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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신인류의 한방
작가 : 세제소
작품등록일 : 2016.9.1

우리나라 의서 중 최고가 동의보감이라고? 아닐지도 몰라. 다른 누군가 쓴 의서가 아직 세상에 내어지지 않았는지도 몰라. 현대와 조선을 오가는 최고의 의서가 탄생한다. 조선시대에 제약업을 했던 그들이 이어졌다면 세계의학은 한약으로 재편 되었을지도…….

대부분의 분야가 시대가 지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했는데, 아직도 ‘동의보감 왈’ 하는 소리는 이지스함이 나온 시대에 거북선을 가지고 싸우는 것이다. 동의보감을 뛰어넘는 현대에 통용되는 한방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썼다.

약의 대중화, 보편화를 위해 제약 산업을 시작한 조선시대 의원들.
약의 대중화로 손해를 보는 세력을 피해 현대로 오게 된다.
꿈속에서 조선시대 의원의 삶을 살면서, 그것이 현실에서 실현되어 가는 이야기다.

 
술집을 찾은 설연
작성일 : 16-09-01 11:39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5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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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설연의 차 안>

 

 “사람들은 무슨 내가 드라마만 찍으면 연애를 한 대?”

  설연이 휴대폰 속 기사를 읽으며 흥분했다.

 “아니냐? 전적이 좀 화려해야지.”

  매니저 수진이 한숨 섞인 반응을 보였다.

 “내 나이 이제 스물넷이야. 남자 좀 사귀면 어때? 연예인이 연예 좀 하겠다는데 뭐!”

  설연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연예가 그 연예가 아니고, 연애다 이것아. 그리고 말 잘했다. 니 나이 이제 스물넷이지? 데뷔 5년차에 드라마, 영화를 열편도 넘게 찍었고, 거기서 여덟 명을 사겼지? 들키지나 말어. 이년아.”

  설연이 옆으로 눈을 흘겼지만 그 눈 속에서 수진은 알맹이 하나를 집어냈다.

  “또냐? 또 사겨?”

  “아 진짜! 나 어떡해?”

  “어디까지 찍혔어? 열두 살이나 많은 놈이 뭐가 좋다고. 그 놈 여자 밝히기로 유명하드만 너는 그런 놈이 좋냐?”

  “언니, 나 이사람 진짜 사랑했었어.”

  “사랑했었어? 왜 과거형이야?”

  수진은 설연의 머리를 쥐어박고는 휴대폰을 뺏어 들었다.

  “아이고, 니들 손잡고 벚꽃 구경 갔냐? 벗고 안 걸려서 다행은 다행이다.”

  “아줌마 개그”

  설연은 지금 상황이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창밖을 바라봤다. 달리는 차 창밖으로 벚꽃이 흩날린다. 그렇지 않아도 그 남자와는 끝내고 싶었다.

  “우리 다음 드라마는 어떻게 돼?”

  수진은 여전히 기사 내용을 살피고 있다.

  “뭘 그렇게 깊게 생각해? 친한 사이일 뿐이다. 생각하는 그런 사이 저어언혀 아니다. 발표하고 끝내. 난 이미 끝냈어.”

  수진이 뒷목을 잡았다.

 

  설연은 얼마 전, 스캔들의 남자와 홍대 인근에서 데이트를 했다. 밤늦게 허름하고 작은 술집으로 사람들의 눈을 피해 들어갔다. 가게 안에는 주인만 혼자 있었다. 주인은 젊은 남자였는데 설연을 보고 눈빛이 흔들렸다. 남자 배우는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눈을 자꾸 피했다.

  “맥주 두 잔이랑 과일 안주 주세요.”

  설연이 그냥 주문을 했다. 가게 주인은 잠시 머뭇거렸다.

  “따뜻한 사케도 있는데.”

  “맥주요.”

  설연이 주인의 눈을 똑바로 바로 보며 말했다.

  “그럼 안주는 어묵탕 같이 따뜻한 걸로 하는 게 어때요?”

  주인은 다시 태클을 걸었다.

  “살쪄서 그래요. 과일 안주로 주세요.”

  설연이 다시 주인의 눈을 똑바로 바라 봤다. 주인은 다시 머뭇거렸다.

  “아, 그냥 달라는 대로 줄 것이지. 뭘 그렇게 주문이 많아요? 가자! 재료가 영 아닌가 보구만.”

  남자 배우가 자리를 일어서려는데 설연이 남자 배우 팔을 잡았다.

  “그냥 맥주랑 과일 안주 줘요.”

 

  생맥주 두 잔과 모양 좋게 담겨진 과일 안주가 나왔다.

  “잘 깎네. 신선하고 맛있어. 주인장도 좀 유도리 있게 장사해. 젊은 사람이 그렇게 장사해서 손님 다 쫓아. 본인이 잘하는 거 말고 손님이 원하는 걸 하란 말야.”

  남자 배우는 맥주를 쭉 들이키고 과일도 우적우적 씹었다.

  “우리 애기는 뭐 줄까?”

  설연도 목이 탔던지 맥주를 한잔 쭉 들이키고 수박을 집어 들었다.

  잠시 후 설연은 온 몸에 한기가 들기 시작했다.

  “너 왜 그래?”

  설연의 얼굴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었다.

  “체했나봐.”

  “화장실 저기 있어요.”

  주인이 물수건을 건네며 화장실을 가리켰다. 물수건이 따뜻했다.

  설연은 화장실로 달려가 심하게 구토를 하고 기진맥진이 되어 물수건으로 입을 닦았다. 물수건이 아직 따뜻했다.

  “근처 약국이라도 가봐야 하는 거 아냐? 하, 내가 가긴 그렇고.”

  남자 배우는 성가신 얼굴이었다. 그 순간 다시 설연은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

  “저기 부탁 하나만 합시다. 근처 약국에서 약 좀 사다 줄 수 있어요?”

  주인은 말없이 뒤돌아 무언가를 컵에 탔다.

  “쟤는 술도 잘 마시는 애가 갑자기 왜 저래? 나 이번에 영화 들어가서 스캔들 나면 안 되는데.”

  설연이 얼굴이 하얗게 되어 나오자 남자 배우가 걱정했다는 듯 얼른 부축을 해서 자리로 돌아왔다.

  “안 되겠다. 너 매니저 불러야겠다.”

  주인은 뿌연 물이 담긴 컵을 설연에게 건넸다.

  “천천히 마셔요. 조금씩.”

  설연이 잠시 주춤하다 컵에 손을 뻗자 남자 배우가 컵을 뺐었다.

  “야, 이게 뭔 줄 알고 먹어? 병원에 가자.”

  설연이 다시 컵에 손을 뻗었다. 남자 배우가 컵을 미는 바람에 컵이 쏟아져버렸다. 남자 배우는 수표 한 장을 내밀었다.

  “거스름돈은 여기 컵 값으로 해요.”

  설연은 쏟아진 액체의 구수한 냄새를 맡았다. 속이 편안해 지는 것 같았다.

  “저기, 죄송한데 이거 한잔 더 만들어 줄 수 있어요?”

  주인은 말없이 다시 찬장에서 통을 꺼내 희여멀건한 가루 한 스푼을 담아 뜨거운 물에 탔다.

  “조금씩, 천천히.”

  설연은 천천히 주인이 건넨 물을 마셨다. 설연의 얼굴색이 돌아오면서 속에서 끓어오르던 물이 잠잠해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편안해졌다.

 

  설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주인의 얼굴을 바라봤다.

  ‘우리 어디서 본 적이 있던가?’

  주인이 눈으로 대답한다.

  ‘글쎄,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그게 무슨 말이야?’

  ‘니가 초희일 수도 있고, 지영일 수도 있고.’

  ‘그게 무슨 말이냐고!’

 

 “토사곽란이었어요. 위장이 약한 상태에 차가운 걸 먹으면 그럴 수 있어요. 지금 드린 약은 오령산이라는 한약입니다. 이상한 것 아니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주인이 남자 배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한이 조금 남아 있을 테니 따뜻하게 하고 자요. 그리고 이제 문 닫을 시간이라…….”

  주인은 이제 그만 나가달라고 문을 가리켰다.

 

 

 

 

 

  <선조 23년>

 

  노인과 견은 폭포 옆 정자에 마주 앉아있다.

  “격산견연(隔山見煙) 조지시화(早知是火) 격장견각(隔牆見角) 변지시우(便知是牛)”

  노인이 말했다.

  “산 너머 연기가 보이면 불이 있는 줄을 알고, 담 너머 뿔이 보이면 바로 소가 있음을 안다.”

  견이 답했다.

  “그래, 이것을 내가 왜 말하는 것이냐?”

  “지금의 의학은 현상해석학이니 나타난 것을 보고 그 실체를 보아야 합니다.”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말했다.

  “공자의 제자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공부하셨기에 남들이 모르는 것을 이렇게 많이 알고 있습니까? 그 방법을 좀 가르쳐주십시오.”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자로야, 나는 그렇게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다. 나는 다만 일이관지(一以貫之) 했을 뿐이다. 하나로 꿰뚫는 일이관지를 하고 나니 누가 뭐라 물어봐도 다 알고 있더란 말입니다.”

  노인은 견의 대답에 기분이 좋은지 허허허 크게 웃었다.

 

 

  약방으로 들어서자 초희가 견을 반갑게 맞았다.

  “부인병만 완성하면 책은 완성 돼.”

  초희가 견에게 책을 내밀었다. 책에는 증상별로 약재와 처방이 상세히 적혀 있다. 견은 초희를 좋아했다. 심장으로 그것이 느껴진다. 견은 수줍게 웃으며 책을 받아들었다.

  “아주 잘 정리했구나.”

  초희가 웃는다.

  “가자꾸나.”

  노인이 초희에게 소리쳤다.

  “궁에 가면 언제 돌아와?”

  “술시는 되어야 할 거야. 기다리지 마.”

  견은 고개를 숙인 채 땅만 긁었다.

 

  궁을 다녀온 초희가 노인에게 야단을 맞고 있다.

  “네가 진정 잘못을 모르느냐? 잇몸과 치아는 다르다 이르지 않았느냐.”

  “허나 제조상궁님의 잇몸이 완전히 헤어져 있어 신(腎)의 문제라 생각하였습니다.”

  “자세히 물어보고 했었어야지. 환자들은 자기의 병을 모른다. 그냥 생각 드는 대로 표현하는 것이야. 진맥만 짚어서는 알 수 없다하지 않았느냐. 모든 것을 종합하여 판단하였어야 한다. 혹 찬물을 마실 때 이가 시리지는 않는지, 입을 벌릴 때 턱이 아프지는 않은지, 물었어야지. 이는 양명에 속한다. 양명은 위장을 기본으로 그 위는 얼굴에 이르고, 옆으로는 몸통에, 밑으로는 사지로 통한다. 양명의 열은 진액과 혈의 부족으로 허열과 위장의 습열로 보는 것이다. 이가 들 떠 아픈 것은 백호가인삼탕을 쓰면 금방 낫는다. 잇몸과 턱이 아플 때는 갈근탕, 이가 아플 때는 의이인탕, 잇몸이 헤졌을 때는 팔미를 쓴다. 네가 무엇을 놓쳤는지 알겠느냐?”

  초희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에 제조상궁이 치통으로 크게 고생한다 하여 올린 약이 낫지 않아 책망을 들은 모양이다.

 

  노인이 가고 견이 초희 곁으로 갔다. 초희는 우는 모습도 예뻤다.

  “너도 나처럼 민간에서 의술을 펼쳤으면 좋았을 걸.”

  초희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노인 밑에서 의술을 배웠다. 노인이 자신의 손녀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노인은 결혼한 적이 없으니 손녀가 있을 리도 없었다. 초희는 영민하고 부지런하여 무엇이든 빨리 배웠고 실력을 인정받아 궁의 여인들의 치료를 도맡게 되었다.

  노인은 궁중 제일의 의원으로 이름을 날리다 얼마 전 물러났지만 가끔씩 요청에 의해 궁을 드나들었다.

  “그래서 제조상궁 마마님 잇병은 치료해 드렸어?”

  “응, 다시 올렸어. 그건 금방 괜찮아질 거야.”

  견 역시 젖을 뗀 아기 때부터 노인의 손에 자랐다. 부모는 임진왜란에 죽었다고 했다. 노인은 견과 초희를 어려서부터 산에 데리고 다니며 약초를 캐고, 환자를 볼 때 옆에 두어 익히게 하였다.

  초희와 견은 조선 최고의, 더 나아가 명나라의 의술도 따라올 수 없게 익히고 발전시키자 다짐했다. 벌써 지금까지 존재하는 의서는 다 읽어 지금 시대에 맞게 바꿔 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병이라는 것은 시대에 따라 변하여 옛것은 참고하되 지금의 사람에게 맞춰야 한다. 의술이라는 것은 지금 볼 수 있는 사람에게 적용되어 질 때에만 가치가 있는 것이다.”

  노인이 늘 하는 말이었다.

 

 

 

 

 

 

 

 

 

  <2016년, 견의 술집>

 

  설연은 혼자 전에 갔던 술집을 찾았다. 오늘도 주인 혼자였다.

  “이렇게 해서 유지는 돼요?”

  설연은 따뜻한 사케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주인은 사케를 건네고 마늘을 구웠다.

  “기사를 보니 난리가 났던데요?”

  “봤어요?”

  설연이 웃어 보인다. 스캔들 직후 세금 문제가 터졌고, 잡지 인터뷰에서 내뱉은 한류에 관한 이야기가 구설수에 올랐다.

  “난 내 수입이 어디로 들어오고 어디로 나가는 지도 몰라요. 내 손으로 돈 낼 일도 없고 지갑도 안 가지고 다녀요. 아, 오늘 술값은 가져 왔으니까 걱정 말구요. 그래도 내 얼굴, 내 이름이 걸린 일들이니까 내가 다 책임져야 하는 거죠. 억울하진 않아요.”

  류견이 꼬치에 구운 마늘을 건넸다.

  “근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죠?”

  설연이 꼬치를 집어 들며 말했다. 견이 컵을 닦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지난번에 그 늙다리랑 왔었잖아요?”

  “장난하지 말구요.”

  “나야 TV에서 자주 설연씨 보죠. 최고의 한류스타니까 아무 채널 돌려도 나오던데?”

  “그럼 난 어디서 그쪽을 봤더라?”

  설연이 꼬치에서 구운 마늘을 쭉 뺐다.

  “꿈에서 봤나보죠. 대 스타가 나 같은 사람을 볼 일이 언제 있었겠어요?”

  설연은 꼬치 작대기를 들고 팔을 쭉 뻗었다. 뾰족한 끝이 견의 목에 닿았다.

  “그래, 난 널 내 꿈에서 봤어. 십년도 넘게 이어지는 꿈이야.”

  견은 목을 꼬치에 더 가까이 들이 밀었다. 설연이 놀라 팔을 뺐다.

  “꿈에서 본 사람에게 이러는 건 웃기지 않아?”

 

  그때 가게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고 한 무리의 젊은 여자들이 들어왔다. 설연은 얼굴을 감추려 고개를 숙였다. 견은 주방 뒤쪽을 가리켰다.

  견이 가리킨 곳에는 작은 문이 있었다. 주방과 연결된 작은 방이었는데 간이침대, 책상이 있었다. 책상에는 전원이 켜진 노트북이 있었고 거기에는 작업 중인 글이 있었다. 한약 처방들이었다.

 

  얼마 후 방문이 열리고 견이 들어왔다.

  “이게 뭐지?”

  설연이 노트북을 가리켜 물었다.

  “그건 꿈에서 안 나왔었나?”

 

  류견도 매일 꿈을 꾼다. 십년도 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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