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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새벽으로 이끄는 자
작가 : 바다그늘
작품등록일 : 2017.11.23

마족들의 세상에서 마수를 이끄는 인간 소녀의 이야기

-매일 연재-

 
02. 검의 의미 (2)
작성일 : 17-11-27 16:45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5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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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목은 여전히 한산했다. 투명한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내부는 또 비어있었다. 안에 들어가서 하던 일을 마저 하는 중인 걸까? 울은 한동안 문 앞에 서서 들여다보기만 했다.

 

  ‘이정도로 한적한 곳이면 괜찮겠지만.... 저 사진들이 마음에 걸린단 말이지.’

 

  하지만 그동안 상점가를 돌아다녀봤어도 이정도로 적합한 곳은 없었다.

 

  ‘그래. 실력이 좋은 사람이니 입도 무겁겠지.’

 

  울은 결심한 듯 문을 밀었다. 익숙한 종소리가 다시 울리고, 제페토가 안에서 나왔다.

 

  “어? 학생! 다시 왔어?”

  “네. 헤헤. 잊은 게 있어서요.”

 

  울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저 여기 수리 맡기면 어느 정도 걸리나요?”

  “흐음.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반쯤 박살났다 해도 늦어도 이주 안에는 해결할 수 있네. 요즘 수리가 별로 없어서 바로 들어가면 되니까.”

 

  그의 말에 울은 반색 했다.

 

  “아, 그래요? 그럼 다행이다. 저, 이거 한번만 봐 주실 수 있으세요?”

 

  울은 양팔을 앞으로 뻗어 손바닥이 위로 향하게 했다. 그 위로 쟁반만한 검은 소환진이 생기더니 검이 나타났다. 1미터가 조금 넘어 보이는 그 검은 흔한 금실은실 장식 하나 없이 온통 새까맸다. 울에게서 검을 받아 든 제페토는 안경너머로 울을 흘끗 쳐다봤다. 이렇게 무거운 것을 평소에 쓰고 있었으니 연습용 검들이 가벼울 수밖에. 그는 조심스럽게 검을 칼자루에서 조금 뽑아보았다. 특이하게도 칼날까지 검은 광석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꽤나 탐나는 재능이구먼.”

  “감사합니다. 저 이쪽이 조금 망가졌는데......”

 

  제페토는 안경을 쓰고 자세히 관찰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심한 건 아니지만 꽤 오래된 물건이라 좀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 급히 필요한가?”

  “제대로 다 고치려면 얼마나 걸리나요?”

  “한 일주일에서 열흘정도 걸릴 것 같네. 고치는 건 쉬운데 이것저것 마법이 몇 개 걸려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 정도면 괜찮아요. 부탁합니다.”

  “그래. 그럼 다 고쳐지면 학교로 연락을 줄테니까, 수리비는 그때-.”

  “아, 아뇨. 그냥 제가 찾으러 올게요. 일주일 뒤에 다시 오겠습니다.”

  “허허. 헛걸음 할 수도 있는데 괜찮겠나?”

  “네. 잘 부탁합니다.”

 

  울은 가게에서 나와 빨리 길을 걸어갔다. 얼마 안 걸렸으니 도착하기 전에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달리다시피 걸으며 작은 골목길들을 지나 조금 큰 길에 들어서자마자 다른 아이들이 보였다.

 

  “애들아!”

 

  울의 목소리에 셋이 동시에 뒤를 돌았다.

 

  “어? 빨리 끝났네.”

  “응. 맡기기만 해서 별로 안 걸렸어. 아~ 빨리 가자, 배고프다.”

  “그래그래요~ 우리 울 어린이 밥 먹으러 갑시다아~”

 

  마사가 장난스럽게 말하며 울에게 팔짱을 꼈다. 그때 맞은편에서 한 무리의 라온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나타났다. 셋은 푸른색 교복을 한명은 검은색 교복을 입고 있었다.

 

  ‘이런 골목에 사람이?’

 

  울의 미간이 미세하게 수축했다. 다른 용무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이 골목에서 열린 가게는 스프밖에 보지 못했다. 울은 그들을 예의깊게 주시했다. 꽤 가까워지자 울은 상대를 모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마사, 라이, 카일까지 모두 한 번에 그들을 알아보았다.

 

  푸른 교복을 입은 붉은 머리의 남자는 피닉스 에반, 그가 말을 걸고 있는, 같은 교복의 갈색머리 여자는 제이 민, 그 뒤를 따라가는 두 쌍둥이는 블랙 가문의 후계자로 넷 모두 학교에서 유명인 이었다.

 

  외모면 외모, 성적이면 성적, 집안이면 집안. 뭐 하나 떨어지는 게 없는 이들이었다. 잘나디 잘난 이들은 어린 학생들이 모인 학교뿐만이 아니라 마법계에서도 유망주로 한창 떠오르는 중이었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완벽할 수 없고, 모든 이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없는 법. 그들의 신원을 알아차리자마자 네 사람의 표정이 미묘하게 구겨졌다.

 

  울은 무표정으로 변한 정도였으나, 세 사람은, 그 중에서도 카일은 꽤나 극적인 표정변화였다. 하지만, 잘난 덕분인지, 자신이 잘 났다고 인지하고 있는 덕분인지 네 사람은 울 일행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지나갔다.

 

  네 사람이 바로 옆을 스쳐지나갔을 때 울 일행은 무의식적으로 넷을 슬쩍 훑어봤다. 울은 가장 활기차게 떠드는 피닉스 에반을 시작해 뒤의 쌍둥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이 린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들이 저 멀리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다들 한 마디씩 내뱉었다.

 

  “이야. 내가 드디어 저 둘을 보는구나.”

  “뭐야. 별로잖아?”

  “흐음.”

 

  그 순간 셋의 시선이 마사에게로 쏠렸다.

 

  “응? 왜?”

 

  마사는 친구들의 의심의 시선에 결백의 눈빛으로 응수했다.

 

  “흐음. 이라니. 뭐가 흐음이야?”

 

  울이 의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잘생긴 얼굴 갖고 왜 그러나 싶어서.”

 

  마사는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말했다.

 

  “야! 잘생기긴 뭐가 잘 생겨? 저 정도면 내, 내가 더 낫구만.”

  “낫기야 훨씬 낫지. 인성부터 차이가 심하잖아? 근데 외모로 봤을 때는 난 긴 머리를 더 좋아해서....”

  “긴 머리? 별로 길진 않잖아.”

 

  카일과 마사가 서로를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먼저 눈치 챈 쪽은 불행하게도 울이었다.

 

  “오호~ 그래. 그래. 별로 길진 않지. 그런데 카일. 마사는 붉은 머리가 이상형인데 넌 누굴 말하고 있는 걸까? 으응? 누굴 본 걸까아? 그 예쁘시다는 제이 민 님도 있었는데~ 넌 누굴 본 걸 까나아?”

  “풉.”

 

  울의 말에 드디어 이해한 마사가 손으로 입을 막으며 주저앉았다. 곧 카일의 얼굴에서 핏기가 싸악 가셨다. 그는 자신의 앞에서 사악하게 미소 짓는 울을 보며 어버버거렸다. 그가 간신히 뱉을 수 있는 말을 딱 하나였다.

 

  “놀리니까 재미있냐!”

  “푸하하하하하하!”

 

  결국 울의 박장대소로 끝이 났다.

 

 

 

  ***

  오늘은 아주, 아주 기분 좋은 하루였다. 마사가 알려준 음식점은 아주 맛있었고, 카일을 놀리는 맛도 아주 즐거웠다. 거기에 덤으로 새로 산 연습용 검은 생각보다 울에게 잘 맞았다. 친구들과 헤어져 기숙사로 돌아온 울은 침대에 걸터앉아 검을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든 단 말이지.”

 

  울은 중얼거리며 검을 칼집에 넣고 벽 한쪽에 세워놓았다. 티아는 거울을 통해 울을 흘끗 봤다.

 

  “나중에는 진짜도 하나 사려구?”

  “어? 아... 뭐, 하나 살까말까 고민이기는 해. 사실 지금 쓰는 건 너무 튀잖아.”

  “뭐 그건 그렇지...”

 

  티아는 울이 가끔 의뢰 때 사용하는 낫을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마법사들 중 낫을 쓰는 사람은 생각보다 꽤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힘을 집중시키거나 증폭시키는 역할, 혹은 멋있어서 쓰는데, 울은 그것을 무기로 사용했다. 자기키보다도 큰 낫을 휘두르는 소환사라. 확실히 너무 튄다.

 

  ‘이제 와서 바꾸기는 힘들 텐데...’

 

  그녀는 상자를 뒤져 푸른색 귀걸이를 꺼내며 물었다.

 

  “누구 알려준다는 사람 있어?”

  “검술? 글쎄.... 거기까지 생각해보진 않았네.”

  “으잉? 그런 생각도 안 하고 무조건 산거야? 니가 아무리 기초 실력이 좋아도 혼자서 익히는 건 무리일 걸? 라이한테 알려달라고 해. 걔 실기 실력도 좋잖아.”

  “오. 그러면 되겠네. 헤헤. 고마워.”

  “흐음.”

 

  티아는 찝찝한 눈빛을 울에게 보내곤 다시 거울로 고개를 돌렸다. 금발에 장미색 눈에 파란 귀걸이라. 너무 튄다. 그녀는 귀걸이를 빼서 책상위에 두고 다시 상자 안을 뒤졌다. 울은 삼십 분 동안 귀걸이를 고르고 있는 티아를 보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저녁 먹고 본성 휴게실에서 모이기로 했다는 말을 하자마자 계속 저 상태였다. 분명히 아침에 씻었을 텐데 또 샤워를 하더니 옷을 고르고 이제는 귀걸이를 고르고 있다. 앞으로 삼십 분 안에 다 끝내서 문 밖을 나설 수 있을지 슬슬 걱정되기 시작했다.

 

  “어.... 근데 다 끝낼 수는 있는 거지?”

 

  울의 질문에 티아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당연하지. 절대 안 늦어.”

 

  ‘크흠. 믿을 수가 있어야지....’

 

  울은 침대에서 일어나 책장으로 갔다. 티아는 거울너머로 그 모습을 흘끗봤다.

 

  “책 읽으려고?”

  “응. 오늘은 이거 읽어볼까?”

 

  울은 푸른색 가죽으로 싸인 책을 뽑았다. 표지에는 소환사 사전이라고 적혀있었다. 소환사에 관한 모든 용어들을 설명해놓은 책으로 당연히 티아도 갖고 있었다. 물론 아주 깨끗했지만. 신기한 건 저렇게 시도 때도 없이 교과서를 열심히 보는데도 울의 성적이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주 못하는 것도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닌, 중상위정도로 티아와 비슷했다.

 

  ‘본인이 별로 신경 안 쓰면 상관없는 거겠지. 임무 때 하는 걸 봐선 머리가 나쁜 것 같지는 않은데. 성적은 왜 안 나오는 건지.’

 

  티아는 다시 거울에 집중했다. 울의 걱정과는 달리 티아의 준비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고, 제시간에 맞춰 휴게실에 도착했다. 물론 다들 먼저 와서 둘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티아야 너도 오지. 우리 아주아주 좋은 거 봤다?”

 

  마사가 양손을 시계추처럼 좌우로 흔들며 티아에게 말했다.

 

  “뭐 봤는데?”

 

  티아가 마사 옆에 앉으며 물었다.

 

  “그 네 명을 다 봤어!”

  “뭐어? 진짜?”

 

  티아가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났다. 그녀는 마사에게 어땠느냐, 어디서 봤느냐 꼬치꼬치 캐물었다. 울은 티아의 상기된 얼굴을 보며 그녀의 열정에 마음 속 깊이 존경을 표했다. 벌써 일년 째. 카일이 티아를 좋아하면서 속 썩인 시간 동안 티아는 뱀파이어 쌍둥이 중 형인 블랙 아르한을 짝사랑했다.

 

  ‘엇갈린 사랑이라.’

 

  울은 일인용 소파에 몸을 파묻으며 빨대를 잘근잘근 씹었다. 솔직히 울이 보기에도 외모로 따지면 카일이 조금 밀렸다. 하지만 카일도 객관적으로 보면 잘생겼다. 그 사람보다 좀 덜 잘생기긴 했지만, 붉은 라온에서는 꽤 인기도 있었다. 게다가 지금까지의 행실을 보면 성격도 착하다. 카일이 아니면 티아를 받아줄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좀 푼수 같고 산만한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니까.

 

  ‘저 정도면 진짜 잘 맞는 건데...’

 

  티아가 아르한에게 빠져있다는 사실이 울은 내키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네 사람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쌍둥이는 오늘 처음으로 얼굴을 본 사이기는 했지만, 다른 두 사람. 제이 민과 피닉스 에반의 경우 아주 질긴 악연이기 때문이었다. 제이 민은 천계 소환사에 피닉스 에반은 환상계 소환사라 그들의 소문은 유난히 울의 귀에 쏙쏙 들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두 사람은 학교에서 악명을 떨치는 마수 혐오자였다.

 

  대놓고 따돌리기, 은근히 괴롭히기, 지나가며 비꼬기, 함정에 빠트리기 등등. 직접 당하진 않았어도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마수 계열 수업 때마다 울에게 전해졌다. 그때마다 화를 참느라 목숨이 닳는 게 시시각각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그 둘이 친한 사이라니. 그것도 피닉스 에반과 사촌 지간이라니! 생각만 해도 머리카락이 뿌리부터 서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피닉스 에반은 뱀파이어인 주제에 누가 누굴 미워하는 거야? 같은 처지끼리. 지들은 벗어났다 이거냐? 기껏해야 다른 세계로 도망친 주제에. 생긴 것만 아니었으면 정착도 못했을 거면서 마수 혐오자라니. 하긴 그 피가 어디 가겠어? 결국 지들도 지들이 제일 미워하는 마족인 거지. 오히려 늑대인간들이 더 낫네.’

 

  잠깐이나마 그 둘에 대해 생각을 했더니 열이 뻗쳐서 터져버릴 것 같았다. 울은 빨리 다른 생각을 찾아 나섰다.

 

  “근데 마사. 뭐 할 이야기 있다고 하지 않았어?”

 

  울이 티아의 질문공세를 자르고 물었다. 티아는 더 묻지 못해 아쉬운 표정이었다. 반면 마사는 오랜 기다림 끝에 내려진 생명의 동아줄을 덥석 물었다.

 

  “응! 이거이거! 우리 기숙사 게시판에서 발견하고 바로 떼어왔징!”

 

  그녀는 주머니에서 반듯하게 접은 종이를 꺼내어 울에게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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