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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작가 : 카렌
작품등록일 : 2017.10.30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마술사학교'의 최종우승자 마술소녀 윤제이. 한달 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아빠의 죽음에 무언가 숨겨진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하다며, 제이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의심하는 수상한 그놈이 나타났다. 그놈의 정체는 사생활이 철저하게 비밀에 휩싸여 있는 독일에 국민마트 CEO 강철수. #티격태격, #알콩달콩, #로맨틱코미디, #츤데레 남주, #당찬 여주 habilis21@naver.com

 
46.제이는 철수를 좋아해?
작성일 : 17-11-27 20:37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8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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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이는 요즘 자신의 몸 상태가 굉장히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공연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제이는 온종일 집중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책상 앞에 앉아있었다.

 

 새로운 마술 트릭을 생각해내야 하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마술에 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지금 제이의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오직 한 남자의 모습뿐이었다.

 

 종일 그와 나누었던 대화를 생각하면서 혹시 자신이 실수하지 않았나, 그때의 그의 반응이 어땠었나 생각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체하겠네."

 

 제이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혼잣말했다.

 

 오직 그에 대한 생각 때문에 제이는 일상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였다.

 

 밥을 먹을 때면 그 사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우연히 시계를 보다가 2시 22분인 것을 확인하고 뛸 듯이 기뻐한 적도 있었다.

 

 시와 분이 똑같을 대 시계를 봤다면 누군가도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라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제이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 사람은 바로 같이 살는 그녀의 룸메이트 철수였다.

 

  "제이,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요?"

 

 운동을 하고 막 샤워를 마친 철수가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나왔다.

 

 지퍼를 잠그지 않고 운동복 상의를 연 채로 나오는 철수의 복근은 잘게 쪼개져 있었다.

 

 제이는 저도 모르게 멍하니 철수의 복근에 시선을 고정했다.

 

  "제이, 뭘 보는 겁니까?"

 

  "네?! 아, 아니요. 자, 잠깐 딴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몰래 철수의 복근을 훔쳐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제이는 급하게 일어나서 식사를 마쳤다.

 

 두근두근.

 

 아직 철수의 복근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있어서 제이의 심장은 쉬이 진정되지 않았다.

 

 제이는 혹시 철수가 자신의 시선을 눈치챘을까 걱정하면서 그의 표정을 살폈다.

 

 다행히도 캣타워에 있는 노랑이와 놀고 있는 철수는 복근을 뚫을 듯 했던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안심한 제이는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태연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처, 철수 씨도 밥 드실래요?"

 

  "제이는 밥 다 먹었습니까?"

 

  "네, 저는 식사 다했어요."

 

  "그럼 난 안 먹겠습니다. 제이랑 같이 먹고 싶었는데, 더 일찍 나올 걸 그랬군요."

 

 철수가 제이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생긋 미소를 지었다.

 

 제이는 또다시 홀린 듯이 철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새삼스럽게 느끼는 거였지만 철수는 정말로 잘생긴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평소에는 날카로운 눈매 때문에 강인하고 무서워 보이는 데 반해 웃을 때는 눈꼬리가 휘어지면서 장난기 많은 소년으로 변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다양한 매력이 있을 수 있을까.

 

 제이는 철수의 미소를 보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TV에 나오는 배우들보다도 훨씬 멋있는 복근을 자랑하는 철수는 어깨도 넓고 몸통도 단단해 보였다.

 

  '철수 씨는 잘생기면서 몸도 좋은 남자구나.'

 

 제이는 물끄러미 철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그가 무척 남자다우면서 선이 아름다운 몸매를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태평양같이 넓으면서 각이 살아있는 어깨 밑에는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탄탄한 허벅지에 그에 못지않은 단단한 종아리까지 그야말로 솜씨 좋은 조각사가 정성스럽게 조각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철수가 옷을 입었을 때 더 진가를 발휘했다.

 

 평범한 옷도 특별하게 소화하는 철수를 보면서 제이는 정말로 '패션의 완성은 얼굴과 몸이다'라는 명제를 참으로 받아들였다.

 

  '아, 정말 저 몸에 한 번 안겨보고 싶…… 꺄악! 미쳤어. 윤제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러다간 제정신을 잃어버릴 것 같아서 제이는 얼른 자신의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후우, 진짜 내가 무슨 병에 걸린 걸까."

 

 병, 이건 병이었다. 평소와 다른 자신의 상태는 병에 걸린 것이 분명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철수의 생각이 났으며 종일 이유 없이 웃음이 새어나왔다.

 

 누가 자신을 보면 분명히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 깊은 곳에서 행복이 솟아오르고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집에 있을 때 대충 티셔츠에 고등학교 때 입던 체육복을 입고 있던 제이는 이제 항상 거실을 나설 때 간단하게 화장을 하고 집에서 입을 예쁜 옷을 구입했다.

 

 원래 피부가 좋은 제이는 피부화장을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립밤을 바르거나 속눈썹을 뷰러로 올리고 철수 앞에 나갔다.

 

 친구들과 밖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면 자연스럽게 그가 생각났다.

 

  ㅡ 철수 씨한테 이거 한번 먹여보고 싶다. 진짜 맛있는데.

 제이는 기분 나쁜 일이 있어도 쉽게 훌훌 털어버리고 행복한 미소를 머금었다.

 

 세상에 있는 존재 하나하나가 모두 감사하게 느껴졌고 아름답게 느껴졌다.

 

 하지만 철수의 차가운 말 한마디면 좋았던 기분이 지하로 추락하는 것 같았다.

 

 하루에도 서너 번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제이는 자신도 자신의 기분을 종잡을 수 없었다.

 

 간단하게 자신의 증세를 써서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제이는 얼른 답글이 달리기만을 기다렸다.

 

  '대체 내가 무슨 병을 앓고 있는 걸까. 병원에 한번 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제이는 초조하게 답변을 기다렸다.

 

 몇 분이 지나고 나서 답글이 달린 것을 발견하고 제이는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댓글 창을 클릭했다.

 

  [글쎄요. 이건 완전 상사병인데. 요즘 짝사랑하는 사람 있으신가요?]

 

  '뭐, 뭐라고……? 내가 상사병?'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댓글의 내용에 제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내가 상사병이라니, 말도 안 돼.'

 

 어이가 없어진 제이는 살짝 입을 벌리고 있다가 자판을 두드렸다.

 

  [상사병이요? 정말 이게 상사병일까요?]

 

  [네, 제가 예전에 좋아하던 선배 있었을 때랑 증상이 비슷하네요. 꼬마마술사님도 아마 지금 짝사랑 중이신 듯.ㅎㅎ]

 

  "에이, 말도 안 돼."

 

 댓글에 달린 어이없는 내용을 보고 고개를 가로로 내저은 제이는 인터넷 창을 껐다.

 

 사실 제이는 자신의 지금 증상이 조울증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어떨 때는 한없이 행복하고 기뻤지만 어떨 때는 집에 들어가서 나오고 싶지 않을 정도로 우울했으니까, 이건 분명히 조울증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게 상사병이라니…….'

 

 고개를 가로로 내저으면서 자신의 마음을 부정하던 제이는 컴퓨터를 끄고 침대에 털썩 누웠다.

 

 환한 불빛을 보자 머리가 아파진 제이는 손등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그런데 상사병이 어떤 증세지?'

 

 궁금증을 참지 못한 제이는 핸드폰의 잠금장치를 해제하고 상사병의 증세가 무엇인지 찾아보았다.

 

 조용히 글을 읽어내려가던 제이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듯했다.

 

 인터넷에서 말하는 상사병의 증세가 자신의 증세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진짜로 내가 철수 씨를 짝사랑 하는 건가.'

 

 힘없이 아래로 떨어진 제이의 손에서 핸드폰이 추락하면서 탁, 하는 소리가 빈 공간을 메웠다.

 

 

 

 ***

 

 

 

 집으로 나온 제이는 카페 늘봄에서 은섭과 윤정 커플을 만났다.

 

 윤정과 은섭은 사귄 지 이주일 되는 커플답게 달달함이 가득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타로 가게에서 만났던 할머니 말대로 고백하지 않고 조금 기다리면서 친한 친구로 지냈더니 은섭이 윤정에게 먼저 고백해서 커플이 되었다.

 

 처음부터 윤정에게 마음이 있었던 은섭은 용기가 없어서 선뜻 고백하지 못하고 친구로 지내다가 마음을 포현하게 되었다.

 

  "그럼 은섭 씨가 처음부터 윤정이한테 반한 거예요?"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를 듣고 있던 제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네, 뭐, 그렇죠. 사실 처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갔을 때부터 딱 눈에 띄더라고요."

 

  "내가 눈에 띄어? 키가 커서 그런가?"

 

 은섭의 말에 윤정은 부끄러워하며 새침한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중학교 때부터 윤정을 지켜봐 왔던 제이는 윤정이 얼마나 은섭을 좋아하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확실히 기범이한테 대하는 것과 은섭에게 대하는 것이 하늘과 땅 차이였다.

 

 남자들 앞에서도 언제나 털털하게 굴었던 윤정은 오늘따라 행동 하나하나가 귀엽고 여성스러웠다.

 

 윤정의 변화가 조금 재미있으면서 흐뭇했던 제이는 앞에 앉은 그녀를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제이야, 너는 요즘 마음에 드는 사람 없어?"

 

  "응? ……어, 응. 뭐, 아직 없지. 뭐."

 

  "은섭이랑 나랑 제이랑 제이 남자친구랑 같이 더블데이트 하면 진짜 좋을 것 같은데."

 

  "맞아요. 그거 되게 좋을 것 같네요."

 

 제이는 살짝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더블데이트? 글쎄……."

 

  "은섭아. 혹시 주위에 제이한테 소개해줄 만한 괜찮은 사람 있어?"

 

  "제가 아는 형이 있는데 의대생이거든요. 집안도 좋고 되게 잘생겼어요. 괜찮으세요?"

 

 은섭의 말에 제이는 정중하게 소개팅 제안을 사양했다.

 

  "아니요. 괜찮아요. 소개팅할 생각 없어요."

 

  "왜 혹시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도 있는 거야?"

 

 철수의 모습이 살짝 스쳐 지나갔지만 제이는 완강하게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했다.

 

  "아니, 아무도 없어."

 

 마침 주문한 아이스크림 와플에 도착하자 제이는 두 사람의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있었다.

 

  "맛있겠다. 사진부터 찍을까?"

 

 제이는 얼른 사진을 찍어서 철수에게 전송했다.

 

  [맛있어 보이는군요. 제일 위에 있는 건 녹차 아이스크림입니까?]

 

  [네, 와플에 올라갈 수 있는 아이스크림을 선택할 수 있어서. 녹차, 바닐라, 초콜릿. 이렇게 세 개 선택했어요.]

 

  [아이스크림 너무 많이 먹지 마요. 배탈납니다.]

 

 ……치, 잔소리쟁이.

 

 제이는 미간을 좁히고 근엄한 표정으로 잔소리를 하는 철수의 모습을 떠올리며 피시 웃음을 터트렸다.

 

  "누구한테 메시지 보내는 거야?"

 

  "……응? 아무것도 아니야."

 

  "뭐야, 뭘 그리 숨겨. 빨리 대답해봐. 너 진짜 마음에 드는 남자 없어?"

 

  "어, 없다니깐."

 

 제이는 자신의 핸드폰을 아래로 숨기면서 급하게 아이스크림을 입안에 넣었다.

 

 입안에서 스르르 녹는 녹차 아이스크림을 느끼면서 제이는 자연스럽게 철수 생각을 했다.

 

 철수 씨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이 녹차 아이스크림인데.

 

  "그런데 은섭 씨가 먼저 윤정이를 좋아했다고 했나요?"

 

  "네, 그랬죠. 제가 먼저 좋아했어요."

 

  "먼저 티 좀 내지 그랬어요. 윤정이가 고백할까 말까 되게 많이 마음 졸였는데."

 

 제이의 말에 옆에 있던 윤정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말?"

 

  "응, 나 너 때문에 타로 카드도 보고 그랬잖아."

 

  "그럴 줄 알았으면 빨리 고백할 걸 그랬네."

 

 제이는 알콩달콩 사랑의 눈빛을 주고받는 두 사람을 흐뭇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여자가 먼저 고백하는 건 좀 그렇지?"

 

 제이가 슬쩍 두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앞에 있던 은섭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윤정이도 눈동자를 위로 향했다.

 

  "꼭 그렇지는 않지. 남자가 먼저 고백해야지 이루어진다는 법은 없지 않나?"

 

  "……그, 그런가?"

 

  "응, 내 친구도 자기가 먼저 적극적으로 고백했는데 남자애가 싫다고 하더래."

 

  "정말?"

 

 제이는 자신의 일인 것처럼 가슴 아파하면서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런데 내 친구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대쉬했대. 그래서 남자가 고백을 받아들여서 지금 잘 사귀고 있어. 지금 아마 200일 조금 넘었을걸?"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자신은 남자를 한번 만나보지 못했는데 벌써 200일이라니.

 

  "요즘은 남자도 여자가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면 고맙죠."

  "그래요?"

 

  "네, 저는 만약에 윤정이가 저한테 고백했으면 그것도 더 좋을 것 같아요."

 

  "정말요?"

 

 제이는 작게 탄성을 내지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보니 꼭 남자가 고백해야 한다는 범은 없는 것 같았다.

 

  "윤제이, 너 솔직히 말해 봐. 좋아하는 사람 있는 거야?"

 

  "아, 그게……."

 

 제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제이는 거짓말을 잘하는 타입도 아니었고 거짓말을 하면 얼굴에 바로 티가 났다.

 

  "사실 내가 요즘 관심이 생긴 남자가 있어."

 

  "오오, 정말?"

 

  "응, 관심이 있긴 한데. 사실 그 사람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잖아."

 

 제이는 갑자가 울컥 치밀어 오르는 무언가를 삼키고 말을 이었다.

 

  "그래서 조금 ……망설여져."

 

 제이는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두 사람에게 털어놓았다.

 

 입 밖으로 철수에게 관심이 있다고 말을 하니까 이상하게도 그에 대한 마음이 조금 더 커지는 느낌이었다.

 

  "제이 씨가 먼저 남자분한테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좋은 것 같은데요?"

 

  "그, 그런가요?"

 

 그러나 제이는 혹시나 철수가 싸늘한 표정으로 자신을 거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선뜻 다가갈 수 없었다.

 

 지금은 익숙해졌고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서 그가 무섭지는 않았지만, 철수가 딱딱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자신을 거부하면 제이는 큰 상처를 받을 것 같았다.

 

  "남자라면 제이 씨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오면 좋아할 거예요."

 

  "……."

 

  "그러니까 망설이지 말고 한 번 표현해보세요."

 

 제이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르 끄덕였지만 그녀의 표정에는 그늘이 져 있었다.

 

 

 

 ***

 

 

 

 카페 늘봄에서 두 사람과 헤어지고 밖으로 나오니 하늘에서는 가느다란 빗줄기가 내리고 있었다.

 

 일기예보를 보고 미리 챙긴 우산을 편 제이는 조금 기분이 울적해서 주변에 있는 공원으로 걸어갔다.

 

 은섭과 윤정, 두 사람과 같이 보내는 시간을 즐겁고 유쾌했지만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것을 보니 마음 한구석이 허해졌다.

 

 서로를 아끼는 은섭과 윤정의 모습을 보는 건 가슴이 따뜻해지고 기분좋은 일이었다.

 

 자신에게 연애 상담을 하면서 고민하던 윤정이 은섭과 예쁘게 사귀고 있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기도 했다.

 

 사랑하는 남자 앞에 있는 윤정은 평소보다 훨씬 더 사랑스러워서 조금 신기하기도 했다.

 

 다음 주에 남이섬으로 여행을 간다면서 좋아하는 은섭과 윤정을 보니 제이는 기분이 조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한창 젊고 좋은 날에 자신은 무엇을 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예전에는 마술이 좋아서 모든 것을 포기해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지금은 그냥 마술은 조금 미뤄두고 사랑하는 사람과 길거리를 걷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내 이런 마음을 철수 씨는 알고 있을까.

 

 아마 지금쯤 심각한 표정으로 컴퓨터 모니터만 들여다보면서 보고서만 쓰고 있겠지.

 

 제이는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빗방울이 만드는 동그란 원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원래 짝사랑하면 다 이런 걸까.

 

 제이는 하루에도 몇 번이나 바뀌는 자신의 마음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말 못할 이야기였지만 지나가는 빗방울에게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제이는 조용히 속삭였다.

 

  "……좋아해."

 

 작은 목소리로 속삭인 제이는 조금 용기가 생겨서 조금 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제이는 철수를 좋아해."

 

  "제이!"

 

  "엄마야, 깜짝이야!"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우렁찬 목소리에 놀란 제이는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철수 씨! 깜짝 놀랐잖아요."

 

  "여기서 뭐 하고 있었습니까?"

 

  "네?"

 

  "아까 막 물 보면서 뭐라고 중얼거리던데 뭐라고 그러는 거였습니까?"

 

 철수의 질문에 제이는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몰라도 돼요."

 

  "궁금한데 알려주면 안 됩니까?"

 

  "싫어요. 안 알려줄 거에요.

 "

  "알려주지. 왜 안 알려 준다는 겁니까. 혹시 내 욕했습니까?"

 

 철수의 말에 제이는 입술을 앞으로 내밀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정말. 이런 무드 없는 남자 같으니라고.

 

  "네."

 

  "뭐라고요? 진짜 내 욕했습니까?"

 

  "맞아요. 진짜 철수 씨는 귀가 엄청 좋은가봐요."

 

 작게 한숨을 내쉰 제이는 재빠른 걸음으로 앞서 걸었다.

 

 지금은 혼자만의 감정을 절대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잠깐만요. 제이. 이제 비도 그치는 데 우리 같이 걸을까요?"

 

 하늘을 올려다보니 빗줄기는 더 내리고 있지 않았다.

 

 제이는 손을 뻗어 마지막 빗막울을 확인하고 우산을 접어 손목에 걸었다.

 

  "여기 공원이 있는 줄 몰랐어요."

 

  "예전부터 여기 같이 오고 싶었습니다."

 

  "……누구랑요?"

 

  "그건 비밀입니다."

 

  "치사하게 왜 말 안 해줘요."

 

  "제이도 말 안 했잖습니까."

 

 그답지 않게 유치하게 구는 모습을 보고 제이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그녀가 웃는 모습을 빤히 보고 있던 철수가 주먹 쥔 손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손 줘 봐요. 줄 거 있어요."

 

  "뭔데요?"

 

 철수는 의심하지 말고 받으라는 듯이 눈짓했다.

 

 혹시 무슨 장난을 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을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던 제이가 손을 뻗었다.

 

 그러자 철수가 덥석 그녀의 손을 잡았다.

 

 황당해진 제이가 얼른 철수의 손에 잡힌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그는 놓지 않겠다는 듯이 더욱 꽉 그녀의 손을 움켜쥐었다.

 

  "이러고 걸어요. 이러고 걸으면 더 좋잖아요."

 

 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순 없을 것 같아서 제이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그와 함께 걸었다.

 

 아무도 없는 공원에는 찬란한 햇빛이 부서지고 있었다.

 

 가만히 공원에 있는 분수대 주위를 걷고 있던 제이가 생긋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이렇게 걷는 것도 좋은 것 같네요."

 

 두 사람은 함께 손을 잡고 계속해서 공원을 걸었다.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 인제야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제이는 아주 오랫동안 이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지그시 눈을 감고 이 순간을 마술 모자에 넣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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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제이는 철수를 좋아해? 2017 / 11 / 27 280 0 8107   
45 45.슬프면 슬프다고 말해요 2017 / 11 / 26 261 0 8563   
44 44.나중에는 내가 너 구해줄게. 2017 / 11 / 24 262 0 8193   
43 43.제이가 내 사무실에는 어떻게……? 2017 / 11 / 24 260 0 8265   
42 42.미래의 남편이요? 2017 / 11 / 22 254 0 8823   
41 41.짝사랑하는 여자의 속마음을 알아보는 법 2017 / 11 / 20 262 0 8481   
40 40.제이 씨, 우리 형이랑 사귀어요? 2017 / 11 / 17 242 0 8478   
39 39.품에 안긴 가녀린 몸 2017 / 11 / 16 241 0 7984   
38 38.내가 철수 씨를 좋아한다고? 2017 / 11 / 15 273 0 7784   
37 37.대표님, 제이 씨랑 데이트하세요. 2017 / 11 / 14 236 0 7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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