

 “걱정 마십시오.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래요? 어떻게 그렇게 확신을 하죠?”

 

 “남 보좌관과 전 대학 때부터 줄곧 알고 지내온 사이입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애착이 유달리 강하죠. 그래서 지금껏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이익을 쫓는 그런 짓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습니다. 하물며 이번에 걸어야할 것은 자기 목숨입니다. 그런데도 과연 그가 끝까지 버텨낼까요?”

 

 기세훈은 얼핏 수긍이 간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무거웠다.

 

 “흠,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충분히 일리는 있군요. 그러나 그것도 저들의 주력을 일망타진한 뒤에나 따질 일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지혜는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러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의 계획을 의원들 앞에 본격적으로 늘어놓기 시작했다.

 

 “회관 지하 2층의 지하통로 입구는 본 통로에 비해서 높이가 2~3미터 정도 낮습니다. 다시 말해 그 공간은 욕조처럼 움푹 들어간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 위엔 …….”

 

 지혜의 말은 아주 논리 정연했고 거침이 없었다. 또한 그 태도도 당당하다 못해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근심이 가득했던 의원들의 얼굴도 덩달아 점차 밝아졌다. 침울했던 회의실의 분위기가 어느 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해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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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⑥ 2017 / 11 / 13 330 0 4286   
14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⑤ 2017 / 11 / 12 306 0 4157   
13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④ 2017 / 11 / 11 332 0 4914   
12 [대한민국] 생각시의 살인교사 (1) - ③ 2017 / 11 / 10 321 0 5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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