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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사천(四天)
작가 : 휘음
작품등록일 : 2017.11.8

100년에 한 번 인계(人界)로 내려가는 문이 열린다.
하늘의 천인들이 축복을 땅으로 내려주며 인계의 풍요를 빌고 그들이 비는 제사를 받기 위해.

이 이야기는 문을 열기 위한 일행들의 여행이야기.
하늘 위 네개의 장대한 대륙, 사천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2. 화림을 향해서
작성일 : 17-11-25 23:35     조회 : 315     추천 : 0     분량 : 4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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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렌은 오도카니 침대에 앉아있었다. 누워있기 싫어 억지로 몸을 일으켰지만 좀처럼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밖에서는 태양이 고개를 들었다. 눈부신 빛이 창문으로 들어왔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렌의 몸이 뒤로 기울었다. 형편없는 허약한 몸뚱이...

 

  뒤로 넘어간 몸은 침대 위를 나뒹굴었다. 무언가에 꽁꽁 묶여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젠장. 짤막하게 욕지기를 내뱉었지만 좀처럼 몸은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고작 하루를 걸었고 싸움을 구경한 게 다인데 이렇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도 못할 줄이야. 이 빌어먹을 정도로 허약한 몸에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오늘 쏘다닐 생각을 하던 렌의 입에서 투덜거림이 그치지 않았다. 여운은 아무리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 지칠대로 지쳐서 나올 기운도 없는 모양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설마 지금 이 축 쳐진 몸뚱이를 맡겨놓고 안 나올 생각인 건 아니겠지?

 

  “여운... 이렇게 골골 거릴 거면 네가 나와 있으라고-. 나는 무슨 죄라고 지금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건데-.”

 

  말꼬리를 조금씩 질질 끌며 렌은 타박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불러도 답이 없는 여운이 나올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이 몸에 계속 머물 생각은 없었다. 그냥 확 들어가서 나오지 말까?

 

  렌은 계속해서 투덜거렸다. 열 기운에 헛소리를 중얼거리기도 했다. 힘겹게 고개를 돌린 렌의 옆에서 무진이 부스스 일어나 앉았다.

 

  “와-... 여운이 아니라고 저 냉정한 거 보소.”

 

  “이것도 좋은 방법 같군. 앞으로는 야차랑 싸울 때 말고도 아플 때도 네가 나와 있어.”

 

  잔인한 녀석.

 

  렌이 입을 삐죽였다. 그러면서도 ‘흑! 정말 너무해!’라며 우는 소리를 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런 순간에도 장난을 치는 거냐며 무진은 한심스럽다는 듯 한숨을 내뱉었다. 렌은 그런 무진의 모습에 힘없이 킥킥거렸다.

 

  “화림에 가는 길이 이렇게 고단할 줄 몰랐어.”

 

  “나야말로. 여운이 약한 건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비실댈거라고는 생각 못했거든. 아무리 허약하다고는 해도 평상시에 운동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으니까.”

 

  그 운동이라는 것이 남들이 보이기에 그저 가벼운 산책이나 몇 분 검을 휘두르는 게 다인 것을 알면서도 무진은 고개를 까딱거렸다. 이렇게까지 약해서야... 걱정이 되었다.

 

  무진은 렌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가능하다면 화림에는 혼자 다녀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화림에 무진이 가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었다.

 

  반려 성수를 데리러갈 수 있는 것은 성수와 영혼을 나눈 천인, 본인뿐이었다. 무진이 혼자 간다면 누가 여운의 성수인지 알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잔뜩 돌아다니는 성수들의 모습만 감상하다가 돌아오게 될 것이 뻔했다.

 

  그 때, 가볍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무진은 뜨끈한 렌의 이마에서 손을 떼고 문을 열었다. 해수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죽을 들고 들어왔다. 고소한 냄새가 방 안을 메우기 시작했다.

 

  “어제 말씀하신 죽을 가져왔어요. 일어나셨나요?”

 

  “캬오!”

 

  백호가 해수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렌은 자신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죽을 먹을 기운조차 없었다. 눈이 자꾸만 감겨왔다.

 

  “조금 있다가 먹을 게.”

 

  기운 없는 목소리에 해수가 조심스럽게 침대 옆, 탁자에 죽을 내려놓았다. 어제 봤을 때에는 이렇게까지 아파보이지 않았는데 너무 좋지 않아 보였다.

 

  “가까운 곳에 의원이 있어요. 의원을 모셔올까요?”

 

  “지금 문을 열었습니까?”

 

  “아마 열었을 거예요. 의원이신 콜록영감은 연중무휴 24시간 환자를 봐주시거든요. 물론 환자들이 없을 때엔 쉬시기도 하지만 환자가 발생했다고 하면 무조건 달려오시니까 걱정 없어요.”

 

  해수의 말에 무진이 급하게 채비했다. 지금 저 아픔을 감당하고 있는 것이 렌이라고 하더라도 몸은 여운의 몸이었다. 열이 더 올라 몸 상태에 이상이 생긴다면 곤란한 것은 여운이었다.

 

  “으... 진아...”

 

  기운 없는 목소리에 무진은 퍼뜩 놀라 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알 수 있었다. 렌 그 녀석이 홀라당 들어가 버린 것을. 지금 누워있는 것은 여운이었다. 그는 헤롱 거리고 있었다.

 

  “왜 네가 나온 거야?”

 

  “렌이 자꾸 시끄러워서...”

 

  자신의 몸이 아픈데 렌에게 계속 감당시키는 것이 미안해서 나왔겠지...

 

  무진은 굳이 여운이 전부 답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이 녀석은 그런 녀석이니까. 그는 서둘러 채비를 하고 해수에게 잠시 여운을 맡긴 후, 밖으로 나갔다.

 

  거리는 한산했다. 해가 뜬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이라 그런지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했다. 주변에 강이 흐르는 탓인지 물안개가 피어올라 있었다. 무진은 능숙하게 길을 찾았다. 전에 혼자 화림에 갔었을 때 의원을 본 적이 있었다. 서둘러야했다.

 

  여관에서 조금 떨어진 허름한 골목길 모퉁이에 아직 불빛이 껌뻑이는 의원이 눈에 들어오자 무진은 속력을 냈다. 렌 그 녀석이 끝끝내 여운이를 불러내고 쏙 들어가버린 지금, 서둘러 의원을 찾아와야했다.

 

  “의원, 계십니까?”

 

  코를 찌르는 약재냄새에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무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먼지가 가득한 약재함들이 널브러져있고 쓰다 남은 약재들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있는 모습이 청결하지 않아 정말 이런 곳에 여운을 맡겨도 좋을지 망설여졌지만 그래도 이곳, 유난의 유일한 의원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다른 곳을 갈 수도 없었다.

 

  “의원, 콜록영감 계십니까?”

 

  이번엔 해수가 말해준 의원의 이름을 불렀다. 이상한 이름이었지만 그래도 무진은 그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빨리 의원을 데려가야 하는데...

 

  “콜록콜록”

 

  어디선가 기침소리가 났다. 꼭 폐병환자처럼 죽을 것만 같은 저 깊은 곳에서부터 짜내어지는 것만 같은 기침소리에 무진은 잠시잠깐 움찔거렸다. 환자를 돌보고 있는 건가?

 

  “환자.. 콜록콜록...인가?”

 

  쉰 소리를 짜내며 약재더미 속에서 작은 인영이 꿈틀거렸다. 먼지가 풀풀나는 담요를 걷고 수염이 덥수룩한 노인하나가 얼굴을 내밀었다.

 

  “혹시... 의원이십니까?”

 

  아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무진이 물었다. 의원은 이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일 것이라 그렇게 믿고 싶었다.

 

  “맞네.”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답하며 노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을 툭툭터니 먼지가 풀썩거리며 날렸다. 무진은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일말의 희망이라도 아니길 바랐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있을 수는 없었다. 노인은 이곳의 유일한 의원이었고 빨리 여운에게로 데려가야만 했다.

 

  “‘맛없으면 오지 마.’라는 여관에 지금 환자가 있습니다. 좀 봐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환자라면 가야지. 콜록콜록.. 증상은 어떤가. 콜록.”

 

  “열이 많이 나고 몸을 잘 가누지 못합니다. 원채 몸이 약한 체질이라 여행길에 올라 조금 걸었더니 몸살이 난 것 같습니다만...”

 

  “몸살?”

 

  치료는 본인이 받아야 할 것만 같은 노인의 기침소리에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무진은 노인이 넘기는 보따리를 받아들었다.

 

  “날 업게.”

 

  “네?”

 

  조금은 쌩뚱맞은 소리에 무진이 눈을 깜빡였다. 지금 뭐라고 한 거지? 업으라고 한 건가? 무진은 자리에 앉아 등을 내밀었다. 노인은 콜록거리며 무진의 등에 업혔다. 생각보다 묵직한 감각에 무진은 일어나면서 다리에 힘을 주었다. 무슨 노인이 이렇게 무거운 것인지 바위덩이를 업는 것만 같았다.

 

  “원래 몸이 콜록콜록... 약한 체질이라고 했지?”

 

  “네.”

 

  무진은 다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여관에서 기다리고 있을 여운이 걱정되었다. 이런 기침을 해대는 영감 밖에는 맡길 의원이 없다는 것이 더욱 걱정이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없는 것보다야 나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무진은 여관이 보이자 더욱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빠르게 계단을 올라간 무진은 물수건을 갈아주고 있는 해수의 모습과 그대로 잠이 든 것만 같은 여운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잠이 들었다는 건 조금 나아진 걸까?

 

  탁자 위를 보니 죽을 먹지 못한 듯 이제는 다 식은 죽 한사발이 그대로 놓여져 있었다.

 

  “보살펴줘서 고맙습니다. 이제 의원을 모셔왔으니 가보셔도 좋습니다. 추가요금을 원하신다면 후에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에요. 간혹 이런 손님들도 봐드리거든요.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해수는 밝게 말하고는 여운의 머리맡에 얌전히 앉아있던 백호를 안아들고 밖으로 나갔다. 노인은 기침을 멈추지 않은 채, 여운을 살폈다. 설마 저기서 감기까지 걸리는 건 아니겠지?하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려 무진은 제 옷자락을 꽉 쥐었다.

 

  “쯧쯧쯧...”

 

  여운을 살피던 노인이 혀를 찼다.

 

  “아직 성수를 데려 오지 않은 모양이구먼.”

 

  “네, 성수를 데리러 화림으로 가던 차였습니다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옷자락을 움켜쥐고 있는 무진의 손에서 땀이 배어나왔다. 노인은 다시금 여운을 꼼꼼하게 살폈다.

 

  “자네가 말한 대로 정말 약한 소년인지고. 콜록콜록”

 

  영감은 여운의 진맥을 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단순한 몸살은 맞으나 콜록콜록... 너무 약해서 콜록! 성수의 힘을 나눠받아야 살 수 있겠어. 콜록콜록!”

 

  열다섯이 되던 생일에 여운이 싫다고 했어도 그대로 끌고 화림에 갔어야 했던 걸까? 후회가 되었다. 여운이 가지 않겠다 해서 그의 마음이 나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가 가고 싶다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그 결과가 이거라니!

 

  “몸이 나아지는 대로 화림으로 바로 가서 성수를 데려오게. 콜록콜록.”

 

  “그러면 앞으로 건강해질 수 있는 겁니까?”

 

  노인은 고개를 저었다.

 

  “이 아이의 성수가 콜록! 사신수라던지 전설의 성수가 아닌 이상 콜록콜록... 허약한 체질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 걸었다고 이렇게 몸져 눕지는 않겠지.”

 

  무진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도 그가 들은 말 중에서는 가장 희망적인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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