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무협물
혈마연애전기
작가 : 추적룡
작품등록일 : 2017.11.20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던가. 강호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혈사를 암시하는 서책의 출현. 때를 맞춰 출몰하는 괴인들. 수백 년 전 멸문한 혈교의 부활조짐. 마교와 사파의 심상찮은 움직임까지. 모든 일의 배후이자 새로운 혈마로 지목된 청년은 정작 엉뚱한 소리만 할 뿐이다. 자신은 강호제일미와 혼인하기 위해 강호에 출도했다고. 그리고 엄숙한 얼굴로 선언한다. 자신의 연애를 방해하면 정, 사, 마를 막론하고 가만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괴팍하지만 가슴 따뜻한 이 혈마는 과연 무림을 혈겁에서 구하고 영웅이 될 수 있을... 아니, 그보다 강호제일미에게 장가들 수 있을지. 본격 애인쟁취 분투기, 를 빙자한 무림과의 맞장뜨기가... 진짜 혈마의 전설이 이렇게 시작된다.

 
만상수라동
작성일 : 17-11-27 20:43     조회 : 393     추천 : 0     분량 : 436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조장!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백현이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는 정색을 하고 달려왔다.

 

 “왜?”

 

 “이것 말입니다.”

 

 백현이 만악도를 내밀었다.

 

 “그게 뭐? 끔찍하게 아끼는 애병(愛兵)을, 날더러 어쩌라고?”

 

 “받아주십쇼.”

 

 “뭐?”

 

 척유한이 백현을 바라봤다.

 

 “생각해 보니... 조장께, 신세진 일이 너무 많습니다.

 

 만약 제가 이 동굴에서 나가지 못한다면...”

 

 퍽!

 콰당탕!

 

 척유한이 주먹을 날렸다. 백근이 넘는 거구의 몸뚱아리, 백현이 동굴 구석에 일직선으로 날아가 암벽에 내다꽂히듯 부딪혔다. 척유한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등을 돌려서 앞으로 걸어갔다.

 

 “알만한 자가, 재수 없는 소릴 늘어놓긴!”

 

 백현이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더욱 울컥했다. 구할 수 없다는 자책을 떠나서, 조원 누구였건 간에, 그들의 죽음을 무조건 부정하고 싶었다.

 

 “조장, 그런 뜻이 아닙니다.”

 

 “시끄러! 아가리를 콱...”

 

 “생각해보니까, 말씀드릴 게 있습...”

 

 처억!

 

 발걸음을 멈췄다. 척유한이 뒤를 돌아보고, 애써 담담하게 물었다.

 

 “아깐 암 말 안했었잖아?”

 

 “그러니까, 그게...”

 

 “너! 내 눈 보고 똑바로 말해!”

 

 백현은 슬쩍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죄송합니다, 조장. 제가 허언을 했습니다. 아까부터 뭔가를 캐물으려 하시기에, 뭔가 있나 싶어서...”

 

 백현이 다급하게 덧붙여 물었다.

 

 “뭐가 있는 거군요?”

 

 딴에는 일종의 유도심문을 한 것이다.

 

 “너, 이 새끼...!”

 

 척유한은 틀어쥔 주먹을 치켜들다 말고, 이내 멈췄다. 생각해 보면, 백현 정도가 돼서, 아무것도 안 묻고 지나치는 게 더 이상할 것이다.

 

 “알려주십쇼, 조장!”

 

 피식!

 

 척유한은 웃었다. 그리고 나직이 말했다.

 

 “됐다.”

 

 “하지만...”

 

 “만 번도 더 알려줬거든?”

 

 “네? 아까부터... 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어차피 믿지도 않을 거야.”

 

 “차근차근히 설명해주시면...”

 

 “그만 둬!”

 

 척유한이 딱 잘라 말했다.

 

 “마음만 심란해질 뿐이다. 그보다...”

 

 차근하게 설명할 여유도 없었고, 그런다고 달라질 것도 없었다.

 

 “줘!”

 

 “...네?”

 

 휙!

 

 척유한이 자신의 검집을 풀어, 백현에서 던졌다. 그러고는 한 손을 내밀었다.

 

 “주고 싶다며?”

 

 “...넷!”

 

 검과 도를 바꾸는 순간이었다. 무사들 간에 어지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이들은 별 망설임도 없이 쓱싹 바꿔치기를 했다.

 

 툭툭!

 

 백현이 도집을 정성스레 털었다. 그러고는 허리춤에서 만악도를 빼내어 들고 걸어왔다.

 

 “그냥 던져! 누가 보면 새색신줄 알겠다.”

 

 “흐흐, 저처럼 예쁜 색시 보셨습니까?”

 

 “지랄.”

 

 “쩝! 던지겠슴다!”

 

 휘익... 턱!

 

 척유한이 만악도를 한 손에 나꿔챘다. 칼자루를 틀어쥐어 봤다.

 

 ‘백현의 만악도(萬惡刀)...’

 

 털털한 성품 만큼이나, 손때가 잔뜩 묻어있는 것이 제법 마음에 들었다.

 

 ‘이 빌어먹을 동굴에선, 누구라도 뾰족하게 살 방도가 없겠지만...’

 

 조원들을 떠올리며 죽는 것도 나쁠 거 없다는 생각에, 받아들기로 했다.

 

 “것 참... 주인 닮아서 그런가, 더럽게 무식하게 생겨먹었네!”

 

 거한인 백현의 보물답게, 만악도는 큼지막하고 살기등등했다. 흙먼지와 손때와 핏물에 절은, 정파인의 병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흉악스런 일참도(一斬刀)였다.

 

 “지저분한 건 또 어지간해야지. 이런 걸 휘두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

 

 척유한은 불퉁거렸다. 하지만 입 꼬리는 희미하게 올라가 있었다.

 

 이를 감추기라도 하듯, 등을 홱 돌렸다. 등 뒤에서 백현이 말했다.

 

 “조장.”

 

 시금털털한 음성이 울렸다.

 

 “조장의 검을 받다니, 저는 이미, 동굴에서 나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허허!”

 

 울림이 큰, 곰 같은 목소리였다.

 척유한은 뒤를 돌아봤다. 문득, 미안하다는 말이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쿠쿠쿵!

 

 이미 암동의 석벽이 내려앉아 둘 사이를 갈라놨다. 백현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 대신, 저만치 앞에서 시커먼 안개 같은 기운이 몰려오고 있었다. 이 또한, 선자불래 내자불선(善者不來 來者不善)인가.

 

 “와라, 이번에는...”

 

 어금니가 으스러져라 깨물으며, 척유한이 중얼거렸다.

 

 “끝내자, 제발.”

 

 ***

 

 되살아나는 것도 못할 노릇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기에 더더욱 그랬다.

 

 일천 번까지는, 괴사(怪事) 자체를 믿지 못했다. 현실을 부정했고, 닥치는 대로 날뛰었다. 황당함과 분노, 짜증과 의문이 한데 섞여 요동을 쳤다. 한마디로, 되는대로 행동했다.

 

 일만을 넘기면서부터, 복수에 극도로 몰입했다. 배신감에 치를 떨었고, 원초적인 증오를 풀고자 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광분하여 제풀에 피분수를 터뜨렸고, 분을 이기지 못해서 어이없이 일찍 죽었다. 물론, 그런 만큼 일찍 깨어났지만, 다시 그 상황에 더욱 화가 나서, 또 다시 상처가 터졌고, 더 빨리 고꾸라졌다. 더 일찍 깨어나고, 더욱 화가 나는... 악순환이었다.

 

 십만 대에 이르렀을 때, 오히려 평정을 찾았다. 복수보다는 조원들을 구하는 것에 열중했다. 조원들의 시신도 반복해서 보다 보니, 익숙해졌다. 하지만... 평소, 무사도(武士道) 같은 말에 콧방귀를 뀌었건만, 심장이 뜯겨나간 것은 그렇다 쳐도, 얼굴을 짓뭉개놓은 행위에 더욱 분통이 터졌다. 사중혁에 대한 배반감이 실망으로 바뀌었다.

 

 백만 대에 이르렀다. 조원들 누구도 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했다. 또 다시 울화가 치밀 즈음에, 동굴에서 괴상한 소리를 들었다. 그와 함께 알 수 없는 구결을 얻었다. 이를 외우면서 증오악심을 키웠다.

 

 이후로는 사중혁에 대해 생각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생각하지 않았을 리 없다.

 하지만, 더욱 깊게... 깊숙한 곳까지 의문을 품었다.

 

 ‘왜 그랬을까?’ ‘대체 왜?’

 

 다음으론, 관점을 바꿔 봤다. 이제까지, ‘사중혁을 죽이는 것’과 혹은 ‘자신도 죽겠다는 것’만 생각했다면... 처음으로 ‘사는 것’을 생각했다. 그러자, 이런 질문을 품게 되었다.

 

 ‘만약 이 지긋지긋한 동굴을 벗어날 수 있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어찌 될 것인가.

 이때부터는 구결을 본격적으로 익혔다.

 그래봤자, 사중혁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일부분을 얻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 수단이었다. 사중혁이 찾아오기 전에, 그에게 가슴이 꿰뚫려 죽기 전에, 조금의 짬이 난다면, 이를 악물고 수련했다. 이때까지는 사중혁을 죽이는 것이 관건이었다면, 처음으로 무공 자체에 관심을 가졌다.

 

 자신의 삶에서 처음 접하는 괴악한 무공이었다.

 하지만 그 공력은 어쩌면 어마어마한 것이 아닐까.

 

 그 후, 동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지긋지긋하던 동혈에 점차 마음을 열었다.

 내기(內氣)를 단전에 갈무리하듯이, 심중의 증오악심을 하단전에 묵직하게 내렸다.

 

 

 무공의 근원은 결국 파괴지심(破壞之心)!

 허나 마음먹기에 따라선 조화상생(調和相生)일 수도 있는 법이 아닌가!

 

 

 마찬가지로 분노원한(忿怒怨恨) 역시 대자대비(大慈大悲)와 검날의 양 면처럼 닿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증오악념을 통제하게 되었다...

 

 현재만을 생각하게 되었다...

 

 마음을 비우고 싶어졌...지만,

 

 그것만은 절대로 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에 이르러서는... 분노의 기억을 모두 지운 채, 가슴 안쪽에 평상심만을 가득 채워 넣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스스로를 속이는 거짓 화해이자, 미봉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희노애락 일체가 자연스러운 것!

 

 아무것도 버리지 않기로 했다. 솔직한 분노를 외면하고서는, 진정한 자애 또한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한분노와 증오악념을 자애성심의 또 다른 일면으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사중혁을 만나기로 했다!

 

 이제껏 암중(暗中)에서 혈조를 날리는 괴물로서의 사중혁이 아닌, 실체를 드러낸 사중혁을... 죽이고 싶은 그 얼굴이지만, 한 번은 꼭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러고 보니까, 놈... 얼굴을 왜 드러내지 않는 걸까?”

 

 생각하면, 특이한 일이었다.

 

 “조원들의 얼굴을 짓뭉개놓은 것도 이상하다.

 

 악랄해져서라고 보기에는... 뭔가 있는 게 아닐까?”

 

 ***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제 얼굴을 궁금해 하셨다니... 후후...”

 

 칠흑의 장막 같은 어둠 속.

 사중혁의 장소성(長笑聲)이 긴 꼬리와 같은 여운을 남기며 날아왔다.

 

 간결한 답변과 가벼운 웃음.

 하지만 그 속에는 심후한 공력이 담겨 있다.

 상승의 음공(音功)보다 더한 장중한 기운이 암동 벽면을 쩌렁하게 때렸다.

 

 “후후후후...!”

 

 퍼퍼퍼퍼퍼퍼펑!

 

 구파의 일대 제자라 해도, 방비 없이 받아낸다면, 기경팔맥이 뒤틀리고, 기혈이 들끓어 촌음(寸陰)을 버티기 힘들 정도의 강맹함이었다.

 

 폭풍이 몰아치는 웅혼함과, 채찍이 휘몰아치듯 날카로운 기운이 사위를 휩쓸고 지나갔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쿨럭!”

 

 척유한이 피를 한 움큼 뿜었다.

 사중혁의 공력을 정면으로 맞받았다.

 내부가 진탕되었을 법도했지만, 입가에는 미소가 그려졌다.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사중혁에 대해, 한 가지 생각이 든 것이다.

 

 ‘어쩌면 내 생각이 맞는지도!’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5 혈교 부활 2017 / 12 / 18 394 0 3831   
24 혈교 약사(略史) 2017 / 12 / 18 385 0 6783   
23 암기 2017 / 12 / 18 359 0 10629   
22 청풍장 소동 2017 / 12 / 17 379 0 5930   
21 남녀상열지사, 만추 2017 / 12 / 15 358 0 6589   
20 괴이한 문양 2017 / 12 / 15 379 0 6267   
19 외모지상주의? 2017 / 12 / 14 359 0 4137   
18 내가 찜한다 2017 / 12 / 13 350 0 6591   
17 불허한다 2017 / 12 / 12 388 0 5530   
16 내자불선 2017 / 12 / 11 396 0 3903   
15 조심 2017 / 12 / 8 362 0 5517   
14 백년혈마 2017 / 12 / 7 364 0 4469   
13 노래 2017 / 12 / 6 394 0 6010   
12 인기남들 2017 / 12 / 5 400 0 4413   
11 청풍제일장 2017 / 12 / 4 367 0 6257   
10 진혜미 2017 / 12 / 1 379 0 3975   
9 약속해라 2017 / 11 / 30 368 0 4991   
8 큰 놈, 작은 놈, 중간 놈 2017 / 11 / 29 370 0 5297   
7 진경 2017 / 11 / 28 362 0 4102   
6 만상수라동 2017 / 11 / 27 394 0 4369   
5 외순찰 십삼조2 2017 / 11 / 24 380 0 4852   
4 외순찰 십삼조1 2017 / 11 / 23 364 0 4057   
3 척유한2 2017 / 11 / 22 363 0 4640   
2 척유한1 2017 / 11 / 21 382 0 4052   
1 서(序) 2017 / 11 / 20 592 0 2864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